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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201화 (199/264)

쌍둥이가 가져간 에우드의 수제 포션이,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을 알렸다.?201회

신비한 날201.

아지트에 들어오자마자 에우드와 프란시느는 깜짝 놀라버렸다.

“새까매!”

“지금 아직 점심시간 맞죠!?”

아루&메루와 헤어진 후 기숙사에 가방을 놓고 온 거니까.

분명 이제 막 정오일 시간인데.

막상 아지트 문을 열자 보이는 건 완전한 칠흑이었다.

현재 시각과 전혀 맞물리지 않는 현상이지 않은가.

만약 여기에 갈기가 검고, 피부도 건강한 구리빛인 검은 사자분들이 있었다면. 일순 모습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갑자기 새까만 아지트라니.

이래서야 얼마 전 체르니가 한바탕 저질러버렸을 때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체르니와의 야간 보고 통신에 따르면.

그때 켜지지 않던 마석등은, 픽시들이 ‘노트 회수’를 위해 일부러 고장을 낸 거라 했나. 체르니는 그에 대해선 꼭 갚겠다고 말했다.

에우드로선 괜히 누나들에게 의심을 살 수 있으므로, 일단 보류를 부탁했지만.

또 마석등도 티아나가 전부 갈아줬으니 당장 문제는 없고.

게다가 뭐, 잘 보니 엄청 큰일이 난 건 아니었다.

그냥 아지트의 커튼이란 커튼, 덧문이란 덧문은 다 닫은 거였다. 커튼과 문틈으로 햇빛이 삐져나오고 있다.

화살 줄기 같은 햇빛 위로는, 희미한 먼지들이 보였다.

......이건 지옥 기간 때문에 청소가 좀 덜 됐으니 어쩔 수 없을까.

한동안 여러모로 바빴으니까.

에우드는 오늘은 우선, 창틀과 가구 위 먼지부터 닦아야겠다 싶었다.

-라고 잡다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뭐 하는 거야, 티아나 누나?”

“흐익. 바로 알아챘어.”

“거봐, 막둥이는 눈이 엄청 좋아서 바로 보인다니깐.”

어느새 어둠 속에서 움튼 둘째 누나가, 에우드의 목소리에 히끅 놀랐다.

머리 위에는 담요를 덮어썼는지. 기품 넘치는 백금색의 머리가 가려져 있었다. 아마 두건처럼 써서 몸을 숨기려 했던 걸까.

셀레나는 살짝 한숨을 쉬며 오도도 걸어왔다.

프란시느도 기척을 알아챈 건지. 티아나와 셀레나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에우드만큼 눈이 좋진 않으니까. 위치만 파악했다는 느낌이다.

티아나는 어둠 속에서 순식간에 다가와 에우드를 꼭 안았다.

단숨에 들어온 둘째 누나 어택에, 에우드도 뒤에 있는 소파로 털썩.

그런 에우드의 위를 티아나가 꼭꼭 밀착.

에우드를 꼭 안자, 스르륵하고 머리 위에서 담요가 떨어졌다.

뒤이은 티아나의 머리칼이, 에우드의 뺨 위로 찰싹찰싹한다.

“무슨 일이야, 커튼을 이렇게 다 쳐놓고. 위험하게.”

“안 위험해, 꽤 잘 보이는걸!”

“잘 보인다고?”

티아나는 에우드에게 붙어 헤헷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나도.”

이번엔 셀레나까지 호다닥 달려와 에우드에게 꼭꼭.

시험이 끝나자마자 두 누나의 어둠 속 포옹이라니.

고생했다는 의미일까.

“으아아, 전 역시 잘 안 보여요....... 세 분 다 거기 계시는 거 맞나요오오.”

“아, 프란시느 잠깐만 기다려.”

“언니, 여기여기!”

프란시느가 난감해하자, 셀레나가 꼼지락꼼지락 티아나에게 물건을 받아 향했다.

