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회
참가표명232.
“마, 마나라고 합니다!”
다홍 머리 소녀- ‘마나’는 서둘러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사실 아까 강의에서 디에스가 채점된 시험지를 돌려줄 때.
그때 혹시나 해서 에우드도 기억해두긴 했지만.
근데 이렇게 찾아와, 바로 앞에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는 건-
“아앗.”
에우드가 그때 일부러 웃었다는 걸, 이 소녀는 알아챘던 모양이다.
솔직히 에우드의 흉악한 별명도 있다 보니, 도움을 바로 알아채는 사람은 몇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 알아채셨나요……?”
이건 역시 에우드가 안일했다고 해야겠지.
물론 마음 같아선, “도와드린 게 아니에요~.”라며 너스레를 떨고 싶었다.
웬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물론 에우드가 포에닉스인 만큼, 이름과 얼굴은 알 테지만) 뜬금없이 도와준 거니 말이다.
별 건 아니고, 오지랖이 들킨 거 같아 약간 부끄러운 거다.
하지만-
“처, 처음엔 몰랐는데…… 강의 끝나고, 애들이 알려줘서……. 에우드 님이, 도와주신 거 아니냐고…….”
웬걸, 알아챈 이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그 말에 결국 에우드는 잠시 양손을 얼굴 앞에 가져와-
“으하악…….”
“와아아악?!”
부끄러움을 못 버텨 한동안 얼굴을 가려버린다.
포에닉스 도련님이 보여주는 의외의 부끄럼에, 라이니와 마나 모두 화들짝 놀라버렸다.
* * *
사실 에우드도 일반 학생들과는 많이 엮일 기회가 없으니까.
이렇게 일반 학생들과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 건, 꽤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건 에우드의 신분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고.
또 의외로 호전적으로 학기 초를 보내온(더불어 지옥 기간에도 한바탕하고) 포에닉스 파벌의 전적 탓도 있었다.
……정말로. 딱히 의도하고 호전적으로 지낸 건 아닙니다?
포에닉스는 그렇게 살벌하지 않다니까요?(※설득력 없음)
어쨌든 에우드가 잘 알고 있는 일반 학생이라고 해도, 주로 학생회 멤버 정도다.
푸른 늑대나 검은 사자 같은 수인족 파벌은 당연히 귀족은 아니다만, 그래도 ‘일반 학생’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리가 멀고.
그들 모두가, 수인 사회에선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근데 이 마나라는 소녀가, 라이니와 친구였다니. 그건 또 의외였다.
혹시 일반 학생들 사이에도, 파벌 비스무리한 뭔가의 커뮤니티가 있는 걸까.
“오늘은 마나네 쪽이랑 점심 먹으려고 왔더니, 마나 얘가 너무 미안해하고 있길래요. 상황을 듣고, 제가 에우드 님 있을 거 같은 곳으로 데려온 거죠!”
아니, 커뮤니티까진 아니고. 그냥 라이니가 친구가 많은 거 같다.
또래 동성 친구는 얼마 없는 에우드인 만큼, 저 사교 능력은 참 눈부셨다.
“그런데- 제가 있을 거 같은 곳이라니. 제2 도서관이 가장 유력했나 보군요…….”
“두 번이나 여기서 뵀으니까요!”
라이니 말에 따르면, 에우드가 사서 벌칙 이외에도 제2 도서관에 자주 들린다는 건, 일반 학생들 사이엔 꽤 많이 알려져 있다나.
아까 말한 소문이 이거라고.
아무래도 학기 초부터 에우드가 이곳에 들렀던 게, 그걸 본 몇몇 일반 학생들에 의해 퍼진 거 같았다.
살벌한 소문은 아니라 다행이다.
제2 도서관엔 포에닉스 막내가 자주 나타난다- 이 정도면 픽시의 목격 소문 정도로 무해하다.
그렇게 에우드가, 소문의 정체에 마음을 편히 하고 있을 때였다.
“-저도, 마나를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었어요, 에우드 님.”
이번엔 라이니 쪽에서 고개를 폭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한 초록 머리가, 중력에 이끌리듯 아래를 향해 찰랑거린다.
순간 고개를 숙이며 보인 얼굴에는, 요 며칠 봤던 밝은 얼굴이 아닌, 친구의 걱정으로 가득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마나도 그에 이어, 에우드에게 다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또다시 이어진, 그리고 이번엔 둘이 동시에 전한 인사.
에우드도 역시, 이렇게 또 인사를 받으면 조금 놀라버린다.
그래도 허둥지둥하지는 않았다.
둘의 인사를 받은 에우드는 곧바로 오른손바닥을 자신의 왼쪽 가슴 위로 가볍게 올렸다.
