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선, 방금 누군가가 안에 끌려갔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으리라.?196회
접촉196.
“학생회관 내부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요.”
세 사람은 곧바로 철문 너머의 계단을 내려갔다.
플로라는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계속 둘러본다.
철문 내부는 어두웠지만, 그래도 발밑으로 빛은 확실히 들어오고 있었다.
자그만 마석등들이 반짝반짝.
은은한 것이 마치 던전 벽이나 땅에 박힌 천연 마석 같았을까.
이전에 티아나가 설명해준 것에 따르면, 마석등은 보통 연금술로 만드는 ‘인공적인 마석’이다.
그렇기에 더욱 밝고, 밝기 조절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기능성과 실용성이 확실하다 해야겠지.
다만 방금 에우드가 생각했듯,
지금 보이는 마석은 인공적인 마석의 빛이 아니었다.
무덤 동굴에서 봤던 것 빛과 같았을까.
“......이거 설마 진짜 천연 마석인가요?”
“네, 넵. 맞아요, 에우드.”
“어머!”
에우드가 설마 하여 물어보자, 체르니가 고개를 꼭꼭 끄덕였다.
플로라는 그 대답에 눈을 더욱 반짝였다.
천연 마석이라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금전 가치를 가진 물건.
희귀 광물이나 광석과 마찬가지다.
애초에 던전이 ‘일확천금의 장소’로 불리는 이유가, 수많은 몬스터의 소재와 동시 마석들 때문이니 말이다.
개중에는 품질에 따라, 같은 질량의 금이나 보석보다도 훨씬 비싼 마석도 있으니까.
플로라가 눈을 반짝이는 건 어쩔 수 없으리라.
이미 플로라는 계산적인 눈빛으로 주변을 스캔 중이다.
어찌나 흥미가 넘치는지. 눈빛만으로 주변을 밝혀줄 기세였다.
“잠, 잠깐만요. 플로라, 혹시나 말씀드리는 건데 캐려거나 하진 마세요......!”
플로라의 눈빛에, 체르니가 허둥지둥 팔을 붕붕 휘둘렀다.
“에이, 전하. 아무리 그래도 막 캐진 않아요. 애초에 장비가 없잖아요.”
장비가 없는 게 문제인가.
“오라버니가, 케인즈 가문은 분명 나쁜 사람들은 아닌데, 이익에선 다소 가차 없어진다고 자주 말했어요.......”
“가차 없어지다니요. 전하, 비약이 심하셔요~ 그쵸, 에우드님?”
“아하하.”
플로라는 벌써 체르니에게 허물없이 “참 농담도~”라며 호호 웃었다.
어째 델베르크가 케인즈 가문에게 내린 평가는, 평소 에우드가 플로라에게 내리는 평가와 비슷했다만.
이윽고 대략 2분 정도 계단을 쭉 내려오자, 또 하나의 철문이 보였다.
그리고 마치 세 사람이 가까이 온 것을 안 걸까.
철문에 손을 대기도 전에, 덜컹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갔다.
“-고마워, 티타니아.”
[“(꾸벅)”]
열어준 것은 가면의 파밀리어, 티타니아였다.
그 뒤로는 오베론 또한 함께 서 있었다.
두 파밀리어는 세 사람의 방문에 정갈한 인사를 전했다.
“인간형 파밀리어.......! 와아아아!”
플로라는 더욱 감탄을 전하고 있었다.
집사와 메이드 같은 그 모습에, 플로라의 ‘이건 팔려요 센서’가 작동한 걸까.
곧바로 문을 나온 에우드와 플로라는, 멀리 보이는 뭔가에 숨을 죽였다.
“저건 나무잖아요! 어떻게 지하에 나무가......!”
나무. 그것도 그냥 나무가 아니었다.
밖에서도 충분히 거목이라 불릴만한 크기의 나무였다.
다만 보이는 것은 울창한 윗부분뿐.
몸통이나 뿌리 부분은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구조를 예상하자면,
저 나무는 지금 이곳보다도 훨씬 더 밑에서부터 시작한 것일까.
“말도 안 돼....... 우갹!”
