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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212화 (210/264)

이 소녀 또한, 언제나 여러모로 까칠까칠한 악마분이다.?212회

사서212.

정말 이틀 정도 피곤에 피곤에 피곤으로 점철됐었는데.

오늘은 일어나자 무거웠던 눈꺼풀도 가볍고. 몸도 다를 때보다 편안했다.

셀레나, 티아나, 플로라의 3연속 무릎베개가 진짜 효과 있던 걸까. 새벽에 방에 돌아와서는, 스르르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오늘도, 에우드는 제2 도서관에서 사서 일을 맡고 있었다.

현재 아카데미는 활기차다.

다들 쉬거나 왁자지껄 노는 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온다.

날씨는 좋고. 새들은 노래하고.

이전에 슈가와 이야기했던, 아지트 정원에서의 식사를 하기에 딱 좋은 날씨.

비단 아지트만이 아니다.

이런 날씨엔, 어디로 가든 소풍을 즐길 수 있을 거다 싶었다.

덕분에 에우드는, 그제야 이 일이 좀 벌칙답게 느껴졌을까.

이리도 놀기 좋은 날인데.

밖에선 놀자판인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런 와중에 실내에 꽁 박혀서 업무를 보는 거니까.

이것도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제1 도서관의 트루스도 비슷한 기분일지도.

뭐, 포에닉스 파벌의 경우 누나들이 잘 이끌고 있으니까.

어제처럼 에우드가 없어도, 적절한 휴식 활동을 취하고 있으리라. 에우드도 그쪽으론 걱정이 들진 않았다.

게다가 다음 월요일부터는 각 강의에서 시험 결과를 알려준다나.

에우드는 이번 시험이 자신 없는 건 아니었다만.

아주 조금, 마음이 싱숭생숭하긴 했다.

으레 시험이란 게, 그 규모랑 상관없이 결과가 나올 땐 언제나 떨리는 법.

저택에서도 비슷했다.

조안이나 제시카에게서 채점된 시험지를 받을 때면,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곤 했었다.

아, 누나들은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만.

공부하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아도, 공부 성과는 항상 120%로 내는 티아나와 셀레나다.

둘 다 이번 첫 시험에서도, ‘당연히’ 높은 성적이 나올 걸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저택에서도 삼남매에게 많은 시험을 내고.

이번 지옥 기간에서도, 엄청난 시험 난이도로 에우드를 비롯한 학생들을 괴롭힌 ‘헬 제시카’는-

“흐아아아……!”

“제시카……?”

지금 도서관 카운터에 앉은 에우드를 보며,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며칠 만에 보는 제시카의 눈은, 너무나도 반짝이고 있었다.

“에, 에우드 도련님의……! -헙.”

제시카는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쓰려다가, 자신의 입을 재빨리 틀어막았다.

다른 사람들이 혹시 듣지 않았을까 싶었던 거겠지.

원칙상, 교수인 만큼 에우드에게 존대를 하면 안 되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은 다들 도서관엔 그다지 오지 않는 날.

게다가 제2 도서관 담당 사서는, 현재 학생들과 교수를 찾아다니며 책을 회수하고 있다.

즉, 별로 신경 쓸 사람은 주위에 없다.

제시카도 그걸 알곤, 한숨을 살짝 쉰 후-

“에우드 도련님, 오랜만에 보는 안경 모드……!”

에우드가 안경 쓴 모습을 보며, 다시 마음껏 눈을 반짝인다.

제시카의 말에, 에우드는 자신의 안경을 살짝 매만졌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은, 조안이 예전에 선물해줬던 시력보호용 안경.

원래 에우드는 안경에 익숙지 않기에, 평소 많이 쓰진 않았다만. 이번 지옥 기간엔, 정말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눈도 아팠으니까.

덕분에 2주 정도 전부터, 이때다 싶어 애용하고 있었다.

눈이 편안한 것이 정말 좋은 물건이다.

역시 안경의 권위자(?) 조안의 선물답다 해야겠지.

뭐, 에우드가 안경을 쓰는 건 어디까지나 홀로 공부할 때고.

강의 때는 보통 쓰지 않으니까.

