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25화 (223/264)

소녀들의 발랄한 반응을 보자, 긴장이 좀 풀려버렸다.?225회

개막의 소식225.

그리고 에우드가 사프라 비공정을 본 비슷한 시각.

포에닉시안에 위치한 ‘포에닉스 저택’.

이제 막 저택에 도착한 와이즈는, 창틀에 앉아 가레스의 집무실 창문을 똑똑 노크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부리로 콩콩 두드리는 거겠다만.

실제로 와이즈를 아는 이들이 보면, 그게 와이즈 나름대로 꽤 예의를 차렸음을 알 수 있다.

소리는 시끄럽지 않게. 또 창문에 흉이 지지 않도록, 정말 소리만 똑똑 내는 거니 말이다.

이 데스 스트릭스, 상당히 신사적이다.

곧 노크를 알아챈 가레스가, 와이즈를 보곤 반갑게 창문을 열었다.

“오오, 와이즈 왔구나. 혹시 아이들이 편지를 보내준 거야?”

“구르르르!”

슬슬 연휴 때 충전한 삼남매 성분이 쪼옥 빠지던 가레스였으니까.

와이즈의 편지 배달은 정말 반가웠다.

고된 비행에 지친 와이즈를 재빨리 안아주며, 가레스는 전서를 받았다.

다만 그와 동시. 가레스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하긴……. 며칠 전에 그 여자가, 우리 도시의 정거장을 이용했었으니까.”

라피스의 단독행동 소식은 이미 왕도에서부터 이곳까지 쭉 퍼졌다.

어젠 아예 아카데미에 도착했다고 했는가.

특히 도중엔 아예 포에닉시안을 이용하기까지 했고.

가레스도 그 소식을 듣고 야간열차 탑승 기록을 확인했을 땐, 간담이 꽤 서늘해졌었다.

그리고 편지를 더욱 확인하자-

“……접촉한 건가.”

편지에는 에우드가, 이미 라피스와 접촉했음이 적혀있었다.

이건 ‘우려했던 대로인가.’- 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망할’이라고 그냥 욕을 해야 할지.

“우려했던 대로인가, 망할.”

웬걸. 둘 다였다.

그런데 설마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접촉했을 줄은.

에우드의 말에 따르면, 그녀와 조우한 상황 자체는 우연이라 하는데…….

이렇게 딱 들어맞게 일이 터져서야, 우연이라는 말을 쓰기에도 참 석연치 않다.

그래도 다행히…… 일단 편지에 따르면, 라피스와는 별일 없었다니까.

뭐, 그 라피스의 호위역인 난쟁이- 가레스도 왕도에서 봤던, ‘라넌큘러스 후보’ 에이트리와 충돌했다곤 하다만.

그래도 삼남매의 각각 성격이 드러난 편지 문체를 보자, 너무 걱정할 건 없어 보였다.

다들 예전부터 의젓한 아이들이니까.

아버지로서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한편 이런 의젓함이 믿음직하다.

또 편지의 모서리 쪽에, 비밀스레 적힌 문장을 보자-

[일단은 호위를 진행 중이에요.]

-라고.

아마 에우드가 누나들의 눈을 피해서 적었을 문장에, 가레스도 살짝 안도했다.

이 소식은 이미 델베르크에게 전서로 받긴 했었다만.

아들에게 직접 전해 받는 건 느낌이 다르다.

체리니아는 델베르크랑 성격이 여러 의미로 판박이니까.

솔직히 처음엔, 접촉하긴 어려울 거다 싶었는데.

“역시 내 아들. 따로 귀띔해주지 않아도 잘 해내!”

작은 글씨의 편지를 쭈욱 읽으면서, 가레스는 큭큭 웃음을 내버렸다.

물론 여전히 조금, 의견 차이가 일어나곤 있다고 하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리라.

델베르크의 전서에 따르면, 이미 체리니아는 ‘거의 다 마음을 열었다’고 하니 말이다.

