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회
접촉198.
그렇게 에우드와 플로라가 체르니, 루네를 접촉하고.
이후 아카데미에서의 시간이 좀 더 흐른 현재.
“드디어 끝이 보인다.......!”
아침 시간. 강의실로 가면서, 티아나는 정말 여러 감회를 담아 말했다.
무엇이 끝이 나냐 하면-
“난 오늘 시험으로 전부 끝이야!”(티아나)
“나도, 오늘 오전 시험으로 끝.”(셀레나)
“난 내일까지.......”(에우드)
““아이고......””(티아나, 셀레나)
절찬리 이어지던 지옥 기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과제들도 모두 제출했고.
시험도 거의 종료.
수강 과목에 따른 차이는 있어도, 다들 오늘 내일로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아카데미에도 전반적으로 들뜬 분위기가 많다.
또 몇몇 학생들은, 이미 시험이 다 끝나기도 했다.
표정에 그게 드러나다 보니, 걷기만 해도 다 알아챌 수 있었을까. 거의 조안의 꾸중용 팻말 급으로 눈에 잘 띈다.
먼저 지옥을 탈출한 이들은, 정말 날아갈 분위기였다.
물론 시험의 종료와 성적은 비례하는 게 아니다만.
그건 지금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에우드는 지금, 남은 시험 중 하나- 신학의 공부로 눈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강의실로 가는 지금도, 프란시느와 함께 만든 노트를 눈 돌아갈 기세로 읽어나가고 있다.
그런 막둥이의 안쓰러운 모습에, 셀레나와 티아나도 불안불안.
과열된 머리를 식혀주려는 듯이, 막둥이의 머리를 쓰담쓰담한다. 물론 누나들이 쓰담쓰담해주면, 더 따끈따끈해집니다.
사실 지금은 제시카의 미궁 이론을 시험 보러 가는 중이다만.
미궁 이론은 이미 상당한 공부가 끝났기에, 신학 쪽에 머리를 몰고 있던 것이다.
강의실에 도착하고 나서는, 곧바로 다시 미궁이론 최종 확인을 하리라.
“티아나 누나, 셀레나 누나, 그럼 나 이쪽으로 갈 게.”
“고생해~”
“에우드랑 프란시느만 내일 시험 끝나나?”
“응, 다들 오늘 끝난다고 했으니까.”
에우드와 프란시느가 신학 시험을 보면, 그것으로 포에닉스 파벌도 지옥 기간 종료.
그렇기에 누나들도, 막둥이의 건투를 빈다.
누나들과 헤어진 에우드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에 향했다.
평소 제시카가 사용하는 강의실은 아니었다.
오늘 온 곳은, 학관 마지막 층에 자리 잡은 다목적실.
아카데미에선 문제 유출 방지와 특유의 형평성을 위해서인지.
같은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그 강의 시간과 관계없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시험을 보게 되어 있었다.
즉, 이번 학기의 제시카 측 미궁이론 수강생들을, 모두 한곳에 모이게 됐다는 것이다.
다목적실에 들어서자, 학생들 모두 서로 떨어져서 앉은 것이 보였다.
멀리 칠판에는, ‘서로 한 칸 이상 떨어져서 착석~!’이라고 적혀 있다.
딱 보고 바로 제시카의 글씨임을 알 수 있었다.
에우드의 머릿속에, 제시카의 활기찬 목소리가 울린 것 같았다.
“에우드니이이임........”
“와아악, 라다루스, 눈 상태가!”
“죽을 거 같아요.......”
그리고 먼저 와 있던 라그나릴 파벌을 발견한다.
에우드가 강의실에 들어온 것에, 라다루스가 반가워하면서 다가왔다. 힘은 많이 빠졌다만.
“그래도 에우드님이 도와주셔서 겨우 대비는 끝냈습니다.”
라다루스의 뒤에 선 유리카가, 감사를 담아 고개를 꾸벅.
에우드도 함께 고개를 꾸벅한다.
앞선 지옥 기간.
에우드는 원래 라다루스와 유리카에게 미궁 이론을 도와주려 했다만.
