가볍게 즐겨주시고, 가끔씩 제 아이들을 떠올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264회
에우드 외전IF외전.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가, 저택에 돌아온 어느 날.
에우드는, 방에서 글을 써 내리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은 뭔가 글을 쓸만한 솜씨는 아니라고, 라줄리- 아니, 라피스에게 말했었던가.
마치 그것에 대해 다시 답을 전하려는 것처럼, 에우드는 이렇게 가끔 노트를 펼치곤 했다.
……뭐, 당연하지만.
제대로 글이 써지진 않는다.
애초에 소설을 쓰려는 것도, 수필을 쓰려는 것도.
하다못해 낙서를 휘저으려는 것도 아니니까.
즉- 갈피도 못 잡는데, 무슨 글을 쓸 수 있겠냐. 이 말이다.
“그으으읏.”
조안에게 받았던 시력보호 안경의 테를 꼭꼭 매만지곤, 에우드는 펜을 빙글빙글 돌렸다.
누나들에게 받았던 펜은, 지금도 열심히 사용 중이다.
책상 위의 책 사이엔, 페리아와 함께 구입한 책갈피도 꼬옥 꼽혀있었다.
꼬오오옥.
그제야 에우드는, 뒤에 누군가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으왁, 깜짝야. 티아나 누나. 셀레나 누나도 있었네.”
“에헤헤.”
“꼬오오옥.”
두 누나의 몰랑몰랑 꼬옥에, 에우드는 정신없이 당해버렸다.
“뭐 하고 있었어? 글?”
“에우드도 드로와처럼 글 쓰는 거야?”
드로와는 현재, ‘어떤 모임’을 플로라와 이끌며 가끔 소설도 발표하는 중이다.
물론 그 ‘모임의 정체’와 ‘글의 내용’을, 이젠 알아챈 에우드다만.
지금은 마음을 다잡고, ‘언제든 자신을 소재로 사용하세요.’라고 허락을 내린 후였다.
덕분에 지금 드로와의 집필량은 엄청나게 많아졌다.
글솜씨도 하루하루 늘고 있다고.
“으으음, 그 정도는 아닌데.”
정말, 7대 던전에 대해 노트를 쓸 때는, 사실상 ‘정리’였으니까.
텅 빈 종이에다가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이제야 이해했다.
에우드는 노트를 덮고, 누나들의 포옹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학을 맞이해, 모처럼 만에 저택에 돌아오기도 한 현재.
게다가 방학 동안에도 마냥 쉬진 않아서, 현재는 제시카와 조안, 알베르토에게 추가적인 특강도 받는 중이었다.
아나트도 현재 방학 중, 가문 일도 처리할 거라나.
아인스와 잭스. 그리고 의붓어머니.
가레스를 통해 얻은 추가적인 지원.
그것들을 이용해, 분가와의 싸움에 승부수를 던질 거라고 한다.
프란시느는, 역시 뱅퀴시 예선 탈락에 아쉬웠는지.
저택에 돌아가고부터, 한동안 검 연습을 주구장창하는 중이었다.
요 한 주동안은, 삼남매도 한 번 찾아가 같이 연습하곤 했다.
유효타 몬스터는 아직 건재하다.
그리고 플로라의 경우-
“늦어요~ 아, 저도 할래요! 저도 에우드 님 꼬옥 할래요!”
“플로라, 아웃.”
“플로라, 3m 거리 유지.”
“정말!”
저택이 가까운 덕에, 꽤 자주 포에닉스 저택에 찾아오곤 했다.
케인즈 상회 신작 과자를 항상 선물로 가져와, 삼남매와 꼭꼭 나눠 먹는다.
“으음, 맛있네요~”
어느새 함께 앉아있는 제시카는, 오독오독 쿠키를 입에 넣어간다.
그 옆으론 슈가가 잠시 한심하다는 듯 바라봐버렸다.
“왜, 왜요, 슈가!”
“하아아, 하는 느낌입니다.”
