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02화 (200/264)

에우드의 포션을, 키루미나에게 줘선 안 됐다는 걸.?202회

신비한 날202.

“채점도 고생이네요.......”

“자자, 불평하지 말고. 전부 끝내야 도련님을 또 볼 수 있습니다.”

오늘로 시험은 모두 끝났다만.

교수들로서는 빠르게 채점을 끝내야 했으니, 여전히 스케줄이 뻑뻑하다.

시험 문제의 절반은 정답이 딱 떨어진 주관, 객관식이니, 그것은 슈가에게 맡길 수 있었다만.

전문지식이 필요한 나머지 서술형 문제도 많으니 말이다.

게다가 마법 이론 시험도 일부분 맡은 지라, 채점 분량이 많다.

특히 어제의 미궁 이론 시험.

그 시험의 마지막 다섯 문제는, 답안지 내에다가 지식을 다 끌어 써야 하는 고난이도 서술형이다.

때문에 이것의 평가만큼은, 전문가인 (헬)제시카가 직접 해야 한다.

그래도 어제 시험이 끝나자마자부터 채점을 했으니까. 채점도 꽤 많이 진행되었다. 지금은 너무 진행하다 보니 지쳤을 뿐이다.

주관식 객관식 채점을 끝낸 슈가는 그런 제시카의 머리를 벅벅 만져준다.

교수 모드에서 평상 모드로 돌아간 제시카의 땋은 머리가, 장난스럽게 움직여간다.

“채점을 빨리 끝내고, 디에스하고 뒤풀이 파티도 해야 하는데요.”

“윽.”

디에스와의 뒤풀이 파티-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슈가도 잘 아니까.

말이 뒤풀이 파티지. 한동안 못한 도련님 얘기로 불타는 파티다. 글러 먹음 파티다.

다만 슈가도 거기에 이제 뭐라 할 수 없는 처지.

제시카는 슈가를 보며 히히 웃었다.

“저와 디에스는, 이번에도 슈가의 참가를 기대하고 있다고요.”

“......고, 고려해보죠. 어흠.”

슈가도, 이젠 차마 초대를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글러 먹어가는 자신에게, 슈가는 침묵의 자책을 해본다.

제시카는 달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슬슬 수인족 학생들의 신비한 날이 차례차례 오겠네요.”

“......신비한 날?”

“아, 보통은 수인족의 습성은 모르는 분들이 많죠.”

제시카는 눈을 껌뻑이며 “맞다맞다.”라며 혼잣말.

그러더니 흐흥, 하면서 왠지 모르게 의기양양 소리를 냈다.

지식이 많다는 걸 자랑하는 것 같았을까.

물론 친구 사이의 장난인 건 안다만.

슈가도 그냥 당하고 있을 인물은 아니다.

“제 생각엔 너무 잘 알고 있는 게 더 신기합니다만. 대체 예전부터 얼마나 수인족들을 못살게 군 겁니까, 불지옥의 마술사씨.”

“갸아아아아악!?”

“아, 그리고. ‘밤에 마주치면 불기둥을 터트리는 귀신’이라고도 불렸다죠. 5대 불가사의의 헬 제시카 교수님.”

“그건 또 언제 알았어요?! 그리고 헬 제시카는 뭐예요?!”

“최근 제시카의 시험과 과제의 악랄한 난이도로 생긴 별명인데. 모르셨습니까?”

“뭐야 그게, 너무해!?”

“아마 도련님과 아가씨들도 알고 계실 겁니다.”

갑작스런 흑역사와 갱신되는 별명에, 제시카는 한동안 비명을 계속 질렀다.

스물다섯 처자가 ‘불지옥’, ‘귀신’, ‘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데. 참 흉흉하기 짝이 없었을까.

뭐, 그건 한편으로, 학생 시절과 교수 시절의 본질에 별 차이가 없다는 의미이겠다만.

내숭은 있어도 거짓은 없다. 그게 제시카 올데그랑트다.

흑역사도 많다만.

“어쨌든-! 신비한 날은 그거예요, 그거! 발정기.”

