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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222화 (220/264)

이제부터 다가올 무대의 막 앞에서, 개전을 준비한다.?222회

개막의 소식222.

“라피스 공주님이 벌써 아카데미에 왔다는데?!”

“관광이 목적이라고 하셨어!”

“오늘은 학생회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알카라시아 거리를 돌아다니신단 모양이야.”

“오늘은 그쪽으로 나가는 애들이 꽤 많겠네.”

“야야, 우리도 한 번 가자!”

“엄청 아름다우시다며!”

라피스의 도착 소식은 하룻밤 만에 전부 퍼진 덕인지.

기숙사에서 나올 때부터, 곳곳에선 들뜬 목소리가 가득했다.

들뜨는 건 단순히 일반 학생들만이 아니며, 귀족 학생들도 상당.

중견 파벌 소속이라던가.

혹은 메트리나 그리피너, 이가리트처럼 대형 파벌 소속의 몇몇 학생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만큼 라피스 엘런시아 사프라라는 이름의 의미는 거대하다는 이야기다.

본국 사프라에서의 ‘성녀, 성모’라는 별명에.

왕도 행사에 다녀온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그 빨려들 것만 같은 아름다운 외모.

그녀의 앞에선 신분과 종족의 차이는 없으며, 남는 것은 오로지 동경과 순정뿐이라고 하는가.

그래, 솔직히-

에우드가 생각해도 그럴만하다 싶다.

그 모습은 동화책에서 나올 이상적인 공주님.

그러면서도 사프라의 큰 한 축을 쥐고 있는 여성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누구든 그 이름에 열광하고, 기대하며, 만나보길 바라는 것이다.

만약 지금 에우드가, 에우드가 아닌 우드 갈레아였으면.

포에닉스에 오지 않고.

5년 전 ‘파라노이아’를 조우하지 않고 그대로 고아원에서 살아가는 소년이었다면, 아마 똑같이 반응했으리라.

어쨌든 오늘 하루, 알카라시아의 거리는 대성황이겠지.

친목 활동을 중시하는 검은 사자 파벌도, 오늘은 거리에 나간다나.

“-어떻게 할래?”

“…….”

그리고 기숙사의 로비.

넓적하면서도, 그럼에도 한껏 소란스러운 그곳에서, 티아나는 셀레나에게 살짝 물었다.

아마 그것은, ‘우리도 보러 갈래?’라는 의도가 담겨 있었을까.

다만 셀레나는 상당히 차분하게 답했다.

“한 번 보긴 해야 하지만. 어차피, 앞으로 한동안은 아카데미에 있을 거잖아, 그 여자.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봐.”

로비의 소파에 앉아, 반대편에 앉은 에우드의 뺨을 쪼물쪼물 만지며 고개를 살짝 젓는다.

“뭐가 됐던 내일부터는 다시 강의 시작이니까. 난 어제에 이어서 검술 정비에 들어갈래. 하루를 풀 타임으로 수련에 쓸 수 있는 날은 정말 중요해.”

“그럼 나도- 어차피 에우드도 도서관에 마지막으로 가는 날이니까. 아지트 공방에서 포션들이나 더 만들어야지. 어제 레시피 작성도 했고.”

셀레나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티아나도 주먹을 살짝 꼭 쥐고, 오늘의 제작 계획을 하나둘 점검했다.

그리곤 똑같이 에우드의 또 다른 반대편으로 가, 셀레나와 함께 에우드의 뺨을 쪼물쪼물.

쪼물쪼물쪼물쪼물-

“누아아압.”

아침의 얼굴 붓기라도 풀어주려는 걸까.

아니면 졸음을 깨기 위해, 막내 동생으로 힐링을 해가는 걸까.

“-아, 그럼 티아나, 저랑 같이 가죠. 저도 오늘은 한동안 그 인형을 만지려 하고 있었거든요.”

“안 그래도 나도, 플로라 보고 같이 가자고 하려 했어.”

“어머, 마음이 통했네요♪”

“플로라 놔두면 몰래 혼자 또 에우드 보러 갈 거 같아서.”

“에엥, 신뢰감 제로였네요?!”

플로라가 너무하다는 듯 티아나를 투닥투닥 때렸다.

“프란시느도 같이 갈래?”