애초에 눈이 좋은 만큼. 저택에서 지낼 때도 이 안경을 열심히 쓰진 않았다.

그렇기에 제시카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안경 모드였으리라.

그보다 사실 지금 안경을 쓰고 있는 이유는-

어제 새벽, 눈이 조여올 듯 아팠었던 게 컸다만.

에우드는 그것이, 한동안 쌓인 눈의 피로 때문이라고 여겼다.

“아아, 너무 좋네요…….”

뭐, 이유는 둘째치고. 제시카는 모처럼 보는 신선한 광경에, 뜨거운 숨을 내쉬며 도련님을 감상할 뿐이다.

귀여우면서도 한편 지적으로 보이는 소년의 모습.

안경 밑에 숨겨져 있는 야성.

저 안경을 쓴 채로, 예전처럼 자신을 안아 방에 데려다준다면-

하아아아♡

그것만큼 멋진 일은 없겠지♡

“우헤헤헤.”

“엑.”

제시카는 자신도 모르게 욕망 섞인 웃음을 내버렸다.

……다만 에우드로선 왜 이리도 거친 숨을 내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시카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폭주하지…….’

그렇다. 이런 모습도 의외로 평소에 자주 보는 일.

그런 의미로, 에우드는 잠시 제시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자 싶었다.

(5분경과.)

“…….”

“하아…! 하아아……!”

그런데 5분이 지나도, 뜨거운 숨으로 자신을 감상하고 있다.

그보다 숨결의 온도가 더 올라가고 있어요.

“저기… 제시카~!”

“-어멋.”

에우드는 안 되겠다 싶어 제시카를 살짝 크게 불렀다.

제시카는 그제야 정신 차린 듯 눈을 크게 떴다.

* * *

“-아, 제시카도 반납하러 오셨던 거군요.”

“네, 오늘 아침에 사서 학생이 와서, 반납을 부탁한다고 말해줘서요.”

겨우 제정신을 차린 제시카는 에우드에게 다발의 문서를 반납했다.

그 모두가, 아카데미의 선배 혹은 현역 교수들이 쓴 논문이었다.

던전. 미궁. 마법 등등.

제시카가 담당하는 강의(미궁 이론과 마법)에 관련된 논문들.

과연. 이 엄청난 양의 논문이 바로 이번 헬 난이도의 출처였던 걸까.

“어제까지 채점에 하도 정신이 없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던 거 있죠…….”

“정말 고생하셨어요, 제시카.”

“에헤헤헤.”

에우드의 격려에, 제시카는 아이처럼 수줍게 웃어버렸다.

“그런데 도련님은 어쩌다가 여기서 사서 일을 하는 중이신가요?”

“그게-”

‘신비한 날’에 대해선, 되도록 얘기하지 말라는 게 하워드의 방침이다만.

교수의 경우 그것에 대해선 아는 이들이 있다고 하니까.

수인족 특유 문화를 알려주고, 교수들 측에서 몇몇 편의를 봐주기 위함이라나.

저번에 아루&메루도, 키루미나의 출석인정서를 받곤 했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제시카에게 말해도 문제는 없겠지.

제시카가 그런 걸 안다고 악용할 인물도 아니고.

에우드는 어제와 엊그제 있던 일. 그리고 벌칙을 받게 된 경위를 제시카에게 간단히 이야기해줬다.

에우드가 이야기해준 ‘신비한 날’ 사태에, 제시카는 조용히 감탄을 내보였다.

“-엄청나게 데이셨네요…….”

“하하하…….”

“이틀 전에 기숙사에 무슨 사건 하나가 터졌다곤 들었는데, 그게 바로 도련님이 겪은 사건이군요…….”

“트루스도 휩쓸렸죠…….”

“포에닉스와 메트리를 동시에 엮게 만들어버리다니. 무서워라…….”

뭐, 당연한 반응이었을까.

아래 위로 엄청난 규모의 인원들이 몰려오고.

기숙사 5층 창문에서부터 뛰어내리고.

이내 도망간 사이, 기숙사 내부에선 늑대&사자 연합. 경비 기사단. 심지어 학생회장까지 해서 상황을 종료시켰으니까.

