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퀴시 예선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261회
1부 에필로그261.
뱅퀴시 본선 16인이 모두 정해진 후.
제3 콜로세움에서 이후 몇몇 행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뱅퀴시 첫날은 막을 내렸다.
거리는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에 대해 저마다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있을 본선 시합에 대해서도 열렬히 예측해갔다.
뜨거워지는 시민들.
그리고 점점 무르익어가는 무투 축제.
이미 밤 9시를 넘어가 달이 번쩍이고 있다만. 여전히 거리는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기는 것.
이 뱅퀴시의 본질에 걸맞은 분위기에.
또 자신이 바라오던 아카데미의 분위기에, 베르네이는 흡족히 웃으며 술을 한잔 마셨다.
“내일도 일이 넘쳐날 텐데. 너무 과음하시면 안 됩니다, 학장님.”
“하워드, 고생 많았네.”
“정말 고생 많았죠.”
투명한 보석같은 술잔을 비운 베르네이는, 지친 기색으로 돌아온 학생회장에게 씨익 웃었다.
항상 시니컬하고 잔소리많은 학생회장이다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하워드 또한 조금 웃음을 띠고 있었다.
아마 낮에 봤던, 후배와 동기들의 거침없던 싸움 때문이겠지.
그것을 전부 지켜본 만큼, 거의 반나절이 지난 지금도 기분이 살짝 고양되어있던 모양이다.
하워드는 현재 학생회장으로서, 사실상 ‘문관’에 가까운 업무를 해가고 있다만. 원래는 무투파 학생이니 말이다.
그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학구의 장소에 신분차가 벽이 되어선 안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베르네이를 돕기 위해,
자신에게 그리 익숙지 않던 업무를 점차 배워가고,
이 아카데미의 일반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몸소 회장직을 맡은 소년. 그게 바로 하워드 알잭 할란드다.
때론 나이답지 않게 무섭기도 하다만.
그래도 정말 착한 아이라고, 베르네이는 항상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뭐 어쨌든. 이번 뱅퀴시는 시작부터 대성공이군요.”
하워드는 베르네이가 비운 잔 옆으로, 여러 종이를 올렸다.
그건 어제부터 아카데미에 와 있던 ‘소식지 상회’들이 쓴 소식지.
그리고 오늘 알카라시아 거리 전체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달궜던, 아가타 네 신문부가 쓴 소식지들이었다.
그 내용은, 모두 오늘 뱅퀴시 예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미 인근 도시에는 모두 소식지가 배포되었을 거라고.
이후 내일부터 열차와 전서구들을 통해, 여러 도시에 배포될 예정이다.
“허허, 작년보다 훨씬 뜨겁군.”
“난전이 거듭됐으니까요. 솔직히 이번 룰은, 반쯤 속는 셈 치고 플로라 케인즈의 말을 믿어본 겁니다만.”
하워드는 대회 시작 전, 자신들 학생회에 와서 협상을 걸던 소녀를 떠올렸다. 곧바로 헛웃음을 지어버린다.
“설마, 그게 이렇게 제대로 먹힐 줄은.”
“아까 후속 회의에서도, 다른 스폰서 상회들이 그 기술에 대해 물었지.”
“정작 플로라는 ‘오호호, 노 코멘트~’였습니다만.”
게다가 후속 회의가 끝나자마자, 플로라는 순식간에 자리를 떠났다.
참으로 바쁜 소녀다. 똑 부러진 소녀이기도 하고.
자기 말로는 두 번째 사업이라는데, 피르티에게 듣기론-
“분명 친목 독서회-라고 하던가. 그걸 위해 아카데미 강당 한 층을 빌려달라고도 하더군요. 같은 포에닉스 파벌인 드로와랑 같이.”
“뭐, ‘호버 보드’와 ‘골렘들의 재료’를 지원해주고, 이 정도의 흥행과 화제성도 끌어 올려준, 자랑스러운 학생 아닌가. 드로와 또한, 플로라를 도와 열심히 이번 일을 진행해줬다고 하고.”
베르네이도 강당 대여에 대해선 이미 보고 받았었다.
애초에 학생의 자유로운 활동과 자기발전이 최고라 생각하는 베르네이다. 거부감 같은 건 없었다.
“네, 뭐. 저희도 플로라의 도움이 여러모로 컸으니, 흔쾌히 허락했습니다만.”