도중 어쩌다 보니 일이 커져서, 라그나릴 파벌 전원을 도와주는 상황이 되었었다.
포에닉스 파벌 아지트에, 라그나릴 소녀들 약 20명이 모두 모여, 에우드의 강의를 받아버린 것이다.
에우드가 주변을 보자, 라그나릴 소녀들이 에우드에게 조용히 인사했다. 소리는 작았지만, 그래도 감사가 팍팍 전해진다.
그래도, 에우드 또한 다른 과목의 도움받았으니 서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그나릴은 그 인원이 다양한 만큼, 여러 과목의 요점이나 힌트를 확보하기 쉬웠다.
“그런데 역시 미궁 이론은 다른 강의보다 모이는 인원이 더 많네요.”
“그렇죠, 에우드님. 미궁 이론은 학년 구분 없이 진행하는 몇 안 되는 과목이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라다루스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현재 강의실에는 수많은 파벌이 모였을까.
이전에 강의실에서 에우드에게 바로 꼬리를 내린 ‘가몬 필레이드’의 필레이드 파벌은 물론.
중견 파벌, ‘앙쿠스’, ‘로운더릭’, ‘폴드’ 등.
기숙사나 아카데미 내부에서 간간이 봤던, 2년 차 이상의 유력자 학생들도 다수 포진해 있었다.
에우드가 기억하기로, 저들 중엔 과거 아나트가 차선책으로 노렸던 파벌도 있었다.
다들 에우드를 슬쩍 노려보는, 또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만.
그래도 그게 오래가지는 않았다.
에우드를 신경 쓸 만큼, 시험이 여유로운 건 아닐 테니 말이다.
제시카는 현재 미궁 이론 말고도, 마법 강의 또한 맡고 있는데.
그 마법 시험을 들은 상급생들에게, “시험 난이도 미쳤다.”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게다가 난이도가 심각한 과제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미궁 이론 시험의 난이도도 최상임을 예측한 거다.
들리는 말로는, 제시카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헬 제시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제시카는 그걸 알고 있을까.
덧붙여, 디에스도 그 악랄한 난이도로 인해 ‘바이퍼 디에스’라는 별명이 생겼다만.
디에스가 10대 귀족인지라, 대놓고 별명이 돌지는 않는다나.
뭐 지금 중요한 건, 이곳엔 중견 파벌 이상으로-
“다스트, 공부 다 끝냈어? 이번 시험 난이도 엄청나다는데.”
“......악시우스. 알겠으니까 좀 내 앞에서 비켜라.”
“좋아. 그럼 간단한 스피드 퀴즈를 해보자.”
“야, 말 안 듣냐.”
“나부터 갈까. 던전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에서, 발광성질과 동시에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세 가지 말해보기.”
“흠....... 아르멘트 풀, 헤카름 풀, 조롱꽃아니지아니지, 네 자리로 가서 공부하라고, 악시우스......!”
“예에, 빨라~! 정답~! 그럼 그 특징을 각각 세 가지씩 말하면?”
“흥, 간단하지. 아르멘트 풀은 가공 없이 섭취 시 환각 증세가 나오며, 가끔 거기에 중독된 몬스- 아, 좀!”
무려 10대 귀족 파벌도 있었다.
그것도, 리더인 두 남자까지.
악시우스 레볼트 그리피너.
다스트 글론 이가리트.
악시우스는 이전에 제시카의 미궁 이론을 듣는다고 했으니까 당연한 거다만.
다스트까지 있는 것엔, 에우드도 살짝 놀랐을까.
......우선 지금 대화로, 악시우스와 다스트의 관계가 어떤지, 대충 예상이 갔다.
어쩌면, ‘친하다’고 말한 악시우스의 말은 틀리지만은 않을지도.
다스트는 짜증 가득한 표정이었다만.
게다가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인지.
주변의 몇몇 파벌 멤버들이 난감해하면서도 말리진 않고 있었다.
“-악시우스 형, 다스트 형, 그래도 다른 학생들 공부를 방해하진 말아야죠. 하도 둘이 꽁냥꽁냥대니까 에우드랑 라다루스도 놀라버렸잖아요.”