조금 뒤, 2층 계단에서도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진짜 밤에도 잘 보이겠네요!”(플로라)

“밝다, 라기보다 약간 녹색으로 빛나는 느낌이긴 한데. 음, 잘 보이네. 정말.”(아나트)

“우와, 책 글씨도 의외로 또 보이네요....... 이런 식으로 읽는 것도 색다를 거 같아요!”(드로와)

“아마 눈 나빠질걸.”(아나트)

다들 앞이 안 보일 텐데도. 어둠 속에서 무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전투 가능 인원인 아나트면 몰라도. 비전투 인원인 플로라랑 드로와까지.

그러자 에우드의 뺨에 작은 유리병 하나가 콕 닿았다.

실루엣을 보아하니 연금술 길드 규격 사이즈의 포션병이었다.

“포션?”

“응! 카밀라님 편지가 오늘 아침에 막 도착했어!”

생각해보니 저번 체르니 습격에서 살짝 들려온 대화가 있었지.

밤에도 눈이 잘 보이게 하는 포션은 없냐고 말하다 나온 이야기였나.

“밤에도 잘 보이는 포션! 야시용 포션!”

“와, 와아아! 진짜루! 저도 보여요!”

프란시느도 포션을 마신 건지.

눈을 반짝반짝이면서, 셀레나의 옆에서 감탄을 표했다.

아무래도 이 어둠 모드는, 야시용 포션을 시험해보려고 조성한 것인 듯하다.

대체 무슨 일인가 했네.

“진짜 신기하네....... 아, 그래도 이제 창문은 좀 열자. 오늘은 청소부터 할 참이었으니까-”

그리고 아나트는 티아나가 에우드를 부둥부둥 하는 걸 보곤 웃은 후, 창문 쪽으로 향했다.

“응?!”

그 말에, 티아나가 잠시 어리둥절한 후 경악한다.

“-아아아앗!? 잠깐잠깐, 아나트 선배, 지금 커튼 걷으면 안-”

촤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에우드)

아나트가 커튼을 걷자마자, 순식간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커튼을 걷은 아나트 본인까지.

에우드, 셀레나, 프란시느 빼곤 눈앞을 꼭 잡고 데굴데굴이다.

“끄끼야아악! 이건 주변의 얼마 없는 빛을 눈에다 끌어모으는 포션이니까! 빛 많으면 눈에 한 번에 빛이 몰린단 말야!”

“헤아아아악! 그럼 그걸 먼저 말해, 티아나 진짜! 먹여놓고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고!”

“눈아파눈아파눈아파요-!”(플로라)

“눈에글씨가아아아아!”(드로와)

“휴.”(셀레나)

“응앗.”(프란시느)

그 와중 셀레나는 대충 포션의 원리인지 파악했었던 건지.

순식간에 프란시느의 눈을 가려주면서, 자신도 눈을 꼭 감았다.

에우드는 허겁지겁 일어나, 커튼을 다시 쳤다.

소녀들의 비명은 그제야 겨우 멎어갔다.

물론 비명만 멎었을 뿐. 그 뒤로도 한동안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 * *

에우드가 체르니와의 보고 통신을 시작했을 무렵.

티아나는 라다루스를 통해, 카밀라에게 편지를 보냈던 모양이다.

현재 카밀라는 ‘연금술 길드 마스터’ 자리를 얻기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러다 마침 1주 전. 활동의 일환으로, ‘아드란’이라는 도시의 연금술 길드에 도착했다고.

아드란은 알카라시아에서 비교적 가까운 도시.

덕분에 문제없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한다.

그리고 카밀라는 답장과 함께, 티아나가 물어본 야시용 포션을 첨부해준 것이다.

“마침 개발이 거의 다 끝나서. 참고하라고 샘플을 보내주셨어!”

티아나는 여전히 약간 시린 눈을 비비며 방긋 웃었다.

지금은 다행히 포션의 효력이 다 떨어져서, 아지트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날도 적당히 따뜻해진 덕인지.

포곤포곤한 분위기와 시원한 바람에, 다들 상쾌하게 청소할 수 있었다.

“주의사항은 똑바로 말하고 마시게 하라고 진짜....... 약사도 복용 시 주의사항을 말해주는데, 아까 그게 무슨 꼴이야.......!”