사실상 예선 계획을 전체적으로 짠 게 플로라니까.
그 활약을 생각하면, 강당 한 층이 아니라, 강당 전체를 빌려줘도 될 정도다.
“정말, 포에닉스는 여러모로 일이 많군요.”
“그게 다 가레스의 영향인지. 가레스 이후로 처음 재개된 포에닉스 파벌인데, 이렇게도 활약이 많을 줄은.”
베르네이와 하워드는 오늘 결정된 본선 진출자 중 셋.
셀레나와 에우드, 그리고 아나트의 이름을 보곤 웃었다.
프란시느는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전력을 다했다고 해야겠지.
오히려 오늘 관객이었던 여러 유력자 사이에선, 프란시느의 희생적 행동에 감격한 이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이미 하워드가 가져온 소식지에도, 프란시느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적혀 있었다.
“티아나 알라이트 포에닉스도, 이번 뱅퀴시 중 연금술 길드의 초대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허허, 정말. 삼남매 모두 화려하군. 포에닉스 파벌에서 티아나와 드로와는 이후에 학술회가 있으면 언니와 동생만큼 크게 활약할 테지.”
“네, 연금술 교수분들도, 티아나의 활약을 매우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드로와도, 여러 문관 교수분들이 함께 학술회에 참가하길 바라면서 눈독 들이고 있다나요.”
물론 포에닉스 파벌 명단 전체가, 여전히 문제아 리스트인 건 변함없다만.
그래도 사실 문제아라는 건- 가장 이름이 크게 들려오는 존재들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건, 포에닉스 이외의 다른 파벌들도 마찬가지겠지.
현재 본선에 진출한 인원 중 포에닉스 파벌이 셋.
메트리 파벌이 넷.
그리피너 파벌이 둘.
이가리트 파벌과 라그나릴 파벌이 하나.
그리고 푸른 늑대가 셋에,
일반 학생 하나, 특별 참가자 하나.
무사히 일반 학생 하나가 진출한 것에도, 하워드는 매우 안도를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 격전의 C블록- 에이트리가 무쌍을 펼치고, 칼투스까지 탈락했던 블록에서의 진출자다. 절대 운만이 아니었다.
“……라피스 공주는, 어떻지?”
“아직 위험한 행동은 안 하고 있습니다.”
아예 아까는 ‘라넌큘러스’인 지크, 그리고 본선 진출자인 에이트리와 함께, 거리에 또 나서기도 했다.
지금 거리가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그런 라피스의 활동 덕이기도 했다.
뭐, 지금은 늦었기도 해서, 호위들을 뒤로 하고 방에 돌아갔다만.
“-정말로, 그 공주가 ‘기억의 교단’과 관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심증이지. 물증은 없고.”
하워드의 질문에, 베르네이는 투명한 잔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시기에. 이 격동의 시기에 그냥 찾아올 거란 생각은, 절대 들지 않지.”
[“그 말대로지.”]
“누님.”
베르네이의 학장 로브 안쪽 주머니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네의 목소리였다.
베르네이는 로브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루네가 체르니에게 준 회중시계와 같은 종류. 카틀레야의 기술이 들어간 물건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베르네이가 낮에 사용한 마법- ‘클리어 스피어’를 자그맣게 걸자, 그 안으로 루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본질 자체가 괴물인 여자야. 아마, 리퀴아와 델베르크가 말해왔던 위협. 거기에 최소한 발을 들여놓고 있을 거라고, 난 생각해.”]
“…….”
[“저번에 몰래 혼자 움직이고, 에우드를 슬쩍 만난 거 말고는 딱히 하는 짓은 없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지.”]
하워드도 베르네이도, 그런 루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워드 또한 사실, 루네의 ‘지하도서관’에 출입 가능한 인물.
예비 열쇠까지 받은 인물이었다.
학생회장이고, 베르네이와 뜻을 같이하고 있기에 당연했을까.
[“뭐, 진짜 큰일이 있으면 크로나스가 먼저 움직이겠지만. 그보다 지금은 그 다음이지.”]
“그 다음?”
“아하- 누님이 말하던 그 인물 말인가?”
하워드의 어리둥절과 반대로, 베르네이는 바로 알아챘다는 듯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인물- 아, 근데. 그걸 ‘인물’이라고 해야하나.”]
“……하긴, 조금 어렵긴 하겠군.”
“잠깐잠깐, 뭡니까.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두 분끼리만 계속.”
