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37화 (235/264)

?237회

세 가지 조건237.

로즈벨드 카틀레야.

뭐, 삼남매가 서로 이야기할 때는 다들 ‘외할아버지’(에우드), ‘로즈 할아버지’(티아나), ‘로즈벨드 할아버지’(셀레나)라고, 셋 다 매번 친근하게 부른다만.

사실대로 말하면, 만난 적은 거의 없다.

거의 없다 뿐일까, 에우드는 사실상 본 적이 없다.

가끔씩 보내져오는 편지로만, 살짝 몇 마디 나눈 정도가 끝이다.(덕분에 와이즈는, 카틀레야 저택까지 가는 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카틀레야 자체가, 마치 초야에 묻히듯 사교계 활동을 안 하기도하고.

또 로로나와의 어색한 관계도 있다 보니, 별로 기회가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화해는 십수 년 전에 했다 해도, 그 골은 여전히 있으니까.

솔직히 포에닉스와 카틀레야가 사돈 관계라 해도, 서로의 접점은 엄청 크지가 않다.

물론, 삼남매와 로로나에겐 ‘카틀레야 가문의 도움을 보장하는’ 회중시계가 있으니까. 문제가 생긴다면, 한달음에 달려 와주긴 할 것이다만.

근데, 그런 카틀레야 가문이- 그것도, 외할아버지 로즈벨드가 직접 온다니.

이건 삼남매에게도 정말 예상 못 한 일이었을까.

일단은 카밀라처럼 ‘일’ 때문에 온다곤 하는데…….

“외할아버지네가 일이 있다고……?”

“아니, 말이 안 되지.”

티아나와 셀레나가 절레절레.

그렇다. 카틀레야가 사교에 안 나온다는 건, 동시에 귀족적인 일도 그리 많이 안 한다는 거니까.

삼남매는 그 ‘일’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명목임을 바로 이해했다.

그리고 에우드는 조금 불안함을 느꼈을까.

에우드는 혹여나 이번 방문이, ‘역시 에우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면, 포에닉스의 피도, 카틀레야의 피도 이어 받지 않은 에우드로서도 따질 말은 없고.

잠자코 시계를 돌려줘야 하리라.(루네에게 개조되었다만.)

뭐, 금세 막둥이의 불안을 알아챈 건지.

티아나와 셀레나가 에우드의 뺨에, 자신들의 뺨을 몰랑몰랑 밀착시켰다.

“절대 그럴 일은 없어. 걱정하지 마, 에우드.”

“매번 괜한 걱정이 심해, 에우드는. 누나들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야!”

“알, 알겠어어-”(몰랑몰랑)

두 누나의 뺨을 찰싹 붙인 채, 에우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그리고, 혹여나 진짜 그럴 목적이라고 하면-”

티아나는 약간 전율하는 분위기로 말했다.

“엄마, 분명히 외할아버지랑 전력으로 맞붙으실걸……?”

“…….”(에우드&셀레나)

그럴싸하다- 가 아니라.

확실하다. 분명히 싸운다.

어머니라면 싸울 거다!

이 학원도시 알카라시아의 땅 위에서, ‘카틀레야의 가주’와 ‘포에닉스의 마담’이 또다시 일대일 사생결단을 펼칠지도 모르는 거다.

그건 여러모로 문제니까, 진짜로 일어났다간 좀 난감하다.

다만 확실히, 에우드도 냉정히 생각해보면-

“가끔 받는 편지에서도, 외할아버지의 필체는 조금 차분하시긴 했지.”

“그렇지?”

“나쁜 분은 아니야. 로즈벨드 할아버지는.”

어디까지나 글씨이긴 하다만.

엄격할 뿐이지, 에우드를 인정 못 한다- 같은 그런 분위기의 편지는 받은 적이 없었다.

“또 오히려, 로즈 할아버지가 오는 거에 대해선, 내가 더 걱정해야 한다고…….”

에우드를 달래던 티아나가 한숨을 살짝 쉬었다.

무슨 의미로 한숨을 쉬는지는, 장녀도 막내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티아나, 뱅퀴시 참가 안 하니까.”

“그때 누나는 아버지랑 어머니 쪽에 있겠네.”

“아마 관객석이나 다른 데에서 엄마 아빠랑 같이, 외할아버지하고 동행하는 일이 많겠지…….”

그렇다.

