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06화 (204/264)

오늘도 한쪽으로 묶인 하얀 머리는 깜찍했다.?206회

신비한 날206.

“여기가 포에닉스 아지트구나. 오오.......”

순조롭게 도착한 포에닉스 아지트의 내부.

랜퍼스는 아지트 내부를 돌아다니며 신기함을 담아 둘러봤다.

새것처럼 반짝이는 인테리어들.

검은 사자에게 대전 보상으로 뜯어낸 인테리어라 했나. 정확히는 칼투스에게.

그래도 결고 무분별하게 받지는 않았는지.

인테리어의 구성을 보면, 참으로 잘 꾸몄다는 게 느껴졌을까.

군데군데에서 검은 사자 여학생들의 센스도 돋보였고.

학기 초만 해도 그리도 으르렁거린 두 세력일 텐데.

이런 걸 보면 참 신기했다.

1층의 창문을 전부 닫으며, 랜퍼스는 조용한 감탄을 홀로 몇 차례 반복했다.

사실 랜퍼스가 아지트를 신기하게 보는 건 어쩔 수 없었을까.

수인족들은 웬만한 이유 없이는 다른 아지트에 가지 않으니까.

특히나 개과는 영역 주의가 강하니까.

타 세력의 파벌 아지트 내부까지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아카데미 3년 차인 랜퍼스다만.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영역 주의라는 것이 비단 강당이나, 공용시설 사용 영역 같은- 단순 파벌 간 이야기는 아니다.

그건 ‘동료·가족과의 집을 소중히 한다.’라는 의지에 가깝다.

물론 최근엔 타종족과의 생활을 하면서, 영역주의가 자연스럽게 희석된다만.

그래도 여전히 ‘식사 중 외부인이 영역에 들어올 시 공격적으로 대응’이라던가.

기숙사의 방에 돌아왔을 때, 혹여나 타인이 들어온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몇몇 생활에선 영역 주의가 남아있다.

수인족이 영역 주의를 무시하는 상황은 보통- ‘결투를 선언하는 경우’.

혹은 이번처럼 아예 페로몬에 취해 폭주할 때 정도다.

그만큼 페로몬에 과하게 취한다는 건, 수인들로서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짐승의 특징을 물려받았다 할지라도.

타종족 교류가 다양해진 현대의 수인들에겐, ‘얼마나 짐승의 본능을 깎고, 또 벼려낼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그런 의미해서, 지금의 키루미나는 결코 ‘현대의 수인족’에겐 맞지 않겠지.

.......정말 귀엽긴 하다만.

짐승의 본능은 현대 수인에게 ‘자제해야 하는 점’이면서도.

한편 ‘가장 수인 본연의 매력을 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니까.

본능에 따라 욕망을 크게 드러낸 키루미나의 모습은, 그만큼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페로몬 문제만 아니었어도, 랜퍼스는 아루&메루에게 해주듯 머리를 쓰다듬어줬으리라.

뭐, 지금은 에우드도 있으니까.

랜퍼스가 굳이 손을 내밀 필욘 없지만.

“-죄송해요, 랜퍼스 선배. 저도 도와야 했는데. 트루스도.”

“됐어됐어. 휩쓸리게 한 건 우린데. 이렇게 아지트도 빌려줬고.”

“설마, 이 시간에 에우드네 아지트에 올 줄은. 레니안느가 알면 부러워하겠는데.”

아지트 창문을 전부 폐쇄하고 온 랜퍼스와 트루스는, 아지트 거실로 돌아왔다.

트루스는 2층의 마법진 쪽으로 가, 보안 마법을 키고 왔다.

그리고 에우드는 현재-

“아가씨가 계속 밀착한 상태인데, 에우드군이 문을 닫으러 다니기도 그렇지.”

키루미나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었다.

오는 동안엔 공주님 안기도 해줬는데.

돌아와서는 무릎베개.

둘 다, 키루미나의 귀여운 떼쓰기를 받고 해준 것이었다.

에우드로선 키루미나에겐 미안한 일도 있고. 또 도움도 많이 받았으니까.

이참에 확실하게 은혜를 갚아가려 했다.

꼬리를 만진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겠지.

다행히 지금은 키루미나도 살짝 졸려 보였다.

에우드의 무릎 위에서, 얼굴을 비벼가며 눈을 깜빡깜빡 뜨고 감고 반복하고 있다.

발정기엔 체력 소모도 심한 모양이다.

그에 맞춰, 세 사람도 잘 준비를 하자 싶었다.

“-에우드, 이거 쓰면 돼?”

“아, 그거 맞아.”

트루스는 어느새 장롱에서 이불과 요를 꺼내 왔다.

멤버들이 사용하던 건 아니고, 이전에 받은 것 중 여분으로 남은 물건들이었다.

