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시들과 함께, 에우드를 이용해 극상의 힐링을 만끽한다.?221회
사서221.
이후 플로라는 먼저 기숙사로 돌아갔다.
체르니는 잠시 루네와 있다가 움직이기로 했다. 루네하고 나눌 이야기가 있다나.
홀로 움직이는 거면 몰라도. 루네가 함께 있는 거라면, 에우드도 딱히 불안한 점은 없었다.
그렇게 에우드는 루네의 지하도서관에서 나와, 홀로 제2 도서관에 돌아왔다.
그리고 한바탕 일을 끝냈는지.
카운터 의자에 탈력감 넘치게 앉아있던 치오카는, 에우드가 가져온 세 권의 논문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드디어! 휴우, 무사히 반납됐네요~! 덕분에 하워드 회장님한테 혼날 일은 없어졌어요!”
“네, 다행히. 그리고 사실, 그 룬 교수님도 이 논문의 반납을 잊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하시네요.”
“아앗, 그러면 제 쪽에서 조금 죄송한 일을 저질러버렸네요…….”
“아뇨아뇨, 어차피 거의 다 사용했다고 했고.”
솔직히 루네는 논문을 잊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만.
만약 그 책더미 위에 올려둔 채로 며칠 더 있었다면, 잊어버릴 확률은 상당히 높았으리라.
그 위에 다른 책들이나 논문이 쌓이던가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
반납을 재촉했다고 해서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겠지.
이후 치오카는, 오늘 제2 도서관 업무는 이제 끝내도 된다고 말해줬다. 뒷정리만 하고 문을 잠그면 된다고.
즉 오늘은 이만 폐관한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어제보다도 문을 닫는 시간이 조금 이르긴 했는데, 그 이유인즉-
“지금 라피스 공주님의 때 이른 도착 때문에 학생회에 비상체제가 걸려서요……! 아, 에우드도 그거 들었나요?!”
“들었다 뿐일까요…….”
당연히 라피스와 에이트리가 도착한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들었다’라고만 표현하기엔, 한바탕 하기도 했지.
또, 둘의 도착이 앞당겨진 거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고.
원래라면 그 둘을 태우고 왔을 ‘사프라 왕국 비공정’ 또한, 이동 스케줄에 변동이 생겼다고 한다.
사프라 측 방문자들은 원래, 전원 비공정을 타고 ‘행사를 치르면서’ 다음 주에 아카데미에 도착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라피스가 독단으로 움직인 탓에, 루트를 바꿔 예정보다도 훨씬 빨리 도착하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학생회 인원 모두, 일정 변경에 따른 일감들이 몰려온 거고.
심지어 치오카 말로는 거기에 탑승한 인원 중-
유그라시아 왕가 측에서 동행시킨 ‘황금의 기사’ 한 명에,
또 라피스의 호위로 동행한, 사프라의 조정자- ‘라넌큘러스’ 한 명까지 있는 모양이라.
툭 까놓고 말해서, 정말 민폐다.
며칠에 걸쳐 스케줄 다 정해놨더니, 그걸 전부 앞당기고, 축소하고 해야 하는 거니까.
더더욱 절차, 예정, 온갖 것이 꼬여가고 있다고.
덕분에 아예 내일의 경우-
“내일은 학생회 일 때문에, 거의 에우드 님 혼자 도서관을 봐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우와, 저 혼자인가요……?”
“제가 죄송해요…….”
“아뇨아뇨, 치오카 선배가 사과할 일이 아닌데.”
제2 도서관은 무려, 에우드 1인 체제로 진행해야 한다고.
물론 제2 도서관만이 아니라 제1 도서관까지였다.
트루스도 지금쯤 똑같은 소식을 전해 받았을 거라고 한다.
그 제1 도서관 사서인 샐리가, 트루스에게 그걸 전하면서 살짝 떨지 않았을까 걱정도 들었다만.(지옥 기간 때 ‘도서관 사태’도 그렇고, 계속 거대 파벌에 휘둘리게 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도 트루스는 너무 깐깐하게 구는 녀석은 아니니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에우드도 이제 도서관 일은 다 할 줄 알았기에, 치오카에게 괜찮다고 답했다.