그리고 아침이 되자, 포에닉스와 메트리를 잡으러 웬 사신의 도래까지.

유명 극단이 하는 연극에서도, 이 정도로 스펙타클한 작품은 많이 없으리라.

그런데-

‘어라?’

막상 방금 대화를 해보니 묘한 점이 있었을까.

의외로 제시카는 수인족의 신비한 날에 대해 의외로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제시카에게 사건을 말하는 게 꽤 편했긴 했다만.

신비한 날을 제대로 설명하기도 전에, 제시카 쪽에서 “아하, 발정기엔 그런 증상이 있죠~”라며 답했으니 말이다.

그렇다. 에우드로선 편했긴 했지만…….

뭔가 싸한 느낌.

물론 제시카는 수인족 최대의 사죄와 감사 자세도 아는 여성이다.

그렇다면 신비한 날에 대해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 신비한 날로 인한 사건은 밤에 주로 터지니까.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전에 트루스랑 랜퍼스가 말해줬는데…….

[‘밤에 마주치면 불기둥을 터트리는 귀신.’ by 수인족 학생 일동]

……여기서 에우드는 뭔가의 기시감을 느꼈다만.

설마설마.

일시적인 착각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그냥 넘기기로 했다.

그런 에우드의 의혹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시카는 안경 모드 에우드를 보며 활기차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쉽네요~ 도련님이 여기 계신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슈가도 같이 왔었을 텐데요.”

“슈가는 다른 일이 있었나요?”

“오늘은 교수 숙소도 전체적으로 일이 많아서요. 또 제 방도 같이 정리해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사이에, 논문들을 반납하려 했죠. ……사실 청소 방해된다고 쫓겨난 거지만요!”

“아, 저택에서 방 청소가 시작되면 슬쩍 나가야 하는 느낌이군요.”

“저도 그렇고 도련님이랑 아가씨들도, 마리랑 매디한테도 자주 당했죠.”

“아하하, 저는 페리아한테도…….”

청소할 때는, 메이드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다들 자주 쫓겨났으니 말이다.

쫓겨나는 건 교사도, 삼남매도. 심지어 가문의 수장도 봐주는 게 없어서.

가레스나 알베르토 또한, 청소 중엔 집무실에서 홀라당 쫓겨날 때가 많았다.

역시 포에닉스 메이드들. 다들 강하고 굳세다.

“뭐, 시험 채점도 이제 다 끝냈으니까요! 방에서 쫓겨나도 마음은 편하답니다!”

제시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왠지 모를 자랑.

양손으로 브이 표시를 만들어, 에우드에게 퐁퐁 발사한다.

그 수많은 시험지의 채점을 끝낸 거니까.

충분히 기분이 쭉쭉 좋아질 만했으리라.

에우드도 그런 제시카에게, 짝짝짝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미궁 이론 채점이 끝난 건가.’

미궁 이론…….

에우드가 가장 자신 있던 시험.

물론 다음 미궁 이론 강의 때까지 기다리면, 알 수야 있다만-

자신이 있던 만큼, 벌써부터 결과가 궁금했다.

“…….(제시카)”

“…….(에우드, 움찔움찔)”

“-그, 도련님. 그런 눈으로 보셔도, 원칙상으론 아직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요……!”

“엡.”

아무래도, 결과를 빨리 알고 싶은 마음이 새어나간 모양이다.

어느새 호소하듯 제시카를 보고 있던 걸까.

에우드가 “핫!”하고 놀라자, 제시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정말. 에우드 도련님! 서로 깨끗하게 활동함으로써, 혹시 모를 부정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저희 약속이잖아요!”

“마씀니다아아…….”

제시카의 정론에, 에우드는 입술을 물결 모양으로 꼭 다물어버렸다.

안경을 매만지며 곤란해하는 도련님도 너무 귀여웠던지라, 제시카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결국 그런 에우드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덕인지.

“-후우, 정말. 도련님, 혼을 내드려야겠어요! 이리로 귀 좀 대 보세요!”

“히익.”

제시카는 카운터 쪽으로 몸을 살짝 들이밀곤, 약간 겁을 먹은 에우드의 귓가에다 말했다.

