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95화 (193/264)

에우드는 그럼 이참에 더 혼내주자 싶었다.?195회

접촉195.

“아파요 아파.......”

“뭔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죠.”

체르니는 5분 정도 괴롭힘당한 뺨을 매만졌다.

분명 자신이 나이는 더 많은데.

자신이 두 살이나 더 누나인데.

새벽에 잡혔을 때부터, 페이스를 완전히 빼앗겨버렸다.

델베르크에게 들었을 땐, 이 소년은 누나들에게 약하다 했는데 말이다.

첫째와 둘째한테도 엄청 휘둘린다고 했고.

델베르크는 가레스에게 들은 삼남매 이야기를, 항상 자기 일처럼 즐겁게 전해주곤 했었다.

이번에 그 파란의 행사 기간에, “에우드에게 보호받아라.”라고 말할 때도 그랬다.

그 덕분이었을까.

체르니는 에우드와 만난 적이 이번이 처음이다만. 에우드에 대해선 꽤 여러 가지로 알고 있었다.

게다가 체르니도 형제(왕족 일가) 사이에선 막내.

그러다 보니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가상의 동생같이 생각하며 듣기도 한 것이다.

아마, 몰래 친근감을 느꼈다 해야겠지. 그런데-

‘-그런데 누나한테 약하기는커녕 가차 없는데요, 델베르크 오라버니!’

그건 다 접촉하기 전까지의 이야기고.

막상 마주하니 이 소년, 상상 이상으로 가차 없다.

눈이 무섭다. 뺨이 아프다.

볼 때마다 오늘 새벽의 추격전이 떠오른다.

잭스 토르랑이 왜 기절했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안 받는다고 하셔도, 제 쪽에선 못 받아들여요.”

“하, 하지만 이건.......! 그, 그래! 왕족 명령이에요!”

“전 굳이 왕족 명령이라 이번 일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서요.”

“그으으읏......”

에우드는 체르니의 말을 재빨리 일축했다.

에우드로선 이번 일을 맡은 이유는, 의뢰주가 ‘가레스의 오랜 친구인 델베르크’이기에.

또 에우드가 듣기로- 입양될 때나 헌터 활동을 준비하던 시기. 그때 델베르크가 왕의 권한으로 여러 편의를 봐줬다고 하니까.

그런 여러 감사를 담아, 이 일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체르니의 의사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이대로 체르니가 안 받는다고 계속 고집 피워도, 알아서 행동할 생각이었다.

체르니도 에우드가 절대 자기 말을 안 들어줄 걸 직감한 걸까.

입을 앙다물고는 난처한 시선을 돌렸다.

폴폴폴폴!

폴폴폴폴!

또 이 소리다. 묘하게 리듬감 넘치는 소리.

다행히 이젠 에우드도 놀라진 않았다.

이번엔 에우드의 회중시계가 아닌, 체르니의 회중시계에서 들려왔다.

체르니는 이번 연락이 누구한테 오는지를 알고 있던 걸까.

담담히 회중시계의 뚜껑을 열었다.

“네.......”

[“너무 고집부리지 말라고 했잖아~”]

어제 들려온 그 목소리다.

에우드는 요주의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에, 숨을 살짝 죽였다.

무엇보다도 새벽과 달리 조용한 환경에서 들어보니.......

‘내 또래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상당히 젊은- 아니, 아이다운 걸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마법 기술자인데. 의외로 나이가 어린 걸까.

[“에우드한테도 잘 들려?”]

“아, 네. 들립니다.”

[“둘 다 양보할 생각은 없고. 근데 고집부리는 건 똑같고. 그럼 지금 거기서 쭉 얘기해서 해결은 안 될걸? 어차피 너희 둘 다 1교시에도 강의 있을 거잖아? 오래 붙잡고 이야기할 수도 없지.”]

““......””

[“그러니까 아예, 적당히 타협하자고.”]

“타협이요?”(에우드)

“타협?”(체르니)

통신 마법 너머로 뽀샥뽀샥, 과자를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적정선을 정하자는 거지. 일단- 오늘 강의 다 끝나면 이쪽으로 잠깐 올래?”]

너무 당연하게 ‘이쪽’이라 말하는 것에, 에우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 * *

그날 저녁.