“발정- 엑.”

“이건 수인 사이의 은어지만요.”

갑자기 본론으로 돌아온 말에, 슈가가 움찔.

동시에 발정기라는 약간 낯뜨거운 말에 한 번 더 움찔.

“아, 그래도 동물의 그것만큼 큰일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발그레해지실 필요는 없어요.”

“그으읏.”

“개체 차이는 있지만요. 증상은 대부분 인간 여성의 ‘마법의 날’과 비슷할까요.”

슈가는 낯뜨거운지 큼큼 소리를 계속 냈다.

“다만 가끔 증상이 강한 경우엔 사건이 일어나요.”

“......사건이라면?”

“주로 남자 수인들이, 발정증세의 여자 수인 페로몬에 매료되어 달려들다가, 여러 수인 학생들에게 엄청나게 혼난다던가.”

“와아......”

“수인들 사이에 페로몬 효과는 꽤 크다고 하니까요. 또-”

슈가의 반응이 꽤 좋아서였을까.

제시카도 덕분에 알려주는 맛이 있어, 바로 말을 이어갔다.

“‘증상이 심해진 여성 수인이, 역으로 남성 수인을 덮친다던가’.”

“덮.......!”

슈가의 얼굴이 한 번 더 빨개졌다.

그리곤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만진다.

토르랑에서 험한 일을 겪었던 슈가다만.

요 3년간 포에닉스 메이드 생활 덕에, 지금은 플라토닉 러브를 동경하고 있다.(플라토닉 러브의 동경 대상은 나이가 조금 많이 어리다만.)

그때문일까, 방금 이야기는 조금 자극이 강한 듯했다.

특히나, 귀족 사회 통념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이야기였으니. 어쩔 수 없긴 할까.

슈가는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질문을 전했다.

“그런 사건은 자주 일어나는 건가요.......?”

“자주? 으음, 세 보면...... 아, 세 번이네요. 그렇게 자주는 아닐지도.”

즉, 제시카의 5년 재학 중 세 번.

2년에 한 번꼴로 사건이 터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카데미에는 이걸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인 거 같습니다만......”

“어쩔 수 없죠. 사건은 언제나 한밤중에 터지니까요. 다른 종족들은 아마 한- 9할 정도는 모를걸요. 아는 사람은, 보통 각 세대의 학생회. 또는 교수분들이죠. 양쪽 다 비밀 엄수하고요.”

“.....설마, 오늘 낮에 몇몇 개과 수인족 남학생들이 학생회에게 잡혀갔는데 그게-”

“그게 다 신비한 날의 결과예요. 아마 ‘개과 수인족 중 누군가’의 발정이 시작된 거겠죠. 잡혀간 학생들은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전날 날뛴 아이들일 테고요.”

“아으으으.......”

“뭐, 종족 본성이니까. 엄청 심하게 처벌하진 않지만요. 사실상 보호 및 임시 격리에 가까워요.”

슈가로선 정말 전부 처음 듣는 이야기.

생소하면서 낯부끄럽고. 또 흥미가 쭉쭉 솟아나는 화제였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이 제시카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냐 싶을 것이다.

“.......아.”(슈가)

“응?”(제시카)

‘밤에 마주치면 불기둥을 터트리는 귀신’이니 말이다.

.......주된 습격- 어흠, 활동 시간이 밤이었던 만큼. 더욱.

이 명예 불가사의는, 수인 습성을 다방면으로 알 수밖에 없다.

슈가는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잠깐. 슈가? 지금 되게 실례 가득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요?”

“실례는 무슨. 진실을 생각했을 뿐인데. 불지옥의 마술사님.”

“정말로 부탁드리는데요, 아가씨들이랑 도련님한텐 말하지 마세요, 그거......!”

“제시카가 하는 거 봐서요.”

“아, 좀 약속해줘요, 슈가!”

그렇게 한동안, 제시카와 슈가 사이에 투닥투닥이 벌어졌다.

뭐, 빨리 채점을 이어가야 하니. 투닥투닥도 오래가진 않았다만.

