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네이, 글러 먹었구만, 이거.?213회
사서213.
그리고 제시카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서관에서 나간 후.
에우드는 치오카와 함께, 새로이 반납된 책과 논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에우드가 있으니까, 정말 일이 잘 되네요. 작년하곤 비교도 안 되게 여유로워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죠.”
“정말로, 인사치레가 아니라. 순식간에 일을 배우시고, 어제도 처음이신데 실수 하나 없이 다 끝내주셨으니까요.”
치오카는 그 특유의 사교성 좋은 성격 덕인지.
에우드가 10대 귀족이라든가, 무서운 별명을 갖고 있다든가. 그런 것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어제 처음 봤을 땐 조금 어색한 면도 있었다만.
에우드에게 ‘님’을 붙이는 등, 존칭을 쓰려 하기도 했고.
그래도 에우드 쪽에서도 척척 일을 해내고.
또 말문을 트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친해질 수 있었다.
존댓말은 못 막았지만, 상호존중이라 생각하고 패스. 존칭만은 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아카데미의 도서관 사서 학생들은 그 모두가 학생회 소속이다.
제1 도서관의 ‘샐리’와 마찬가지로, 치오카 또한 학생회였다.
그리고 또, 치오카는 피르티와 함께, 학생회에 비슷하게 들어온 동기라고.
덕분에 실은 평소에도 자주, 피르티에게 포에닉스 삼남매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정확히는, 학생회 전체가 들은 거라 한다만.
“피르티가, 포에닉스 삼남매분들 모두 꼭 끌어안아 주고 싶다네요.”
끌어안아 주고 싶다는 것 말고도, 앞선 2년간 별별 삼남매 자랑을 다 늘어놨다는 듯하다.
에우드로선 조금 부끄러웠을까.
자랑이 과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걸 또 학생회 전체가 들었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뭐, 그래도 매번 흉악한 소문이 도는 와중 고마운 이야기다.
애초에 피르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포에닉스 삼남매를 항상 챙겨주는 누나였기도 했으니까. 이런 점은, 피르티답다고 해야 하는 게 맞겠지.
만약 티아나와 셀레나가 이걸 들었다면, 당장이라도 피르티를 포옹하러 가지 않았을까.
아니, 어젯밤에 피르티까지 해서, 여성 모임을 했다고 말했으니까. 이미 따끈따끈하게, 누나들과 포옹했을지도 모르겠다.
티아나와 셀레나의 따끈따끈 포옹은, 한 번 잡히면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그 말랑말랑 포근함은 막내인 에우드가 생각해도 마의 영역.
아니, 마약의 영역이다.
그렇게 서로 작업을 30분 정도 더 진행했을 때였다.
에우드가 빈 왜건을 끌고 카운터 쪽에 돌아오자, 치오카가 어떤 서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아 그게-”
왜건을 제자리에 놓은 에우드는, 치오카에게 쫑쫑 다가갔다.
“대체 어느 분이 빌려 갔는지 모를 논문들이 있어서요.”
“……응? 어느 분인지 모르겠다니요?”
치오카는 자신이 보고 있던 서류를 에우드에게 보여줬다.
서류는 ‘제2 도서관 대여 리스트’ 중 하나.
이 도서관에서 지금까지 무엇이 대여되었고.
또 얼마나 반납되었으며, 어떤 물품이 아직 반납되지 않았는지 정리해둔 서류였다.
“지옥 기간에 약간 일이 바빴을 때가 있어서요. 그래서 그때 몇 시간 정도 잠깐, 졸업반 선배가 대신 카운터를 맡아주셨었는데. 그 틈에, 교수님 한 분이 논문들을 빌려 가신 모양이라서요…….”
치오카는 곤란하다는 듯, 자신의 뺨을 살짝 매만졌다.
“그런데 지금 서류를 확인하니까, 저는 전혀 모르는 교수님이셔서요.”
“전혀 모르는 교수님……?”
치오카 말로는 ‘1급 교수’로 등록이 되어있는 ‘마법 도장’을 제시하고 대여했다고 한다.
대여된 논문들 자체가, 등급이 매우 높은 논문이라, 일반 학생들은 대여하지 못하는 물건이라고.
치오카가 들고 있는 물품 서류를 보자, 마법 잉크의 도장이 정갈하게 찍혀 있었다.
분명 마법 도장이란 건, 하나의 신분증 역할을 하는 물건일 텐데.
게다가 ‘1급 교수’의 도장이라 했다.
그 말인즉. 논문을 빌린 건, 아카데미에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위 교수라는 것이다.
아카데미의 1급 교수들은 아카데미를 견인하는 최고의 학자이자 교육인이다.