이번 뱅퀴시, 포에닉스 삼남매 중 티아나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즉 포에닉스 파벌의 참가자는 에우드, 셀레나, 프란시느, 아나트- 이 넷으로 끝난다는 것.

티아나는 플로라와 드로와, 그 둘과 함께 관람 밑 다른 행사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에우드와 셀레나에게 집중적으로 배움을 받아 강해지긴 했다만.

역시 티아나는 공식 자리에 나서면서까지 싸우길 바라진 않았다.

그 이상으로 사실은-

‘삼남매 중 한 명 정도는 대회에선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게 숨겨진 목적이었다만.

뭐가 되었든. 이번 뱅퀴시 기간 중, 티아나가 외할아버지랑 가장 많이 다닐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다.

“흐으으으…….”

“흐아아아…….”

“우리 동생들, 한숨은 좋지 않아. 좋지 않아요.”

“네엡…….”(에우드&티아나)

“표정을 밝게, 얼굴을 펴라, 이 동생들아아-”

“펴라아아-”(에우드&티아나)

결국 같이 한숨 쉬는 둘째와 막둥이를, 장녀가 꼭꼭 달래줬다.

장녀답게 팔을 활짝 펼쳐, 동생들을 열심히 꼭꼭 안고 쓰담쓰담이다.

뒤이어 포에닉시안에서부터 날아와 고생한 두 데스 스트릭스도, 함께 꼭꼭 안아준다.

* * *

그리고 누나들과 편지를 다 읽고, 그로부터 수 시간 뒤.

개인훈련까지 모두 마친 에우드는 학생회관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아직 개인 연습용 목검과 지팡이- ‘리퀴드 팽’을 들고 있는 상태다만. 이왕 혼자 나왔으니까. 그대로 바로 이곳에 향한 것이다.

당연히, 목적지는 ‘루네의 지하도서관’.

품에 살짝 멘 가방에는, 평소 에우드가 조사에 쓰는 노트들 또한 담겨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다만, 풀 무장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까.

픽시들- 푸푸, 나나, 카카에게 들은 것이 있으니 말이다.

혹여나 단서를 더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이렇게 온 것이다.

에우드는 곧 주변을 확인한 후,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려 했다.

그때였다.

“-!!!”

에우드는 순간 느껴진 기척에,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동시에 마력까지 소량 장전하여, 리퀴드 팽을 겨눈다.

“와아악!? 에우드, 저예요, 저!”

“-아, 체르니 선배였어요?”

재빨리 나무 한 쪽에서 나오는 체르니를 보며, 에우드는 콧김을 퐁 내쉬었다.

“아니, 진짜 위험하네! 깜짝 놀랐잖아요……! 저 안 나왔으면 바로 쏠 생각이었죠?!”

“기척 감추고 숨어 계셨던 분이 할 말은 아니죠…….”

순식간에 다가와 퐁퐁퐁 에우드의 어깨를 때리는 체르니에게, 에우드는 억울하게 말했다.

“뭐, 지금 생각해보니 딱 체르니 선배 기척이어서, 아마 쏘진 않았을 거 같지만요.”

“그, 그런가요…….”

에우드는 장전된 마력을 가볍게 화단 쪽으로 쐈다.

‘목적’을 아직 넣지 않은 물 마력이었던 만큼, 물 한 바가지를 살짝 뿌리는 듯한 모습이었을까.

덕분에 화단에 물도 주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

근데 어째 아나트나 슈가도 그렇고. 또 은근히 몰래 잘 오는 플로라도 그렇고.(이건, 기척을 눈치 못챈 에우드 탓도 있다만.)

에우드의 주변엔, 묘하게 은밀 기동에 특화된 이들이 많다.

특히, 안경부터 인식저해 매직 아이템인 체르니는 더더욱.

“그런데, 체르니 선배는 무슨 일로 거기 계셨어요?”

분명, 아까 서로 보고 연락은 나눴는데.

여기서 또 볼 줄은, 솔직히 에우드도 몰랐다.

“얘, 얘네들이, 오늘 왠지 에우드가 지하도서관에 갈 거 같다고 해서…….”

“얘네들? ……아하.”

그 순간, 순식간에 체르니의 등 뒤에서 픽시들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푸푸, 나나, 카카였다.

[“끄으으.”](카카)

[“사악해, 너무 사악해, 체리니아…….”](푸푸)

[“아파양…….”](나나)

그것도 정수리를 살짝씩 싸매고 있다.