“꽁냥? 이 트루스 망할 새끼가, 말 똑바로 해라.”
“이걸 꽁냥이라고 안 하고 그럼 뭐라 하나요.”
“-에우드군 왔어?!”
“아, 넵.......”
그 근처엔 무려 트루스까지.
10대 귀족 파벌이 붙는 형식으로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을까.
다른 학생들이면 웬만해선 10대 귀족 파벌의 자리 가까이 가질 않으니 말이다.
자연스레 10대 귀족 파벌들 모여 앉는 상황이 되는 거겠지.
다행히 다목적실 자체가 넓어서.
일반 학생들이 피해 앉아도, 자리는 충분히 넘쳐났다.
레니안느는 미궁이론을 배우지 않다 보니 보이지 않았다.
이전 레니안느 말로는, 던전은 책으로만 보는 게 좋고, 공부까진 싫다나.
트루스는 멀리서 에우드를 보더니, 반가운 분위기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악시우스도 에우드를 보며 가볍게 인사.
이전에 도서관에서 만난 이후로, 악시우스는 에우드를 보면 크고 작게 인사를 꼭 해줬다.
에우드로선 조금 부담되긴 한다만.
결국, 분위기는 상당히 엉성하다만.......
그래도 이가리트. 그리피너. 메트리. 라그나릴. 마지막으로 포에닉스까지.
이번 학기 10대 귀족 파벌의 리더가, 지금 이곳에 다 모여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에 세력이 맞먹는 중견 파벌들까지.
사실상 ‘파벌 항쟁의 최전선’ 같은 분위기였을까.
일반 학생들이나, 소규모 파벌 학생들도, 그 기묘한 긴장감에 몰래 숨을 죽이고 있었다.(시험 탓도 있겠다만은.)
물론 수인족 거대 파벌은 이곳에 없었다.
푸른 늑대나 검은 사자는, 다른 미궁 이론 교수에게 강의를 듣는다고.
그럼 아마 지금쯤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겠지.
키루미나도 거기에 있을 확률이 높으리라.
‘그 뒤로 마주치질 못했는데. 괜찮을까.’
키루미나는 에우드보다도 냄새를 더 잘 맡으니까.
키루미나 쪽에서 작정하고 에우드를 피하려 하면, 에우드로선 만날 재간이 없다.
사실 에우드가 이 강의실에서 가장 놀란 건-
‘체르니 선배, 저기 숨어있었네.’
바로 체르니의 존재였다.
체르니는 강의실 가장 구석진 곳에서, 쭈구리로 앉아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기 싫어하는 체르니다.
마치 고슴도치가 몸을 웅크리는 것처럼. 둥근 뿔테 안경을 쓴 채 최대한 안 들키려는 듯 존재감을 낮춘다.
곧 체르니는 에우드 쪽을 살짝 보더니, 서둘러 고개를 붕붕.
아는 척은 말아 달라는 거겠지.
두 사람이 대놓고 대화를 나누는 건, ‘정해진 시간’에서만.
에우드는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돌렸다.
“-흥, 메트리랑 그리피너 녀석들. 이미 아주 지들 세상인 것처럼 지내고 있군.(소근소근)”
“다스트 쪽 놈들도. 자존심도 없나, 그리피너랑 아주 신났군.(소근소근)”
“하지만, 얼마 안 남았어. 슬슬 진짜 서열이 뒤집힐 때도 오니까.(소근소근)”
아주 희미하게, 에우드의 귀에 몇몇 부정적인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
“에우드님?”
에우드가 살짝 고개를 돌리자, 바로 목소리가 끊겼다만.
애초에 그들로선 정말 작게 말한 건데.
생각지도 못하게 에우드가 들었다 해야겠지.
다만 주변에는 일반 학생들도 있어서. 누가 말했는지는 확실치가 않았다. 그래도 중견 파벌 쪽인 건 확실했을까.
라다루스와 유리카는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에우드에게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중견 파벌이라 하면, ‘메트리’와 ‘그리피너’라인에 안 들어가 있는 파벌.
필레이드 파벌처럼, 워스레인 라인에 들어가 있는 이들이거나.