이전에 플로라가 틈틈이 강의를 해주기로, 그들 전원이 외부에서도 유명한 인재들.
제시카, 디에스를 비롯해 수많은 인재가 가득한 아카데미 교수진이다만. 1급 교수는 다른 교수들도 한 수 접을 만큼, 학계에서 저명한 인사들이라고.
덕분에 에우드도, 플로라의 알짜 강의를 통해 그들 이름들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위치의 1급 교수들인데도, 3년 차인 치오카가 전혀 모른다니.
조금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이긴 했을까.
그렇기에 더욱 치오카가 난감한 거겠다만.
“그럼, 그때 맡아줬다는 졸업반 선배분한테 여쭤보면-”
“그게…… 그 졸업반 선배는 어제 막 왕도에 갔거든요.”
“왕도? 어쩌다가요?”
“헌터 자격 취득을 하려는 분이셔서요. 요즘 시기는 자격 관련으로, 왕도 헌터 길드에 가시는 졸업반 분이 많아요.”
“아앗.”
그러고 보니, 제시카도 졸업반 시절 왕도에 자주 다녀왔다고 했다.
일단 알카라시아-왕도 직행 열차가 있으니까, 오고 가는 것에 그리 시간이 걸리진 않겠지만.
그 선배가 왕도에서 얼마나 있다가 올지는 모른다고.
에우드(투구의 난쟁이)야, 드라베스-헌터 길드 마스터가 한 번에 절차를 진행해서, 빠르게 발급이 가능했던 거지.
실제로는 헌터가 되는 절차는 의외로 복잡하다.
그렇기에 범죄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헌터 자격을 얻을 수도 없고.
그로 인한 ‘범죄자 비공인 헌터’들 또한 골칫거리라고, 이전에 에우드도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그날 직접 와서 빌린 것도, ‘대리자’ 학생이기도 했고요.”
“대리자라…….”
모르는 이름에, 물어볼 사람은 부재중.
게다가 여기서 대리자까지.
이래서야 총체적 난국이라 해야겠지.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촉박할 필요는 없지만……. 괜히 이러다 하나둘 못 찾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되네요.”
“못 찾으면 어떻게 되나요……?”
“일단 하워드 회장님한테 혼나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건 좀 위험하네요.”
그 말을 듣자, 에우드도 괜히 자기 일처럼 다급해졌을까.
에우드는 서둘러 치오카가 쥔 서류를 쭈욱 훑어봤다.
뭔가 도움이 될 거란 보장은 없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일단 그 1급 교수가 대여해갔다는 논문의 타이틀은-
‘고대 아우그스 왕국의 문화’.
‘헤루네비아 시공간 이론’.
‘베델기우스 학회, 마법회로 연구 및 고찰’.
이렇게 셋이었다.
등급이 높다는 말다웠을까.
전부 에우드는 듣지도 못한 학문을 다룬 논문이었다.
특히 시공간 이론이라는 말은, 전혀 감도 못잡을 정도였다.
그리고, 에우드는 곧바로 어떤 이름을 발견한다.
대여자- 룬.(1급 교수 인장, 꾸욱)
그렇습니다. 루네 알페일입니다.
“-아, 당신이었냐!!!”
“꺅, 에우드!?”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쳐버렸다.
그야 뭐, 이래서야 모를 만하지.
선배들도 모르고, 그 플로라도 못 찾던 이름인걸.
그보다 그 당사자는 지하에 박혀있기도 하고.
뒤늦게 치오카가 매우 놀랐다는 걸 깨닫고, 에우드는 서둘러 사과를 전했다.
“죄송해요, 치오카 선배. 저도 모르게 그만…….”
“아, 아뇨. 놀, 놀라긴 했지만 괜찮아요. ……그런데, 이 룬이라는 교수님, 에우드가 아는 교수님이신가요?!”
“아……. 네, 아주 쪼끔.”
“쪼끔.”
에우드의 표현에, 치오카가 귀엽다는 듯 웃어버렸다.
행동 하나하나를 직접 보니, 치오카는 피르티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민지 이해한 거겠지.
……언제나 누님들에게, 무의식중 귀여움을 전파하는 에우드 도련님이었다.
뭐 어쨌든. 에우드가 할 일은 정해졌다.
에우드는 방금 본 3개의 논문의 제목을 메모장에 적었다.
“어디 있는지 대충 아니까요. 이건 제가 갔다 올게요.”
위치가 위치니. 이건 에우드 쪽에서 직접 갈 수밖에 없으리라.
* * *
다행히 치오카가 나갔던 사이, 에우드 쪽에서 일을 많이 끝내두기도 한 덕에.
에우드가 잠깐 빠져도, 치오카에게 큰 부담은 없었다.
