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드도 검과 지팡이를 들어 전투 자세를 잡았다.?258회
개막258.
수많은 마력 폭발.
다섯 명의 동시 추격.
중계를 하고 있던 플로라와 피르티도, 그게 어떤 식으로 이뤄진 것인지 이해한다.
A블록 10대 귀족 파벌의 연합.
현재 클리어 스피어에 비춰지는 모습은, ‘선두 그룹 VS 후속 그룹’이었다만.
실제로는 아까 포위전과 마찬가지로, ‘10대 귀족 VS 중견 왕도 귀족’ 구도라고 해야겠지.
콜로세움과 거리의 시민들은 물론.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귀족들까지도, 이제부터 일어날 충돌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추격을 겨우 끝낸 다섯 명의 포메이션이, 폭발과 함께 흩어지는 그때.
“히, 히야아아악! 에, 에우드 님! 여러분! 도착 충격이 클 테니까, 다들 보드에서 안 떨어지게 균형 제대로 잡으세요!?”
“말 안 해도 알아!”
“드디어 따라잡았네~!”
“아핫, 바르탄 선배의 낯짝이 보여!”
“이제야 진짜 선두 그룹……! 그럼 이제부터는 저걸 제치고-”
최초로 선두 그룹과 맞붙은 건-
“-골로 향하도록 하죠!”
“치잇!”
콰아아아아아앙!!
에우드와 바르탄이었다.
폭주로 인한 후폭풍에 밀려 난 에우드가 검을 준비함과 동시.
바르탄 또한, 미리 뽑았던 검을 들어 에우드와 충돌했다.
양측의 검이 맞부딪혀, 투기를 수차례 충돌시킨다.
분명 호버 보드를 탄 상태에서의 충돌일 텐데도, 마치 투명한 지면을 밟고 있는 듯한 착각이었을까.
그 정도로, 에우드와 바르탄의 마력 컨트롤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는 이야기일 테지.
[“충, 충돌 개시!”]
[“선두를 이끌던 바르탄 선수와, 추격 그룹의 에우드 선수가, 마지막 국면의 첫 충돌을 알립니다!”]
[“그, 그와 동시에-”]
콰가가가가가가가강!!
그야말로 분진폭발을 일으키듯.
양측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캐애애애앵!
에우드의 공격을 겨우 버텨낸 바르탄은, 서둘러 호버 보드에 속도를 내, 에우드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헹, 괴물이군……! 그게 황금의 기사와 검신에게 키워진 역량인가!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당신이 이 그룹의 리더인가요!?”
“틀리진 않았다고 해두지!”
포위망을 짜던 상황과는 다르다.
골 지점이 그리 남지 않았다.
누가, 언제 선두를 차지해 골에 들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그렇기에 그 누구도 보드의 속도를 감속할 수 없었다.
바르탄 측도 당연한 것이, 서른 명 이상으로 ‘벽’을 만들던 상황과는 다르니 말이다.
지금 선두 그룹을 차지하는 열댓 명 모두, 아까 ‘막스’가 이끌던 그룹보다도 훨씬 역량이 뛰어나다만.
그래도 이런 3차원 레이스에선. 이 정도 수로 포메이션을 제대로 구축할 수 없다.
하지만 항상 최선이 아닌, ‘최악’을 제일 먼저 고려하는 바르탄이다.
자신의 동료들이 모두 경악하는 도중에도, 동요치 않고 지령을 내려간다.
“전원, 미리 전했던 번호대로 움직여! 1, 2번 메트리! 3, 4번 그리피너! 5, 6번, 린드가드! 7, 8번 이가리트! 9, 10번 포에닉스! 제이슨, 페니는 나와 같이 선두로 향한다!”
방금 분명 에우드와 충돌했다만, 바르탄은 절대 그 싸움을 이어가지 않는다.
사교회 대련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에우드다.