“그러죠, 셀레나 님! 하아, 정말 좋네요, 마음껏 검을 휘두른다는 게요……!”

우리의 유효타 중독자는, 한동안 셀레나가 팍팍 상대해준 덕에 욕구 불만이 꽤 풀린 듯하다.

그러고 보니, 이미 프란시느가 들고 온 가방 안엔 목검 한 자루가 다소곳이 들어가 있었다.

아마 오늘 아침부터, 셀레나와 함께 검술 훈련을 하려고 준비했던 거겠지.

……근데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는 셀레나의 목검도 목검이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가방에 세팅되어있는 목검도, 의외로 무섭긴 매한가지다.

정말루요.

“드로와는 계획이 있나요?”

“아, 넵!”

프란시느의 목검에 전율한 후, 에우드는 살짝 안절부절못하던 드로와에게 그것을 물었다.

그러자 드로와가 화들짝.

곧, 수줍은 웃음으로 에우드에게 답했다.

“사실 오늘…… 유리카 님이랑 라그나릴 파벌 분들한테 초대를 받아서요!”

이건 또 의외의 스케줄.

다른 파벌 멤버들도 조금 놀랐을까.

“그럼 라다루스 주최야?”

“아뇨아뇨, 셀레나 님! 라다루스 님은 이미 오늘은 거리에 외출 예정이셔서!”

확실히.

아까 아침에 라다루스를 만났을 때, 자신도 외출 예정이라고 말해주긴 했다.

라피스를 따로 보러 간다기보다도, 정기적인 파벌 누님들과의 쇼핑이라나.

……듣기로 라다루스는, 라피스와의 스케줄을 이미 잡아놓긴 했다고.

(“에우드 님! 에우드 님도 저랑 같이 외출을- 아앗, 하워드 님한테 뭔가 책잡히셨다고 했죠…….”)

에우드에게 같이 가자고 조르려다가, 도중 에우드가 ‘벌칙 중’이라는 걸 깨닫고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한 살 연하의 금발 소년 동생이 침울해지면, 에우드도 괜히 마음이 아프다.

어쨌든 오늘 라그나릴은 그럼, ‘라다루스 측’과 ‘유리카 측’- 이렇게 두 개 그룹으로 나뉜다는 거겠지.

참고로, ‘왜 책잡혔는지’- 벌칙의 이유가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키루미나와 푸른 늑대의 ‘신비한 날’은, 에우드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려 하니 말이다.

키루미나도 저번 일을 반성해서인지.

증세가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아지트에서 아직 나오지 않고 있고.

랜퍼스 말로는 그때 사건도, ‘에우드의 포션에 의해 페로몬을 땡겨서’ 일어난 사태라고 했으니까. 아마 슬슬 나올 수 있으리라.

랜퍼스와 아루&메루도 슬슬 기숙사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키루미나를 지키러 다시 들어간 사울드도.

사울드를 생각하자 에우드의 배가 살짝. 정말로정말로 살짝 아파졌다.

“모임이 기대돼요~”

드로와는 어찌나 기대하는 건지. 자신의 책가방을 꼭 쥐곤 헤헤 웃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본 에우드는, 드로와에게 무슨 내용의 모임인지 살짝 물어봤다.

“어떤 약속으로 만나는 건가요? 혹시, 약간만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네?! 아- 그, 그게 특, ‘특정 장르의 소설’이요!”

“와, 장르 소설!”

드로와가 약간 동요를 하면서 답했다.

아마 그건, 약속에 대한 기대로 생긴 버벅거림일 것이다.

“그럼 유리카 선배랑 해서 모두 책 친구라 해야겠네요.”

그래도 에우드가 방긋 웃으며 전하자, 드로와가 금세 화색이 되었다.

“그, 그렇게 되겠네요! 아, 책 친구는 여러분이 더 먼저지만요!”

드로와는 아카데미에 오고, 책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에우드는 이렇게 마침, 드로와에게 좋은 책 친구가 생기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나트는-

“아…… 나도 오늘은 다른 쪽 하고 스케줄이 있어. 어흠.”

자신의 말에 아이들 모두 갸웃하자, 아나트가 살짝 헛기침을 해버렸다.

“그렇구나…….”

“으아,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셀레나. 마음 약해지잖아요……!”

어제랑 달리 대련 멤버가 한 명 빠진다는 것에, 셀레나가 약간 시무룩.