뭐, 게다가 정말 바쁜 건 어제 거의 다 끝냈으니까.
치오카는 이참에, 여유롭게 산책과 휴식을 겸해서 느긋이 다녀오라고 했다.
또 상대가 1급 교수인 만큼, 치오카도 안심한 모양이다.
학생이나 일반인 출신의 교수였다면, 에우드를 보내는 데에 꽤나 망설였겠지.
에우드는 치오카의 말에 따라 제2 도서관을 나섰다.
빨리 다녀온 다음, 치오카의 뒷정리를 도울 생각이었다.
시간은 이제 3시 정도 되었을까.
햇빛이 쨍쨍했던 12시 즈음과는 다르게, 조금 그 기세가 줄어든 시간이었다.
걷기에 정말 좋고. 뭔가를 연습하기에도 딱 좋은 시간.
……순간 에우드의 몸이 조금 근질근질했다만.
그래도 현재 맡은 본분을 잊지는 않는다.
‘어라, 근데 거기 나 혼자 들어갈 수 있으려나?’
생각해보니 저번에 들어갈 땐, 체르니가 함께 있었으니까.
그 ‘마법 열쇠’를 통해 문을 만들어낸 후, 지하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벽 앞에 가서, “실례지만,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해도 될 거 같긴 했다만.
그래도-
왁자지껄 왁자지껄.
“…….”
오늘의 아카데미는 산책을 즐기고 있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지금도 곳곳에 여러 학생이 저마다 모여 걷고 있었고.
“히이익, ‘눈마기절’!?”
“옆, 옆으로 붙어! 기절한다!”
“뭔가 사고를 쳐서 벌 받는 중이라고 들었는데, 여기에 있다니!?”
물론 정해진 듯이, 오늘도 공포감 가득한 속닥거림이 들려온다.
원래라면 들리지 않을 거리다만. 귀가 좋은 에우드에겐 애석하게도 전부 들린답니다.
근데 ‘눈마기절’은 뭐야.
아니, 뭘 말하는지는 알겠지만.
에우드는 괜히 자신들에 대해 좋은 말만 퍼트려줬던 피르티가, 한층 더 감사히 느껴졌다.
나중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러 가자. 우선 따끈따끈 포옹을 해주면 되려나.
어쨌든 이쪽도 그렇고. 학생회관 근처에도 사람이 많을 수 있다.
특히 학생회관과 정원탑까지는, 나무도 울창하고, 꽃도 정말 많이 피었으니까. 소풍 감각으로 나온 이들도 의외로 많을 테지.
그럼 그쪽에 가서, 하염없이 문을 열어달라고 기다리기도 좀 뭐하리라.
만약 혹시 루네가 자고 있다거나.
혹은 에우드를 못 알아챈다면, 아예 문도 안 열릴 테고.
그런 생각을 하며 에우드는 적당한 수풀 쪽으로 향했다.
바로 회중시계를 꺼내- 왕족 소녀이자 호위 대상인 체르니에게 통신을 건다.
뚜루루- 삑!
의외로 통신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연결되었다.
[“(딸깍!)네, 에우드! ……어, 어흠. 이런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
“우와, 빨리 받아주셨네요, 체르니 선배.”
[“엑. 흐, 흐으응? 그, 그랬나요?”]
으음, 혹시 제때 안 받으면 체르니한테 와이즈를 보낸다거나.
또 뺨을 쭙쭙 괴롭힐 거라 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걸까.
사실 그거 반쯤 농담이었는데, 이런 반응이면 에우드로선 좀 미안하다.
“바로 받아주셔서 고마워요.”
[“에, 에헤헤.”]
그보다 뭔가 살짝 들뜬 목소리기도 했다만.
[“-큼큼, 근데 오늘도 어제처럼 사서 일을 하는 거 아니었나요?”]
“아, 그렇긴 한데……. 체르니 선배, 혹시 제2 도서관 쪽에 나와주실 수 있나요? 저랑 좀 같이 움직여주셨으면 하는데…….”
[“엡.”]
“혹시 기숙사에 계신다면, 제가 아예 그쪽으로-”
[“―”]
체르니의 목소리가 순간 끊겼다.
“체르니 선배?”
[“이, 이게 그 책에서만 나오던, 밀, 밀회……?!(중얼중얼)”]
바로 뭔가 말한 것 같다만.
체르니가 웅얼웅얼했다보니 잘 들리지 않았다.
에우드의 귀가 좋다곤 해도.
그건 작은 소리라던가. 멀리서 들려온 소리를 잘 듣는다는 거지.
처음부터 듣기 어려운 웅얼거림까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에우드는, 자신의 부탁부터 먼저 말하자 싶었다.
