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51화 (249/264)

?251회

개막251.

대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제3 콜로세움으로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물론 콜로세움은 어디까지나 ‘열여섯 명의 진출자’들이 도착하는 장소.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선, 오히려 거리의 축제를 즐기며 대회를 보려는 이들도 많았다.

특히나 사전에, ‘코스에서도 끝까지 관람이 가능’하다고 전했고.

‘레이스 코스’로 이용되는 범위만 아니면, 평범하게 식사를 하거나 음료 따위를 마시면서 대회를 즐기려 한 것이다.

뭐, 귀족들의 경우 그런 거리 문화와 관계없으니까. 다들 제3 콜로세움에 들어가 있었지만.

귀족들은 저마다, 콜로세움 2층과 3층에 준비된 특별석에 차례차례 착석했다.

그런 귀족들의 목적은 제각각 달랐을까.

누군가는 자신의 귀족 자녀들을 응원키 위해.

누군가는 그저 정치적 목적과 커넥션을 위해.

또 누군가는, ‘차기 귀족계의 강자’가 누구일지 미리 확인키 위해.

그것이 기대인지. 아니면 견제인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유그라시아의 모든 재능의 충돌하는 아카데미에 모여간다.

“엄청나군……! 저 귀족분들의 전용석을 봐.”

“가레스 님과 데우트 님!”

“황금의 기사 중 무려 두 분이!”

“다른 한쪽에는 솔렌 님도 있어!”

학생들의 무투대회라고만 말할 수 없는 위압.

실종된 황금의 기사- 리퀴아 데몬러커를 제외한 황금의 기사 집결.

특히 그중 세 사람, 가레스, 데우트, 솔렌의 아이들이 출전했기 때문일까.

귀족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대회는 사실상 ‘2세 싸움’이라 불릴 정도의 기대감을 주고 있었다.

물론 황금의 기사들만이 아니겠지.

라그나릴의 가주, 펠리노어 에메스 라그나릴에, 현재 차기 연금술 길드 마스터로 유력한 카밀라 에메스 라그나릴.

그리고- 이가리트 측에서 보낸 참관인단까지.

10대 귀족 측 참관인들은, 저마다의 존재감을 뿜어내며 VIP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관람석의 또 한쪽에는, 귀족들만이 아닌 ‘타 종족’의 요인들도 있었다.

푸른 늑대 일족. 검은 사자 일족.

온트라스 왕가 선발단에, 난쟁이들까지.

수많은 장소에서 다양한 종족의 인물들이 모여있었다.

평소 다른 종족을 많이 보지 못하는 시민들은, 그 광경에 모두 감탄을 보냈을까.

다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현재 가장 시선을 모으는 건 역시-

“저기 봐!”

“아카데미 특별참관단 측!”

“사프라 참관단!”

“라피스 공주님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미 유그라시아에서까지 엄청난 민심을 얻은 여성.

사프라의 제2왕녀, 라피스 엘런시아 사프란이었다.

라피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민들과 귀족들을 향해 손을 다소곳이 흔들었다.

분명 저 멀리 떨어져 잘 보이지 않을 텐데도, 기 기품과 후광은 퇴색되지 않는다.

성녀라 불리는 여성의 자그만 인사에, 관객석은 순식간에 녹아내릴 기세로 매료되어간다.

시민도, 귀족도, 수인, 엘프, 난쟁이, 누구할 것 없이 그 웃음에 얼굴을 붉혀버린다.

물론- 10대 귀족급 인사들은 딱히 거기에 반응하진 않았다.

너무나도 많은 본성을 숨긴 성녀를 보며, 그저 가식적인 웃음 지을 뿐.

“티아나, 그 뒤로 접촉은 없었다고 했지?”

“응, 전혀. ……에우드는 그 난쟁이하고 또 한 번 더 만난 거 같지만.”

“난쟁이 쪽은- 뭐, 너무 신경 쓸 건 없겠지. 그리 머리 좋은 애는 아니니까.”

“그 아이는, 순수하다 해야 할지 멍청하다 해야 할지. 좀 신기한 애였으니 말입니다.”

“강한 건 진짜지만. 뭐, 오늘은 셀레나랑도, 에우드랑도 붙을 일 없으니까. 신경 쓸 건 없지.”

