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귀족 파벌의 리더 넷. 그리고 멤버 하나가 한 곳에 모였다.?255회
개막255.
막스를 비롯한 ‘포위망 담당’들은 모두 당혹스러웠을까.
에우드는 분명 정체 모를 트러블로, 전 블록에서 가장 늦게 출발했을 텐데.
그런데 이렇게 빨리 추격해오다니.
포위했다곤 해도, 아직 이 상황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 위치는, A블록에서도 ‘최선두’는 아닐지라도 ‘선두’엔 해당하는 구간이다.
그것을 홀로.
그것도 뒤에 있는 수많은 학생과 장애물을 제치고, 순식간에 도달했다는 거다. 포위 인원 중 한 명을 떨구면서까지.
“-흥.”
물론- 당혹스러울지언정, 비현실적인 일은 아니다.
애초에 막스 또한 4학년.
또래의 수많은 강자를 봐온 경험자다.
게다가 상대는 그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가 직접 고른 양아들이고.
이런 규격 외의 사태는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이라 해야겠지,
오히려 이번 A블록의 10대 귀족 리더.
그들이 모두 모였다면 더 다행이고.
“막스.”
“알고 있어.”
그렇다면,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은 분열이다.
막스는 동료가 부르는 것에, 씨익 웃음을 지었다.
“뭐, 우리도 냉혈은 아니야. 욕심쟁이도 아니고.”
“아앙? 얜 또 뭐라는 거야.”
“특별히 너희와 거래해 준다는 거지.”
당장이라도 무기를 휘두르려는 다스트를 향해, 막스는 음흉한 웃음으로 말했다.
“어차피 지금 ‘골을 노리고 있는 건’. 바르탄, 제이슨, 페니. 이렇게 셋이지.”
이번 레이스는 ‘선착순 4명’이 본선의 진출 컷이다.
“애초에 우리들도, 바르탄도. 네놈 중 한두 명 정도는 본선에서 털고 싶다는 의견을 냈었거든.”
즉, 막스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한 자리는 비어있다.’
‘한 놈은 보내주마.’-라고.
“아하, 우리가 예선에서 전부 다 비겁한 방식으로 떨어지면, 본선에서 ‘실력을 과시할 상황’이 안 만들어지니까?”
“그거지, 트루스 심 메트리. 이해가 빠르군.”
“…….”
“우리도 귀족. 약속은 지키지. 지금부터 한 명 정해라. 너희 다섯 중 한 명. 마지막 ‘3구역’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는 쫓지 않고, 공격하지 않는다.”
“거, 되게 고마운 제안이네.”
당연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악시우스는 웃으면서도- 웃지 않는 표정이었다.
“자, 정해라. 누가 추하게 도망가고. 누가 이곳에 남아 탈락할 것이냐!”
“뭐, 누구도 도망치지 않고, 전원 탈락해도 우린 딱히 손해 볼 건 없지!”
“네놈들이 없어도, 다른 블록에서도 ‘추하게 생존시킬’ 테니까!”
막스를 시작으로, 다른 학생들 또한 모두 검과 마법을 재차 겨눠간다.
한 명이 빠지는 그 즉시, 총공격을 시작한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아니아니, 뭔 개소리래요.”
“!!!!”
“……흐응!”
수초 간의 대치 상황.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에우드였다.
에우드는, 어느새 검을 들어 포위 인원들을 향해 겨눴다.
“포위망에 제 발로 들어온 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냥 지금 포위한 사람들 전부 쓰러트리고 가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죠, 프란시느?”
“네, 넵! 진, 진짜로 놔준다는 보장도 없고. 어차피 이미 한 번 이렇게 저질러준 거…….”
에우드에게 동의한 프란시느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이번 레이스 중, 언제든 다시 방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일, 일단 여기서 처리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하하하하!”
두 후배의 당돌함.
아니, 그 이상으로 살벌한 말투에, 악시우스도 역시 웃음을 막지 못했다.
“좋아, 대답 너무 좋아, 아아, 역시 포에닉스 파벌. 너무 마음에 들어! 에우드 군, 프란시느 양! 그래, 이 상황은 애초부터 이지선다 따위가 아니지!”
악시우스 또한 들고 있던 두 자루의 단검을 합쳐간다.
특이한 구조의 단검이 서로 합쳐지자, 언젠가 파벌 대전에서 사용한 철궁이 만들어졌다.
‘소드 보우’.
이 아카데미에서 악시우스만이 유일하게 다루는, 특이 무기였다.
“삼지선다로 하자고. ‘네놈들 전원, 여기서 끝낸다’!”
“-저도 세 사람한테 동의~ 자, 그럼 다스트 형은요? 모처럼 자비를 베풀어준대잖아요? 눈 딱 감고 한 번 받아주는 게 어때요?”
“지금 나는-”
트루스의 비꼬는 말투는, 다스트로선 이미 신경도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저 주제도 모르는 새끼들한테 매우 짜증이 나고 있으니까, 닥치고 있어……!”