나무를 정신없이 보던 플로라가 순간 넘어질 뻔했다.
에우드는 그걸 재빨리 잡아 품에 안는다.
“플로라, 괜찮아요?”
“아, 아흐....... 넵♡”
에우드의 품에서 나온 플로라는, 황홀하게 얼굴을 붉혔다.
“바닥에 이것들은...... 와아아...... 다 책인가요?”
이제야 점점 주변이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 이해가 됐을까.
이곳은 하나의 도서관이다.
책장의 높이가 엄청나게 높고.
책장의 수도 셀 수 없이 많은-
아예 이 층 하나만으로도, 아카데미 중앙 도서관에 맞먹는 규모의 도서관이었다.
분명 언젠가 아나트가 말했는가.
학생회관엔,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도서 정보실’이 있다고.
물론 이 규모면, 결코 도서 정보실이라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만.
“‘루네’는 책 정리를 정말 안 하거든요.”
““‘루네’......?””
“저도 처음엔 정리해보려 하다가....... 너무 손을 댈 수가 없을 만큼 어질러져서......”
[“아, 어지른 거 아니라니깐. 이게 다 내가 아는 장소에 펼쳐둔 거라고. 나만의 배치야.”]
“맨날 그렇게 말하면서, 책을 어디 뒀는지 몰라서 오베론하고 티타니아한테 가져오라고 하잖아요.......”
““!!!””
또다시 어디선가 들려온 확성기의 목소리.
곧, 세 사람의 위로 ‘뭔가의 군세’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어, 으, 아?! 꺄아아앗?!”
“저건 아지트에 들어왔던.......!”
“죄, 죄송합니다아아.......”
그것은 자그만 그림자. ‘붉은 눈’을 가진 날개의 생명체.
어제 아지트의 거실을 메우던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에우드는, 뒤늦게 그들의 모습을 알아챘다.
“끼야아아아- .......어?”
플로라 또한 에우드에게 꼭 달라붙어 비명 지르던 중, 모습을 눈치챈다.
“픽시?!”
[“손님이야.”]
[“새 손님이 오는 건 몇 년 만이지, 진짜?”]
[“아, 어제 겁먹었던 아이들이야.”]
[“어, 어제 엄청 무섭게 쫓아왔던 아이도 있어.”]
[“쟤, 쟤한테는 장난치지 말자.”]
[“체르니처럼 혼날지도 몰라......”]
[“무, 무셔어어어.”]
수많은 비행 생명체.
요정이라 여겨지며, 또 한편 정령이라고도 불리는 존재, ‘픽시’.
어른의 손바닥만 한, 소년 소녀와도 같은 천진난만 생명체다.
“그럼 그 붉은 눈들이 다 픽시였던 건가요.......!”
플로라도 그걸 이해하고, 약간 힘이 풀린 듯 말했다.
달라붙은 몸에서, 조금 긴장이 빠지는 게 에우드에게 전해졌다.
그러고 보니 분명 아카데미에서의 픽시는-
‘영상마수정’으로 영상을 보내주기까지 하는 생명체라고 했는가.
이어서 픽시가 날아온 방향에서, 어떤 ‘분홍빛’ 또한 걸어오고 있었다.
에우드는, 그것이 목소리의 주인임을 직감했다.
“-너희들, 여기서 장난치지 말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놀아~!”
[“루네 치사해.”]
[“맨날 우리 눈을 쓰면서.”]
[“잡일은 우리 몫이고 노는 건 매번 루네지?”]
[“어제도 시간 외 근무였어.”]
[“우리는 정당한 보수와 놀 거리를 요구해.”]
“아, 나중에 과자 잔뜩 사줄 테니까! 마수정으로 도촬도 시켜줄 테니!”
[“““그럼 어쩔 수 없지.”””]
분홍빛 존재의 목소리에, 픽시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다시 감췄다.
......잠깐, 근데 지금 도촬이라고 하지 않았나?
뭐, 에우드가 거기에 의혹을 드러내기도 전.
퐁!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파밀리어가 세 사람 옆에 나타났다.
“흐힉.......! 새벽에 본 그 여자애!?”