“제성함다......”

아나트는 눈을 살짝 비비며 가구 위 먼지를 닦아갔다.

티아나도 거기에 대해선 따질 말이 없는지. 얌전히 사과를 거듭했다.

포션 정량 하나당 지속 시간은 약 5분이라고.

연금술 길드에선, 지속 시간을 늘리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다.

“어쨌든 덕분에 개발 중인 레시피는 대충 파악했으니까! 이걸 따라 만들면, 나중에 또 정체 모를 야간 습격이 일어나도, 완벽히 대응할 수 있어!”

“다시 나타나면 바로 슉슉이야. 슉슉슉.”

오랜만에 청소 모드인 티아나가, 먼지떨이를 든 채로 주먹을 휵휵 휘둘렀다. 셀레나 또한 작은 빗자루를 목검처럼 들고 슉슉.

슉슉휵휵 떨어지는 먼지를, 프란시느가 재빠르게 치워준다.

습격자의 정체를 아는 에우드와 플로라는, 뒤에서 몰래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만.

......혹시 모르니, 체르니에게 꼭 말해두자 싶다.

자칫 또 새벽에 아지트에 왔다가는, 진짜로 붙잡혀서 큰일이 날 거다.

“밖은 오랜만에 소란스럽네요.”

아지트 정원 쪽을 다 청소한 플로라가, 야생 고양이들을 콕콕 만지며 말했다.

따따시 시원시원한 날씨 덕인지. 고양이들도 다들 늘어져 있었다. 누가 보면 고양이들 또한 지옥 기간이 끝난 것 같았을까.

또 플로라가 밖이라고 했긴 했지만.

실제로 바로 근처는 아니고, 아지트에서 한 5~10분 정도 거리.

포에닉스 아지트는 애초에 좀 구석진 곳이니 말이다.

그래도 활기찬 소리는 나름 들려왔다.

그만큼 학생들도 밖에 많이 나왔다는 거겠지.

날씨도 정말 좋고.

아마 카페나 음식점이 모여있는 아카데미 광장 쪽은, 오늘 손님으로 가득하리라.

“그런데......”

그런 와중. 드로와는 뭔가가 문뜩 떠오른 건지.

어지른 책을 서재로 옮기면서, 아까 조금 신기한 일을 봤다는 듯 말했다.

“오늘 수인족들은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응? 일이 있다니요?”(에우드)

“무슨 말이에요?”(프란시느)

아까 아루&메루를 만난 두 사람이니 말이다.

에우드와 프란시느는 갸웃하며 그것을 되물었다.

“막 대단한 건 아니고. .......약간 긴장이 있다고 해야하나. 뭔가에 바짝 주의하고 있다 해야 하나.”

지나가듯 드로와가 던진 말에, 이번엔 모두가 갸웃.

드로와는 서둘러 서재에 책을 가져다 놓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단편적이긴 한데. 개과 수인 남학생들이, 마치 죄인처럼 여학생들한테 끌려가고 있었거든요. 골드리트라던가, 모노팽이라던가.”

“아! 그건 저도 본 거 같아요!”(플로라)

드로와의 말에, 플로라도 빤짝 눈을 떴다.

콕콕 장난을 받던 야생 고양이들도 빤짝 귀를 움직인다.

“맞아. 아예 기숙사에 학생회도 왔었지. 뭔가...... 수인 학생 몇몇을 연행하는 느낌으로.”(아나트)

“전부 남학생들이었고요.”(플로라)

근데 연행이라니.

아니, 뭐. 학생회장 하워드가 있는 한 충분히 가능한 말이긴 하지.

아무렴. 독방 유폐도 있는데.

티아나도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을 받았다.

“반대로 아깐 또 평소보다 푸른 늑대 애들이 기숙사에 많았지, 언니?”

“응, 그랬던 거 같아.”

수인들은 보통 아지트에서 모여있으니 말이다.

다같이 강의에 나가는 아침이면 어쩔 수 없다 쳐도.

점심때까지도 기숙사에 몰려 있는 건, 조금 신기한 일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어젯밤엔 갑자기 하울링이 들리기도 했네.’