땋은 머리가 헝크러진 채로, 제시카는 입을 삐죽여 채점을 이었다.

“.......오!”

그런 중, 제시카가 반갑게 눈을 반짝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슈가는 흐트러진 메이드복 매무새를 정리하며, 제시카의 책상을 같이 봤다.

“도련님의 서술형 시험지네요......!”

거기엔, 에우드가 적어낸 미궁 이론 시험지가 있었다.

서술형 항목에 빼곡히 적인 정갈한 글씨에, 슈가도 반가운 눈을 반짝반짝.

제시카는 곧바로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가차 없는 채점 모드였다.

도련님이라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다.

오히려 자신이 3년간 키운 학생인 만큼. 그 어떤 학생들보다도 더욱 엄격히 채점할 생각이었다.

제자·도련님 팔불출인 제시카지만.

규정에서 벗어난 편애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라면 큰 감점이 없을 오류도, 가차 없이 붉은 선을 그어버릴 테지.

그리고 약 20분 뒤- 채점이 종료되었을 무렵.

“우우웃.......!”

“제시카.......?!”

제시카가 시험지를 보며 부들부들 떠는 것에, 슈가가 놀라서 움찔.

하지만 곧, 제시카는 에우드의 시험지를 번쩍 들었다.

“-에헤헤헤헷! 도련님, 서술형 만점이예요~! 이제까지 채점한 미궁 이론 시험지 중 유일한 만점이에요!”

엄격했던 헬 제시카는 온데간데없고.

도련님의 훌륭한 결과에 환호하는 제시카만이 남았다.

누구보다 엄격히 채점했는데도 틀린 것 하나 없는 만점.

이번 학기 미궁 이론 최상위는, 에우드 도련님으로 거의 확정이었을까.

“어쩌면 입학시험에서 놓치신 미궁 이론 1위를, 드디어!”

“와아아.......!”

투닥투닥거렸던 슈가와 제시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동안 짝짝 손뼉을 나눴다. 참으로 상큼발랄하다.

똑똑똑-

달칵.

“-제시카, 슈가, 있나요?”

“디에스!”(짝짝짝!)

“아, 디에스님, 무슨 일이십니까?”(짝짝짝!)

“잠깐 말씀드릴 게 있어서-  근데 뭐 하시는 거예요, 두 분? 그렇게 발랄하게.”

마침 옆방에서 빼꼼 방문한 디에스가, 두 사람의 짝짝짝에 고개를 갸웃.

곧바로 제시카와 슈가가 도련님의 시험지를 들어 보여준다.

“-와아아!”

이번엔 디에스까지 함께 합세해서 세 사람이 짝짝짝.

스물 넘은 여성들이다만.

셋 다 마음만큼은 어린 소녀 같았을까.

얼마나 도련님을 좋아하는 건지.

셋 다 글러 먹긴 했다만.

“그런데 말씀이라는 게 뭐죠, 디에스?”

글러 먹음 레이디들이 서로 손잡고 빙글빙글 돈 지 1분 정도 후. 눈이 빙글빙글한 제시카가 그것을 다시 물었다.

“아, 이제 막 ‘기간’이 결정되어서요. 두 분에게 먼저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했죠.”

““기간?””

디에스는 곧바로 품에 넣었던 종이 스크롤을 꺼냈다.

“뱅퀴시 개막 날짜의 확정이에요. 베르네이 학장님 취임 후, 아카데미 최고의 쇼. 졸업반 제외, 전 학년 마법 격투 대항전이요.”

* * *

‘어라? 조금 빨라진 건가......?’

기숙사에 돌아가기 전, 아지트에서의 오늘 마지막 점검.

에우드는 땅을 살짝 들어 올리는 마법- 어스 업의 느낌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이전보다도 딜레이가 아주 약간 줄었다.

에우드 특유의 뾰족뾰족 마력- 그 뾰족뾰족함이 아주 약간 깎인 것 같다 해야 하나.

물론 두 번의 ‘아주 약간’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그 차이는 어렴풋함. 이래서야 순간 착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만.

우선은,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거겠지.