“아. 쿠루루네요.”
“넵, 쿠루루예요.”
쿠루루는 에우드와 플로라에게, 예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인형 같은 고개가 꼼지락꼼지락.
여전히 파밀리어답지 않은,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이었을까.
“오랜만에 새 방문자가 와서 애들이 들떴나 봐. 아, 너희도 쟤네 보긴 했었지? 새벽엔 또 체리니아가 너무 삽질하다가 그만~”
“그느느늣.......”
그리고 분홍빛의 존재는, 어느새 세 사람의 시야에 보일 만큼 가까이 왔다.
체르니는 입을 삐죽이며 괜한 말 한다는 듯 반응했다만.
거기서 에우드와 플로라는 한 번 더 숨을 들이켰다.
분홍빛의 긴 머리는 은은한 마석등 빛에 반짝반짝.
끄트머리는 둥글게 말려, 기품과 아이다움이 동시에 느껴졌을까.
아니 그보다도-
작다.
체르니보다도.
에우드와 플로라보다도.
나이로 치면 거의 10살 안팎일 게 분명한 소녀였다.
픽시들이 떠난 현재, 이 자리에서 이 소녀보다도 작은 건 쿠루루가 유일했다.
간간이 들려온 말투에선 묘하게 연륜이 느껴졌는데.
연령은 완전히 예상에서 벗어났을까.
프릴과 레이스 가득 달린 옷에. 여전히 아기 같은 외모는 몽환적이고도 동화적.
정말로 아기자기한 그림책에서 나오는 소녀 같았다.
레니안느가 봤다면, 좋은 소재를 발견했다고 눈을 밝힐 정도로.
분홍빛의 소녀는 차분한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루네 알페일이라고 해.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플로라 케인즈.”
“......네?”
하지만 에우드는, 그 순간 또 한 번 놀라버렸다.
아까 체르니가 이름을 말할 때부터 기억에 묘하게 걸린다 싶더니-
“아무래도 픽시들이 오랜만에 새 손님이 와서 신났-”
“루네 알페일.......? 설마 야설 작가님?!”
“나봐- 으으으으응?!”
분명하다.
루네 알페일.
그 잡화점에서 발견했던 ‘야설’의 저자다.
“에우드님, 야설이라면- 아아! 그 티아나랑 셀레나가 갖고 있던 관능 소설! 에우드가 샀다는 그거죠?!”
“아니 저기요!? 플로라는 그걸 또 언제 본 건가요!?”
“저번에 쉴 때 두 분이 보고 있길래, 같이 봤죠~”
“같이?!”
“에우드님 취향도 알 겸!”
“이 누나들 그거 아직도 보고 있었네, 진짜......! 그리고 제가 안 샀고! 취향이랑도 관계없다니깐요!?”
“아, 드로와하고 프란시느도 같이 봤어요~!”
“-그게 더 문제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포에닉스 파벌 모두가 야설을 봤다는 거다.
그것도 에우드 취향의 야설로 생각하면서.
에우드는 이젠 자기가 다 부끄러웠을까.
“잠깐잠깐잠깐. 확실히 내가 옛날에 취미 삼아 ‘키잡 소설’을 쓴 적이 있긴 한데...... 어라? 어, 어떻게!?”
루네는 자신의 흑역사를 들킨 표정이 되었다.
‘근데 키잡이 뭐지?.’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에우드도 잠시 움찔.
.......아니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지.
그 수기는 매우 오래되고 낡아 있었다.
종이가 변색이 되고, 너덜너덜해져서 언제 망가져도 이상할 것 없었다.
포에닉스 저택에서, 헌터 활동 기록들을 자주 봤던 에우드다.
덕분에, 종이의 변색에 따른 시간 흐름은 대충 계산할 수 있었다.
자료는 시기별로 분류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야설 수기는 적어도 30년 이상은 지난 물건임이 확실.
그럼 지금 이 눈앞에 있는 자그만 소녀는......
대체 몇 살이란 이야기인가.
“저어, 이건 제가 먼저 말씀드려야겠다 싶은데......”
대충 상황을 눈치챈 건지.