3세력에 들어가지 않아도 기반이 상당한, 거대 상회 파벌 및 해외 파벌들이다.
“......라다루스.”
“네?”
“이가리트 파벌도 워스레인 쪽이었죠?”
“네, 이가리트 가문은 워스레인 라인이죠.”
그런데 워스레인 라인을 보자, 같은 라인일 다스트에게도 적대적인 시선.
물론 실제로 ‘라인’이라 해도, 진짜 동맹과 같은 관계까지는 아니라 한다만.
그걸 감안해도 조금 묘한 분위기였다.
에우드가 소리를 잘 듣는 걸 알아챈 탓인지, 그 이상 적대적인 목소리는 들려오진 않았다.
이후 에우드가 적당한 자리(일반 학생들이 동요하는 게 보여서, 라다루스 근처로 갔다.)에 앉자- 이번엔 다른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살짝 떨어진 메트리 파벌 측에서, 어떤 남학생이 에우드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청색 단발에, 단정하고 정갈한 모습.
또 한편 ‘누군가’가 떠오르는 외안경.
올테라 하우스볼트.
메트리 파벌 내, 메트리 남매를 보좌하는 3측근 중 한 명.
이전에 접촉했던 이리나 솜브레로나, 앨리스 가름과 동급인 남학생이었다.
현재 이리나까진 없었다만,
“읏.”
다른 한 명인 앨리스는 올테라 옆에서, 에우드에게 히끅 놀라고 있었다.
이전에 콜로세움에서의 일 때문일까. 앨리스는 머뭇거리다가 에우드에게 예를 갖춰 목례를 전했다.
에우드도 전해져온 인사를 무시할 순 없으므로, 똑같이 목례를 전한다.
메트리도 토르랑 쪽에선 손을 대지 않기로 했고.
에우드와 트루스도 저번 사건을 더는 문제 삼으려 하지 않으니까. 일단은 이렇게 받는 게 맞으리라.
곧 앨리스의 인사를 본 올테라는, 다스트에게 능글거리던 트루스 옆에서 살짝 말을 거들었다.
“-트루스. 너까지 휩쓸리지 마라. 어차피 다스트랑 악시우스는 4년째 꽁냥대고 있는 사이잖아. 새삼스럽게.”(올테라)
“야, 트루스. 그 외안경 새끼 이쪽으로 넘겨. 처리하게.”(다스트)
“싫은데요. 강의실에서 싸움 나면 하워드형한테 혼나는데요. 저 이미 두 번 정도 찍혀서.”(트루스)
“에우드군도 스피드 퀴즈 할래~?!”(악시우스)
“아뇨, 전 괜찮아요.”(에우드)
“그랭.......?”(악시우스, 시무룩)
“악시우스, 내가 해줄 테니까 그냥 좀 있어......”(소벨)
그렇게 시무룩해지면, 괜히 에우드가 미안하다.
마지막에 악시우스를 말린 건, 아마 넘버2 소벨 아이롱.
저번에 도서관에 악시우스를 마중 온 남자겠지.
시험 직전이고, 강의실인 만큼 물리적 마찰은 일어나지 않는다만.
.......그래도 또, 이제까지의 파벌 마찰과는 다른 의미로 혼돈이었을까.
“에우드님, 에우드님.”
“라다루스?”
“던전에 있는 천연 마석을 캤을 때, 그 발광이 지속하는 시간은.......?!”
“라다루스도 퀴즈인가요.”
“시, 시간은?!”
어느새 라다루스도 악시우스한테 자극받았는지.
에우드의 옆으로 쫑쫑쫑 오더니, 스피드 퀴즈를 내고 있다.
에우드도 어쩔 수 없다 싶어 문제에 답해주기로 했다.
“아, 난 안 해주고! 라다루스만 해주네! -하지만 라다루스면 어쩔 수 없지, 음음.”
그걸 보곤 악시우스가 씩씩 분개. 그러다 바로 푸하하 웃는다.
그런 모습을 유리카와 라그나릴 파벌이, 매우 황홀하게 바라본다.