그걸 보자 아나트는 난처하게, 입가를 물결치듯 오물오물했다.

그리고 에우드는 거기서, 어떤 시선 하나를 감지했다.

처음 느끼는 시선은 아니었다.

그저 한동안 못 느낀 시선일 뿐.

“?”

에우드가 의문을 띄우며 로비 한쪽.

2층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흐히이익!”

“아.”

잭스가 있었다.

에우드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재빨리 몸을 숨겼다만.

완전히 숨겨진 건 아니라서, 묘하게 그 머리칼이 코너에서 살살 튀어나와 있다.

뭐니 저게.

아나트도 자신의 오빠가 숨은 것을 알아챘는지. 그걸 보곤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넵. 저 한심한 오빠하고의 스케줄이랍니다. 미안.”

지난번에도, 아나트가 잭스와의 일로 먼저 돌아간 적이 있었지.

오늘은 그것의 연장이라고 한다.

토르랑 쪽의 문제는 포에닉스도 협력하기로 했으니까, 에우드로선 아나트가 그냥 마음 편히 움직이길 바랐다.

곧바로 아나트는 미리 준비해둔 나이프 홀더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이프 홀더에는 이전에 가레스에게 받았었던, ‘또 한 자루의 흑철 나이프’도 소중히 꽂혀 있었다.

그렇게 아나트를 시작으로, 다들 일요일의 스케줄을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 * *

그리고 포에닉스 파벌 멤버 모두 흩어지고서.

어제 치오카가 말한 대로, 홀로 제2 도서관에 일을 보러 온 에우드는-

“……레니안느?”

“…….”(꼼지락꼼지락)

어느새 제2 도서관에 와 있던 레니안느의 어리광을 받고 있었다.

혹시 모를 일의 혼란에 대비해, 에우드도 어제보다 조금 서둘러서 도서관에 온 건데.

레니안느는 에우드가 오기 전부터,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에우드가 문을 열고 사서 역할 준비를 끝내자마자-

레니안느는 카운터 앞에 앉은 에우드의 무릎 위에 폴싹 앉은 것이다.

마치 에우드를 1인용 소파처럼 사용하듯, 레니안느는 에우드에게 등을 포옥 기댔다.

덕분에 치오카 것을 빌려 입은 사서용 앞치마는, 레니안느 전용 소파 시트가 되었을까.

“……안 불편해?”

“안 불편해.”

어제 에우드가 ‘나중에 약속을 잡자’라고 했으니까.

에우드로선 나중에 찾아가거나, 부를 생각이었다만. 이렇게 레니안느 쪽에서 먼저 쐐기를 박으러 올 줄은 몰랐다.

오늘 에우드가 혼자 일한다는 건, 트루스에게서 이미 들었다나.

“이러고 있는 게 좋아. 오늘은 이렇게 있을래.”

“레니안느가 원하면 상관은 없는데…….”

“에우드, 내 소파.”

레니안느도 소파처럼 여기려 했나 보다.

에우드는 레니안느의 어리광에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뭐, 그나마 도서관에 올 인원도 오늘은 다들 거리로 나갔다.

이용객이 거의 없는 만큼, 레니안느가 있는 건 그리 문제없을 거다.

이럴 땐 원칙을 따지는 것보다도, 유연하게 대하는 게 맞겠지.

오늘은 레니안느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자 싶었다.

게다가 에우드도, 어제 레니안느 몸이 살짝 떨렸던 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또 레니안느가 오로지 앉아있는 건 아니다.

뭔가 혼자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갔다 온다던가.(아마, 적당한 책을 찾으려는 목적이리라.)

에우드가 오늘 예정된 사서 업무를 위해 움직여야 할 때면,

그땐 폴짝 무릎에서 내려와 에우드에게 찰싹 붙어 이동했다.

물론, 그래도 결국 바로 돌아와서 다시 무릎 위에 앉는다.

둘의 키는 엄청 차이 나진 않으니까.

아마 실제론, 소파보다도 신체 사이즈 비스무리한 의자 느낌이겠지.

그렇게 에우드를 등받이 삼아 꼭 붙은 레니안느의 냄새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처럼 포근했다.

……아니아니. 냄새 페티시가 아니다.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좋은 냄새가 나기에, 에우드도 무의식적으로 맡은 것뿐.