“뭐예요, 그게! 흥!”
슈가의 절레절레에, 결국 제시카가 삐져버렸다.
“슈가도 같이 먹는 게 어떤가요?”
“!!”
그리고 에우드가 슈가를 보고 그것을 살짝 권하자-
“……네, 도련님 말씀이라면.”
슈가도 결국 못 이기겠다는 듯, 조용히 제시카 옆에 끼어 앉아 에우드에게 과자를 받았다.
제시카는 삐진 듯이, 옆에 앉은 슈가를 엉덩이로 아주 살짝 쳤다.
셀레나와 티아나, 플로라는 그런 모습을 키득키득 웃으며 바라봤다.
“-글이요? 에우드 님이!?”
과자를 먹던 중, 그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에우드가 꺼낸 건 아니었고, 셀레나와 티아나가 슬쩍 말하다 나온 이야기였다.
“으아아, 누나들 진짜! 부끄럽게……!”
“에우드 님, 완성되면 저에게 제일 먼저!”
“남의 막둥이 글을, 무슨 권리로 먼저 보겠대!”
“첫째와 둘째의 권한.”
달려드는 플로라를, 포에닉스의 두 누님이 퍽퍽 밀어냈다.
“글이라면, 간단한 것부터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밀려나는 도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플로라는 에우드에게 살짝 조언을 던졌다.
“간단한 거라면…….”
“으으음, 일기라던가?”
“일기?”
“오늘 저희랑 다과를 먹은 것도, 좋은 일기거리죠!”
“이거 일기로 쓰면, 거의 일주일에 세 번은 같은 내용이겠는데.”
“플로라, 자주 오지.”
“아, 솔직히 말해봐요! 제가 자주 찾아오니까 심심하진 않잖아요!?”
““흥.””
사실 특강도 있고 하니까, 심심하지만은 않다만.
뭐,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니, 두 소녀 모두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고 보니- 슈가, 일기 쓰지 않나요?”
“히끅.”
달콤함에 물든 입안을 차로 살짝 적시면서, 제시카는 슈가에게 눈을 반짝였다.
슈가의 숨이, 순간 크게 차오른다.
“진짜?! 슈가, 일기 써?!”
“아, 그, 그게…… 조, 조금입니다…….”
“일기에 길이는 중요치 않죠!”
“대단해애애…….”
아가씨들의 칭찬과 놀람에, 슈가는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다행히 일기니까.
프라이버시가 존재하는 물건이니까, 다들 내용은 딱히 묻지 않았다.
그렇다. 다행이라 해야겠지.
그 내용 대부분은, ‘오늘도 도련님이 귀여웠다.’ ‘오늘도 도련님이 늠름했다.’ ‘오늘도 도련님이 사랑스러웠다.’ 등등-
사실상 에우드 도련님 관찰일기니 말이다.
“……저도 일기나 써볼까요. ……에, 에우드 도련님의 관찰일기, 라던가……!”(중얼중얼)
슈가는 제시카의 중얼거림을 듣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어떻게 생각의 귀결이 비슷한 건지.
이래서 취향이 무서운 건가. 거의 또 하나의 자신 수준이다.
“일기…….”
그리고 에우드는 과자를 꼭꼭 씹으며, 일기라는 말도 함께 곱씹었다.
* * *
“일기라면, 옛날에 조안 말을 듣고 시작했었지.”
저녁 직전.
집무실에 찾아가자, 가레스가 노트를 여럿 꺼냈다.
“와아, 아버지 이건……!”
“다 일기지. 하핫. 앗, 보면 조금 부끄럽다, 아들아.”
20여 년 전부터 쭉 써오던 덕일까.
노트의 양은 상당했다.
다만 완전히 매일매일 쓰지는 못했고, 부득이하게 못쓰는 날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하긴, 가레스는 매우 바쁜 날이 있으니까.