(“아아...... 이제 곧 재개할 수 있어요.”)
(“이 길었던 지옥 기간, 덕분에 수많은 소재가 쌓였죠.”)
(“그러고 보니 유리카 선배. 최근 다른 여학생들 사이에도 활동 참가를 요청하는 소리가.......”)
(“리스트를 제출. 추후 확인하고 재고해보도록 하죠.”)
뭔가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긴 했다만.
그리고 한 20분 정도 후였다.
“-여러분, 안녕하신가요~!”
“““흡.”””
다목적실에 마침내 ‘헬 제시카’가 도래했다.
뒤에선 슈가를 비롯한 몇몇 조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시험지도 잔뜩 지참했다.
귀족, 일반 학생 할 것 없이 모두 긴장의 숨을 삼킨다.
그 와중 헬 제시카와 슈가는 도련님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만.
곧바로 고개를 붕붕 돌리고 순식간에 들뜬 마음을 진정.
“그럼....... 시험을 진행하겠습니다, 수강생 여러분.......!”
“““히이이이익........!”””
그렇게, 다목적실엔 혼돈 다음으로 지옥이 펼쳤다.
참고로 시험지 1번 문제는-
“.......으응?!”(다스트)
“푸핫!”(악시우스)
[Q1. 다음 보기는 던전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다. 이중 발광 성질과 동시에,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세 가지 고르고, 그 특징들을 각각 세 가지씩 쓰시오.]
정말로 악시우스가 낸 스피드 퀴즈가 나왔다.
* * *
“미궁 이론 시험은 어떠셨나요, 체르니 선배.”
[“웬만큼 성공하긴 했죠. .......중반부부터는 푸는 내내 어려웠지만.”]
“시험지 받았을 때 다들 엄청 술렁거렸죠.”
[“악시우스가 말한 문제도 나와서 더 술렁거린 거지만요. 다스트는 확실히 맞췄겠네요.”]
그날 밤. 에우드는 아지트 뒤뜰에서, 체르니와 정기 보고를 몰래 나눴다.
매일 밤 10시. 그게 현재 에우드와 체르니가 회중시계로 연락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당연히 이걸 아는 건 플로라 뿐이고. 누나들이나 다른 멤버들한테는 아직 비밀이다.
거는 건 에우드.
한 번 연락을 안 받을 때마다, 이후 뺨 잡아당기기 1분이라고 정한 덕인지.
체르니는 매번 연락을 걸면 3초 안에 받아주곤 했다.
처음에는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도만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래도 일주일 정도 진행한 지금은 꽤 익숙해졌는지.
이젠 10분 안 되는 시간 동안 꽤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뭐, 대부분은 체르니 쪽에서 말하는 거다.
이 왕족 소녀는 존재감을 낮추고 다니는 덕에, 친구가 너무 없었다고.
이제껏 이야기 상대라곤, 루네와 파밀리어(주로 쿠루루) 정도였다 한다.
덕분에 에우드는 알아채진 못했다만.
체르니는 도중부터 에우드와 매일 연락을 나누는 걸, 꽤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마주칠 땐 아는 척 말아달라던가.
눈빛 무섭다고 히이익거리는 건 여전하다.
‘근데 키루미나는 한 번 안 보이면 끝까지 안 보이는데. 이 사람은 한 번 보이기 시작하니까 계속 보이네.’
에우드는 머리에 앉은 와이즈에게 육포를 주면서, 이런저런 감상을 느꼈다.
[“그보다 전 오늘로 지옥 기간 끝인데요. ......어라? 에우드도 오늘 끝나는 거였나요?”]
“아뇨, 신학 하나 남아있어요. 지금도 하던 중에 잠깐 나와서 확인 연락 드린 건데요.”
[“아하. .......음!? 그럼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쉬는 시간이에요. 저도 프란시느도 조금 지쳐서. 프란시느는 잠깐 눈을 붙이고 있고요.”
[“그, 그렇구-”]
“구우우.”
[“흐힉?! 지금 부엉이 소리가?!”]
“아, 와이즈도 같이 있거든요. 제 머리 위에.”
“구우우우!”
[“그, 그으으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