에우드는 누나들에게 비밀로 하고, 기숙사 방을 나섰다.

정확히는 도서관에 잠시 들를 일이 있다고 하고 나온 거였다만.

오래 걸리는 건 알 테니, 약간 늦어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으리라.

하지만 솔직히 누나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에우드로선 힘든 일이다.

그래도 이번 일은 ‘혹시 모를 위험성’으로 인해, 비밀로 결정했다.

최근 왕족들을 노리는 암살 사건도 있으니 말이다.

여차하면 에우드도 의뢰 수행 중, 거기에 휩쓸릴 수 있다.

3년 전부터 누나들의 방패역을 수행하는 에우드다.

괜히 누나들에게 위험이 가는 건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누나들의 성격으론, 에우드를 되려 보호하려 할 테니 말이다.

티아나와 셀레나는, 에우드의 역할을 잊을 때가 많다.

그러니 에우드는 비밀을 유지하면서.

한편 누나들도, 의뢰 대상도, 확실하게 지켜보려 했다.

그런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왜, 왜 그렇게 또 노려보는 거예요......!”

“아니, 딱히 노려본 건 아니었는데요. ......에휴.”

“한숨은 또 왜 쉬는 거예요, 진짜!”

의뢰 대상이 이상한 부분에서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원.

에우드가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자, 체르니는 괜한 억울함에 팔을 붕붕 휘두른다.

현재 위치는 학생회관의 근처.

오는 동안에도 여러 강의나 실습을 끝내고 돌아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시간상 이제 식사를 마치고, 각자 기숙사나 도서관, 아지트에 향하는 거겠지.

다만 현재 에우드와 체르니가 서 있는 곳은, 도보에선 잘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학생회관의 뒤편이라 해야 할까.

학생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이른바 사각지대.

문제는, 이 사각지대에선 딱히 어딘가로 가는 입구가 안 보인다만.

보이는 거라 해봤자 그냥 벽과 나무, 수풀이 전부.

체르니는 매직 아이템을 킨 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아까 도서관에서도 사용하던 아이템- 소리 차단 매직 아이템이었다.

“체르니님, 그런데 이쪽에서 어떻게 가는 건가요?”

“다 방법이 있으니까요, 잠깐만 기다려주- 아. 저기 에우드.”

“네?”

“그....... 지금은 ‘님’을 빼서 불러줬으면 좋겠는데요.”

체르니는 조심스레, 호칭의 수정을 부탁했다.

약간 우물쭈물하면서, 둥근 뿔테안경을 살짝 들어 올린다.

“‘체르니 윈릴’로 지내는 거니까요. 체르니 윈릴은, 포에닉스에게 극존대를 받을 입장이 절대 아니에요...... 사실은 알고 지낼 사이도 아니어야 하지만요.”

아무래도 정체를 감추기 위해 ‘체르니 윈릴’이라는 가명을 쓰는 거니까.(에우드는 윈릴이란 성까진 지금 처음 들었다만.)

호칭도 거기에 맞춰 평범하게 해달라는 거다.

확실히. 혹시 누군가, 에우드가 체르니를 ‘체르니님’이라 부르는 걸 듣게 되면 문제가 되겠지.

에우드도 누나들도, 이 아카데미에서 ‘님’까지 붙이는 건 교수들 정도밖에 없고.

“그럼 역시 체르니 선배로 할게요. 이게 가장 무난하겠네요.”

“......넵.”

에우드의 선배 호칭에, 체르니는 얼굴이 조금 빨개진 채 답했다.

곧 체르니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어떤 열쇠를 꺼냈다.

감각이 예민한 에우드이기에 바로 알아챘을까.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그 또한 ‘특수한 마법’이 걸려있는 열쇠였다.

“혹,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이곳에 대해서는 비밀엄수예요.”

체르니는 그것을 학생회관의 외벽에다 꽂았다.

그러자 벽 위로 수많은 마력의 줄기가 드러났다.

이윽고 수차례의 마법 반응 끝에 나타난 것은- 성인 남성보다도 조금 큰 철문이었다.

‘설마 인식 저해 같은 마법으로 감추고 있던 건가? 아니, 그런 단순한 구조는 아닌데.......!’

처음엔 지금 체르니의 안경이나, ‘머더 메이지의 복장’과 같은 마법인가 했다만.