황금의 기사로서 활동하면, 일기조차 쓸 수 없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쓸 수 있을 땐 최대한 쓰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업무 능력 상승 겸, 글솜씨 상승, 그것을 노리고 조안이 시킨 거라나.
“그리고 이 노트가 바로, 두둥!”
가레스는 가장 깨끗한 노트.
그러면서도 가장 소중해 보이는 노트를 에우드에게 보여줬다.
“……? 그건 좀 다른 건가요?”
“다르지, 다르고 말고.”
에우드의 물음에, 가레스가 후후 웃으며 끄덕였다.
“우리 아들, 여기에 오고 나서부터 쓴 일기거든.”
“……!!”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화악, 얼굴이 빨개졌다.
부끄럽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레스가 얼마나 자신을 신경 써줬는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가레스가 그 한권은 허락해줬기에, 에우드는 조심스럽게 받아가 살폈다.
내용은- 에우드가 처음 와서 경계하던 때의 내용.
처음으로 시험을 봤을 때의 내용.
처음으로 알베르토와 대련을 했다는 걸 들었을 때의 내용.
처음으로 티아나와 친해졌을 때의 내용.
처음으로 셀레나를 이기고, 티아나에 이어 친해졌을 때의 내용.
그리고- 머더 메이지와 만났을 날의 내용도, 짤막하지만 비장하게 적혀있었다.
그 뒤로도, 플로라의 일이라던가, 삼남매가 다같이 다과회에 나갔다던가.
무덤동굴 사태라던가.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에우드가 몰랐던, 두 누나의 이야기도 여럿 적혀 있었다.
이건 말이 가레스가 쓴 일기지, 사실상-
“에우드가, 셀레나가, 티아나가 보고 느꼈을 걸, 한 번 씩 내 마음으로 풀어쓴 거지.”
아이들의 일기.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일기였다.
에우드는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똑똑똑.
“가레스, 잠깐 들어갈게요.”
“가레스 님. 로로나 님과 함께 의논할 것이-”
그리고 조금 뒤, 방에 들어온 로로나와 알베르토가, 에우드를 보곤 깜짝 놀랐다.
“……가레스, 설마. 지금 에우드 혼냈어요!?”
“엉? 응? 아니, 잠깐!? 혼내다니!? 이렇게 잘 하고 있는 아들을 내가 왜!?”
“그럼 에우드가 왜 울어요!? 에우드, 이리 온! 엄마가 꼭 품어줄게요!”
“가레스 님, 허참…….”
“알베르토 자네마저!”
가레스의 일기에 감동해 훌쩍거리는 에우드와,
억울함에 울상인 가레스였다.
에우드는 그 뒤로 잠시, 로로나에게 꼭 안긴 채로 가레스의 해명을 바라봤다.
뭐, 다들 장난친 거였다만.
* * *
“나는 일기라기보다, 일지를 쓰지.”
“일지?”
“보통은 훈련일지나 임무일지. 그 두 개를 반복하니까.”
헌터 훈련장에 가자, 오늘 훈련을 끝낸 디안이 창을 손질하며 말했다.
S급에 도달하기 이전부터, 알베르토 다음으로 헌터 대를 이끄는 디안이다.
때문에 멤버들의 훈련과 임무에 관해서는, 항상 복습하며 기록한다고.
이것들을 나중에 제대로 정리하면, 포에닉스 서재에 있는 ‘헌터 기록’이 될 것이라 한다.
역시 인텔리 헌터. 입맛은 아이답지만, 항상 맡은 바에 충실한 남자다.
“어이, 도련님. 지금 뭔가 좀 실례되는 생각 하지 않았어?”
“엑.”
“했구만!”
“어떻게 알았죠, 진짜!?”
“내가 꽁으로 무덤 동굴에서 살아남은 게 아니지! 요녀석, 도련님!”
“-와아, 디안이 도련님 괴롭힌다!?”
“감히!? 전부, 디안을 징벌해라!”
“우오오오!”
“얌마, 너네?! 실질 리더한테 뭐하는 짓, 우왁?! 갹!!”