솔직히 업무 수행능력만 치면, 언제 불려와도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을 정도랍니다. 아무리 그래도 또 불려와선 안 된다만.
괜히 아까 정원탑 앞에서 저지른 기물파손 사태가 눈앞을 아른아른한다.
뭐, 피르티랑 루카스가 잘 말해준다고 했으니까…….
또 치오카가 딱히 사과할 필요도 없는 게.
어제오늘 치오카가 열심히 뛰었으니 말이다. 실질 에우드의 일거리는 많지 않았다.
일단 혼자 하는 거면, 내일은 치오카나 트루스처럼 사서용 앞치마라도 둘러볼까 싶었다.
그리고 치오카는 에우드에게 그 말을 듣자-
“진짜요?! 잘 어울리실 거 같아요! 사실 저도 입혀보고 싶었거든요!”
어째서인지 눈을 반짝였다.
……결국 눈을 반짝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앞치마를 벗어 에우드에게 시험 삼아 입혀주기까지.
순식간에 완성된 에우드의 앞치마 차림에, 치오카가 만족감 가득히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하아하아……! 역시, ‘라그나릴’ 분들이 한동안 소재로 빠져있을 만해요……! 아, 다음 에우드X라다루스 소재로 이걸 알려드리면, 우후후후후!(중얼중얼)”
그리고 에우드에게도 잘 들리지 않게, 황홀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분명 ‘라그나릴’이라는 이름이 있긴 했던 거 같은데…….
‘뭐라고 한 건진 확실하게 못 들었네……. 아, 근데 의외로 치오카는 라그나릴 멤버들이랑 친했나?’
뭐, 확실한 내용은 모르겠다만…….
라그나릴 파벌 내에는 라다루스 말고도 ‘유리카 선배’라던가.
저번 지옥 기간에 에우드와 상부상조한 여학생들이라던가, 여러 학생이 많으니까.
그럼 치오카와 친분 있는 학생도 충분히 있을 만하다.
애초에 같은 학생회 동기인 피르티 또한, 포에닉스와 친하기에 약간씩 편의를 봐주지 않는가.
또, 레이디들 사이의 세부적인 커넥션엔 너무 관여치 않는 게 매너.
그러니 여기선 못 들었다는 척, 에우드도 하하 쓴웃음 짓는 게 좋으리라.
아무리 3년짜리 단기 귀족일지언정, 에우드도 이런 눈치는 열심히 길러왔다.
그 뒤로 내일 있을 사서 일로 몇몇 이야기를 더 나눈 후.
에우드도 뒷정리를 끝내면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일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덜컹!
사람 없는 도서관의 문이, 활기차게 덜컹 열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는 게, 에우드는 참으로 웃겼을까.
“-누나들, 웬일로 여기까지 왔어?”
“에우드!”
“에우드- 오오, 안경에 앞치마.”
티아나와 셀레나가 호다닥하는 움직임으로 도서관 안에 들어왔다.
이제 막 마지막 왜건을 제자리에 둔 에우드에게, 뭔가의 소환 의식이라도 펼치려는 건지.
두 누님은 에우드를 사이에 두고 앞뒤로 포메이션을 형성.
서로 손을 둥글게 잡곤, 에우드를 중심에 놓고 뱅뱅 돈다.
둥글게둥글게♪
그리고 둥글게둥글게를 멈추자마자-
포옥! -꼬오오오옥!
단숨에 앞뒤로 에우드를 구속.
둘이서 꼭 에우드를 끌어안았다.
“에우드, 꼬오오옥!”
“에우드, 꼭.”
“갸아아아악-”
“어머어머.”
순식간에 일어난 포에닉스 삼남매의 포옹에, 치오카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을까.
아마 피르티가 평소 했던 말들에, 한층 더 공감하고 있는 걸지도.
근데 아까 플로라랑 픽시들한테 장난을 당하기도 했었고.
……또, 그 여자가 에우드의 귀에 꽂을 끼우는 등 했던 만큼.
에우드도 오늘 참 수난이 많다 싶었다.
그리고 셀레나가 꼭 끌어안은 채로 에우드에게 속삭였다.