VIP석에 모여 앉은 포에닉스 일가는, 저마다 사프라 측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흥…… 너무 보기가 더럽군. 저 여자는.”

“그렇네요, 아버지. 마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대충 느껴져요.”

“저건 인간의 분위기가 아니에요.”

카틀레야 측- 로즈벨드와 세실리, 로니아 또한, 본능적으로 라피스의 본질을 눈치채간다.

“…….”

“얘, 로로나. 그렇다고 대놓고 노려보면 안 되지!”

“앗, 로니아 언니. 저도 모르게.”

로로나는 순간 마안을 켤 뻔한 걸 서둘러 거뒀다.

아들딸들의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인물이 보여서일까.

로로나의 신경은, 한 시간 전보다도 훨씬 곤두서 있었다.

가레스는 함께 앉은 노년의 남성-

아인스 토르랑에게 말했다.

“-‘아인스 옹’은 불편한 점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흥, 네놈이 여기까지 끌고 왔으면서. 이제 와서 그딴 말 하지 말게.”

“그래 말이야, 아인스가 참 말을 잘해줬네.”

“아, 장인어른은 상관없잖습니까!”

“이 뺀질이 능글이한테 좀 몇 마디 더 날려주게, 아인스!”

“……내 며칠 전부터 헷갈리는 건데, 자네들은 진짜 장인어른과 사돈 관계가 맞나?”

일단은 맞습니다.

결국 로로나가 뒷통수를 칠 기세로 팔을 들어 올리자, 두 남자 모두 입을 꼭 다물었다.

둘의 칠칠치 못한 모습에, 알베르토는 잠시 헛기침을 하곤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인스 자네도 손주들의 시합은 보고 싶었잖나?”

“한 놈은 딱히 기대는 안 하지만. 흥.”

아인스는 싹수가 노란 손자 놈을 생각하며 코웃음을 쳤다.

물론 이런 아인스도, 다른 한 손녀에 대해선 내심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아나트 양은, 분명히 잘 할 걸세.”

“……알베르토 네 녀석이 말하지 않아도. 콜록. 알고. 콜록, 있네.”

아인스는 기침을 수차례 반복했다.

몸은 여전히 좋지 않다.

원래는 계속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일부러 이곳까지 오게된 것이니 말이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포에닉스의 메이드들이, 그런 아인스에게 서둘러 진정요소가 담긴 약차를 전해준다.

“콜록콜록, 다들 고맙네……. 후우우……. 그 애는 열심히 하는 애니까. 흥, 뭐. 이번엔 못난 오빠도 마음가짐이 달라진 거 같으니. 아주 조금은 기대해도 되겠지만.”

현 토르랑의 임시 가주이자, 아나트와 잭스의 할아버지.

아인스 토르랑은, 약차를 마시며 몰래 손주들을 향한 작은 응원을 전했다.

* * *

그리고 다시 사프라 측의 특별참관석.

라피스는 정교한 가면 같은 웃음 뒤로, 지루함을 가득 표했다.

라피스에게 있어서 이런 기다리는 시간은 여흥조차 되지 못한다.

자신에게 환호하는 시민들조차, 게임판의 말로밖에 안 보는 여성이니까.

수많은 찬양이 들려오지만, 라피스의 귀에 들어오는 건 단 한 글자도 없었다.

물론 그 사이에서, 현 황금의 기사들, 그리고 카틀레야가 보내는 시선도 느꼈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건, 듣고 싶은 건, 너네가 아닌걸.’

전부 다, 라피스에겐 필요 없는 관심이었다.

기다리는 건 오로지 하나일까.

관객들에게 인사를 마친 라피스는, 자리에 앉아 대진표를 황홀하게 바라봤다.

“-라피스 너도 참, 잘도 연기한다니까.”

“에이, 메이도 칭찬은.”

“……혹시라도 케이오스가 나보고 너처럼 연기하라고 하면, 난 절대 못 한다. 당장 도망칠 거야.”

“후훗, 네가 성녀 연기라니, 케이오스가 빵 터지겠는걸.”

그리고 라피스의 옆.

사프라 측의 ‘호위역’으로서 함께 앉은 갑옷의 전사-

-로 변장한 머더 메이지는, 여전히 질린다는 듯 라피스를 바라봤다.