결국 체르니한테 꿀밤을 맞았나 보구만.

그리곤 에우드를 보곤 호다닥 날아와, 슬쩍 어깨와 머리 위에 앉는다.

[“에우드, 체리니아 좀 혼내줘~”]

[“이거 픽시 학대야!”]

[“혼내줘~ 혼내줘~”]

“덜 맞았네, 얘들!”

[“히이이익.”](픽시 일동)

“애들한테 뭘 그렇게 심각하게 진심으로 상대하는 거예요, 체르니 선배…….”

[“맞아, 맞아!”](픽시 일동)

“저기, 에우드?! 얘네들, 보기보다 애들 아니거든요?!”

“잉?”

에우드가 그 말에 깜짝 놀라자, 픽시들이 모두 에헤헤.

“픽시=요정! 그래서 타 종족처럼 기본 생식이 없어요! 현재 아카데미에 있는 픽시들은 전부, 기본 30년 이상은 산 애들이라구요!”

“와아앗.”

깜짝이야.

설마 이 어깨와 머리 위에 올라탄 녀석들이, 모두 에우드보다 극 연상일 줄은.

서른을 넘었다면, 제시카나 디에스는 명함도 못 내밀 나이지 않은가.

애초에 픽시라는 종족 자체가 나이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면이 있다나.

[“우리들 사이에서 나이로 텃세를 부리려면!”]

[“기본 100살은 먹고 와야 해!”]

[“나 때는 말이지~!”]

-라고 한다.

100년을 지낸 후부턴, ‘픽시 퀸’이라는 존재로 여겨진다고.

그때부턴 ‘종의 진화’- 라고도 해도 되는 범주인 거겠지.

나이에 대한 존경이 성립되는 건, 그러한 진화를 거친 후부터라고 한다.

그 이상으로…….

픽시들의 30년은, 인간이나 다른 인간 종족들과는 또 다른 것 같으니 말이다.

서로 확실하게 말은 못 하지만, 체감 시간이 다르다고 하나.

[“30년이면, 우리 사이에선 아직 꼬맹이인걸.”]

[“우리 젊어! 젊은이야! 꼬맹꼬맹이야!”]

[“젊은이~ 꼬맹!”]

확실히 이건 일리가 있을까.

종족마다의 체감 시간은 다를 만하다.

짧게도, 길게도 느껴지는 24시간조차, 각 생물의 수명에 따라서 확연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시간 흐름은 공간뿐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자아와 생명에 동시에 새겨지니까.

……딱히 에우드가 시적인 표현을 해보고 싶은 건 아니고.

그저 이전에 7대 던전을 조사하면서 느꼈던 점이었다.

거기엔, ‘시간 흐름이 꼬여있는 장소’가 있다고 하니까.

그런데, 에우드가 지하도서관에 향할 거 같다는 픽시들의 말과, 체르니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그 두 개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 싶긴 하다만.

이왕 갈 거, 그냥 동행인으로서 기다려준 거라 해야겠지.

에우드는 평소처럼 그것을 납득했다.

그리고 에우드가 못 알아챈 사이, 픽시들이 뭔가 말하려다가 체르니의 눈빛을 보곤 입을 꼭 다문다.

사실 체르니는, 지하도서관에서 밤을 보내는 것 또한 작은 취미인데.

오늘은 혹시나 에우드와도 그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렇게 찾아온 거였다.

애초에 친구도 별로 없고, 그만큼 또래랑 지내본 적 없는 체르니니까. 평소에도 이런 ‘친구와 늦은 밤에 함께 놀기’ 같은 걸 은근 동경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좀 심심하기도 했고.

오늘 공개된 시험 점수도 전부 잘 나와서, 은근슬쩍 자랑하고 싶기도 했고.

처음으로 친구뻘 존재들이 생긴 지금의 체르니에겐, 10분짜리 보고 연락은 조금 짧은 감이 있었을까.

그런 마음에 으쓱으쓱하다보니-

어느새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 이야기다.

친구가 있는 카페에 예정 없이 슬쩍 오는 감각이었으리라.

직접 말할 리는 없다만요.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워.

곧 에우드는 픽시들을 그대로 몸에 태운 채(세 명 모두 30대), 체르니와 함께 지하도서관으로 들어섰다.

* * *

이윽고 도착한 지하도서관 내부.

두 사람과 픽시 셋을 플로라가 맞이해줬다.