“그 여자가 왔다고 했어…….”
“셀레나 누나, 벌써 들었어?”
“플로라가 알려줬어.”
“그리고…… 에우드랑 벌써 만났다고 했고! 무슨 난쟁이랑도 싸웠다며!?”
“어라, 에우드!? 이미 라피스 공주님 쪽이랑 만나셨던 거예요!? ……혹시 하워드 회장님이 전해준 기물파손 이야기가!”
“아- 넵, 그거 아마 저일 거예요…….”
치오카가 놀라는 것에, 에우드가 조용히 사실임을 시인했다.
아무래도 먼저 돌아간 플로라가, 상황 설명을 다 끝내놓은 듯하다.
‘몰래 에우드를 보러 도서관에 가다가, 상황을 알았다.’라고 모두에게 전해줬다나.
역시 플로라.
루네를 만나려 했던 상황의 설명이 어색하지 않게, 사실을 잘 섞어서 전해준 모양이다.
다른 멤버들도, 플로라에게서 상황전파를 받았다고 한다.
비단 포에닉스 뿐만이 아니라, 기숙사에서도 하나둘 라피스의 도착을 알아채는 분위기였다고.
그래도 파벌 내에서 ‘라피스 엘런시아 사프라’의 도착에 민감한 건, 포에닉스 삼남매와 플로라 정도니까.
소식을 듣자마자 이렇게 밖에 나와, 에우드를 마중하러 온 것이다.
“아까 플로라한테 괜찮다고 말은 해놨는데…….”
물론 그 에이트리하고 ‘충돌’까지 한 상황이니까.
에우드도, 만약 이런 문제가 누나들에게 생겼다면- 겨우 ‘괜찮아.’라는 한 마디로 안심하진 않았을 테지.
그래도 뭐, 딱히 거짓말도 아니고.
……참고로 현재 플로라는 ‘에우드를 홀로 몰래 찾아간 죄’라는 죄목으로, 이불에 돌돌 묶여 셀레나의 침대 위에 구속당해 있다나.
그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드로와, 프란시느, 아나트에게 감시까지 부탁했다고.
에우드는 괜히 미안함을 느껴버렸다.
“막둥이 건드린 그 난쟁이…….”
“보기만 해봐, 바로 혼내줄 거야!”
에이트리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두 누나의 포옹이 조금 강해졌다.
티아나와 셀레나 특유의 따끈따끈함이, 에우드의 앞치마와 등 쪽에 따따시 전해진다.
어머니에게서 진하게 이어받은 특유의 폭신폭신과 말랑말랑도.
그리고 또 둘 다 여기 오기 전에 샤워라도 한 건지.
달콤한 비누 냄새 또한 함께 솔솔 났다.
……괜히 아까 플로라가, 에우드 보고 ‘냄새 페티시’라고 말한 게 떠오른다.
에우드는 그걸 부정하듯 서둘러 고개를 붕붕 돌렸다.
“그래도 티아나 누나, 셀레나 누나. 아직 치오카 선배도 있으니까, 우리도 행동에 좀 주의를…….”
“-저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하셔도 괜찮아요!”
“아이참, 되겠나요, 그게!”
에우드의 걱정과 달리, 치오카는 어째 너무 귀엽다는 듯이, 삼남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은 뭐, 나쁘게 바라보거나 하진 않는 것 같으니 다행일까.
어쨌든 두 누나의 마음은 이해해도,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에우드는 누나들을 최대한 달래며, 꼭꼭 옆으로 떨어트렸다.
“자자, 티아나 누나, 셀레나 누나.”
“흐이이잉!”
“에우드, 너무해”
어차피 일은 다 끝났으니까.
서둘러 앞치마와 안경을 벗은 후, 누나들과 돌아가자 싶었다.
……빨리 돌아가야, 플로라를 구속 해제시켜줄 수도 있을 테고.
지금쯤 침대 위에서 “이 폭군들! 압제자들!”이라고 외치고 있지 않을까.
뭐, 솔직히 감시를 부탁받은 세 사람이, 적당히 풀어주긴 했겠지만.
* * *
“-그럼, 저는 바로 학생회관으로 갈게요~.”
