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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204화 (202/264)

키루미나의 눈이, 핑크빛으로 반짝여갔다.?204회

신비한 날204.

“키루미나?!”

“아 푸른 늑대의 그 여자애.......!”

“♡♡♡♡♡♡”

키루미나다.

키루미나가 분명하다.

하지만 역시 상태가 조금 이상했을까.

애초에 5층 높이의 창문 밖에 매달려 있는 상황부터 틀려먹긴 했다만.

눈은 어째서인지 분홍빛.......? 진짜 분홍빛이라는 건 아니고. 그런 분위기의 눈.

에우드는 알고 있다.

저 눈은 그것이다- 과거 드림 랜드에서 봤던 눈이다.

성욕인지 정욕인지로 가득한 눈.

가면을 쓰고 에우드를 찾아왔었던 ‘그 정체 모를 여성의 눈’이다.

하지만 역시 에우드라 해야 할지. 일단 그것은 뒤로 미룬다.

아무리 그래도 창밖에 매달려 있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어떻게 매달렸는지는 감이 안 잡힌다만.

에우드는 서둘러 창문을 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빨리-

“잠깐만요, 키루미나, 주먹은 왜 휘둘- 아앗?! 문 열어줄 테니까!”

“와아아악?!”

부우우웅- 콰아아아앙!

챙그라아아앙!

키루미나의 주먹이 휴게실의 창문을 깨트려버렸다.

역시나 여기까지 가면, 에우드도 트루스도 경악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곤 유연성 가득한 움직임으로 단숨에 내부로 들어온다.

엄청난 기세로, 깨진 유리조각을 까득까득 밟으며 착지한다.

방금까진 에우드와 트루스 사이의 조용한 대화만 있던 공간이었는데. 뭔 난장판으로 급변해버렸다.

게다가 아까부터 키루미나에게서 느껴지는 달콤한 체취.

그에 더해 거대한 늑대와도 같은 야성의 기백까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지금 키루미나의 상태가 멀쩡하진 않다는 거다.

“저기....... 키루미나, 대체 무슨 일이세요.......?”

“그르르르♡♡♡”

“아, 설마 이거.”

도중, 트루스는 무슨 사태인지 알아챈 걸까.

그러나 트루스가 그에 대해 뭐라 말하기도 전이었다.

“-그르르르르!!”

“!!”

이번엔 키루미나가 에우드에게 달려들었다.

“-에우드!?”

“와아아악?!”

엄청난 속도였다.

동체 시력이 상당할 에우드도.

마안을 가진 트루스도 순간 포착 못 할 정도의 속도.

그야말로 ‘푸른 늑대의 신동’이 맞는 움직임이다.

잠정 SS급이라 해야하는 에우드를, 무려 마운트 자세로 내리찍어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에우드의 양팔을 붙잡고, 몸 위에 올라탄 키루미나는.......

“.......키이이이잉.”

“케엑....... 응?”

“킁킁킁, 키애앵.......♡♡”

“저기요, 키루미나......?”

에우드의 몸에 코를 박고 킁킁킁을 반복하더니, 만족스런 웃는다.

그리곤 에우드 몸 전체를 훑듯, 계속 냄새를 맡아간다.

마치 잘 빚어진 술의 향을 즐기는 것 같았을까.

이어서 향에 취하듯, 키루미나는 얼굴을 더욱 붉혔다.

눈 위로 차오르는 핑크빛은 더더욱 밝아졌다.

“에우드, 에우드, 에우드......♡”

“아, 넵. 에우드입니다.”

“키이이이잉♡”

다행이라 해야 할지.

막상 에우드에게 밀착한 뒤부터는, 키루미나는 아까처럼 막 나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아하....... 발정기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수인족 발정기야....... 게다가 상태가 꽤 심한데. 엄청 취했어.”

“발정? 아니, 키루미나가? ......그보다 수인족한테도 발정기가 있어?!”

“이런 건 각 종족 통념상 다소 터부시하는 일이니까. 잘 알려지지 않은 거긴 한데......”