가레스는 편지를 다시 살포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이따가 로로나가 업무를 끝내고 오면, 다시 함께 읽어야겠지.

……그러나 호위 이야기나, 라피스와의 접촉.

그것들 때문에 로로나가 다시 격정(아마 폭력)을 낼 수도 있으니까.

가레스는 마음을 미리 굳게 먹자 싶었다.

“그런데…… 애들이 조금 타이밍을 일찍 잡아버렸네. 사실 우리 쪽도 곧 레이지한테 부탁해서 편지를 보내려 했는데.”

“구우우우?!”

와이즈를 쓰다듬으며, 가레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데스 스트릭스 형제인 레이지를 보내려 했단 걸 듣자, 와이즈가 깜짝. 매우 억울한 표정이 되었다.

사실 가레스 쪽도 ‘슬슬 전해주려는 소식’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 소식을, 원래 리퀴아 전속 데스 스트릭스였던 레이지를 통해 보내려 했는데. 조금 맞물리지 않은 것이다.

레이지가 아카데미로 편지를 들고 왔었다면, 딱히 와이즈가 이 전서를 가져다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물론 와이즈와 레이지가 서로 엇갈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만.

“구르릇! 구릇! ……구르르르.”

와이즈의 표정은 그야말로, “아니, 그럼 나 정말로 오지 않았어도! ……하, 됐슴다.”였을까.

와이즈는 머리가 좋다 보니 말이다.

지금 와서 불평해도 의미 없다는 걸 아는 거겠지.

가레스는 그 모습을 보자, 참 미안하면서도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일단 오늘은 요리사 녀석들에게 부탁해, 와이즈 전용 특식을 먹이자 싶었다.

그리고 가레스는 진행하던 일을 잠깐 내려놓은 후, 와이즈와 함께 집무실에서 나왔다.

이 와이즈의 허탈함을 달래줄 인물이라면, 역시 그 애밖에 없지.

가레스는 집무실 문 앞에서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마 지금쯤, 그 아이라면 그곳에 있을 시간이겠지.

[“흐흐흥~ 흐흐흥~”]

역시 예상대로였을까.

막내 아들의 방 앞에 가자, 기분 좋은 콧노래가 흥얼흥얼 들려왔다.

똑똑똑-

[“흐흐흥~ 아, 넵! 들어오세요!”]

“들어갈게~”

달칵.

에우드의 방에 들어가자, 페리아가 가레스를 반겨줬다.

줄곧 활기차게 청소하고 있던 건지.

푸른색 걸레를 들곤, 가레스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가레스 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 -어멋, 와이즈네요?!”

“구르르르!”

페리아가 놀라자, 와이즈가 뭔가 자랑하듯 날개를 휙 펼쳤다.

덕분에 가레스의 시야가 살짝 가려진다.

그 날개를 살짝 쿵 치우며, 가레스는 페리아에게 말했다.

“실은, 아까 막 애들 편지가 도착했거든.”

“네?! 도련님이랑 아가씨들한테서인가요?! 정말 오랜만- ……앗, 레이지를 곧 보낼 거였을 텐데. 그럼 조금 타이밍이 안 맞았은 거네요…….”

“내 말이~.”

“구르르르~!(내 말이~!)”

가주와 사용인. 그리고 반려동물이 잠시 하하하 웃어버렸다.

“구구구! -구릇!?(웃을 일인가!?)”

와이즈는 웃던 도중(?) 조금 화냈다.

페리아는 평소 이 시간엔, 삼남매의 방을 차례대로 청소한다.

페리아가 녹색 메이드가 된 뒤로는 업무가 엄청 많으니까.

이런 일은 다른 사용인들에게 맡겨도 되는 데.

그래도 이것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 삼남매 방 청소에는 페리아 특유의 패턴이 있는데.

셀레나와 티아나의 방을 먼저 청소하고. 뒤이어 티아나 연금술 공방.

마지막으로 에우드의 방을 청소하는 순서였다.

이렇게 에우드의 방까지 청소를 다 끝내면, 페리아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렇다.