결국 안나의 선동과 헌터들 사이의 우당탕탕을 반복하고 나서야, 에우드는 훈련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메이드들도 일지를 써요. 아, 녹색 메이드 한정이지만요!”
“근데, 디안이 항상 일지를 남겼구나. 나한테도 부탁하면 같이 했을 텐데.”
“디안이니까요. 책임감이 넘치니까.”
“하긴, 맞네요~”
저녁 시간, 조심스레 찾아간 페리아의 방에선 엘리리도 함께 쉬고 있었다.
페리아는 녹색 메이드로서, 요 몇 년 기록을 이어가고 있고.
반대로 엘리리의 경우 딱히 뭘 쓰진 않았다고.
대신, 메모 같은 건 자주 하는 모양이다.
특히, 임무에 나갈 때 마차에서, 반쯤 낙서로 휘젓는다고 한다.
“가끔 썼던 메모들 쭈욱 보면, 그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충 보인다니까요.”
“대부분이 쓸데없는 생각이잖아, 언니도 참.”
“먹고 싶은 거 쭈욱, 쓸 때도 있지~”
“그건 좀 이해가 되네요.”
“에우드 도련님도!? 어휴, 둘 다 정말…….”
저녁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입맛이 돌아 츄릅하는 에우드와 엘리리였다.
덜컹.
“페리아, 엘리리~ 간식 먹자~ 어라, 에우드 님!”
“어머, 무슨 일로 오셨어요?”
츄릅츄릅이 혹시 간식을 소환한 걸까.
마침 간식 트레이를 가져온 마리와 매디가, 에우드를 보곤 깜짝 놀랐다.
그렇게, 다섯 명이서 간식을 맛있게 먹는다.
아까도 간식을 먹었기에, 조금 많이 먹는 게 된다만.
오늘 하루는,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일단 마리와 매디에게서도, 일기, 일지, 혹은 뭔가 적는 게 있는지 물어봤다.
“저희도 페리아랑 거의 같죠! 메이드 일지!”
“저도 동일하죠. 그리고 일기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제 개인 가계부는 따로 적는답니다.”
“응?! 매디 너 가계부 썼었어?! 그보다 쓸 게 있어?!”
“마리는 자주 과소비를 하니까, 쓰는 게 무서운 거야. 충분히 쓸 수 있다고. 급료도 많으니까, 소비가 어떻게 되는지는 확실히 파악해야지.”
“그으으읏, 반박을 못 하겠어…….”
“가계…… 저는 그렇게 되면, 일단 용돈 기입장이려나요.”
물론 글을 쓰고 싶은 거지, 돈의 이동을 쓰고 싶은 건 아니었다만.
그리고 에우드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자-
“……아, 상상해버렸어! 아악! 깨물어주고 싶어요, 에우드 님 정말!”
“확신해요. 귀여우실 거랍니다.”
“용돈 기입장 쓰는 에우드 도련님, 귀여울 게 분명해요!”
“멋질 거예요…….”
“아니아니, 겨우 그거 같고 반응이 좋으시면, 저도 조금 곤란한데요……. 엥? 멋지다니요?”
“우헤헤헤.”
페리아의 황홀한 표정에, 에우드가 살짝 쫄아버렸다.
* * *
이후, 깨끗하게 씻고 양치까지 마쳐 방에 돌아오자-
정말 당연하게도 두 누나가 있었다.
에우드의 침대를 둘이서 불법 점거하곤, 데굴데굴 떼떼굴.
티아나는 에우드의 베개를. 셀레나는 에우드의 쿠션을 꼬옥 쥐고 있었다.
“앗, 에우드(베개), 도착!”
“에우드(쿠션) 도착.”
“막내는 베개도, 쿠션도 아닙니다, 누님들…… 와아악!”
따지기도 전에, 에우드는 베개 겸 쿠션이 되어 누나들에게 끌려간다.