에우드도 프란시느도, 도중부턴 안 들려서 신경을 안 썼다만.

이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마음에 걸렸다.

그런 한편, 푸른 늑대가 기숙사에 있던 이유는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키루미나가 아프다고 하니까....... 감기 같은 거 옮기지 않으려고 나온 거 아닐까?”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에우드님.”

“응? 키루미나 그 애가 아프다니?”

티아나의 되물음에, 에우드와 프란시느는 아까 아루&메루를 만난 일을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자-

티아나와 셀레나가 삐진 듯 입을 삐죽였다.

“에우드하고 프란시느 힘내라고 준 건데, 그렇게 팍팍 유출할 줄은.”

“앗.”(프란시느)

“게다가 에우드 수제 포션도 줬어. 우리도 많이 못 받아봤는데.”

“아니, 저기...... 미안.”(에우드)

갑작스런 두 누나의 투정에, 에우드도 프란시느도 안절부절.

물론 둘 다 딱히 진심은 아니고 장난에 가까웠는지.

순식간에 귀여운 웃음을 짓는다.

“오늘은 돌아갈 때까지 누나들이랑 꼭 붙어있기. 프란시느도 같이. 오랜만에 검 좀 만져야겠어.”

“아, 넵!”

“에우드는 누나들 하는 말 잘 듣기. 일단 포션부터 다시 보급해야지. 그리고 침입자 대응용 맹독포션도-”

“아니, 맹독이라니. 그건 제발 좀 자제해줘. 솔직히 무서워.”

잘못하다간, 체르니가 독살 위협을 받겠다 싶었다.

“.....얼레?”

“왜 그래요, 아나트?”

아나트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자, 플로라가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아나트는 먼지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수인들 사이에, 이번이랑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거 같거든.”

“작년에도?”(플로라)

“그럼...... 습성일까요? 저희도 타종족의 습성은 원체 모르는 게 많으니까요.”(드로와)

드로와의 말대로.

수인족이든, 엘프족이든, 난쟁이족이든.

각 종족의 자세한 습성은 잘 안 퍼져 있으니 말이다.

습성 내엔 의외로 터부시되는 것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뭐. 그때도 별일 없었으니까.

아나트도 됐다 싶어 이야기를 길게 끌진 않았다.

어깨를 한 번 으쓱한 후, 이번엔 창문의 새시를 닦으러 간다.

이 귀족 소녀답지 않은 공식전의 악마는, 영역 내 먼지를 용서치 않는다.

* * *

비슷한 시각.

오늘은 머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푸른 늑대의 아지트.

아루&메루는 조심스레 아지트 내부로 들어섰다.

평소보다 엄청 조용한 아지트.

보통은 기본 10명 이상은 모여있으니까. 아지트가 이렇게 텅텅 비는 건, 거의 없는 일이긴 하다.

물론 조용하다곤 해도.

어디선가 정기적으로 드르렁 소리가 울리는 게, 순식간에 정적을 붕괴시킨다.

소리의 규모로 보아, 아무래도 사울드.

두 사람이 2층에 가자, 랜퍼스가 졸린 눈으로 응접용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랜퍼스는 이미 두 사람의 냄새를 맡은 덕에. 별 놀라는 것 없이 손을 살짝 들었다. 짧은 머리 위의 뾰족 늑대 귀가 쫑긋거린다.

“사울드 오빠가 쉬고 있는 거야?”(아루)

“응. 밤도 새고, 많이 지쳤을 테니까. 일단 억지로 재웠지.”(랜퍼스)

“사울드 오빠는 자는데도 엄청 시끄러워...... 아, 오빠 것도 사왔어.”(메루)

“땡큐땡큐.”

아루와 메루가 먹을 것들을 꺼냈다.

그리고 키루미나를 위한 서류들 또한.

랜퍼스는 종이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음식에 손대지 않고 그것들을 확인했다.

“-좋아. 고생했어, 아루니, 메루니.”

““넹!””

이걸로 키루미나의 발정-

어흠, 신비한 날 동안의 출석은 문제없으리라.