“이참에 너도 한 번 기대해보라고. 메이, 너한테도 에우드는 의미가 크잖아?”

“…….”

인식저해를 걸어둔 투구의 바이저 아래로, 머더 메이지는 눈웃음을 살짝 지었다.

“하긴, 저번 습격 때는 ‘레드 문’ 그년의 수습을 하느라 제대로 못 붙었으니까.”

“레드 문은 좀 별난 애니까~ 우리 애들 말 참 안 듣지~?”

“전부 다 별나지. 전부 다 말 안 듣지. 너 포함해서.”

“으응, 안 들리는데~”

“넌 무슨 유치하게 말싸움하는 꼬맹이냐.”

매직 아이템으로 인해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대화를, 두 괴물은 서로 조용히 나눠간다.

수십 분 뒤, 제3 콜로세움 관람석의 최상단.

아카데미 교수들이 참관하고 있는 그곳에서, 한 남자가 일어섰다.

일어선 것은 베르네이 알페일. 현 아카데미의 학장.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관객들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겠지.

때가 무르익은 것이다.

곧, 베르네이는 자신의 옆에 뒀던 지팡이를 들었다.

알페일 가문에 내려오는 비보급 지팡이, ‘클리어 바이스’.

베르네이의 주무장이자, 이번 대회의 진행을 위해 필요한 물건이었다.

“모두들, 협력을 부탁하네.”

“옙!!”

베르네이의 요청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1급 교수들이 모두 마법을 준비해간다.

그것은 합동 마법이라 불리는 경지였을까.

수많은 마법사가 ‘같은 주문의 마법을’ 동시에 발동하는, 마법의 높은 경지 중 하나였다.

“‘클리어 스피어’.”

지이이이이이잉-!!

그 순간, 아카데미와 알카라시아 곳곳에 숨겨진 매직 아이템들이 반응한다.

베르네이를 중심으로 하여, 1급 교수들의 마력을 받아 기동을 개시한 것이다.

곧 제3 콜로세움 위로 나타난 것은, 거대하고도 투명한 다수의 구체였다.

제3 콜로세움만이 아니다.

현재 A~D블록의 코스로 예정된 거리에도, 곳곳에 구체가 나타났다.

크기 차이는 있지만, 그 마력과 기능은 동등.

거리 곳곳에 있는 시민들도, 눈앞의 현상에 차례차례 경악해갔다.

곧, 투명한 구체 위로 ‘영상’이 전송되었다.

아카데미 전역에 퍼져있는 픽시들이, 시야를 전송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리의 ‘클리어 스피어’ 위로는, 제3 콜로세움의 상황이 일제히 전해졌다.

[“그럼 지금부터, 뱅퀴시 개막선언을 시작하겠네-!!”]

“!!!!”

소란스러웠던 경기장이,

이 아카데미와 알카라시아 거리가 더더욱 환호로 뒤덮여간다.

“분명 규모가 규모인 만큼, 베르네이가 직접 영상 마법을 사용할 거라곤 생각했다만……!”

“이 정도로 완벽한 완성도라니!”

“합동 마법에, 영상 마수정과 확대 영사기 구조를 활용한 마법! 게다가 아카데미에서 비밀리 살아간다는 픽시의 시야까지 더한 건가……!”

“10년 전 레이스 대회 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더 정밀해졌어! 규모도 훨씬 커졌고!!”

“역시 베르네이 알페일! 괴짜라고 불리는 남자답군! 이 10년 동안에도 마법 개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간 거야!”

마법의 구조를 이해한 이들은, 저마다 베르네이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이전부터 공식전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베르네이이니 말이다.

공식전 중계를 위해 이런 대마법의 개발을 이어가는 건, 유그라시아에서도 베르네이 정도밖에 없으리라.

“뭐야, 저거! 엄청나-!!”

티아나도 결국 눈을 번뜩 떠버리고 말았다.

[“-다만 그에 앞서, 우선 전통은 따라야겠지.”]

마법 확성기로 퍼져가는 베르네이의 말과 동시.

콜로세움과 알카라시아 각지의 클리어 스피어는, 어느 두 남자의 모습을 비추었다.

두 남자가 있는 향하는 곳은, 현재 제3 콜로세움 경기장의 중앙.