“우와, 얼굴 무셔~”
그저 이전부터 짜증 났던 ‘워스레인 라인’의 귀족들에게, 분노를 쏟을 준비만 하고 있다.
“네놈들 전원, 여기서 털어주마!”
“전원, 여기서 조지고 굴욕을 준다~”
“아하하! 전원, 여기서 끝낸다☆”
“유효타!”
“빨리 끝내고 앞으로 가야죠.”
“-그럼, 원하는 대로 해주지, 네놈들 모두 여기서 굴욕적으로 탈락이다!!”
“한 명 당 다섯씩 붙어서 마크해! 나머지 추가로 견제 및 강습 개시!”
“우오오오오!!”
콰가가가가가강!
10대 귀족 VS 중견 및 왕도 파벌- 양측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 * *
[“우, 우오오?! A블록, 그룹 충돌 개시!”]
[“포위망을 구축한 학생들이, 일제히 총공격을 감행합니다!”]
A블록의 상황은, 당연하지만 콜로세움과 거리에도 전해졌다.
선두를 차지한 바르탄.
우승 후보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포위.
다른 블록에서도, 여러 파벌의 연합이 차례차례 우승 후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발목 잡으면 뒤진다, 네놈들!”
다스트는 험한 말과 동시에, 마법의 파상공격을 향해 돌격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협력한다는 의미다.
“거, 되게 말 험한 사람이네!”
“다스트는 옛날부터 저래서! 이해해줘, 에우드 군. 그래도 나쁜 앤 아니니까!”
“고, 공격이 와요!!”
레이스가 시작된 지 10분. 중반부에 들어선 예선.
그 사이, 이미 모두 이번 전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이해하고 있었다.
기절하기 이전에, 보드가 부서지거나, 추락하는 것이 탈락 조건.
아까까지 골렘이나 골렘 버드들에게 당하거나, 충돌로 인해 탈락한 학생들 모두, 충격으로 균형을 잃거나 보드가 파손된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했을까.
막스와 그 패거리들의 신호를 받은 포위망의 공격은-
“보드만 노려!”
“아무리 저놈들이 날고 기는 놈들이라 해도, 보드에서 떨어진 순간 탈락이다!”
대부분이 다섯 명의 호버 보드를 향해.
혹은 균형을 뒤흔드는 식으로 공격을 가하려고 했다.
그것이 정석. 이 레이스에서 학생들이 파악한, 전투의 기본 전술이다.
“-일단 저쪽에서 다섯씩 마크한다 했으니까. 한쪽은 다스트가 알아서 처리할 테고~ 그러면…….”
“적어도 한 명 당 다섯씩 처리해야지. 프란시느, 한 번에 가죠!”
“네, 에우드 님!!”
똑같이 검을 든 학생들의 돌격에, 에우드와 프란시느가 검을 휘둘러 대응했다.
카아아아아아앙!
“잠깐, 힘이……!”
에우드의 검을 받아낸 학생은, 팔 끝에서부터 몰려드는 압박에 경악했다.
그야말로 거대한 바위의 충돌이었을까.
아니- 바위로 표현할 것이 아니다.
괴물이다, 이건.
“어, 어어?! 어어어억?!”
“야, 야!? 포에닉스 막내랑 정면대결 하지 마! 저놈의 힘은 칼투스 이상-”
콰아아아아아앙!
“쿠헉?!”
“이런, 망할……!?”
에우드의 검에 밀린 학생은, 순식간에 코스 건물의 벽까지 밀쳐졌다.
호버 보드에 탑승하는 만큼, 전신에 마력 경화는 걸려있었다만. 그 공격의 반동은 전부 흡수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만 호버 보드는 다리에서 떨어져, 곧바로 탈락.
“정면승부는 피해! 보드만 노리라고!!”
그리고 동료의 탈락에, 재빨리 에우드에게 재차 파상공격을 걸려던 그때-
“균형만 흔들면, 충분히 이길- 이런?!”
퍼어어어억!
순식간에 다가온 살기에, 그제야 ‘공격을 당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구헉?!”
“유효타!”
“!!!”
퍼버버버어억!
이어서 너무나도 빠르게 들어온 프란시느의 연격에, 결국 이렇다 할 대응도 하지 못하고 추락해버렸다.
당연하겠지.
프란시느 린드가드. 포에닉스 파벌에선, 다른 쟁쟁한 인물들 때문에 크게 눈에 띄진 않은 소녀다만.
이 소녀 또한, 그 ‘포에닉스의 검성’에게 유효타를 따낼 수 있는 쾌속의 검사다.
“-후우, 일단 서로 하나네요.”
“네, 에우드 님! 유효타, 네 번 남았어요!”
“야, 트루스. 너도 팍팍 움직이라고.”
“당연하지, 우리 다과회 멤버들이었던 에우드랑 프란시느가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지이이잉.
트루스 또한 마안을 드러낸다.
“나도 열심히 한다고.”
포위한 이들 모두가, 세 1학년의 살기에 오싹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스트의 뒤를 따라 움직였던 악시우스 또한 활시위를 잡아당기며 전투를 개시했다.