......근데 분명 오늘은 지옥 기간의 피로를 푸는 날이었는데.

이미 셀레나와의 검술과, 티아나와의 연금술. 그리고 지금 마법까지 해서 기진맥진.

어째 피로감이 더 심각해졌다.

그래도 방금 느낀 달성감에, 피로감은 오히려 기운찬 감각으로 바뀐다.

더불어 지옥 기간도 종료되었으니까.

이젠, 다가올 사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에우드는 리퀴드 팽을 붕붕 휘둘러 흙먼지와 돌조각을 털었다.

“에우드, 돌아가자-!”(티아나)

“기숙사 가자.”(셀레나)

“응, 잠깐만. 정리하고 바로 갈게.”

현재 시각 저녁 9시 반.

다들 오늘 하루의 힐링을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려 했다.

뭐, 다 같이 아지트에서 이불을 펴고 자는 것도 재밌었다만.

그래도 한동안은, 침대의 감촉을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티아나의 수면 폭력도 피하고.”(셀레나)

“아, 예. 내 잘못이죠! 내 잘못! 언니는 맨날 내 잘못이라고 말하지!”(티아나)

“진짜 아팠어요. 폭군 티아나.”(플로라)

“폭군 아니거든!”(티아나)

“잠자리 폭군. 비전투원인 저나 드로와 얼굴에 내려찍으면, 그건 이제 진짜 살인미수라니까요.......”(플로라)

얼마 전엔 잠꼬대 뒤꿈치 찍기에 플로라가 당했다.

다행히 에우드나 셀레나를 내려칠 때만큼 강하진 않았다만.

이 이상의 희생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티아나는 기숙사에 집어넣어 재워야 했다.(셀레나 강력 주장)

뒤늦게, 보안 마법을 전부 켠 드로와와 프란시느가 뽈뽈뽈 밖으로 나왔다.

유효타 중독자(프란시느)는 마침 오늘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표정이 엄청 상쾌하다.

참고로 아나트는, ‘잭스와 나눌 대화’ 때문에 3시간 정도 앞서 돌아갔다.

지옥 기간이 끝났으니, 이제 토르랑의 일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아나트 왈, 쓰레기라 해도 오빠인 만큼 일을 시켜야 한다나.

그리고 기숙사로 향하는 길.

광장 쪽은 여전히 북적북적. 반대로 이 일대는 7시가 넘을 무렵부터 꽤 조용해진다.

어두워지는 만큼, 학생들의 활동 범위가 조금씩 줄어든다 해야겠지.

물론 그렇기에, 이 근처에선 밀회를 즐기는 학생들도 몇몇 있긴 했다.

일단 지금은 근처에 없는 듯하다만.

‘돌아가면 체르니 선배한테도 보고 준비를 해야겠네.’

물론 보고라고 해도, 오늘도 반쯤 잡담에 가까울 거 같다만.

그때,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올-!]

어제와 같은 늑대의 하울링이었다.

받아주는 이는 없는 외로운 하울링이었다만.

“......뭔 일 있나 진짜?”(에우드)

“어제부터 자주 들리네요.”(프란시느)

“밤에 울리니까 괜히, 무, 무서워요.......”(드로와)

“아니 뭐, 어차피 이 일대에서 하울링이라 해봤자, 보통 수인들이겠지만.”(티아나)

“진짜로 늑대 나타나면 그 전에 경비 기사단이 잡을 테고요.”(플로라)

드로와는 책에서 가끔 나오는 늑대 이야기를 떠올린 건지. 약간 무서워하는 기색이 있었다.

식인 늑대라던가. 또 식인 늑대라던가.

보통 책에서 나오는 늑대들은 그런 역할이 많으니 말이다.

에우드는 또 저번에 본 사울드의 폭거가 떠올랐을까.

정확히는 괜시리 먹힐 것 같은 송곳니의 위압이라 해야 하나.

그래도 여섯 명이 같이 다니니 말이다. 드로와의 무서워하는 기색도 얼마 안 가서 풀렸다.

늑대의 하울링은, 어제와 같이 이후 몇 차례 울리다가 점점 멎어갔다.