“그럼, 씻기 전까지는 계속 글에 대해서 물어 보고 다닌 거야?”
“물었다기보다……. 아니, 그렇지. 물어보려고 다닌 거네, 결국엔. 응. 다들 어떤 식으로 적는 게 있나 해서.”
“에우드, 너무 성실해.”
깨끗하고 뽀얗게 씻은 동생의 뺨에다, 셀레나와 티아나가 꼭꼭 뺨을 맞댄다.
함께 침대와 이불 위에서 오밀조밀쪼물쪼물.
나이를 먹어도,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이건 변함이 없을까.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서로를 꼭 안겠지.
“수인족들도 뭐 적는 습관이 있으려나? 키루미나라든가, 사울드 선배라든가.”
“수인어 일기라! 으음, 테르미 쪽이면 몰라도. 칼투스는 별로 안 할 거 같네.”
“그럼 수인어…… 전투 기록?”
“아, 그건 일리 있네, 언니.”
칼투스는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학업 쪽 머리’를 잘 안 돌리는 거라 하니까. 전투 기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또 수인어는 꽤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 식으로 외국어로 적는 것 또한, 언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지도. 고려해볼 사항이긴 하다.
제시카랑 디에스도, 과거에 그런 방식으로 연습했다고 한다.
키루미나가 대삼림의 주소도 알려줬으니까. 와이즈한테 부탁해서, 한 번 뭐 쓰는 게 있나 편지를 보내볼까.
아루니 메루니도, 편지에다가 뭔가 말을 써줄지도 모른다.
아, 또 얼마 뒤에 포에닉시안에 여행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묻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다.
사실 동화작가님이신 레니안느라면, 엄청나게 말을 해줄 거 같다만.
그랬다간 저택까지 트루스까지 호다닥 찾아올 거 같으니, 이번엔 잠시 패스.
그보다 저번에 방학 시작하자마자, 둘이서 찾아오기도 했고.
애초에 뭐-
에우드도 지금 당장은, 뭘 쓸지 정하기도 했다.
에우드는 누나들의 품에 안긴 채로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거기서 노트와 펜을 가져와 조심스레 침대에 걸터앉는다.
“오! 에우드, 글쟁이!”
“에우드, 노벨리스트.”
“아냐아냐아냐!”
막둥이가 첫 집필작업을 앞뒀음을 느낀 두 누나가, 에우드에게 다시 몸을 꼭 붙였다.
에우드는 다시 펜을 꼭 쥐곤, 무릎 위에 얹은 노트에다가, 글씨를 쭉 쓰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가레스의 노트와 조금 비슷했을까.
이제껏, 자신이 이 저택에 와서 겪은 일들.
가레스가 에우드가 온 뒤부터 새 노트에 일기를 썼듯, 에우드 또한- 자신의 기억을 되새기며, 3년간 지냈던 일들을 되새기려 했다.
가레스의 시점이 아닌, 자신의 시점으로 써간다.
한 문장, 두 문장.
그것들이 적히는 걸 보자, 누나들도 대충 눈치챈 모양이다.
“에우드, 기억 안 나는 거 있으면 누나가 도와줄게!”
“나도, 대충 기억하고 있어.”
“……에헤헤. 응, 고마워. 누나들.”
원래는 혼자 쓰려고 했다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있던 일을 다 쓰려면, 서로서로 머리를 맞대고 써야 할 듯하다.
이렇게 셋이서 기억을 쭈욱 되새기면…….
모든 추억을 페이지 위에 새기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일기장으로서 역할을 바꿔 이야기를 써 내려가자.
적어도,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인 한.
이 저택에서, 아카데미에서. 모두 함께 열심히 지내는 동안은.
글의 소재가 고갈되는 일은 없겠지.
“에우드~! 꼬오옥!”
“에우드으으. 꼬옥.”
“으아아, 티아나 누나, 셀레나 누나. 글씨 삐뚤어지잖아…….”
누나들의 포옹을 버티며, 에우드는 계속해서 문장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