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와 드로와는, 열심히 자신들만의 뱅퀴시 준비를 하고 있었답니다.?247회
전야247.
그리고 시간은 더 흘러, 뱅퀴시 개막 사흘 전의 포에닉스 저택.
가레스, 로로나 부부와 동행할 모든 인원이 정해지고.
알카라시아에까지 가는 여행 준비까지 모두 마친 오늘.
포에닉스 가문은, 어떤 인물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포에닉스 가문의 여러 베테랑 메이드들과 집사들 모두 약간씩 긴장을 품고 있었을까.
페리아는 녹색 메이드 복을 입고, 여행 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출발은 내일.
제일 빠른 포에닉시안 열차를 타도, 알카라시아까지 가는 덴 꽤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뭐, 거기까지 다 감안하여 스케줄을 짰으니까.
알카라시아 쪽에 있는 최고급 여관도 미리 잡아놨다.
여관이라곤 한다만, 사실상 별장 사이즈의 숙소라고 해야겠지.
10대 귀족의 수장이자, 황금의 기사가 들르는 것이니까.
평범한 숙소는 절대 사용해선 안 됐다.
가레스와 로로나는, 사치나 허영엔 별로 관심 없는 이들이긴 하다.
뱅퀴시는, 수많은 귀족과 자산가, 해외의 인사들도 많이 온다.
그때 ‘겨우 며칠 묵는 숙소’가 제대로 격을 갖추지 않고 있다면- 혹여나 귀족 사이에서 가레스와 포에닉스를 무시하는 풍조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포에닉스가 그런 거로 무시당할 존재는 절대 아니다.
애초에 가레스와 로로나의 기백을 동시에 받으면, 현 귀족 중 9할은 전부 꼬리를 말 테고.
그래도 여러 세력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이런 숙소 선정은 매우 중요했다.
다행히 알카라시아에도 가레스가 미리 준비해둔 커넥션들이 있어서, 최고급 숙소를 구하는 데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숙소 쪽도, 이미 ‘10대 귀족 포에닉스’라는 초우량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준비하고 있으리라.
게다가 이번엔 다른 인물들도 같이 묵으니 말이다.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지.
그게 바로, 지금 포에닉스 가문이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었다.
가레스가 전해주기로, 뱅퀴시의 진행 기간은 일주일.
페리아는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자신의 팀에 있는 후배 메이드들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있었다.
단 일주일이지만, 무려 일주일.
특히나 이번 여행으로 녹색 선임 메이드들이 여럿 빠지는 만큼, 이런 업무 인계는 매우 중요했다.
게다가 페리아 팀은, 신인들로 이뤄져 있다 보니까.
더더욱 자신이 없어도, 훌륭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뭐, 저택엔 사용인 총괄자로서 조안이 남으니까. 엄청 걱정할 것까진 없다만.
그래도 요 3년. 업무에 관해 많이 철저해진 페리아로선 이런 준비는 확실히 하고 싶었다.
“페리아 선배, 잠깐 여쭤볼 것이-”
“-아, 넵, 리미. 말씀해주세요~”
인계를 받던 소녀- 후배인 ‘리미’가 질문하려는 것에, 페리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미는 나이로는 페리아보다 2살 많다만.
페리아가 녹색 메이드에, 자신의 선임인 만큼, 리미도 최대한 예를 갖추고 대하고 있었다.
뭐, 포에닉스는 간부층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론 수평구조이기에, 이것도 상호 존중에 더 가깝다만.
그래도 또, 페리아는 후임 메이드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하니 말이다.
나이도 어린데, 가르치기도 잘하고.
이번 사용인 두뇌게임 대회에서 3위를 할 만큼 머리도 좋고.(라미는 예선 탈락이었다.)
또 포에닉스 삼남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도, 후임들에겐 매우 높이 평가되는 요소였다.
고아로 시작해서 3년 만에 여기까지 성장한 소녀를, 포에닉스 후임 메이드들은 다들 대단하게 여기고 있다.
페리아는 그 정도로 자신이 고평가받는다곤 생각도 안 하고 있다만.
그저 현 위치에 부끄럽지 않게.
이후 삼남매의 전속 메이드가 될 소녀로서, 그에 걸맞게 행동하려는 것뿐이다.
이런 점이 페리아의 매력이자, 성장의 원동력이겠지.
“-넵! 헌터 분들의 지원과 물자 확인은, 지금 말한 대로 하시면 돼요! 뭐, 디안 씨나 언니도 남아있으니까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생기면……!”
“둘한테 무조건 미루세요!”
“엑.”
“-죄송해요, 반쯤 농담이에요. 제 말은, 확실하게 보고해서 두 사람이랑 조안 님이 알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에요.”
페리아의 말에, 리미가 “아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는 철저히. 문제는 일단 윗선으로 보내라.
이렇듯 포에닉스는 재빨리 보고가 이뤄지는 걸 항상 강조한다.
페리아도 이전부터 그렇게 배워왔다.
애초에 이곳은, 밑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막 혼내지 않으니까.(잔소리는 듣지만)
그보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문제는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다.