* * *

그리고- 푸른 늑대의 아지트.

키루미나는 불을 꺼둔 방에서 투덜거렸다.

밖에서 울린 하울링이 사울드의 것임을 알기 때문이겠지.

더는 수인 남자들이 쳐들어올 일이 없고.

그럼 딱히 방어선을 구축할 필요는 없을 텐데. 오늘도 밖에 나가 굳게 서 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근육 바보 오빠의 뒷모습에, 키루미나는 살짝 한숨 쉬었다.

고맙긴 했다만.

그보다 계속 방에 박혀서 자고 있으니 이젠 역으로 지친다.

자기만 하는 것도 일이라 해야 할지.

활동적인 수인인 만큼, 감금 활동은 참 힘들었다.

그래도 몸의 열기는 낮보다 많이 가라앉았으니까.

분명한 호전. 어쩌면 이번 해엔 신비한 날이 5일 정도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런 중 키루미나는 책상에 놓인 포션에 눈을 돌렸다.

“......에헤헤.”

아루&메루가 가져와준 에우드의 수제 포션.

정말 기뻤을까.

그렇게 자신이 도망쳤는데. 여전히 자신을 챙겨준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나가면, 꼭 사과하러 가자....... 그리고...... 꼬리도....... 우헤헤헤......’

포션 옆엔 살포시 풀어둔 강아지 머리핀도 있던 덕인지.

키루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귀에 걸려버렸다.

다만 에우드의 포션은 아직 마시지 않았다.

페로몬 진정제도 먹은 참이었으니까. 약간 무리가 갈 수 있느니, 랜퍼스가 자제시킨 것이다. 되도록 내일 마시라고.

물론 같이 복용한다고 진짜 큰일이 나는 건 아니긴 하리라.

그래도, 랜퍼스는 이런 점에선 철저하니까.

......하지만 역시 목이 좀 말랐을까.

몸도 나른하고.

그래서인지, 키루미나는 한 병만 몰래 마시자는 생각을 했다.

“킁킁....... 하아아아♡”

낮과 같다.

병에 묻은 에우드의 냄새에, 몸이 나른해지는 달콤함을 느낀다. 뇌가 핑크색으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키루미나는, 포션의 코르크 마개를 뽕하고 열었다.

보통 포션은 던전용이다 보니 말이다.

코르크 자체에 특수처리가 되어있어, 냄새가 거의 새어나가지 않는다.

곧, 코르크 마개가 사라진 포션이 사르르 냄새를 풍겼다.

감초와 약초의 달달한 냄새가, 에우드의 냄새와 함께 뒤섞여간다.

최고급 향수도 결코 이런 냄새를 내진 못한다.

키루미나의 표정이 한층 더 황홀해졌다.

“핫! ......그, 그럼.”

서둘러 정신을 차리곤 꼴깍꼴깍.

감초 맛이 혀 위를 감싸면서, 몸이 살짝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포션의 약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는 거겠지.

그리고 키루미나는 다 마신 포션 병을, 입맛을 다시면서 바라봤다.

“.......하아♡”

그러더니, 조용히 혀를 내밀어 병 앞부분을 살짝 핥았다.

입맛을 다시듯. 여운을 느껴가듯. 유리병을 할짝할짝.

그 모습은 참으로 애절하게 보였으리라.

다만 어째서였을까.

“어.......?”

키루미나는 자신의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열이 많이 식었는데. 방금 막 시원한 감각이 돌고 있었는데.

그제야 키루미나도 알아챌 수 있었으리라.

“잠깐, 앗, 아읏, 설마.......? .......그르르르♡♡♡”

키루미나의 몸 안에서 지금.......

엄청난 기세로 맹수의 야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수인족으로서의 본성.

술에 한껏 취한 듯한 기분.

그렇다.

어제 수인 남학생들과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바깥의 달은 마치 그것을 가속화 하는 건지. 더더욱 은빛으로 반짝여갔다.

몸이 달아오르는 키루미나의 눈동자 위로, 은색의 달빛이 점점 차올라간다.

챙그라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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