“고생하셨어요, 치오카 선배.”
“에우드야말로 내일 부탁드릴게요!”
이후 치오카와 길목에서 헤어진 후, 포에닉스 삼남매는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시간은 저녁 6시.
하늘은 이제 막 어둑어둑해지려는 기미가 보였다.
도서관 창문에서부터 봤던 어둑어둑 하늘은, 지금도 참 평화로워서. 아까까지 있었던 그 여자와의 접촉도, 전부 꿈의 일종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당연히 꿈은 아니다만.
수 시간 전 에우드가 라피스에게서 짧게 느꼈던 감각은 진짜였다.
“아버지한테도 일단 와이즈를 보내야겠네.”
“이번 일은 왕도에서부터 난리가 난 걸 테니까, 아빠도 이미 알 거 같지만.”
“그래도, 에우드가 그 여자랑 마주쳤다는 건 저택에 알려야 해.”
셀레나의 말에 에우드와 티아나도 끄덕끄덕.
돌아가자마자 전서를 쓰자고, 삼남매는 서로 무슨 내용을 적을지 의논했다.
다만 에우드로선, 의논하면서 작은 수첩에 내용을 미리 정리하고 싶었는데-
꼬오옥.
꼬오옥.
“저, 누나들. 메모라도 할까 하는데…….”
“아직 놓기 싫은걸.”
“아직 놓기 싫어!”
“그렇습니까아아…….”
두 누나가 양손을 하나씩 잡고 있으니까.
에우드로선 차마 뭔가를 꺼내지도, 적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메모하고 싶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셀레나와 티아나는 더더욱 에우드의 손을 꼭 잡아갔다.
……뭐, 머리에 잘 담아두도록 하자.
마침 머리도 조금 식은 덕에, 뭐든지 팍팍 들어갈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누나들에게 꼭 잡힌 에우드가, 전서에 적을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던 중이었다.
“에우드.”
“응?”
“어제 말했던 것처럼. 꼭, 꼭, 일 있으면 누나한테 말해야 해?”
셀레나가 걱정을 담아 에우드를 바라봤다.
새벽에 무릎베개해줄 때처럼. 에우드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부드럽게 쓰다듬어간다.
마치 달래주는 것 같았을까.
에우드는 혹시 또 무의식적으로 표정이 바뀌었나 싶어, 뺨을 꼭꼭 움직였다.
다만 그건 딱히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첫째 누나 본연의 걱정이라 해야겠지.
셀레나의 걱정 가득한 얼굴을 본 티아나도, 곧바로 함께 에우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손끝에서 심란함이 느껴진다.
막내에게 혹여나 나쁜 일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했던 게 전해진다.
둘 다 어떤 심정으로 아까 도서관까지 달려왔을지.
그걸 알기에, 에우드도 결국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니깐. 그리고, 누나들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에우드는 그래도 우리 셋 중 가장 막내니까.”
“언제나 걱정되는걸!”
“알겠어, 알겠어……. 그리고-”
뭐 당연하다만,
걱정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않을 누나들은 아니다.
그리고 누나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누가 누나들 절대 못 건드리게 할 테니까.”
에우드도, 두 누나에 대한 걱정을 하루도 내려놓지 않는 막내고.
이 포에닉스 삼남매.
서로 걱정해주지 못해서, 돌봐주지 못해서 안달인 아이들이었다.
피는 안 이어졌다만.
머리색은 다르다만.
마안은 공유하고 있지 않다만.
그래도 이 셋은 3년 전부터, 이미 십수 년 평생을 셋이서 삼남매로 지내온 것 같았으리라.
그리고 에우드의 말에 누나들이 빵끗.
쓰담쓰담의 기세를 더욱 높여간다.
“으휴으휴, 우리 막내!”
“무리하진 마, 막둥이.”
“와아아악-”
덕분에 양손도 잡히고 저항도 못 한 채. 에우드는 기숙사에 돌아갈 때까지 누나들에게 귀여움받아야 했다.
* * *
그렇게 에우드는 3년 전,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
자신의 아버지와 계약한 방패역 임무를 상기하면서.
또 한편 ‘우드 갈레아’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