상대의 감사 인사에 약식으로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마나, 라이니. 감사받으려고 한 일도 아니고, 그런 건 큰일도 아니니까. 전혀 마음 쓰실 것 없어요.”
에우드가 예를 다해 인사를 받아준 것에,
곧바로 방긋 웃음을 지어준 것에, 두 소녀 모두 불안했던 표정이 풀렸다.
“-맞다, 디에스 교수님도, 정말 전혀 신경 안 쓰시니까. 그쪽에 대해서도 안심하셔도 돼요.”
약식 예절을 풀면서, 에우드는 마나에게 그것을 말해줬다.
“정, 정말인가요……?!”
“네, 아까도 디에스 교수님이랑 이야기했으니까 확실해요. 그 바이퍼 디에스라는 별명으로, 저한테 농담도 하실 정도였는걸요.”
“다행이다…….”
아까 강의 중에도, 디에스는 마나를 안심시키듯 미소를 전해줬다만.
역시 이렇게 한 번 더 직접 상황을 듣는 게, 더 마음을 놓을 수 있겠지.
그런 에우드의 보장 덕분인지, 마나는 물론 라이니도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말……. 에우드 님하고 디에스 교수님이 아니었으면, 오늘 엄청 진짜로 큰일 났다고.”
“으으으…… 미안…….”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서 되겠냐! 나중에 디에스 교수님한테도 한 번 더 찾아 가!”
“알, 알겠어…….”
라이니의 꾸중에, 마나도 차마 따지지 못했다.
아마 두 사람이 조금만 일찍 왔으면, 디에스도 바로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해야겠지.
아카데미 내엔 귀족 비율이 상당한 만큼, 일반 학생들이 조심할 게 많으니 말이다.
에우드 같은 최상급 귀족- 10대 귀족급 고위 인사들이면 전혀 신경 쓸 필요는 없다만.
두 사람 같은 일반 학생에겐 주의해야 하는 행동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귀족에 대한 예절도 그중 하나겠지.
정확히는, ‘중급 이상의 귀족’에게 책잡히지 않을 행동이다만.
그리고 일반 학생 중에서- 특히 신입생 1학년의 경우, 학기 초엔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다나. 그러다가 가끔 일이 커질 때도 있고.
이번 일도 에우드와 디에스가 현장에서 바로바로 대처해주지 않았다면, 자칫 큰일로 번질 수도 있던 모양이다.
에우드도 제시카에게 일반 학생들의 고충을 들은 적이 몇 번 있긴 했다만. 이렇게 직접 재학생한테 들으니, 또 느낌이 달랐다.
……아니 뭐.
제시카는 실제론 아카데미에서 꽤 꿋꿋하게 지낸 거 같으니까, 제시카한테 듣는 거로는 실감이 잘 안 된 거일 수도.
아무렴. 대형 귀족 파벌들도 애먹는, 수인족 및 엘프족 인원들과의 실전 전투법까지 숙지한 배틀 레이디가 아닌가.
그로 인해 제자 에우드,
가-끔 스승 제시카 선생님이 무섭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그 뒤로도 더 수차례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였다.
“-맞다, 에우드 님! 혹시 지금 바쁘신가요!?”
“아, 네? -아뇨…… 전혀?”
바쁘냐, 안 바쁘냐고 하면, 솔직히 바쁠 일은 없다.
이곳에 있는 시간부터가, 시간 죽이기의 일종이니까.
물론 매주 알차게 사용은 한다만.
“그럼-”
라이니는 마나의 어깨를 꼭 잡곤, 에우드의 앞으로 데려왔다.
“마나가 이번 일로 꼭, 에우드 님한테 답례를 해드리고 싶다는데, 어떤 게 좋을까요?!”
“꺄아악?! 라이니, 진짜! 그런 식으로 대놓고 물어보면 어떡해?! 으으읏-”
상대가 10대 귀족임에도 거침없이 물어보는 친구에게, 끝내 마나가 경악했다.
그러나 곧, 마나 또한 표정을 굳게 하더니-
“-넵, 부디, 에우드 님께 답례하고 싶어요……!”
에우드를 향해 답례의 의지를 불태웠다.
“응? 답례? 잉? 저요? ……아니아니, 괜찮다니까요, 정말!?”
하도 인사를 받은 덕에.
이젠 되려 미안해지기까지 한 에우드는, 둘에게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 * *
점심때에 가까운 시간인 만큼, 아카데미는 아침 못지않게 학생들의 이동이 많았다.
아카데미엔 인구 이동이 가장 많은 시간이 셋 있는데, 방금 말했듯 그 첫째와 둘째가 아침 및 점심.