막상 에우드가 느낀 감각으론, 뭔가 걸려있던 마법이 풀린 건 아니었다.

이건 ‘변화’에 가깝다고 해야 할지.

마치 벽 자체가 새로이 바뀐 것에 가까웠다.

“어, 어흠...... 들어가도록 하죠.”

에우드가 놀라고 있는 것에, 체르니는 헛기침을 살짝.

철문에 조심스레 손을 대며 에우드의 앞장을 섰다.

그렇다, 앞장을 서려 했다.

“와아. 마법을 통해 이런 식으로 변하는 벽도 있군요......! 대단하다......!”

““.......???””

지금 두 사람에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에우드)

“히이이익?!”(체르니)

“꺄아아아악?!”

갑작스런 소리에, 에우드와 체르니가 기겁하며 뒤를 돌아본다.

목소리의 주인도 깜짝 놀랐는지 함께 식겁.

곧 에우드는 자신들의 뒤에 있는 소녀를 확인한다.

“플, 플, 플로라?!”

어째서인지, 플로라가 어느새 뒤에 있었다.

“어휴, 깜짝이야......! 에우드님, 깜짝 놀랐잖아요!”

“아니, 저도 충분히 놀랐는데요?!”

“어버버어버법.......!”

아니, 분명 겉보기엔 플로라가 맞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에잇!”

“뿌우우웁.”(쪼물쪼물쪼물)

“플, 플로라 맞네요......”

“플로라예요오오오.”

언제나처럼 정말 부드러운 뺨.

요즘같이 피곤한 나날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는, 케인즈의 신상품 시연 피부. 피부조차도 야심으로 가득한 소녀.

플로라 케인즈 그 본인이 맞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예요, 플로라?!”

“아, 에우드님 뒤를 쫓아오다 보니까요☆”

정말인가.

아무리 이곳까지 오는 길에 사람이 많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기척을 못 느꼈는데.

또 가까이 온 덕에, 소리 차단 아이템의 영향을 딱히 받지 않고 있었다.

“히, 히이이익.......!”

그리고 방금 막 비밀이라 말하자마자, 상황을 들킨 체르니는-

“이렇게 된 이상......! 기억을 제거할 수밖에 없어요!”

갑자기 손 위에 투기를 두르기 시작했다.

“으와아아?!”

“잠깐만요, 잠깐만요! 플로라는 전투계가 아니에요, 진짜 큰일 난다고요!”

“흐이이.....! 후에에에엥......! 어제부터 뭐 되는 일이 없어요, 진짜......!”

말리지 않으면 체르니의 투기가 단숨에 플로라에게로 꽂힐 기세다.

투기가 휘둘러지기 전에, 에우드는 서둘러 체르니를 붙잡았다.

* * *

“에우드님은 제 기척에 가끔 둔하시죠.”

“......그렇긴 하죠.”

체르니를 겨우 진정시킨 후.

플로라는 에우드에게 방긋 웃으면서 그것을 말했다.

확실히 플로라가 말한 대로일까.

생각해보면, 에우드는 가끔 가족이나 동료의 기척을 못 느낄 때가 있다.

자주 그러는 건 아니고, 정말 가끔.

슈가나 아나트는 원래 기척을 매우 잘 줄이기에 어쩔 수 없다만.

그래도 플로라가 몰래 와락 끌어안는 것에도, 맥없이 당할 때가 많다. 아니, 그건 알아도 거의 매번 당한다.

뭐, 가장 확실한 예를 들자면-

3년 전만 해도, 자는 도중 티아나가 방에 들어왔을 땐 엄청 격하게 반응했는데.

이젠 티아나가 옆에서 잘 때, ‘코 위에 뒤꿈치가 내리 찍히기 직전까지’ 거의 못 알아챈다는 거겠지.

그 덕분에 오늘 아침에도 한 방 먹은 거고.

아마 이건, 에우드가 ‘마음을 완전히 놓은 이들’이기 때문이리라.

에우드의 무의식중엔, 가족처럼 여겨지는 이들에겐 예민히 반응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어렴풋이 인식은 하고 있었다만.

최근 들어 그걸 더 실감하게 됐다.