페리아도 저택에 처음 오고서 몇 달은, 괜히 혼날까 봐 그러지 못한 적도 있다.
예를 들어- ‘테구르 꽃’을 홀로 처리해보겠답시고, 정원을 혼자 난장판으로 만들 뻔한 그때처럼.
그때 마침 막내 도련님- 에우드가 지나가지 않았다면, 아마 페리아는 크게 혼이 날 거라며 발만 동동 굴렀으리라.
지금은 그때의 일에 교훈을 얻어, 협력이 필요한 일엔 바로바로 그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에헤헤.”
“페리아 선배?”
“앗. 어흠어흠.”
자신도 모르게 도련님과의 추억을 떠올려서인지, 페리아의 표정이 풀려버렸다.
페리아는 어느새 헤벌쭉해진 입꼬리를 꼭꼭 매만졌다.
“어쨌든! 문제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팍팍 가주세요!”
“네, 페리아 선배!”
자그만 동생뻘 소녀의 응원에, 리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업무를 위해 이동하던 중.
리미는 이번엔 조금 다른 것을 물었다.
“-그런데 페리아 선배, 오늘 오시는 그 ‘로즈벨드 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으으으음. 나쁜, 분은 아니에요.”
“어째 페리아 선배 말에 약간 딜레이가…….”
“어쩔 수 없는 게, 저도 거의 못 봤는걸요…….”
로즈벨드- 로즈벨드 카틀레야.
그 사람이 바로, 오늘 포에닉스 저택에 찾아오는 ‘손님 중 한 명’이었다.
포에닉스 사용인들 사이에서도, 로즈벨드를 본 이는 많지 않다.
제대로 만난 건 페리아를 제외하면 마리와 매디 정도. 그리고 헌터 중에선 ‘안나’ 뿐이었다.
페리아는 한때 조안의 뒤를 따라, 가레스의 사교회 시중역으로 선발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로즈벨드를 짧게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봤다’일 뿐. 대화를 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설령 파티에 나와도, 얼굴도장만 찍고 어느새 사라지는 게 바로 카틀레야였으니까.
그리고 마리와 매디, 안나는-
3년 전 포에닉스를 떠들썩하게 한, ‘로로나 VS 로즈벨드’의 1대1 싸움 참관자(?)였다.
뭐, 그래도 로즈벨드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용인들은 다들 이렇게 말한다.
‘엄격한데, 의외로 챙겨주는 성격.’
딱 로로나 스타일이라고 한다.
로로나도 공적인 자리에선 은근 무서울 때가 있지만. 그 이상으로 사용인들을 챙겨주니까.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다들 역시 ‘포에닉스의 할아버님이 맞다’라고 판단 중이란다.
또 페리아는 에우드가 가지고 있는, 로즈벨드의 편지를 같이 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도 은근히 챙겨주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의 느낌을 자주 느꼈다.
“아, 분가 출신이신 도련님이면 몰라도, 아가씨들은 다들 그분의 피도 이은 거니까……. 음, 왠지 벌써 엄청 좋은 분일 거란 생각이 드네요……!”
“부정할 수가 없네요~”
예로부터 포에닉스와 카틀레야의 피는 진하다고 여겨진다나.
그때, 복도의 창 너머로 다그닥다그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앗. 오시는 모양이네요. 예정보다 빠른데요.”
“우와…… 막상 역시 좀 긴장이 되네요.”
“으아, 맞다. 이럴 때가 아니지!? 리미, 저는 다른 분들과 마중역을 맡을 테니, 나머지는 조금 이따가 하도록 하죠!”
페리아는 들고 있던 물자 서류들을 리미에게 맡긴 후, 서둘러 대문 쪽으로 뛰어갔다.
의젓하면서도 가끔씩 그 나잇대의 소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페리아의 모습이, 리미는 참 귀엽게 보였다.
* * *
“가레스 네놈 낯짝은 볼 때마다 항상 능글거리는군.”
“장인어른은 볼 때마다 항상 툴툴거리시는군요. 망할.”
“망할!?”
“능글!?”
메이드들이든, 헌터들이든, 다들 이마를 짚을 뻔했을까.
지금 벌어진 이 대화가, 어딜 봐서 ‘10대 귀족 포에닉스’와 ‘마안가문 카틀레야’의 수장이 나누는 대화로 보이겠는가.
그냥 웬 동네 꼬마 아이들이 신경전 벌이는 거겠지.
물론 귀족적인 장소에서의 만남이 아니고, ‘가족 간의 만남’이니까. 뭐라 딱히 따질 필욘 없다만.
그래도 아까부터 은근 긴장을 품고 있던 메이드들은 조금 힘이 빠져버렸다.
가레스와 로로나의 결혼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저택에 오는 ‘카틀레야’이니 말이다.
실체를 알고 있던 몇몇 메이드들만 허허 웃을 뿐이다.
로즈벨드와 동행한 메이드들, 그리고 카틀레야 측 여성- 즉, 로로나의 언니 둘은 다들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거 그렇게 능글거리는 얼굴 보기 싫으면 오지 말지 그러셨습니까!”