아카데미 학생 8할 이상은, 다들 필연적으로 이 시간대부터 움직인다.
참고로 셋째로 이동이 많은 시간이 바로, ‘파벌 대전 or 공식전’ 시간대다.
물론, 다들 식사라는 목표를 가진 만큼 패턴은 비슷하다만.
그래도 방향은 저마다 달랐을까.
누군가는 친구들과 만나러 가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이미 만나, 광장 쪽으로 식사하러 가고.
또 파벌 같은 경우엔 모였다간 우르르 대량으로 움직이고.
한편으론 아예 홀로 조용히 식사하려는 이들도 있으니까.(이 경우엔, 주로 체르니가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 인파 중에서도, 이쪽 그룹은 상당히 신기한 조합이었으리라.
“진, 진짜 ‘그런 거’로 괜찮을까요……?”
“괜찮다니까요! 계속 말하지만, 뭘 받으려고 한 일도 아니었고…….”
아무렴. 무려 10대 귀족 막내와 일반 학생 두 명- 에우드, 마나, 라이니가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처에 이동 중인 학생들도, 이러한 세 명의 조합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현재 세 사람이 향하는 곳은 광장 쪽에 있는 가게였다.
정확히는 음료 전반을 파는, 카페테리아라고 해야 할까.
에우드는 정말로 답례가 필요 없었다만.
마나와 라이니가 도와준 답례를 꼭 하겠다며, 쉽사리 물러서지를 않았다.
게다가 도중엔 마나가 아예-
(“그, 그럼, 아예 포에닉스 파벌을 위한 일꾼이 되겠어요! 평생에 걸쳐 은혜를 갚을게요!!”)
-라는 말까지 해버려서, 그걸 겨우 말리고.
……이건 정말로 안된다. 하워드한테 100% 잡혀간다. 독방 신세 확정이다.
이후 셋이서 겨우겨우 결론을 내린 것이- 가벼운 음료.
아카데미 광장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음료를 사주기로 한 거였다.
치오카도 어제 에우드에게 과자를 선물로 주기도 했고.
실제로 귀족 아이들 간의 선물도, 차나 과자 등, 보통 다과에 관련된 게 많다.
트루스와 레니안느도, 포에닉스 아지트 첫 방문 선물이 과자였다.
그나마 먹을 것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게 가장 문제없고, 또 서로에게 부담도 적으리라.
그럼에도 마나는, 너무 답례가 가볍다 싶었는지, 여전히 좀 미안해 보였다.
그래도, 답례로 받기로 한 음료의 수는 무려 일곱 잔.
포에닉스 파벌 전원의 분량이었다.
에우드는 한 잔이면 충분하다고 한 걸, 마나가 끝내 고집을 부려 늘린 거다.
한 잔이면 몰라도, 일곱 잔까지 가면 당연히 가격도 꽤 나온다.
귀족일지언정 돈의 소중함을 아는 에우드이기에, 솔직히 결코 가볍게 느껴지진 않았다. 엄청 고마웠다.
……그로 인해 도리어, 얻어먹는 에우드가 미안할 정도로.
그렇다.
답례하는 쪽과 받는 쪽, 둘 다 미안해하고 있는 거다.
이 무슨 답답할 만큼 착한 아이들인지, 정말.
일단 에우드는 일이 끝나면 도서관에 돌아가지 말고, 곧바로 음료를 들고 누나들의 강의실로 찾아가자 싶었다.
항상 라다루스나 누나들 쪽에서 와주니까. 가끔은 에우드가 마중을 가는 것도 좋으리라.
“근데, 역시 오늘은 파벌로 움직이는 게 더 두드러지게 보이네요.”
카페테리아 쪽으로 앞장서던 라이니가, 그것을 살짝 말했다.
확실히, 에우드가 보기에도 평소보다 그 분위기가 더 강했다.
보이는 것은 10대 귀족급 대형 파벌까진 아니고, 주로 중견 규모의 파벌들.
수인족이나 엘프족 파벌들은 물론, 중견 중에서도 상당히 이름을 떨치는 ‘앙쿠스’와 ‘로운더릭’ 파벌 등등이 보였다.
저번 미궁 이론 시험- 그때 다목적실에서 봤던 이들도 여럿 있었다.
뭐, 이렇게 눈에 띄는 이유는 역시 그거겠지.
“역시, 뱅퀴시 때문이겠죠.”(에우드)
“뱅퀴시……!”(마나)
아까 강의실에서도, 파벌 소집 이야기가 많았다고 들었고.
점심에도 그러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리라.