바르탄은 자신이 정면에서 붙으면 밀리리란 걸,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난전을 이용한 기습이면 몰라도, 이렇게 정면 승부 구도가 잡힌 이상. 또 익숙치 않은 필드인 이상, 바르탄 쪽에서 승기를 잡기는 어려우리라.
때문에 바르탄은 전투를 확실하게 피한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10대 귀족보다도 먼저 골에 도달하는 것’.
절대 레이스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에우드 또한 바르탄이 어떤 식으로 상황 판단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다.
눈앞의 전투에서 동요하지 않고, 오직 미션의 성사만을 노리는 자세.
그야말로 프로 헌터들과 같은 판단력이다.
에우드의 앞에, 바르탄의 명령을 받아 두 명의 학생이 가로막을 때였다.
“이런?!”
“다스트, 이 자식!? 우리의 견제를!”
퍼버버벙!!
아까 추격할 때 사용했던 ‘파이어 캐논’을 재차 발사해, 단숨에 에우드의 앞으로 들이닥친다.
“바르탄, 이 망할 새끼가!”
“다스트!”
“에우드, 비켜! 바르탄 그놈은 내가 족친다! 그리고 이름에 선배 붙여-!!”
“하! 다스트 글론 이가리트! 그리피너와 메트리 세력! 그놈들과의 데이트는 즐거웠냐!”
“너야말로 추종자 하렘이나 끌고 다니며 비겁한 수작질 부리지 말고-”
다스트의 검으로, 붉은 기운의 투기가 거칠게 타올랐다.
“-정면에서 붙어, 개자식!”
“바르탄, 페니! 먼저 앞으로 가라! 밀쳐내고 쫓아가도록 하지!”
“알겠어, 제이슨!”
콰아아아아앙!
다스트의 검에서 쏘아진 투기의 불길을, 제이슨이 재빨리 치고 나와 맞받아친다.
다만 그때, 선수가 아닌 또 다른 존재감이 전해졌다.
“이런?!”
“골렘들은 여전히 남았나, 짜증 나게!”
붉은색의 골렘과 골렘 버드들.
2구역보다도 더욱 성능이 높아진 레이스의 장애물들이, 에우드와 다스트, 그리고 바르탄 패거리 사이로 공격을 가해간다.
그 틈을 타, 바르탄과 페니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제이슨 또한 좋은 기회에 씨익 웃으며, 다스트를 떨쳐내 선두에 합류한다.
에우드는 이 사태가 설마 또 루네인가 싶었다만-
[“아냐아냐. 이번 건 3구역 골렘의 매커니즘! 2구역보다 더 매섭게! 선수들을 전력으로 공격하게 되어있어!”]
“그렇구나- 아니, 잠깐! 카카 너 왜 여기 있어?!”
분명 아까 골렘들 사이에서 에우드를 응원하던 카카가, 어느새 어깨에 붙어있었다.
[“에헤헤! 이 골렘 저 골렘 타고 다니다가, 겨우 에우드 어깨에 도착했다!”]
푸푸와 나나는 놓고, 혼자 날아온 건가.
[“아, 붉은 골렘은 3배 빠르니까! 조심해!”]
“어쩐지 속도가 다르다 싶었어!”
에우드의 어깨에 웬 픽시가 올라탄 만큼, 혹시 알아채는 이들이 있나 싶었다만-
다행히 인식저해 마법이 단단히 먹힌 덕인지.
그 이상으로 십수 명이 맞붙는 난전 덕인지, 알아채는 이들은 없었다.
“저놈, 혼잣말로 뭐라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오히려 탈락시킬 좋은 기회지!”
오히려 에우드가 카카에게 소리친 것도, 혼잣말하는 거로 보인 듯했다.
재빨리 클리어 스피어를 보자, 그쪽에도 비치지 않았다.
“풉!?”
“-으아!”
다만 마안을 가진 트루스는 알아챈 거 같다.
에우드를 보고 순간 뿜을 뻔한 것을 겨우 참고, 이어서 공격해오는 두 명의 학생을 마법으로 밀어낸다.