에우드의 무릎에 앉은 동안, 레니안느는 동화책을 그리거나, 팔락이거나 했다.

에우드는 그게 레니안느 나름의, ‘자랑’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같이 보고 칭찬해달라는 거겠지.

누나들과 오래 지낸 덕에, 에우드도 이런 은근한 기대는 재빨리 캐치할 줄 알았다. 또 로로나의 교육도 한몫했고.

에우드는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레니안느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전했다.

“레니안느, 볼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정말로 잘 그리네.”

“……후웅.”

“내용도 재밌고.”

“…….”

붕붕붕-

레니안느가 다리를 붕붕 움직이는 게, 에우드의 칭찬이 잘 먹힌 듯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투구의 난쟁이’ 이야기가 보인다만.

에우드도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본 거니까, 엄청 부끄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부끄럽긴 하지만.

이전엔 컬러가 되지 않았던 페이지도, 어느새 아기자기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연휴 때부터 이어졌던 컬러작업은, 순조로이 진행되는 모양이다.

저번 악시우스의 조각도 그렇고. 여전히 티아나의 연금술도 그렇고.

이렇게 생각하는 대로 자유롭게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에우드는 참 신기하고 존경스러웠다.

또 쓰다듬어줄 때마다, 레니안느가 페이지를 살짝살짝 빠르게 넘기는 게 에우드는 참 재밌었을까.

가끔씩은 에우드가 아직 다 읽지 않았는데도 넘기다 보니, 그것을 앞으로 되돌려야 하곤 했다.

“아앗, 아직 다 안 읽었는데……!”

“……에헤헷. 알겠어.”

그리고 에우드가 페이지를 앞으로 넘겨달라고 하면,

레니안느는 에우드에게 고개를 돌리곤, 키득키득 웃으며 그것을 넘겨줬다.

에우드가 자신의 동화를 열심히 읽어주고 있는 게 전해져서겠지.

그렇게 서로 동화책 감상 타임을 가지며.

또 한편으론 가끔씩 일거리를 위해 함께 폴짝 일어나, 도서관이나 복도를 걸으며.

붕 뜨는 느낌으로 서로 오전을 보낼 때였다.

도서관 복도에서 기척 둘이 살살 느껴졌다.

들려오는 발걸음 분위기에 따르면 아마- 이곳을 향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기념할만한 일요일 첫 방문자이겠다.

에우드 못지않은 감각의 레니안느도, 에우드의 무릎 위에서 그걸 알아챈 거 같았다.

“그럼 레니안느, 잠깐 내려-”

“시러.”

혀짧은 목소리로 떼쓰면, 에우드도 차마 억지로 내려오라고 못 한다.

혹시 일반 학생이 오는 거면, 가뜩이나 ‘10대 귀족 두 사람’이 있는 것에 놀랄 수 있는데…….

그리고 에우드가, 레니안느를 억지로 안아서 내려놓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딸랑-

도서관의 방문자가, 순식간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련님! 에우드 도련님!”

“에우드 도련님……!”

“-아, 슈가도 왔네요.”

방문자는 둘.

어제에 이어 또 찾아와준 제시카와, 메이드 복장이 아닌 슈가였다.

“엥, 레니안느 님!?”

“레니안느 작가님도 계셨군요.”

“둘 다, 오랜만이야.”

레니안느는 에우드의 무릎 위에서, 제시카 교수님과 슈가 독자님에게 꾸벅꾸벅 인사했다.

착한 아이, 착한 아이.

“어맛, 도련님, 이, 이건……! 앞치마 차림!!”

그리고 어제보다도 사서 모드가 강화된 에우드의 모습에, 제시카가 또 한 번 감탄을 내버렸다.

아니, 아예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

찰싹!

“-우꺅!”

“진정. 진정하시길.”

곧바로 제시카의 호흡이 가빠지려는 걸, 슈가가 뒤통수를 때려 재빨리 막아낸다.

“……후우.”

물론 그러는 슈가도 살짝 호흡이 가빠져 있었습니다.

“슈, 슈가? 괜찮나요……? 약간 얼굴이 빨개져있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에우드 도련님. 슈가는 아무 문제 없답니다.”

도련님의 걱정에, 슈가는 얼굴을 붉힌 채로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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