마지막 청소 장소인 에우드의 방에서 그대로 휴식하는 것이다.

아마 삼남매 성분에 이어, 도련님 성분을 몰래몰래 여기서 채우는 거겠지.

가레스도 거기에 대해선 딱히 터치하진 않았다.

페리아가 평소 정말 열심히 해주니까. 쉬는 장소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더 편한 곳에서 쉬길 바랐다면 바랐지.

“그래서 그런데, 와이즈 좀 맡아줄 수 있을까, 페리아? 삐진 것 좀 달래줄 겸!”

“아하, 넵! 보낼 때까지 제가 맡고 있을게요!”

“구르릇.”

가레스의 부탁에, 페리아가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와이즈도 페리아의 품에 안기자, 조금 심통을 풀어간다.

삼남매 다음으로 와이즈가 따르는 것이, 바로 페리아니 말이다.

페리아의 포근한 성격에, 와이즈도 치유 받는 거겠지.

……참고로 로로나는, 삼남매보다도 더 위.

에우드가 ‘물주’라면 로로나는 ‘각하’.

아예 총사령관 같은 느낌이다.

아, 가레스는 ‘물주 2’랍니다.

자신이 어디 가서 무시당할 인물은 아닌데, 라며 가레스는 큭큭 웃어버렸다.

참 리퀴아가 키운 녀석답다 싶다.

뭐, 이젠 와이즈 또한, 훌륭한 포에닉스 일가의 일원이니까.

이어서 가레스는, 순식간에 와이즈를 달래주는 페리아에게 가볍게 물었다.

“-페리아,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니?”

“넵, 가레스 님!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어요! 다소 치열해지느라 아마 내일 정도까진 갈 거 같지만요…….”

“아하하, 다들 꽤 열심히 붙는가 보네!”

“당연하죠, 가레스 님! 이번 안건이 어떤 안건인데요!”

가레스의 말에, 페리아가 고개를 붕붕 흔들며 답했다.

와이즈를 잠시 책상 쪽에 내려놓은 후, 어떤 대진표가 적힌 종이를 가레스에게 건넸다.

아마 이따가 휴식을 끝낸 후, 사용인 숙소에다가 게시할 물건이었으리라.

“일단 오늘 밤에-”

그리고 종이 맨 위에 적힌 타이틀은 바로-

[도련님, 아가씨들을 만나기 위해, 뱅퀴시에 참관하러 갈 인원 뽑기. 8강전 대진표.]

[일시 : 저녁 8시.]

[종목 : 체스, 포커, 유그라시아 상식 스피드 퀴즈 etc]

[우승 및 준우승 보상 : 뱅퀴시 참관 및 급료 보너스.]

“저를 포함해서! 8강전 승부를 치를 예정이에요!”

그것은 이번 뱅퀴시 참관을 갈 때, 포에닉스 측으로 동행할 사용인을 뽑는 대진표였다.

페리아는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했다만.

그 순조로이에, 얼마나 많은 혈투가 있었는지.

지금 단 여덟 명밖에 남지 않은 대전자들도, 모두 수차례의 격전을 뚫고 살아남은 인원들이다.

만약 이걸 보고,

“사용인들끼리 대결? 뭐 별 대단한 것도 아닌 걸 가지고 호들갑이야?”

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당장 “이 바보 자식! 그럴 리가 있나!”라고 말해줘야겠지.

포에닉스 저택의 사용인 자리는, 예로부터 면접과 필기시험을 통과한 이들만이 채용될 수 있다.

또 가레스가 포에닉스를 이끌면서부터 바뀐 거다만.

만약 필기시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면접 중 인성 및 마음가짐이 좋다고 판단되면 임시 채용으로 기회를 준다.

그리고, 필기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교육하는 것이다.

그 이상으로 사용인들의 이후 사회활동 및 지식함양을 위해 교육을 아끼지 않는 포에닉스니 말이다.