“네놈 보러 온 거 아니다! 로로나랑 귀여운 손주들 보러 온 거지!”
“그럼 그냥 알카라시아로 직행하시지 그랬어!”
“허어엉?!”
“아아앙?!”
“그만. 부끄러워요. 사용인들 앞에서 대체 뭘 하는 거야, 이 남자들은 진짜.”
퍼버벅!
결국, 둘 다 로로나에게 맞았다.
로로나 알라이트 포에닉스.
아버지든 남편이든, 제제엔 가차 없는 슈퍼 레이디다.
“동행이 있다곤 했지만, 언니들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로니아가 최근에야 겨우 스케줄을 내서 말이야! 확정이 안 돼서 미리 전해주지 못했지~! 근데 로로나, 얘 어째 더 예뻐졌어!”
“날이 갈수록 애가 생기가 팍팍 넘치네~”
일단 바보 같은 남편과 아버지는 뒤로하고.
모처럼 만에 만나는 자매는 서로 반가움을 표했다.
두 언니, 세실리 카틀레야와 로니아 알티아.
로로나의 큰 언니와 작은 언니였다.
로니아의 알티아라는 성은, 현재 시집의 성.
카틀레야와 이전부터 친밀하면서, 한편 ‘마안을 남용치 않겠다’는 맹약을 맺은 가문이었다.
현대의 카틀레야 인원들은, 이렇듯 ‘맹약’을 맺거나, 뜻이 통한 가문하고만 혼약을 맺는다.
과거 자신들을 마안의 ‘생산자’로 본 가문과의 관계는, 현대까지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이 바뀌지 않은 세실리는-
보다시피 혼약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거고.
역시 카틀레야인 이상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말이다.
오히려 제때 결혼을 한 로로나와 로니아가 특이한 것일까.
세실리의 혼기는, 현재 양 가문에서도 걱정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정작 세실리 본인은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다만.
“역시 셋째를 데려오고 나서부터, 표정이 엄청 펴졌지?”
“딸들 키울 때도 표정 밝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로로나를 가까이에서 봤고.
한때는 로로나의 마안을 무서워하기도 했던 언니들이니까.
로로나의 표정이, 날이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다.
“응, 요 한동안은 다들 학교에 가서 없지만…….”
로로나는 언니들에게 고개를 꼭꼭 끄덕이며 말했다.
“셋 다 너무 귀여워서, 너무 즐거워요.”
3년 전까지만 해도, 화해는 했을지언정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꺼린 로로나인데.
지금은, 오히려 로로나 쪽에서 전서구로 연락할 정도였다.
그게 다 로로나가 삼남매를 키우면서 마음을 회복한 것임을, 언니들은 잘 알 수 있었다.
로니아와 세실리는 그런 로로나에게 계속 미안한 한편.
로로나를 이렇게 밝게 만들어준 가레스와 삼남매에게 항상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방금 로로나에게 뒷통수를 맞은 가레스에 대해선 잠시 뒤로 미루자.
로즈벨드는 그런 딸의 밝은 표정에 안도하듯 미소지었다.
뭐, 금세 로로나를 향해 행복하게 미소짓는 가레스를 보곤 한숨을 내뱉었다만.
정말, 이 둘은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금슬은 참 좋아가지고.
가레스는 분명 믿을 수 있는 남자고, 로로나를 평생 잘 챙겨줄 사위가 맞긴 하다만.
그래도 로즈벨드는, 항상 가레스를 볼 때마다 괜히 심술이 났다.
이건 귀여운 질투로 인한 심술일까.
아까 같은 유치한 말싸움도, 그런 심술 덕이었다.
“……출발은 내일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열차 특실과 숙소는 다 준비해뒀습니다. 장인어른과 처형들은 편히 쉬다가, 내일 저희와 같이 출발하시면 됩니다.”
“흥, 들어가도록 하지.”
여전히 유치한 질투로 툴툴거리며, 로즈벨드는 가레스와 사용인들의 안내를 받아 저택 내부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검신 녀석이 안 보이는군.”
검신 알베르토는, 이 저택에서 몇 없는 로즈벨드 나잇대의 남성이니 말이다.
그만큼 가장 편한 상대이기도 해서, 로즈벨드는 알베르토를 만나는 것 또한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다.
“알베르토는 현재 다른 일로 잠시 나가 있습니다.”
“다른 일? ……아, 그 남자 일이군.”
“예, 오늘 안엔 돌아올 겁니다.”
가레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챈 로즈벨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걸음을 이었다.
알베르토는 현재, 어떤 남성-
‘포에닉스의 두 번째 손님’을 마중하러, 어느 저택에 향해있었다.
아마 오늘 저녁 정도엔, 손님을 모시고 포에닉스 저택에 돌아올 것이다.
알베르토도 알카라시아에 가는 걸 매우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내일 출발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케줄이 꼬이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그리고 내일부터 아카데미로 향하는 열차는- 당연하지만 포에닉시안에만 있지는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