체르니가 에우드와 플로라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루네는 보기보다 나이 많으니까요.”
““......‘보기보다’?””
“큿......!”
에우드와 플로라는 루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루네는 히끅 놀라더니, 양손으로 검지를 펼쳐-
“루네 알페일, 열짤이에여~”
뺨에다가 깜찍하게 콕 찌르면서 혀짤배기소리.
그리곤 메롱 하듯 발랄하게 혀를 날름.
외관은 확실하게 열 살 소녀였으니까.
모르고 보면 정말로 동심 넘치는 소녀 같았을까.
아니 근데 열 살 짜리가 혀짤배기소리를 하진 않는다만.
그러자 체르니가 가차 없이 정보 수정을 요구했다.
“......곱하기 7.”
“쳇.”
““곱하기!?””
뒤이어 들려온 혀 차기는, 정말로 연륜 가득한 사운드였다.
“.......루네 알페일, 예순중얼중얼......이야.”
뭔가 계산도 틀렸고, 말도 모호했다만.
에우드는 이 이상 세세하게는 계산하지 말자 싶었다.
“정말로 70대......?!”
“60대-! 이거 중요하거든?!”
플로라의 중얼거림에, 루네가 재빨리 정정을 외쳤다.
“그리고 베르네이 학장님의 누님이셔요.”
체르니의 말에, 에우드와 플로라에게 2차 충격이 들이닥친다.
* * *
“쓴 지 벌써 30년은 된 건데, 그게 잡화점에 들어가 있을 줄이야. 귀부인들한테 몰래몰래 나눠준 건데. 아, 역시 그냥 양장본으로 배부할 걸 그랬나. 그렇게 너덜너덜해졌을 줄은.”
에우드가 수기에 대해 말해주자, 루네는 자그만 얼굴을 화끈 붉히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파밀리어의 술사’와 ‘야설의 저자’가 동일인물이라는 단서는 이미 있었을까.
에우드는 이전에 그 수기를 살짝 봤을 때의 내용, 그리고 아루&메루가 저택 방에서 키루미나에게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티타니아의 소중한 곳에서 우유향의 달콤한 냄새가-])
(“사실 아까 수기 내용을 조금 봤는데 말이죠.”)
(“시작은 티타니아와 오베론이-”)
-어흠어흠허흐흐흠.
그 소설의 등장인물의 이름은 오베론, 티타니아.
가면 파밀리어들의 이름이었다.
물론 그 두 이름은 전승이나 전설에서 자주 들려오는 이름.
충분히 유명한 이름이니까,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오베론과 티타니아는 현재, 에우드와 플로라에게 차를 내려주고 있었다만.
아까까진 주변에 엄청나게 책이 널브러져 있었다만.
둘이서 순식간에 책을 성큼성큼 옮기더니, 어느새 자리가 생겼다.
이어서 루네가 ‘손짓’을 하자, 어디선가에서 테이블과 의자들, 다과들이 도착.
그렇게 순식간에 티파티가 구축됐다.
테이블 위의 물건들은 에우드가 이전에 본, 베르네이의 티세트와 똑같았을까.
에우드가 주변을 보자, 아까 퍼졌던 픽시들도 과자를 저마다 나눠 먹고 있었다.
은은한 빛무리 아래나, 공간 넓적한 책장. 또 작은 책의 산더미 등등. 곳곳에 자유로이 앉아 뽀샥뽀샥한다.
과자는 픽시들의 1/3 정도 되는 크기였기에, 흡사 마차 바퀴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플로라는 준비된 차를 호로록한 후, 먼저 입을 열었다.
“루네님. 혹시- ‘룬 교수님’도 루네님이 맞으신가요? 그, 아카데미 매직 아이템 전반을 관리하신다는.......”
그건, 에우드가 아침에 어렴풋이 알아챈.
그리고 플로라도 아까부터 슬슬 알아채고 있던 점이었다.
루네는 ‘룬’이라는 이름에 잠깐 눈썹을 뿅하고 올렸다.
그리곤 입술에 과자를 물고 가벼이 말했다.