뭐, 포에닉스의 경우 웬만한 건 어제 다 정했으니까. 굳이 저럴 필요는 없다만.
이미 파벌 내에서도 네 사람이 참가하고, 세 사람이 관람하기로 결정 내렸고. 각자의 방향도 정했다.
이제부터는 열심히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뱅퀴시엔 역시 일반 학생들도 참가를 많이 하나요?”
“물론이죠, 에우드 님! 제가 아는 남자애들이나 선배만 해도, 벌써 준비하겠다고 안달인걸요!”
에우드의 질문에, 라이니가 곧장 답해줬다.
그 와중에 이성 친구도 많아 보이는 라이니의 사교력이, 한층 더 눈부시게 보이긴 했다만.
여전히 살짝 불안해하는 마나도,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뱅퀴시도 그렇고. 매년 있는 무투대회나 학술회는, 저희한테 있어선 큰 기회예요.”
“이곳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은 건, 일반 학생이라 해도 마찬가지니까요~”
“……역시 그렇겠죠.”
에우드는 마나와 라이니의 말에 조용히 동의했다.
아카데미의 각 대회나 학술회의 입상자들에겐, 왕가와 아카데미 측에서 수많은 명예와 혜택을 보장하니까.
그만큼 더더욱, 일반 학생들에게 있어서도 이번 뱅퀴시가 ‘큰 기회’로 여겨지는 거겠지.
애초에 그 이상으로-
이름을 알리거나, 업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엔, 귀족이든 일반 학생이든 결코 구별이 없을 거다.
그때, 거리의 다른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추가로 들려왔다.
웅성웅성웅성-
일반 학생들도, 위풍당당한 기세를 내던 중견 파벌들도, ‘새로이 나타난 세력’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세 사람도, 소리가 들린 쪽으로 살짝 시선을 돌려본다.
“저거 봐, ‘푸른 늑대’ 파벌이다……!”
“한동안 뭔가의 사건 때문에, 대부분이 몸을 사리고 있다 했는데……!”
“드디어 멤버들의 징계가 끝난 건가!”
“역시, 저쪽도 뱅퀴시를 앞두고, 세력 과시를 재개한 거겠지!”
“지옥 기간 때도 다른 파벌과 충돌할 정도로, 싸움을 엄청 기다리고 있었다 하니까!”
“리더 사울드에, 그 오른팔 랜퍼스, 그리고-”
“-이번엔 ‘눈 마주치면 집어 던져짐’까지 있어!!”
“학기 초 사건 이후로는, 파벌 인원들하곤 같이 잘 안 다녔을 텐데!?”
추가로, 에우드로선 참 동질감 느껴지는 별명도 들려왔다.
학기 초부터 유서 깊게(?) 전해진, 아카데미 1학년에 존재하는, ‘눈 마주치면 큰일 나는 세 명’이니 말이다.
뒤이어 에우드가 그 발소리를 들은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니, 그건 솔직히 발소리라기보다도-
질주.
마치 주인을 발견한 대형견과도 같은, 우다다다 발소리였다.
우다다다다다다-!
끼이이익-!
“꺅?!”(마나)
“우와, 엄청 빨라?!”(라이니)
인파를 가로질러, 쏜살같은 속도로 도착한 ‘늑대 소녀’의 모습에, 마나와 라이니 모두 깜짝 놀라버렸다.
물론,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소녀의 건강함에 웃어버렸을까.
몸의 컨디션이 다 돌아온 거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늑대 소녀는 눈앞에 소년을 향해 귀를 쫑긋쫑긋.
꼬리를 붕붕붕 흔든다.
“-에, 에우드, 오랜만이에요……!”
“키루미나, 이제 몸은 괜찮아졌나요?”
“덕분에……! 어젯밤에 막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에헤헤헤…….”
신비한 날이 전부 끝난 키루미나가, 에우드를 향해 수줍게 웃었다.
물론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키루미나에 이어, 또 다른 발소리도 함께 들려왔다는 거겠다만.
우다다다다!! 촤아아아악!!
키루미나의 발소리가 ‘주인을 발견한 대형견’이라 하면,
이번 발소리는 ‘혹여나 동생에게 큰일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대형견’이라고 해야 할까.
쿠우우웅!
“키루미나-! 이 오빠한테 말은 하고 움-”
“앗.”(에우드&키루미나)
“우와.”(마나&라이니)
“-네 녀석, 에우드!”
“안, 안녕하세요, 사울드 선배……!”
지옥 기간 제1 도서관에서 그 난장판을 벌이고 난 후.
참 오랜만에 마주치는 수인 선배의 도래였다.
……키루미나한테 맞았다는 복부는 괜찮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