하워드는 보고되지 않은 상황에 안경을 살짝 매만졌다.
약간 짜증이 돋았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화들짝 놀란 베르네이가, 서둘러 설명했다.
“지금 이 아카데미. 알카라시아에, ‘해저드’가 도착했네.”
[“아무래도 정말, 그냥 놀러 온 거 같아서 놔두고 있지만.”]
“……엥?”
하워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해저드?! 그 ‘소멸의 비공정’을 관리한다는 세계의 왕들 말입니까?!”
“세계의 왕은 그들의 ‘자칭’이지만.”
[“자칭이지.”]
“애초에 그건 ‘세계의 왕’이라기보다도…….”
베르네이는 적절한 말이 떠올랐다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현 용왕국 황제에게 패배한 일곱 용’이라 함이 옳지.”
해저드. 세계의 왕(자칭).
인물(人物)이 아닌, 용물(龍物)이라 함이 옳았을까.
* * *
에우드는 솔직히 난감했다.
“우리 손주들! 우리 손주들!”
“아, 거, 그만 애 데리고 있으쇼! 나도 우리 아들딸들 좀 만지자!”
“할아버지가 용돈을 주려고 잔뜩 가져왔단다. 자자, 이걸 모두 한 주머니씩!”
“우와, 저거 셋이 합친 용돈이 아니었네……?”
“티아나, 봤었어?”
“아, 응. 아까 언니랑 막둥이가 대회 준비하고 있었을 때. 그때 로즈 할부지가 꺼내셨었어…….”
“로즈 할부지! 아아, 너무 행복하구나……!”
티아나의 귀여운 별칭에, 로즈벨드가 아예 녹아내리기 직전이다.
결국, 보다 못한 카틀레야 메이드들과 포에닉스 메이드들이, 삼남매에게서 로즈벨드를 떼어낸다.
할아버지의 뜨끈뜨끈함이, 아이들에게 가득 남아버렸다.
그래도 에우드는 내심 안도했을까.
에우드를 보고, 로즈벨드는 두 누나와 비슷하게 대해줬으니까.
오히려 차이가 있긴 한 걸까 싶을 정도로, 너무 애정을 줬으니까.
요 한동안 걱정했던 것이, 많이 가신 기분이었다.
그런 막둥이의 상태를 알아챈 티아나와 셀레나가, 에우드를 꼭꼭 쓰다듬어줬다.
“누나 말 맞지!?”
“응응, 에우드 괜한 걱정.”
“……진짜루.”
에우드도, 누나들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을까.
마치 정말 예전부터 애정을 준 할아버지처럼, 로즈벨드는 에우드에게도 애정을 팍팍 전했다.
그다음으론- 세실리와 로니아 이모들한테까지 꼭 안겨지기까지 했다.
이젠 아예, 세실리-셀레나, 로니아-티아나, 로로나-에우드.
이렇게 셋이서 삼남매를 쭈욱 안고 있었다.
“애들 너무 잘 낳았어…….”
“어머, 세실리 언니. 드디어 결혼의 의지가?”
“아직.”
“후후후.”
“애초에 좋은 남자가 없는걸~”
“찾아보면, 분명히 천생연분이 있을 거예요, 큰언니.”
“히이이잉~”
“세실리 이모. 조금 괴로워.”
자매간 대화 중 포옹이 강해지는 세실리에게, 셀레나가 얌전히 저항해봤다.
그런 중, 계속 자기 기회가 뒤로 밀리는 것에, 가레스는 삐진 듯 카틀레야 자매들에게서 휙 고개를 돌렸다.
“흥! 결국 우리 아이들은, 마지막엔 아빠를 고를 테지만 말이야!”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만.
따졌다간 뭔가 말이 길어질 거 같으므로, 삼남매 모두 잠자코 있었다.
페리아는 오랜만에 만난 에우드에게 꼭 붙어있으려는 건지.
에우드를 꼭 안은 로로나의 옆에서, 싱글벙글 보좌를 이어간다.
현재 장소, 포에닉스 가문의 숙소.
사실상의 별장 저택이다.(메트리 별장 저택도 이웃하고 있고)
잠은 셋 다 기숙사에서 잘 테지만. 그래도 오늘은 다들 오기도 했으므로, 이렇게 같이 지내고 있었을까.