‘뱅퀴시 개막 의식용 재단’이 놓여있는 장소였다.

“크로나스 님!?”

“그리고 저 옆에 있는 분은!”

“지크! 지크 펠기디움! 사프라의 조정자인 라넌큘러스 중 한 명이다!”

황금의 기사와 라넌큘러스.

유그라시아와 사프라의 두 조정자가, 검을 들고 재단을 향해간다.

곧, 재단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검을 든 두 남자는- 검 위로 거대한 마력을 뿜어냈다.

크로나스가 자랑하는, 신성한 백색마력.

지크 펠기디움이 주력으로 하는, 고열의 적색마력.

두 조정자의 검 위로 둘려진 백과 적의 마력이-

콰아아아아아앙!!

재단을 향해 휘둘러진다.

두 마력의 충돌을 받은 재단은 이윽고 거대한 불길을 일으켰다.

콰가가가강!!

――화르르르르륵!!

섬광을 뿜으며, 하늘 위로 거대한 마력의 십자를 그린다.

그건 뱅퀴시의 상징, ‘십자대검’의 형상이자 뱅퀴시 개막의 신호.

관객들도, 거리의 시민들도, 모두 그 마력의 십자대검에 시선을 뺏겨버린다.

[“이제부터, 제72회 뱅퀴시를 개막하겠네! 모두 지켜봐 주게나, 검과 격투! 마법과 지식! 아카데미의 정상을 쟁취하려는 학생들의, 뜨거운 결전을!! 화학 반응을!!”]

베르네이의 선언에 다시 한번 환성이 터져 오른다.

뭐, ‘화학 반응’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관객들도 많았다만.

곧, 클리어 스피어의 영상이 ‘두 소녀’ 쪽으로 바뀌었다.

[“그럼, 이번 대회 예선의 진행을 맡은 피르티 데스티아!”]

[“‘플로라 케인즈’라고 합니다!”]

“와아, 피르티- 으어엉?!”

클리어 스피어를 보던 티아나는,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버렸다.

현재 클리어 스피어가 비추고 있는 것은,

그보다 어느새 제3 콜로세움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무려 소형 비공정을 타고 있는 플로라와 피르티였다.

“플로라 쟤 왜 저기 있어!? 저 비공정은 또 왜!?”

학생회인 피르티는 뭐, 원래 진행을 맡았으니까 당연했다만.

근데 플로라까지 진행역이라니. 포에닉스 파벌인데!

아니, 뿐만 아니라 소형 비공정까지 타고 있다.

저건 3년 전에 저택에 놀러 올 때 썼다가 추락한 물건.

또 입학 초부터, 플로라의 기숙사 방 한켠에 놓여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티아나 아가씨, 저거 분명 예전에 플로라 아가씨가 탔던……!”

“그래, 저택에 찾아오면서 추락시키고 폭발시킨 그 물건이지!! 그럼 그때 아가타 선배가 말한 뱅퀴시 스폰서란 게 케인즈 상회였어!?”

“어머나. 역시 플로라네요.”

“아하하하! 소일 말론, 플로라가 뭔가 꾸미고 있다더니만! 정말이었잖아!”

티아나와 페리아의 어처구니없음과는 반대로, 의외로 가레스와 로로나는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번 예선 각 블록은 A~C블록이 113명! D블록이 114명!”]

[“이중 본선 진출자는 각 블록당 넷! 단 열여섯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치열한 대전을 벌여갈 레이스의 룰이 바로-!!”]

뒤이어 클리어 스피어 위로, ‘네 장소’의 영상이 전해졌다.

임시회장 옆에 준비된, 각 블록의 출발 지점이었다.

다만 추가로 보이는 것은-

[“저희 케인즈에서 개발한, 초소형 고속 마법 비공정 ‘호버링 보드’를 탑승하는 레이스랍니다!”]

‘처음 보는 탈것’을 보고 당혹스러워하는, 수백 명의 출전자 학생들이었다.

당연하지만 포에닉스 파벌 출전자들도 전원 이마를 짚었다.

하워드 왈, 참가자 모두에게 공평.

그렇다.

모두 ‘탈 줄 모를 게 분명하기에’ 공평하다는 거였다.

그 남자, 하워드 알잭 할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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