“실은요. 이번 미궁 이론, 에우드 도련님의 점수가 가장 높아요!(속닥속닥)”

“!!!”

“오케이, 끝! 여기까지!”

제시카가 몰래 전한 속삭임에, 에우드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진, 진짠가요?(속닥속닥)”

“저 제시카 올데그랑트, 시험과 과제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도 공명정대. 빡세고 빡셌던 포에닉스 채용시험도, 부정 없이 당당히 통과한 여자라고요?(소근소근)”

두 사람 사이의 속삭임이 끝나자, 에우드의 눈이 반짝반짝.

안경이 에우드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을 텐데도. 반짝반짝의 기세는 더욱 거세졌다.

그래도 에우드 또한 제시카가 몰래 말해준 걸 알고 있으므로.

혹시라도 대놓고 기뻐하지 않도록, 기쁨을 최대한 자제한다.

카운터 자리에서 꼬옥 손을 쥐곤, 기쁨을 감추려 애쓰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진짜 어쩌지. 우리 도련님 반응이 너무 귀여운데.’

그리고 제시카는 그런 도련님의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게 느껴졌다.

슈가와 디에스가 없는데 혼자 즐기는 건, 파자마 파티 멤버로서 정말 미안했다만.

그래도, 그런 미안함을 다 집어삼킬 정도다.

아아 만약- 이곳이 지금 포에닉스 저택이었다면.

아니, 그 이상으로.

그 3년 동안, 밤 9시에 항상 하던 보충수업이었다면.

세월이 지나도 귀여운 이 도련님을, 지금 당장 꼬오오옥 안아줬을 텐데!

‘……어라, 잠깐.’

생각해보니 지금 도서관엔 사람도 없다.

사서 학생은 나갔고, 이용객은 없다.

에우드랑 제시카뿐이다.

한적하고. 한적하고. 그리고 또 한적하다.

‘아가씨들도 지금은 없고……? 슈가도, 디에스도 없고? 그, 그럼……! 오랜만에 도련님한테 어리광부려도 되지 않을까?!’

제시카 올데그랑트.

이 여자, 글러 먹은 성향에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조물딱조물딱.

“우와웁, 제시카?”

“앗.”

게다가 무의식중에 에우드의 뺨을 쪼물쪼물 하고 있었는지.

양 뺨을 쭈와압 잡힌 에우드가 난감하게 제시카를 불렀다.

흐아, 마음이 편해지- 아니아니.

제시카가 깜짝 놀라 뺨을 놔주자, 에우드의 뺨이 탱글탱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제시카는 각오(?)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저기 에우드 도련님!”

“네, 넵, 제시카 교수님!”

제시카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부르자, 에우드도 크게 답해버렸다.

제시카는 그 기세를 이어, 재빨리 에우드에게 부탁하려 했-

“저기, 그, 별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오, 오랜만에 꼬오-”

“-후아, 다녀왔습니다……!”

“흐힉!?”

“아, 고생하셨어요, 치오카 선배.”

부탁하려는 순간. 제2 도서관의 사서이자 학생회, 치오카가 돌아왔다.

치오카의 도착에, 제시카는 깜짝 놀라 에우드의 뺨에서 손을 떼버렸다.

치오카 위시드.

어제 에우드에게 도서관 일을 알려준, 아카데미 3년 차의 학생회 소녀였다.

“에우드도 고생하셨어요! 앗! 제시카 교수님, 논문 반납해주러 오셨군요!”

“네, 넵! 방금 에우드 도- 에우드 학생에게 반납한 참이랍니다, 오호호!”

“바로바로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그, 그럼요! 이런 건 다 돕고 돕는 거니까요!”

“다른 교수님도 바로바로 도와주시면 좋을 텐데요~.”

제시카는 서둘러 말꼬리를 바꾸며, 치오카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오호호, 과장된 웃음 또한.

물론 진짜로 받고 싶었던 건, ‘도련님을 무릎 위에서 둥기둥기해주기 포상’이었다만.

“히이이잉…….”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제시카(25)는, 고개를 침울히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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