오늘 청소하면서 함께 햇볕에 말렸으니, 나쁜 냄새는 나지 않으리라.

“이불하고 요라니, 검은 사자 스타일 같네.”

“검은 사자 쪽에서 준 거예요.”

“-진짜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랜퍼스는 눈을 크게 떴다.

“......칼투스도, 테르미도. 걔들은 의리 하나는 정말 좋지.”

랜퍼스의 쓴웃음.

마치 친구보단 악우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을까.

푸른 늑대도 검은 사자도 반쯤 애증의 관계다 싶었다.

현재는 와이즈가 아지트 밖에서 상황을 보고 있다.

이변이 일어나면, ‘구우우우’하고 소리를 내주리라.

남은 일은 이제, 경계를 유지하며 쉬는 일 정도일까.

“키루미나는 되도록 방 안에서 재우는 게 낫겠죠?”

“그렇지. 이 아지트는 기숙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페로몬이 팍 퍼질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하자. 그런 의미다.

“그래서 그런데.......”

랜퍼스는 약간의 난처함을 담아 에우드를 바라봤다.

이부자리를 한가득 쥔 트루스 또한.

“응?”

“꾸우우웅......♡”

새끼강아지 같은 키루미나는, 여전히 에우드에게 꼭 붙어있다.

절대 에우드를 뺏기지 않으려는 거 같다.

꾸벅꾸벅 무릎베개를 받아가면서도, 에우드의 허벅지와 무릎을 꼭 붙잡고 있다.

“.......지금 억지로 떼어냈다간, 아가씨가 또 폭주할 거 같아.”

“그럼 일단 같이 넣어야겠네, 둘 다.”

“으응?!”

결국 에우드는 2층의 방 하나에, 키루미나와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키루미나는 졸면서도 그걸 정확히 들었는지.

에우드의 무릎을 더욱 꼭 안았다.

* * *

“에우드, 에우드. 쓰다듬어줘♡”

“넵.”

에우드와 키루미나가 사용하기로 한 방은, 에우드의 리더 집무실.

2층에는 휴식용 방이 따로 있다만.

키루미나가 이쪽이 냄새가 더 진하다고, 이쪽으로 하자고 부탁했다.

트루스와 랜퍼스는, 이곳에 이불을 깔아준 후 1층으로 갔다.

그리고 둘만 남은 커튼 친 방 안에서, 에우드는 키루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달빛은 폭주 요인 중 하나라, 되도록 커튼으로 가리는 게 좋다고.

우선 요는 두 개 깔았는데....... 그 개수가 무색할 정도로, 키루미나가 꼭 붙어있으니까.

실상 사용하는 요는 하나였을까.

키루미나는 함께 준 베개를 꼭 끌어안은 채였다.

그것도 키루미나용으로 꺼내준 베개가 아니라, 에우드의 베개였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에우드의 베개 냄새를 습하습하 맡고 있었다.

덕분에 에우드도 딱히 눕지 못하고, 키루미나에게 계속 무릎베개 중이다.

머리를 쓰다듬자, 가마가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성한 머릿결이 폭신폭신 느껴졌다.

따끈따끈 쓰다듬을 받은 덕인지, 키루미나는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색색거리는 것이, 에우드는 정말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 같았다.

강아지 같은 건 키워본 적 없었다만.

주인공이 강아지를 키우는 소설이면 몰라도.

드로와가 빌려줬던 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후으으응.......”

키루미나는 만족스럽게 쓰다듬을 받더니, 에우드의 무릎 위에서 고개를 돌렸다.

졸음이 약간 남아있는 눈빛이, 에우드에게로 향했다.

“에우드, 에우드.......”

“넵, 넵.”

키루미나는 뽁실뽁실한 꼬리를 추욱 내리며 말했다.

“.......저번에 도망가서 미안해. 끼이이잉......”

그러면서 키루미나는 에우드에게 더욱 몸을 붙였다.

아무래도, 키루미나도 이전 일이 계속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아....... 혹시 그것 때문에, 보고 싶었다고 하신 거였어요?”

“......끼이이이잉.”

에우드의 질문에, 키루미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입을 꼭 다물곤, 다시 얼굴을 에우드의 무릎에 파묻었다.

혹시 얼굴이 빨개진 걸까.

뭔가 대답해주고 싶은데, 부끄러움에 그걸 감추려는 것 같았다.

에우드는 키루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괜찮아요. 대답 안 해주셔도 돼요.”

“.......”

에우드의 무릎 위로, 키루미나의 따끈따끈함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곧, 키루미나는 다시 에우드의 무릎 위에서 고개를 떼떼굴 돌렸다.

“에우드.......”

“네, 키루미나.”