하긴. 발정이라 하면 결국 성적인 것이니까.

귀족 사회만 봐도 알 수 있듯. 평소 대화에선, 그쪽으로는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다.

비단 귀족 인간들만이 아니라, 수인족들 또한 마찬가지겠지.

기숙사로 돌아올 때 드로와가 말했듯, 타 종족의 ‘알려지지 않은 습성’은 여전히 많다.

......꼬리도 그렇고.

어흠.

그렇다면 아까부터 느껴지는 달콤한 냄새는 발정의 영향일까.

그보다 밀착한 뒤부터, 달콤함이 더욱 강하게 퍼지기 시작했다만.

“수인족들도 부족에 따라서 발정기가 있어. 아, 검은 사자들의 경우엔 발정기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하지만 개과는 다들 발정기가 확실히 존재하지. 생각해보니, 최근이 슬슬 발정기가 시작될 때이긴 했-”

“그르르르르.......!”

키루미나, 트루스를 향해 째릿.

에우드와 이야기를 나눴기에, 키루미나 쪽에서 본능적으로 적대하는 걸까.

트루스는 재빨리 양손을 붕붕 휘저었다.

“아니아니, 괜찮아요. 에우드 안 건드릴 테니까. 난 남자 취미는 많이 없으니까. 트루스 심 메트리는 무고하고 무해합니다. 세이프티.”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키루미나의 적대에, 트루스가 최대한 무고 무해를 주장한다.

에우드로선 무고는 몰라도, 무해까진 아니다 싶었다만.

.......지금은 따지지 말도록 하자.

아니 근데......

발정기는 둘째치고, 왜 이렇게까지 쳐들어온 걸까.

계단도 아니라 창문.

그것도 챙그랑 깨트려버렸다.

겨울철 얼음장 부수듯 붕괴시켰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에우드로선 여기까지의 과정이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

“키루미나, 그.......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온 거예요?”

“키이이잉, 에우드, 보고 싶었어.......”

“넵?”

“보고 싶었어♡♡♡”

“아, 옙.”

키루미나는 여전히 세상 모르게 에우드에게 꼭 붙어있다.

게다가 갑작스레 존댓말이 아니라 반말.

뭐, 원래 키루미나가 연상이니까.

오히려 계속 에우드에게 존대해준 게 감사한 일이긴 했-

‘아니지아니지아니지.’

하도 짚어야 할 게 많이 남아서일까.

에우드는 현실을 회피하듯 다른 생각을 해버렸다.

곧, 복도 쪽에서도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유리가 깨지는 소리?!”

“한밤중에 이게 뭔 일이야?!”

이 정도로 거대한 소리였으니까.

학생들도 뭔가 큰일이 일어났음은 알겠지.

휴게실과 가까운 복도의 학생들이, 방에서 살짝살짝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하다. 에우드라도 이런 큰 소리가 나면 나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비이이이이이잉!!

““!?!?””

기숙사 전체에 갑작스레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분명 경보.

화재 방지 마법의 소리와 비슷했다.

[침입! 침입! 마법 반응! 교칙을 어기고 이성의 기숙사에 침입자가 나타났음!]

[경기 기사단, 상시 대기 인원! 서둘러 수색을 개시!]

[체포하라! 체포하라!]

뭐야 이거 무서워.

내용을 들어보니, ‘허가를 받지 않은 이성’이 이성의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울리는 경보인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로 허가 없이, 이성 기숙사에 들어가는 인물이 있을 줄은.

그 라그나릴 파벌조차, 규칙을 지키고 언제나 허가증을 받고.(10명 한정이다만)

포에닉스도 항상 잊지 않고 허가증을 받아가는데 말이다.

““.......””(에우드, 트루스)

“키이이이이잉♡♡ 끼잉끼잉......♡”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만.

키루미나의 목엔, 허가증 따위 걸려있지 않았다.

““키루미나(얘)잖아!?””(에우드, 트루스)

웬걸. 범인이 눈앞에 있다.