곧, 플로라는 투기를 거둔 체르니에게, 기품 있게 인사를 전했다.

“체리니아 오기스트 유그라시아 전하. 이렇게 직접 뵙는 건 처음이네요. 케인즈 차기 회장, 플로라 케인즈라고 합니다.”

“호에에엑......!?”

.......체르니의 정체까지 알아채고 있었다.

체르니는 비명 직전의 소리를 내며 경악한다.

“어떻게....... 어떻게 1년을 문제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한 번에 다 들켜버리는 거냐고요.......!”

“아, 그럼 역시 체리니아님이 맞으셨군요!”

“.....응? ‘역시’라니요?”

“실은 반쯤 감으로 말해본 거였거든요!”

“뭐랏-”

“전하가 정체를 감추고 아카데미에 다니신다는 건, 약간 듣긴 했지만요.”

플로라는 “후훗, 정답이었군요!”라면서, 양 갈래를 파닥파닥 흔들었다.

체르니와 에우드는 완전히 멍해졌다만.

“그래도 단서는 이제까지 여러 가지 있었죠. 우선 새벽에 에우드님 상태가 이상하기도 했고요!”

“역시 그때였나요......”

“주변에 희미하지만 싸움 흔적이 있었어요. 다른 분들은 에우드님을 너무 걱정하다 보니 못 알아챈 거 같지만요.”

새벽에 플로라는 “이상하네.......”라고 중얼거리며 주변을 봤으니까.

그땐 이미, 에우드에게 의혹을 가졌으리라.

“게다가 저번 연휴에 에우드님, 가레스님한테 혼자서 불려 가셨잖아요? 결국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말씀도 안 해주셨고.”

“아......!”

“그런 식으로 여러 단서를 종합해보니까요. 저희한테도 비밀로 하고 만나야 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그거야 뭐- 이젠 전하밖에 없다 싶었죠.”

플로라는 기겁하는 체르니에게 밝은 웃음을 전했다.

“또 새벽에 몰래 보니까, 에우드님 가방에 분실물 신고를 하려 했던 노트도 사라졌던데.”

“히이익.......!”(에우드)

“그 노트도, 전하 물건이 맞죠? 새벽에 쳐들어온 건 그거 되찾으려 한 거고?”

“흐에에에.....!”(체르니)

“지금 접촉하자 약속을 한 건 새벽이거나, 혹은 오늘 아침 에우드님이 제2 도서관에 갔을 때 했거나.”

““히이이이익!””(에우드, 체르니)

역시 차기 케인즈의 회장님 소녀, 플로라 케인즈.

무서운 추리력이다.

그 추리력에, 에우드와 체르니는 오돌오돌 떨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리 에우드님이 나쁜 의도로 뭘 숨기실 리 없으니까요. 그래서 누나분들한테도! 다른 분들한테도 전혀 안 말했어요! 그건 안심해주세요!”

플로라는 에우드의 팔을 꼭 끌어안고는 발랄하게 말했다.

......이쯤 되면, 에우드도 몸에 힘이 빠진다.

“......죄송해요, 체르니 선배.”

“아뇨, 듣다 보니 이건 제 탓도 크네요...... 새벽은 전적으로 제 실책이니까요.......”

체르니는 입으론 괜찮다고 한다만.

그래도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기세다.

“그나마 케인즈니까, 차라리 다행이죠.”

그러고 보니 플로라의 아버지, 소일 회장님 또한 델베르크의 오랜 친구라 했던가.

에우드가 과거에 알베르토에게 듣기로-

가레스, 소일, 델베르크. 이 셋이서 함께 포에닉스 저택에서 지낸 시절도 있다 하니까.

체르니와 플로라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만.

델베르크와 소일의 관계를 생각하면, 엄청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 사람이 철문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중이었다.

갑작스레 철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아, 이제 됐으니까, 그 케인즈 여자애도 같이 와!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거니!”]

“왁?!”(에우드)

“꺅?!”(플로라)

“흐먀아악!”(체르니)

마법 확성기로 퍼지는 재촉과 동시.

세 사람 모두, 갑작스레 ‘뭔가’에 붙잡혀 철문 내부로 끌려갔다.

곧, 쿵 하고 닫긴 철문은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춰간다.

남은 것은 그저 평범한 학생회관의 외벽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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