에우드의 앞에서도 두 명의 학생이 연격을 가해간다.
“‘리퀴드 임팩트’!!”
“!?”
“뭣!?”
당연하지만, 에우드도 여기서 발이 묶일 생각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등의 홀더에 고정한 리퀴드 팽을 쥔다.
퍼어어엉!
퍼어어어엉!
리퀴드 볼의 위력 강화형.
두 개의 두터운 물의 뭉치를 만들어내, 그것을 두 학생에게 폭발적으로 쏘았다.
그야말로 포탄이 밀려 들어오는 충격에, 두 학생도 순간 연계가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유효타아아앗!”
“크어어어억?!”
퍼어어어어억!!
가속해 온 프란시느가, 에우드의 앞을 막던 두 학생 중 하나를 단숨에 제압했다.
프란시느 쪽에도 공격하던 두 명이 있었다만. 프란시느는 그들을 순식간에 제쳐, 에우드에게 합류한 것이다.
에우드도 재빨리 보드를 가속했다.
팀업했던 동료가 추락하는 모습에 정신 팔린, 남은 한 명.
에우드는 그 사각으로 파고들어, 신속히 상대의 보드를 베어버렸다.
촤아아아악!
“으어, 어?! 아아아?!”
포에닉스의 검에 반듯하게 베어진 보드와 함께, 그 또한 동료의 뒤를 이어 추락한다.
이어서 다시 붉은 골렘들이 공격해오는 그때.
“‘고르곤’!”
트루스 쪽에서, 이번엔 자신의 시야 범위 전체로 마안을 기동시켰다.
‘마력의 탄환’. 그리고 ‘마력에 영향을 받는 골렘들’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한다.
그 마력의 탄환과 골렘들을, 악시우스가 고속으로 화살을 쏴, 전부 요격한다.
“자자, 악시우스 선배님의 화살, 갑니다!”
촤자자자자작!
이미 포위전과 추격 중 협력한 덕일까.
지금 다섯 명 모두-
‘서로 이번 파벌 싸움의 정상을 차지하려는 적대 세력’이라곤 생각 못 할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았다.
“뭐, 뭔데?! 이것들 대체 연계가 왜 이렇게 잘 돼?!”
“아까 같이 움직인 것도 그렇고! 얘네들 서로 적 아니었어?!”
“야, 팀업 무너트리면- 으아악!?”
솔직히 이들이 쫓아올 거란 이야기는, 바르탄이 미리 했었다만.
이 정도로 이들의 호흡이 맞을 줄은. 또 이 정도로 협력을 유지할 줄은 몰랐을 테지.
이곳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파벌 간부급이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최상위’에 위치한 이들의 연계는, 역시 상대하기 버거웠을까.
전투 센스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선두 그룹을 차지하고 있었을 학생들은, 10대 귀족 파벌의 연계 공격에 차례차례 탈락해갔다.
물론 쉽사리 당하지 않는 이도 존재한다.
“악시우스의 화살을 튕겨 내!”
“급조된 연계에 현혹되지 마!”
“트루스한테는 물리 공격으로 몰아쳐!”
각 파벌의 리더 급인 학생들은, 결코 한두 번의 충돌로는 탈락하지 않는다.
매년 파벌 대전이 성행하는 아카데미의 특성상 당연.
그 파벌 대전을 이끌어야 할 각 파벌의 리더라는 건, 아카데미에서도 보증된 강자들이다.
중견 파벌이라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하핫! 네놈들의 연계는 예상외였지만……!”
바르탄은 곧장 골을 향해 질주하며, 10대 귀족들을 향해 조소를 던진다.
“그래도, 본선 진출자는 우리들이다!”
“지랄 마라! 바르탄!”
골렘과 골렘 버드들을 피해 질주한 다스트가, 세 선두를 향해 투기의 검을 다시 휘둘렀다.
충돌. 연격. 마지막 직선 코스만을 코앞에 남겨둔 채, 뒤엉키듯 맞붙어간다.