“나 미워하지 말아줘...... 끼이이잉......”

새빨개진 얼굴로 매달리듯 그것을 말했다.

살짝 열이 감도는 손으론,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던 에우드의 팔을 꼭 붙잡는다.

여전히 취해 있는 목소리였다만.

키루미나가 불안해한다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워하다니요. 안 미워해요. 키루미나를 왜 미워해요, 그런 거로.”

“진짜......? 진짜?”

“진짜진짜.”

불안을 풀어주기 위해, 에우드는 진짜를 몇 번이고 강조하며 말했다.

실제로 에우드도 키루미나를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겉치레는 아니었다.

그리고 에우드의 냄새로 그것이 전해진 건지.

키루미나는 코끝을 한 번 더 킁킁거리더니, 기쁜 듯이 귀를 쫑긋 움직인다.

뽁씰뽁씰 꼬리도 다시 붕붕붕.

아까부터 계속 붕붕거리긴 했다만.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키루미나의 마음이 놓인 것 같았다.

“에우드에우드.”

그러면서 키루미나는 에우드의 무릎베개를 유지한 채, 꼬리를 에우드에게로 향했다.

“그럼....... 꼬리도 또 쓰다듬어줘........”

“아.”

다시 찾아온 꼬리의 딜레마에, 에우드는 순간 말을 멈춰버렸다.

그런 에우드에게 폭신폭신 유혹을 전하듯.

푸른 털빛이 풍성한 꼬리는, 또 한 명의 자그만 키루미나처럼 귀엽게 움직였다.

-라고 해도.......

에우드로선 만지기 좀 그렇다.

제정신이 아닌 틈을 타 만진다니. 그건 에우드로선 너무 미안했다.

만지고 싶냐, 아니냐로 따지면 만지고 싶다가 맞지만.

키루미나의 꼬리가 가진 푹신함은 정말 좋아서.

지금도 솔직히 에우드는, 그 감촉을 잊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역시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에우드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키루미나. 꼬리는 역시, 저로선 만지기가-”

“싫어싫어. 만져줘, 쓰다듬어줘, 복슬복슬 해줘.”

키루미나가 다시 떼쓰기에 들어갔다.

달콤한 냄새도 아까보다도 더 진해졌다.

분명 수인족의 페로몬은 인간에게 효과가 없다만.

에우드의 후각을 비롯한 감각은, 매우 야성적으로 갈고 닦여 있다.

덕분에 페로몬에 의한 특유의 분위기를 거절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이러니까 아까부터 떼쓰기를 꼬박꼬박 받아버린 거겠지.

‘어쩐다.......’

그보다 여기서 수락하지 않으면, 키루미나는 계속 떼를 쓰며 잠들지 않을 테고.

.......그래. 지금은 재우는 게 먼저니까.

떼쓰기로 아옹다옹하다간, 발정기의 취기가 빠지는 데도 오래 걸린다.

“.......”

여러 요인을 머릿속으로 홀로 저울질한 후, 에우드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키루미나의 떼쓰기에 넘어갔다는 의미였으리라.

“정말 조금만 해드릴 테니까요.......?”

“응!”

스으윽, 스으윽-

에우드는 키루미나의 푸른 꼬리를 살살 쓰다듬어줬다.

“흐아아아앙...... 흐아아아아.......♡”

이걸로 이제 꼬리를 쓰다듬는 게 두 번째인가.

그래도 이번엔 이전처럼 마음껏 만지기보다도, 최대한 조심스레 손길을 줬다.

상대가 아프지 않게, 불편해하지 않게. 따뜻한 손길로 꼬리를 매만져 가준다.

뭐, 나름 신경 쓰며 움직이곤 있다만. 실제로는 에우드 쪽도 꽤 기분이 좋았다.

역시 변함없는 극상의 폭신폭신함일까.

지옥 기간으로 쌓이고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만진다면, 분명 하루를 끝내는 데에 제격일 테지. 안심감 퐁퐁이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에우드는 키루미나의 머리, 꼬리, 턱에, 등까지. 모두모두 따끈따끈한 손으로 쓰다듬어줬다.

에우드의 섬세한 손길 덕인지.

키루미나는 몸을 꼭 말고 에우드에게 마음 편히 어리광을 부렸다.

가끔씩 귀나 허리가 움찔움찔하긴 했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아닌 것 같았다.

“후아아아앙♡”

키루미나의 목소리에, 편안함과 달콤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휴.......’

이대로 잠들어만 준다면, 이제 한 시름 덜 수 있으리라.

랜퍼스 말로는, 오래 자고 일어나면 웬만해선 돌아온다고 하니까.

사실상 상황 종료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

......아 물론 기숙사 창문이 깨진 거라던가.

기숙사에서 일어났을 경비 기사단과 수인 학생들의 충돌이라던가.