“아아, 뭐, 상관없나. 응. 그거 내 가명이야. 명예 교수로서의 가명.”
“역시나.......! 에우드님 덕분에 드디어 찾았어요! 꺄아!”
“으브브븝.”
플로라는 정말 잘 찾아왔다는 듯 화색이 되었다.
옆에 함께 앉은 에우드를 붙잡곤, 머리, 얼굴, 눈코입 구분 없이 파바밧 쓰다듬는다. 어지간히 기뻤던 걸까.
하긴. 처음엔 그냥 에우드와 체르니를 쫓아온 것뿐이었는데.
단숨에 찾아다니던 교수 본인 앞에 도달했으니까. 기쁜 건 당연하리라.
“다만- 일단 이곳에 들어오게 하긴 했는데. ‘루네 알페일’을 아카데미에서 봤다는 말은, 밖에 나가선 하면 안 돼. 이 공간도 마찬가지.”
“아, 비밀엄수를 하라고 하시면 물론 하지만요.”
풀로라는 에우드를 쓰담쓰담하는 채로 고개를 끄덕끄덕.
뒤이어 루네가 에우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에, 에우드도 함께 끄덕였다.
그런데 본인 말고도, 공간에 대해서도 비밀이라니.
“.......그건 역시 이 공간의 기원 자체가 비밀에 가깝기 때문인가요?”
에우드가 슬쩍 말하자, 루네는 놀란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오호...... ‘기원’이라고 말하는 거 보니까, 알아챈 거 같네.”
“기원? 에우드님, 무슨 말씀이세요?”
플로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에우드를 바라봤다.
체르니는 에우드가 뭘 눈치챘는지 알고 있던 것일까. 이젠 많이 진정된 모습으로, 차를 호로록 마시고 있었다.
그런 체르니의 무릎 위에는 어째서인지 쿠루루가 안착.
뭐, 무릎 위에 올리고 싶을 만큼 귀엽긴 하다만.
“이 도서관 자체가, 던전 위에다가 만든 거로 느껴지거든요.”
“네?!”
천연 마석만이 던전 같던 게 아니다.
잘 느껴보면, 이곳 전체가 ‘던전’의 분위기를 띠고 있다.
생명의 움직임이라 해야 할까.
물론 정말 목숨을 조와 가는, 그 특유의 분위기는 없다만.
그래도 던전 자체가 가지는 기운은 조금씩 전해지고 있었다.
그렇다.
마치, 던전 위를 도서관으로 덮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 맞아. 여긴 아주 옛날에 던전- 정확히는 어떤 거대 던전의 입구 부근이었던 장소야. 그걸 지금은 내가 개조해서 지금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 거고.”
“아카데미의 지하에....... 던전이라고요?!”
“가레스 아들, 넌 정말로 감이 좋네.”
루네는 에우드에게 큭큭 웃으며 다과 테이블을 콩콩 쳤다.
“뭐, 그것 때문에만 비밀인 건 아니고. 사실 지금 나는, 아카데미에 있으면 안 되는 인물이라.”
“그래서 ‘룬’이라는 가명을 쓰신 건가요? 전하처럼?”
“전하? 아, 그렇지, 그렇지. 체리니아랑 같은 상황인 거지, 나도. 체리니아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저, 저는 저 나름대로 왕족의 입장을 내려놓고 배우기 위해서.......!”
“알겠다, 알겠어, 고집쟁이 체리니아.”
“여기선 체르니라고 불러주세요, 좀.......!”
확실히 계속 루네의 행동을 보니 실감이 됐을까.
아이의 모습보다도 나이 많은 여성의 인상이 더 크게 느껴졌다.
몸은 아이인데, 하는 행동은 상당히 털털하다.
물론, 그냥 보면 어른인 척하는 아이처럼 보인다만.
곧 루네는 의자 위에서, 아이답게 짧은 다리를 낑낑 꼬며 말했다.
“어쨌든- 난 공식적으론 7대 던전, ‘주시자의 감옥’에서 공략을 진행 중인 마법사라서. 실제론 여기 있으면 안 돼. 뭐, 벌써 10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다만.”
지금.
엄청나게 가벼운 분위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