“그럼, 이런 불안정한 발판에서 쏘는 건 처음이다만……. 다 좋은 경험이지. 해볼까, 한 번.”
좌아아아악-
“악시우스 선배랑 다스트 선배, 후배들 앞인 만큼 열심히 할게~”
“내 이름은 왜 말해? 우왁!? 악시우스 너 왜 이쪽으로 후진하는 거야!?”
“발사~!”
콰아아아아아앙!!
* * *
“이, 이건 역시-”
“괴물이잖아!!”
그 무렵 타 블록 또한 전투가 한창이었다.
현재 위치, B블록.
중견 및 왕도 파벌의 포위 포메이션 자체도 완성되었음에도. 역시 ‘그 상대’가 문제였을까.
“비켜.”
“-구허어어억!?”
콰아아아앙!
포에닉스의 검성이 내는 속도는, 쉽사리 포위망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작전대로 다수의 인원이 마크하여 가로막았지만, 조금의 틈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노려 빠져나간다.
만약 겨우 속도를 맞춰 막아서면, 순식간에 검으로 밀쳐버린다.
말이 포위망이지, 현재 B블록 포위망은 거의 셀레나에게 끌려가다 시피 움직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초고속.
대체 오늘 처음 탑승했을 보드에서, 어떻게 저 정도의 속도가 나는지 의심될 정도의 테크닉.
“첫째인 내가 동생들한테 모범. 1등 먹을 거야. 후응.”
중견 파벌이든 왕도 파벌이든, 모두가 실감했으리라.
셀레나가 가진 ‘황금의 기사’의 피. 거기에 담겨진 천부적 재능이란 걸.
그리고 포에닉스의 검성만이 아니다.
키루미나와 사울드. 아루니까지.
이 푸른 늑대들도, 엄청난 운동신경을 이용해 더더욱 가속해간다. 마치 맹수들이 하늘을 누빈다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C블록에선 아예 예상 못 한 사태가 일어났다.
“전부 수작 부리려 하는 거지! 아하하! 알아챘어!”
“!!!”
C블록- 에이트리를 포함하여, 라그나릴, 검은 사자들을 포위여 공격하려던 그때.
에이트리의 주변에서, ‘원래 들고 있던 소검’ 이외의 무기들이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흡사 ‘패밀리어의 소환’과 비슷했으리라.
“하지만 나도 라피스 공주님이 보고 계셔서, 나도 좀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거든!!”
“잠깐, 뭐야, 저거!?”
“무기를…… 소환했다고!?”
에이트리는 품에서 나온 무기 중, 가장 긴 검.
자신의 두 배 길이쯤 되는 대검을 손에 쥐었다.
“최대한 화려하게 가야지!”
“유리카, 하강해요! 어서!”
“라다루스 님!?”
“어흥, 검은 사자, 피해라!”
에이트리가 검을 휘두르는 즉시.
선두에서 달리던 라다루스와 칼투스가, 뒤이을 상황을 이해한다.
에이트리의 대검이, 그 본래 크기보다도 더욱 넓게 투기를 둘렀다.
“‘와드 노움 식, 거인살’!”
콰아아아아앙!!
너무나도 거대한 투기의 검이, 코스를 가로로 베어버렸다.
포위망조차 무색해질 정도의 범위 공격이, 코스를 강타한 것이다.
“으아아악!?”
“갸아아악!?”
“꺄아아악!?”
[“와아아악!? C블록, 단숨에 선두 그룹 스무 명이 탈락했습니다!?”]
당연하지만, 그것을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은 전원 탈락.
투기의 칼날에 밀쳐져, 벽에 박히거나 바닥으로 추락했다.
플로라의 경악은, 관객들의 경악과 동일했으리라.
C블록의 중견 세력 지휘를 맡았던 왕도 파벌의 여학생, 캐롤은 이 상상도 못 한 결과에 전율했다.
“포, 포위망이, 다 무너졌어……?!”
원래는 포위망을 구축한 후, 재빨리 선두로 나갈 역할이었는데.
벽이 될 포위망은 그 대부분이 무너졌다.
이래서야, 우승 후보들을 향한 집중 마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오, 피한 애들도 꽤 있네. 하하, 대단한데!”
에이트리로서는 주변 전원을 탈락시킬 생각이었는데.
무사히 공격을 회피하고 다시 추격해오는 인물들이 의외로 있었다.
그중 독보적인 것이 바로, 라다루스와 칼투스였으리라.
“역시 라넌큘러스 후보……! 보통 능력이 아니네요!”
“어흐으으응! 재밌군! 에우드만큼 만만치 않은 놈이야, 네놈도!”
“아아앙?! 놈?!”
“어라, 잠깐-”
“이, 이 난쟁이 애는 여자애예요, 칼투스 씨.”
“그, 그랬냐?!”
사실 라다루스도 소문을 제대로 듣기 전까진 몰랐다만.
“으이이익! 이 사자 자식, 혼내줄 거야!”
“라다루스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