“에우드 님! 뭐예요?! 통한 건가요?! 저희, 역시 통한 건가요!”

“와아악?! 깜짝이야?! 플로라가 둘이에요?!”

딸깍딸깍!

얼핏 보면 케인즈 차기 회장 소녀의 시체라고 착각할 정도인, 가짜 플로라 인형과 함께.

아무래도 인형 일로, 먼저 루네에게 찾아왔던 모양이다.

“앗, 전하도 계시네요! ……흐으응? 이 오밤중에 왜 전하가 에우드 님이랑 같이 오신 건가요.”

“잠깐잠깐, 그게 그 ‘인형’인지 뭔지였던 거예요?! 으아아, 뭔가 무서워! 가까이 가져오지 마요?!”

“무섭다니, 얼마나 예쁘게 꾸몄는데! 그렇죠, 에우드 님!?”

“플로라가 둘이나 있는 기분이죠.”

“어머, 부끄럽게~♡”

저 가짜 플로라는, 에우드에게 나이프를 들이밀었던 무서운 플로라다만.

지금은 플로라가 엄청 꾸며둔 만큼, 확실히 귀여워지긴 했다.

그래도 무섭게 느끼기 매한가지다.

왠지 언제든 칼을 들고 움직일 거 같다고 해야 하나…….

공포!

“뭐야, 체르니랑 에우드도 온 거야? 아예 쟁반에 더 챙겨올 걸 그랬네. 근데 왜 그렇게 오자마자 소란이야?”

“아, 루네.”

“이거 인형, 뭔가 무서워서……!”

그리고 플로라가 달려온 도서관 저 끝에서, 루네 또한 터덜터덜 걸어왔다.

양손엔 머그잔 둘. 각 머그잔 위엔 동글동글 쿠키가 놓여있었다. 달달한 쿠키엔 우유. 좋은 궁합이지.

두 개인 걸 보니, 플로라하고 나눠 먹으려 했던 모양이다.

근처의 픽시들은, 또 저마다 다른 쿠키를 뽀샥뽀샥 먹고 있었다.

루네는 에우드와 둘을 보고, 처음엔 혹시 라피스 측과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싶었다만.

이내 둘의 표정이 그런 쪽이 아님을 알아챈다.

그보다, 루네는 그쪽으로 일이 생기면 픽시들에게 경보를 울려달라 했는데. 에우드의 머리와 어깨 위로, 카카, 푸푸, 나나 모두 평화롭게 앉아있고.

곧 에우드 또한, 루네의 표정을 보곤 ‘픽시 셋이 말한 내용에 대해선’ 모르는 거라고 판단한다.

그럼, 이쪽에서 먼저 화제를 꺼내는 게 맞으리라.

에우드는 목을 살짝 풀은 후, 입을 열었다.

“저기, 루네.”

“응?”

“‘비밀 읽기’라는 게 뭔가요?”

그 말에, 루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곧바로 시선은, 카카, 푸푸, 나나에게 향했다.

“……오호라.”

[“흐이이이.”](픽시 일동)

누가 말했는지 바로 알아챈 거겠지.

곧바로 쿠키를 얹은 머그잔을, 루네는 잠시 테이블에 올려뒀다.

“카카, 푸푸, 나나~ 이리 온~”

[“싫, 싫어~”]

[“루네, 눈 무서워~”]

[“무서워~”]

당연하지만 루네의 부름에도, 픽시 세 명 모두 에우드의 어깨와 머리 뒤로 샤샥 숨어간다.

에우드의 뒤통수와 어깨 뒤편으로, 묘한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무겁지는 않다만.

그러자 루네는 자애로운 웃음으로 세 픽시에게 말했다.

“아냐~ 저번에 준다고 했던 과자 주려는 거야. 다들 먹고 있는 거 보이지?”

[“진짜네!”](픽시 일동)

곧, 도서관의 다른 픽시들이 오물오물 먹고 있는 과자에 혹한 세 명 모두, 루네에게 폴폴폴 날아간다.

너무 쉽다!

그리고 물론-

파바바바밧!!

“요 입 가벼운 녀석들, 내가 입단속 잘 하랬지~!?”

[“우햐햐햑!?”]

[“으갸갸갸!!”]

[“간지러! 간지러간지러간지러~!”]

“요 녀석들! 요 녀석들-!”

단숨에 세 명 동시에 루네에게 잡혀서 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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