그때, 클리어 스피어에서 ‘C블록’의 상황이 추가적으로 전해졌다.
[“A블록, 마지막 난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C, C블록! 이건 설마!”]
도로의 클리어 스피어 다수가, 화면을 C블록으로 바꿨다.
거기에 보이는 건 두 전사-
검은 사자, ‘칼투스 반타레오’.
라넌큘러스 후보, ‘에이트리 액티마일’.
그야말로 거인 VS 난쟁이라고 보일 정도의 충돌이었다.
* * *
“우오오! 무례한 사자 자식!”
“크으으윽?!”
“칼투스?!”
“칼투스 리더!!”
사자 투기를 내질렀음에도, 에이트리는 멀쩡했을까. 거대한 대검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며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수차례의 충돌 끝에-
“뭣이?!”
무려 칼투스의 호버 보드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마력이 새어나가기 시작한 호버 보드의 출력은 감소했으며-
“-우라아아아앗!”
“쿠허어어억!?”
에이트리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마력 경화로 방어했으나, 엄청난 질량이 칼투스를 밀어붙인다.
심지어 엄청난 무게의 무기를 휘두르고 있음에도, 에이트리의 밸런스는 전혀 무너지지 않는다.
끝내, 칼투스의 몸이 보드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 이럴 수가……!? 이럴 수가!”]
[“검은 사자의 리더, 칼투스가! 밀려났다!?”]
[“보, 보드가 붕괴했습니다-!”]
보드의 붕괴와 동시, 거침없는 추락.
명실상부한 본선 진출 최유력 후보 중 한 명이, 한 난쟁이에 의해 예선 탈락을 해버렸다.
검은 사자 파벌들 모두, 이 사태에 탄식을 내버린다.
“어흐으으응! 이 칼투스 바보 자식-!! 방심하고 매번 정면에서 붙으려 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느냐!!”
콜로세움에서 한 ‘검은 사자 중년 남성’이, 클리어 스피어를 향해 어흥소리가 울린다.
“칼투스 씨가, 한 번에……!”
“라다루스 님! 저 난쟁이에게서 거리를 벌리세요! 조금만 방심하면, 또 광범위 공격이 올 겁니다!”
에이트리에게 견제를 이어가며, 라다루스와 유리카 또한 가속을 시작했다.
또 칼투스의 탈락에 반응해 추가로 가속하는 것은,
“으어어, 저 난쟁이 괴물이네, 진짜!? 근데 A블록은 또 왜 저래!? 악시우스, 위험한 거 아냐!?”
바로 소벨 아이롱.
그리피너 파벌의 넘버2였다.
“우하하! 봤냐, 사자 자식! 그리고 다음은, 흐응, 금발! 너냐-! 원한다면 상대해 주지! 같은 난쟁이로서!!”
“……응?”
“엥?”
그리고-
라다루스는 지금 들려온 말에, 어리둥절 고개를 삐그덕 돌렸다.
“네? 저요? 제가요? 난쟁이요?”
“응? 금발 너, 나랑 같은 난쟁이 아닌가?”
에이트리는 보드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라다루스를 보곤 말했다.
“나랑 키가 비슷하길래. 난쟁이라 생각했는데?”
“…….”
라다루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12살이라고……! 아직, 키! 잔뜩 클 나이라고!”
“에엥. 난쟁이가 아니라 그냥 나이가 꼬맹이였구나. 쳇, 괜히 동질감을 느꼈군.”
“우갸아아! 이 사람! 이 난쟁이! 짜증 나요, 우어어어!”
“아앗, 라다루스 님! 지금은 일단 냉정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결국 라다루스가 잔뜩 심통이 나버렸다.
“하하! 쪼그만데 기세만큼은 우리 ‘와드 노움’ 일족과 동등하네! 그건 인정해주마, 금발!”
“라다루스 에메스 라그나릴이다, 이 망할 난쟁이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