셀레나와 에우드는 또, 내일부터 본선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느긋하게 있는 건 오늘 정도다.(예선의 피로를 풀 목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동행인인 카틀레야 가문을 제외하고, 또 한 명.
‘아인스 토르랑’도 이곳에 있었다.
지금은 아나트, 잭스와 함께 방을 빌려, 할아버지와 손주들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마, 덕담과 더불어 앞으로의 가문에 대해서 논의하는 거겠지.
그래도 잭스니까…….
에우드는 조금 걱정을 담아, 페리아에게 그에 대해 살짝 묻자-
“이젠 무섭지 않은 걸요?”
“그, 그런가요?”
“네! 그리고-”
페리아는 방긋 웃음을 더욱 키우며, 에우드에게 말했다.
“에우드 님이 있으니까요. 절대 무서울 일 없어요!”
역시, 이제는 녹색 메이드 페리아.
정말 씩씩하고, 심지가 굳다.
마리도, 매디도. 그런 페리아가 참 기특하다는 듯 바라봤다.
“셀레나 님도 정말 훌륭하셨고. 에우드도, 오늘 정말로 멋진 활약이었네.”
그리고 알베르토는 로로나에게 안긴 에우드의 머리를 폭폭 쓰다듬었다.
셀레나는 자신과 동생을 칭찬한 것에, 기분 좋은 콧바람을 퐁퐁 내쉰다.
오늘따라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어른들이 많았던 덕일까.
에우드는 괜시리 머리가 따끈따끈한 기분이었다.
“프란시느가 안 도와줬으면, 다 같이 큰일 날 뻔했지만요.”
참고로 프란시느는, 린드가드 가문 방문자들- 즉,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다친 것도 지금은 쌩쌩해져서. 기운찬 쫑쫑 걸음으로 다닐 정도였으니, 이제 너무 걱정은 되지 않았다.
여전히 에우드로선, 아쉽고 미안한 마음도 가득하지만.
알베르토는, 그런 에우드의 시무룩한 모습에 머리를 더 쓰다듬어줬다.
이런 마음의 따스함.
2년간 그 지옥에 있었을 텐데도- 항상 남을 걱정하는 착한 소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소년.
알베르토도, 괜시리 자신이 뿌듯해졌을까.
“후후, 제 아들이랍니다.”
“하하, 내 아들이기도 하지.”
로로나와 가레스가 그런 에우드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조금 뒤, 똑똑똑 노크에 이어 문이 기운차게 열렸다.
“-어머. 들어오자마자 사랑이 넘치네요.”
“플로라. 고생했구나.”
“에헤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레스 님!”
“소일이 잘 챙겨달라고 했는걸.”
플로라의 도착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일을 전부 다 끝낸 걸까.
제시카와 슈가는 아직 오지 않았다. 플로라가 학교 쪽에서 전해듣고 오기론, 아마 한 시간 정도 후면 일이 끝나고 올 거라고.
드로와의 경우 플로라와의 일이 끝남과 동시, 에이르나 가문의 분들을 만나러 갔다고 한다.
사실 이번 포에닉스 파벌 멤버 중, 가족이 안 온 건 플로라 뿐이다.
물론 플로라는 그런 거에 전혀 상관 안 했다만.
오히려 “못 오니까, 제가 생각한 사업 아이템, 웬만큼 다 들어주세요!”라고 되려 제안했다나.
역시 차기 케인즈 회장. 당돌하다.
그리고 티아나는 그런 플로라의 도착에,
“로니아 이모, 잠시-”
“아, 그래그래.”
로니아의 품에서 예의 바르게 나온 후.
쭈우우우우욱!!
“그야야야약!”
“플로라, 진짜!! 너 때문에 에우드 시작부터 탈락할 뻔했잖아!!”
“으아으아아! 그, 그건 저도 변명할 여지가 없네요오오오!”
오늘 호버 보드 룰을 가져온 장본인의 뺨을, 쭈욱쭈욱 늘려줬다.
“아, 아니 그래도, 티아나 누나. 이제 다 무사히 완료했으니까-”
“…….”
에우드가 조심스레 티아나를 말리자, 이번엔 셀레나가-
쭈우우우욱
티아나에 이어, 플로라의 뺨을 쭈우욱 늘렸다.
“괘씸. 차라리 말을 미리 하지.”
“으갸아아! 역, 역시 규칙상 전부 기밀이었으니까요오오! 하지만 죄송해요, 인정할테니까요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