눈앞뿐이냐, 아예 에우드의 몸 위에 올라타 있고.

키루미나는 경보가 들리는 건지 안 들리는 건지. 그저 에우드의 냄새만을 더 맡아간다.

피부 위 체취가 빨려 들어가는 감각은, 에우드로선 참으로 오묘했다.

그래도 이렇게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다.

에우드가 바닥에 밀착한 상태라서 그런 건지.

지금 우르르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대량의 발소리. 마력확성기에 의한 방송에 따른다면, 정말로 수색을 개시한 것이다.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었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우르르르르!)

“으잉? 이번엔 위? 어째서?!”

“응? 에우드, 위라니?”

“지금, 위에서 엄청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

기숙사에서 인간족에게 할당된 층은 둘.

현재 층이 5층이니까, 6층까지는 인간족 기숙사다.

하지만 에우드가 들은 소리는, 아마 그것보다도 더 위.

귀가 좋은 에우드다. 6층이었으면 이렇게 희미하게 들릴 리가 없다.

즉 지금 소리의 출처는 그보다도 더 위- 7층.

수인족 남학생들의 기숙사 층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길래 수인들이 우르르 나온다는 걸까.

그렇게나 침입 경보가 큰일이었던 걸까.

반면 에우드의 어리둥절과는 달리, 트루스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맞다......! 푸른 늑대, 오늘은 대부분이 기숙사에 박혀 있지.......?”

“어? 아. 그런 이야기를 분명 들은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낮에 두 누나가 그것을 말해줬다.

기숙사에 평소보다도 푸른 늑대 학생들이 많았다고.

“키애애앵.....♡ 흐아아앙♡”

“아, 키루미나, 지금 여기 있다간 경비 기사분들한테 잡혀요! 빨리 몸을 피해야 해요!”

“꾸우우우웅.......”

위층의 우르르 소리에 어리둥절하던 에우드가 다급히 말하자, 키루미나가 시무룩해졌다,

강아지 귀와 붕붕 흔들리던 꼬리가 추욱 쳐진다.

잠깐 에우드의 마음이 약해졌다만, 지금은 거기에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이러다간 키루미나가 무단 침입 혐의로 경비 기사단에게 잡혀버린다. 빨리 내보내야 했다.

그러자 트루스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럼 진짜 큰일 난 거 같은데......?!”

“뭐, 뭐?!”

“에우드 너, 아까 들었다며?! ‘위층의 문이 열리는 소리’! 지금 걔한테서 페로몬이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정도로 취할 정도면-”

콰아아아앙-!!

우다다다다다!!

그런 중 갑자기, 중앙 계단 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적어도 이 남자동엔 페로몬이 다 퍼졌다는 거지, 개과 남성을 발정시키는 페로몬이......!”

트루스는 진심으로 난처해하고 있었다.

“““아오오오오올!!!”””

“-뭐야, 저거?! 수인족들이!?”

“전부 개랑 늑대 수인?!”

“어엉?! 어어?! 으어어어!?”

“푸허허허헉!!”

콰가가가각!!

우르르르르르르-!!

복도에서 상황을 살피던 남학생들이, 마치 재앙의 군세를 본 것 같은 경악을 냈다.

순식간에 그 앞을 지나가는 ‘수인 남학생들의 군세’.

아니, 몇몇은 아예 치이거나 밟히기까지 했다. 쿠허헙거리는 비명이 간간이 들려온다.

이윽고 경악과 비명을 무시하고 진격한, 수인 남학생들의 군세는-

두우우우웅-!!

“““찾았다.......! 아오오오오올!!”””

순식간에 휴게실 앞에 도달했다.

이게 대체 몇 명인가.

지금 보이는 것만 해도 아마 스물.

하지만 기척을 정확히 쟀다면, 뒤에도 최소 스물이 더 몰려오고 있다.

근데 그것마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리. 냄새. 기척.

그리고, ‘암컷을 차지하려는 기백’까지.

““히익......!””(에우드, 트루스)

모든 감각이 수라장을 그리듯 뒤엉키며, 에우드와 트루스에게 위기를 전한다.