사용인들의 스케줄에는, 정기적으로 조안과 기타 교사들에 의한 수업이 잡혀 있다.

나중에 사용인들이 일을 그만둬도, 문제없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시켜놓는 의도였다.

즉- 포에닉스 사용인들은 모두가 상당한 지식인들이란 이야기.

오죽하면 과거 에우드도, 마리와 매디가 가진 지식에 놀라지 않았는가.

게다가 이번 승부의 종목들은 두뇌 및 승부 테크닉을 적극 활용하는 것들이다.

이른바, ‘두뇌 게임 발리 투도(Vale Tudo)’라고 해야겠지.

그렇다.

이 토너먼트, 결코 보통 토너먼트가 아니다.

웬만한 전문 교육기관 학생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엄청난 두뇌 배틀이다.

“꼭 이기고 올라가겠어요, 가레스 님!”

8강전 진출자, 페리아 알피타 선수가 승리 의지를 활활 태우고 있습니다.

뜨겁군요, 뜨거워.

“하하, 응원할게! 아니지. 이런 건 형평성이 필요한 거니까. 내가 그런 말을 직접 해선 안 되겠네. -모두 열심히 하도록 응원할게!”

“넵! 아, 맞아! 오늘은 로로나 님과 조안 님도 관람해주시기로 했어요!”

“로로나랑 조안이?! ……와아, 나도 밤에 가봐야 하나 이거.”

“대전 장소는 사용인 숙소 2층 로비에서예요!”

그렇게 포에닉스 저택은 현재, 전대미문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 저택에 삼남매는 없지만-

그래도 세 아이의 이름은, 3년 전부터 항상 저택을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사실, 상품 중 하나인 급료 보너스에도 상당 금액을 건 터라,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겁니다만.

전부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아니겠습니까.

삼남매도 보고, 급료도 더 받으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 * *

그리고 페리아가 보여준 대진표를 돌려준 후.

주머니에 넣은 편지를 다시 매만지던 가레스는, 슬슬 아카데미에도 사프라 비공정이 도착했겠다고 생각했다.

케인즈의 비공정도, 포에닉시안에서 헤른티아(무덤동굴)까지 3~4시간밖에 안 걸릴 정도이니.

스케줄을 전부 취소하듯 움직였으니까. 그 속도라면 충분히 도착할만하다.

‘그러고 보니……. 원래 그 녀석이 황금의 기사 대표로, 사프라 비공정 호위를 맡기로 했었는데. 라피스 공주가 먼저 가버렸으니, 이래서야 호위 느낌도 안 나겠구만.’

황금의 기사 다섯 중 가장 젊은.

또 가장 신앙심 높은 그 아카데미 후배를 떠올리며, 가레스는 참 귀찮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자신이 그 일을 받지 않아 다행이라고도 생각했고.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레스 선배. 믿음 생활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레스 님이 오실 때까지, 저희 교회의 맨 앞자리를 비워두겠습니다.”)

“……흐커허헉어걱!”

“으아?! 가레스 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가레스의 콜록콜록에, 페리아가 화들짝 놀라버렸다.

“아, 아니야, 아니야. 갑자기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가레스 님한테 트라우마?!”

이 유그라시아 최강자 중 한 명인 존재에게 트라우마라니.

이제껏 가레스의 털털한 모습을 봐왔던 페리아라도, 선뜻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까.

가레스에게 순간 떠오르는 건 속사포로 쏘아지던 설교와 교리.

그리고 원한 적 없는데 늘어난, 신성 계열의 지식.

리퀴아의 말을 빌려, 귀에다가 팍팍 거는 신성 인챈트였다.(지금은 머릿속이다만.)

그래 뭐, 그것도 다 지나서 보면 가레스에겐 추억(?)이긴 하다만.

성당 교회를 이끄는 신성기사단의 단장이자.

황금의 기사의 칭호를 받은 조정자, 크로나스-

지금은 내려놓은 이름으로는…… ‘크로나 클락 카인듀스’였던 그 후배와의 추억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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