“-사실, 지금 루네를 찾아가야 하는데, 혼자는 못 들어갈 거 같아서요.”
[“아.”]
체르니는 어째선지 힘이 빠진 소리를 냈다.
[“……그, 그런 거였나요. 하아아, 어흠.”]
그리곤 왠지 아쉬움이 느껴졌을까.
그래도 곧바로,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나갈게요, 마침 낮잠도 다 자서 할 일도 없었고.”]
……생각해보니, 이 왕족 소녀. 친구가 없다.
다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놀러 가는 휴일이, 체르니에겐 무료한 시간이기도 하겠지.
뭐, 에우드라고 해서 친구가 많은 건 아니다만.
‘아, 그래서 어제 제2 도서관 쪽에 왔던 건가.’
에우드는 그제야 어제 도서관에 체르니가 온 이유를 깨닫는다.
심심했던 것이리라…….
[“……저기, 에우드. 지금 좀 실례되는 생각 하지 않았어요?”]
“아뇨아뇨, 제가 감히.”
[“수상한데…….”]
게다가 이 소녀, 감은 참 좋다.
하긴. 전투 능력은 자신 있다고 했고.
저번 도주극에서도, 에우드의 방해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능숙하게 피할 정도였으니까.
아마 이 감도 그런 전투 능력의 일환일까.
……그것 때문에 호위를 안 받겠다고 해서 일이 귀찮아졌다만.
어떻게든 앞으론 가고 있으니, 지금은 에우드도 따지지 말아야겠지.
[“그런데, 에우드. 루네 쪽에는 왜요? 아, 플로라 일 때문인가요?”]
“아뇨, 플로라 일은 아닌데- 아아, 맞네요. 플로라도 부르면 좋겠네요.”
플로라 일- 그건 저번부터 붙잡고 있는 ‘가짜 플로라 인형’에 관한 일이었다.
그땐 루네에게 골렘을 살필 때 필요한 몇몇 조언만 들은 후-
(“일단은 공부 다 끝내고 와라! 지금 내가 말하는 거 다 머리에 넣으면, 너 공부한 거 대부분 다 까먹을걸!”)
(“에에엑.”)
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제 슬슬 일을 재개하지 않을까.
아마 에우드가 피곤했던 걸 배려해서, 플로라 쪽에서 바로 이야기를 안 꺼낸 것일 테고.
일단 에우드는 와이즈부터 플로라에게 몰래 보내자 싶었다.
와이즈에겐 누나들한테 약하니,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도 강조해야겠지.
그리고- 말을 다시 돌려서.
에우드는 루네에게 가려는 이유를 체르니에게 말했다.
“실은 도서관 업무 중에, 루네가 저번에 논문을 대리로 빌려 가 놓고, 반납을 아직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신 받아오려고 했죠.”
[“-아니, 그거 아직도 반납 안 했대요!?”]
“엥? 체르니도 그 논문 아시는 건가요?”
[“그때 논문들을 빌렸던 대리자가 저였으니까요…….”]
“아.”
범인이 회중시계 너머에 있었을 줄은.
들어보니, 밖에 많이 나오지 못하는 루네를 대신해, 체르니가 자주 여러 자료를 빌려온다고.
반납할 때는 체르니에게 다시 부탁하거나.
혹은 쿠루루나 픽시들을 보내, 몰래 도서관 앞 반납대에 넣고 온다나.
오베론, 티타니아는 눈에 너무 띄어서 안 된다고 한다.
회중시계 너머에서, 체르니는 한숨 섞인 투로 확신하듯 말했다.
[“루네, 지금쯤 책더미에 쌓아놓고 완전히 까먹었을 거 같네요…….”]
“그때 봤던 그 책의 산 내부에 있다는 건가요…….”
[“……그럴 확률이 높네요.”]
생각보다 일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아 맞다!”]
“무슨 일이세요?”
[“죄송한데, 나가는 데에 조금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아, 괜찮아요. 제가 부탁드린 거고.”
뭔가 일이 떠오른 걸까.
뭐, 치오카에게 받은 시간도 여유롭고.
플로라에게 쪽지도 보내야 했고.
기다리는 건 충분히 감안하고 있던 일이다.
“오히려 죄송한 건 저죠. 체르니 선배, 역시 뭔가 하시던 일이-”
-어라? 아니지. 방금 낮잠 잤다고 했다.
그럼 딱히 하던 일은 없었을 텐데.
……이제 막 일이 떠올랐다던가?
여러 의문에 에우드의 말이 끊기자, 회중시계 너머에서 머뭇머뭇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직…… 오늘 세수도 안 해서…….”]
“…….”
현재 시각, 오후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