그때, 방문 너머로 키루미나가 어제처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루니, 메루니 돌아왔어.......?”

“아가씨, 푹 주무시지!”(아루)

“아가씨, 선물 가져왔어요!”(메루)

“고마워.......”

어제보다 몸이 더 따끈따끈해 보였다.

페로몬 냄새도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랜퍼스는 살짝 걱정을 담아 키루미나에게 물었다.

“아가씨, 잠이 안 와? 우유라도 데워줄까?”

“아뇨, 거기까진...... 그보다 저 인간 코 고는 소리 때문에 계속 깨니까요.”

“......그건 내가 미안.”

아무래도 사울드의 코골이 때문에 잠이 깬 모양이다.

랜퍼스의 작은 사과에, 키루미나는 고개를 저었다.

키루미나도 이렇게 짜증을 내곤 있었다만.

그래도 사울드가 어제 자길 지킨다고 싸운 걸 알기 때문인지.

그 이상으론 불평하지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당장 사울드의 베개부터 뺏으러 갔으리라.

아루&메루는 키루미나를 향해 자신만만 귀를 쫑긋거렸다.

“맞다, 아가씨, 아가씨! 우리가 뭐 가져왔게요!?”

“무슨 선물 가져왔게요!?”

“선물? ......고기 꼬치인 건 알겠는데, 에헤헤.”

좋아하는 음식 냄새 덕에, 키루미나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평소보단 약간 힘 빠진 꼬리가 붕붕거린다.

그러자 아루&메루는 서로의 검지를 칫칫하며 흔들흔들.

이어서 가방을 뒤적이더니, 재빨리 작은 포션병들을 꺼냈다.

아까 에우드와 프란시느에게 받은 포션들이었다.

“과일맛 포션과 함께, 무려무려! 에우드군이 직접 만든 포션!”(메루)

“에우드가 아가씨를 걱정해서 챙겨줬어요!”(아루)

“......어!? 에우드 수제!? 진짜!?”

““넵!””

그 순간, 키루미나의 꼬리가 엄청난 속도로 붕붕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아루&메루에게 조심스레 포션들을 받아, 품에 꼬옥 안는다.

“오오...... 근데 어떻게? 오다가 에우드 만난 거야?”

“일 다 끝냈을 때 만났어!”

“에우드군, 막 시험 끝나고 돌아오고 있었거든.”

“후후, 잘했다, 내 동생들.”

쌍둥이들의 기특한 행동에, 랜퍼스는 고개를 끄덕끄덕.

둘이서 키루미나와 에우드의 큐피트 역할을 이렇게 해주니까.

이래서야 랜퍼스로선, ‘아즐볼프’와 ‘포에닉스’의 사돈 관계 야망에 좀 더 기대가 생기게 될까.

기회주의적이라지만 뭐 어떠리.

키루미나도 기뻐하고.

결과적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그렇게 흐뭇하게 웃으며 랜퍼스가 키루미나를 볼 때였다.

“킁킁....... 킁킁.......”

““......아가씨?””

“진짜다......”

그런데 갑자기, 키루미나의 눈빛이 조금 바뀌었다.

동시에, 키루미나의 몸에서 페로몬 냄새가 살짝 강하게 퍼졌다.

그 눈은, 일순 이성을 완전히 놓은 ‘맹수’의 눈빛이었을까.

“.......!”

“아가씨, 무슨 일이야, 괜찮아?”

“아, 넵, 응, 괜찮아요, 랜퍼스 선배.......!”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키루미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방금까지 사나웠던 눈빛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고.

순간적으로 강하게 전해진 페로몬 냄새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꼬리는 멈추지 않고 붕붕붕입니다.

강풍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움직이고 있다.

“아니, 뭐, 아가씨가 괜찮다면 된 거지만.......”

그래도 에우드에게 포션을 받아온 것 때문인지, 나름 기운도 차린 거 같고.

곧바로 큰 걱정 없이, 다 같이 방금 사 온 고기 꼬치를 오물오물 먹으며 마음을 편히 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때 깨달았어야 했다.

‘에우드 냄새가....... 잔뜩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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