쿠우우우웅!

그러다 이번엔, 두 소년에게 또 하나의 기척이 전해졌다.

그것도 무려 창밖에서였다.

“허어억, 허어억, 겨우 쫓아 왔네, 살다살다, 설마 내가 진짜 기숙사 외벽을 탈 줄은......! 흐허어억......!”

키루미나가 깨트린 창문 위로, 땀을 뻘뻘 흘리는 랜퍼스가 도착했다.

“키루미나 아가씨, 여기 있- 와, 제발.”

.......금세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결국 우리 애들까지 페로몬에 취했냐고! 야이, 푸른 늑대 미친놈들아, 너네가 아가씨한테 취해버리면 어떡해! -아앗?!”

그러나 욕설과 동시. 에우드와 트루스의 존재 또한 재빨리 알아챈다.

조금만 있으면, 함께 휩쓸릴 거란 사태 또한.

모든 게 갑작스러움으로 가득하지만.

역시 푸른 늑대 넘버2다웠을까.

랜퍼스는 굴하지 않고 재빨리 상황 판단을 내렸다.

“-에우드군, 메트리 리더! 아가씨 데리고 이쪽으로 뛰어내려!”

이쪽- 키루미나가 들어왔고, 방금 랜퍼스가 도착한......

깨진 창문.

네?

창문?

“엉?! 여기서요?! 여기 5층 높이-”

“어서! 잘못하다간 너네까지 저놈들한테 잡힌다!”

“망할, 뛰어내리자, 에우드!”

“트루스, 너 되게 망설임 없네!?”

“아무리 나라도 수인 남자들한테 뒤엉키는 건 사절이거든!?”

“키애애애앵♡”

트루스도 신속히 에우드와 키루미나를 재촉하며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

“““키루미나아아아아♥♥♥”””

개과 수인족 남학생들이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운동능력은 키루미나만큼은 아니다만. 역시 수인족이라는 선천적 신체 덕일까.

들이닥치는 속도부터가 엄청났다.

이미 휴게실의 테이블들은 파도에 밀리듯 뒤집어 엎어지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저 수인들의 웨이브에 키루미나 뿐만이 아니라, 에우드, 트루스까지 집어 삼켜지겠지.

‘차라리, 전부 다 내 마안으로.......!’

이 말도 안 나오는 사태에, 트루스가 마안을 드러내려 했을 때였다.

“트루스, 랜퍼스 선배! 귀 막아-!”

““!!!””

키루미나의 강아지 귀를 꼭 막아준 에우드가, 휴게실 전체에 포효를 울렸다.

“――――――!!!”

콰아아아앙!!

“““꺼어어어억?!”””

“““으르르르릉?!”””

피부를 저릿하게 울리는 포효에, 몰려오던 수인들의 몸이 일제히 뒤흔들렸다.

그러나 이미 반쯤 폭주상태여서인지, 소음이 가득해서인지, 전부 무력화시키진 못했다.

그 이상으로 뒤에 계속 몰려오고 있다. 심지어 그쪽까진 포효가 닿지 못한 상황.

그래도 약간의 시간은 벌었을까.

이 틈이다. 이 틈에 빠르게 나가야 한다.

소리로 파악해보니, 벌써 바로 아래층까지 경비 기사단이 올라온 상태였다.

“으으윽, 좋, 좋아! 뛰어내려-!”

벌써 두 번째로 포효를 겪는 랜퍼스의 외침에, 에우드와 트루스 둘 다 행동을 재개했다.

다행히 둘 다 늦지 않고 귀를 막았던 모양이다.

에우드, 트루스, 랜퍼스.

그리고 에우드가 안은 키루미나까지.

네 명 모두 기숙사 5층 창문에서 급강하한다.

“““으아아아아아-!”””(에우드, 트루스, 랜퍼스)

10대 귀족 파벌 리더 둘에, 푸른 늑대 간부급 둘이라니.

참으로 예상도 못 할 인선이었을까.

“킁킁킁, 끼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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