무단 침입 및 도주 혐의의 키루미나라던가.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짚고 갈 게 넘쳐난다만.

‘그래도 적어도 사건은 끝나고 있다고 생각하자.......’

.......안 그랬다간 하워드에게 잡혀가는 상상이 계속 떠올라 무섭다.

독방 유폐는 싫다.

그런 걸 좋아하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만은.

과거 드림랜드, ‘가면의 여자’가 에우드를 대우해준답시고 감옥의 독방으로 넣어버렸기에. 에우드는 더욱이 그것이 싫었다.

다만 어쩌면-

그런 대우 덕에, ‘그 애’가 떠나고서 괜히 더 적적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만.

‘.....어떤 의미에선, 가면의 여자에게 감사를 느껴야 하나.’

최근 제시카와 디에스의 기백이 그 여자랑 비슷해져서일까.

아니면 과거의 기억에 보정이 들어가서일까.

에우드도 요 한동안은, 가면의 여자에 대해 크게 나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여전히 변태 같다곤 여긴다만.

드림랜드답게, 이상성욕의 집합체였으니까.

그런 식으로 마음속 생각을 반복하며, 에우드는 키루미나가 잠들길 기다렸다.

* * *

그렇다.

잠들기를 기다렸다.

쫑긋.

그런데 어째선지, 잠들기 직전이었던 키루미나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곧바로 에우드의 무릎 위에서, 신속하게 몸을 일으킨다.

뭔가 느꼈는지 송곳니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키루미나, 왜 그래요?”

“누가 왔어.”

“.......네?”

“침입자......!! 그르르르.....!!”

누가 왔다니. 기척도 못 느꼈고, 하물며 와이즈도 반응하지 않고 있는데.

그리고 그제야 에우드는 집무실의 이변을 눈치챘다.

집무실에 찬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커튼까지 쳐놨을 창문 쪽에서.

“힉.”

다시 말한다.

에우드의 감각은 매우 매섭고 야성적이다만.

요 3년간의 생활로 인해, ‘가족’으로 여겨지는 기척엔 반응치 못할 때가 종종 있다.

하물며 그 기척이........

““-에우드.””

가족 그 이상인, 누나들의 것이었을 경우엔 더욱이.

촤아아아아악!!

집무실의 커튼이 ‘바깥쪽’에서 매섭게 거둬졌다.

어느새 활짝 열린 창문 위로, 티아나와 셀레나가 서 있었다.

펄럭이는 커튼과 함께 위풍당당 서 있는 모습이, 역시 에우드는 누나들답다 싶었을까.

위풍당당보다도 일단 무섭다만.

눈이 정말로 무섭다만.

에우드와 키루미나를 번갈아 가면서 보는 것이 공포 그 자체였다.

“어버버. 업. 어버.”(에우드)

“아주말이야. 우리 에우드는, 키루미나 저 애한테 무릎베개까지 해주고.......”(티아나)

“누나들한텐 말도 안 하고. 여기까지 와서. 방금까지. 뭐. 하고. 있었어? 막둥이?”(셀레나)

두 누나의 눈동자 색이 달라진 게, 거의 마안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아니, 아마 그 눈은 카밀라님에게서 받은 ‘야시용 포션’의 효과일 테지만-

““대답해라.””

“아니야내가다설명할수있어티아나누나셀레나누나그니까눈무서우니까-”

어째 에우드도 모르게, 바람피우다 걸린 남자처럼 반응해버렸다.

“에우드다아아아.”

“레니안느도 왔어?!”

게다가 레니안느도 있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레니안느의 기척까지 못 알아채고 있었다.

......그보다 지금 보니, 레니안느의 품에 와이즈가 안겨 있다.

두 누나가 온 것 때문에 경보를 안 울린 건가, 저 망할 부엉이.

아, 레니안느는 누나들과 달리 마안이 드러나진 않았고. 언제나처럼 멍한 눈이다.

다행이다.

어라? 다행인가?

그때, 에우드의 옆에서 맹수의 적의가 느껴졌다.

방금만 해도, 에우드에게 달콤하게 어리광을 피우던 키루미나에게서 명백한 경계가 드러난다.

“암컷 냄새.......!”(키루미나)

“암?!”(에우드)

“컷?!”(티아나)

“흐앙.”(셀레나)

“응?”(레니안느)

암컷이라는 적나라한 단어로 삼남매 모두 동요를 띄워버렸다만.

레니안느만이 눈을 땡글땡글 갸웃할 뿐이다.

“셋 다, 에우드를, 노리는 냄새야.......! 그라라라라-!!”

“““엑”””

파아아아아앙-!

에우드에게서 뛰쳐나온 키루미나가, 순식간에 행동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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