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87화 (185/264)

?187회

지옥 기간187.

콰아앙!

와르르르!

꼬옹!

부딪힌 상대 쪽에서도 다가오던 꽤 기세가 강했다.

탄탄한 에우드도, 순간 살짝 밀려날 정도로 부딪혔다.

실수로 놓친 가방이 바닥을 굴러버렸다.

메이드들한테 삼남매 모두 선물 받은 소박한 가방에서, 에우드가 공부하던 책들까지 우르르 쏟아져버렸다.

또 에우드만이 아니다.

부딪힌 상대 또한, 거하게 여러 물건을 떨어트린 상황이었다.

“와아악.......”

평소라면 에우드도 기척을 눈치채고, 바로 피할 수 있었겠지만.

코너 가까이 올 때까지, 누군가가 온다는 기척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 상대 쪽에서 반쯤 뛰어오는 기세로 부딪히기도 했고.

이렇게 이레귤러에 반응을 못 하다니.

아버지의 의뢰는 둘째치고, 중요할 때 누나들의 방패역도 못하는 거 아니겠냐고. 에우드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나무랐다.

또 물건은 떨어트렸을지언정,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팍 잡았던 에우드와는 반대로-

“으아야야야.......”

-부딪힌 아이는 바닥에 대자로 넘어져 버렸다.

에우드처럼 가방의 내용물까지 쏟아졌다.

이렇게 거하게 넘어지면, 에우드도 역시 미안함이 더 앞선다.

뒤로 땋은 주황빛 머리에, 검고 둥근 뿔테의 안경을 쓴 소녀.

피부는 새하얀 것이, 외부 활동보다도 실내 활동에 주력할 것 같은 얌전함이었을까.

다소 편향적으로 말하면, 공부를 상당히 열심히 할 것 같은 모습이다.

다만 그런 분위기에서도, 주황빛 머리는 기묘한 기품을 품고 있었다. 활기찬 색일 텐데도, 은은하게 금발의 기운을 품은 아름다운 주황빛.

마치, ‘태생 자체’에 기품이 배여 있는 것 같았다.

환경을 통해 자연스레 배는, 높은 혈통의 이들에게 있는 분위기다.

‘귀족 아이인가?’

같은 신입생 귀족 아이들이면 몰라도.

아카데미 내 2년 차 이상 귀족 학생들은, 에우드도 완전히 다 외운 건 아니었다.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이 없기도 하고.

또 기숙사가 워낙 넓은지라, 약속이라도 안 잡으면 못 보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에우드가 모르는 얼굴이어도 어쩔 수 없으리라.

그리고 또 한순간-

‘어라....... 지금 살짝 흐릿한 기분이........?’

분명 바로 앞에서 보는 데도, 소녀에게서 순간 모호한 느낌이 전해졌다.

에우드로선, 지금까지 ‘머더 메이지에게서 네 번이나 느낀 적이 있는’ 감각이었다.

넘어진 소녀는 곧바로 씩씩하게 아픔을 참으며 일어났다.

그리곤 바닥에 찧은 엉덩이 살살 매만진다.

에우드는 서둘러 소녀에게 사과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었어요........”

상대 쪽에서 부딪힌 기세가 더 강했지만. 그래도 에우드는 먼저 사과하자 싶었다.

“아, 아뇨, 오히려 제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던 거라. 그쪽이야말로 괜찮으신가요, 안 다치셨나요?”

“네, 저는 괜찮아요. 저....... 엉덩이는.......”

“아하하, 엉덩이도 괜찮아요.”

다행히 주황 머리 소녀도, 자신의 잘못이 더 크다고 인식한 모양이다.

안경을 바로 잡으며, 에우드를 향해 쓴웃음을 지어준다.

게다가 그사이 또 에우드를 걱정해주는 게, 배려가 참 많은 성격으로 보였다. 에우드도 조금 안도했다.

그러나-

“제 쪽에서 서두르다가 이런 실수를- 흐읍?!”

“!?!?”

주황빛 머리 소녀가 고개를 꾸벅이던 중이었다.

갑자기 에우드의 얼굴을 제대로 보더니 엄청나게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뜬다.

털털해 보인 소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적대감 100%로 변모했다.

급격한 분위기의 변화에 에우드도 히끅 놀라버렸다.

“설, 설마......! 에, 에,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아, 네, 넵.......”

역시 주황빛 머리 소녀는 에우드를 알고 있던 걸까.

에우드는 제발 그 ‘눈 마주치면 순식간에 기절’ 같은 별명은 나오지 않길 바랐다.

일단 최대한 겁을 주지 말자 싶다.

그렇다. 여기선 헌터 활동 때 익혔던 노하우의 활용이다.

살며시 작은 동물에게 다가가는 식으로, 자신이 적의가 없음을 알려주-

파바바밧!

-알려주기도 전에, 주황 머리 안경 소녀는 자신의 떨어진 짐을 가방에 호다닥 담아갔다.

아예 에우드하곤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건지.

심지어 물건을 줍는 속도도 엄청 빠르다.

에우드가 차마 도와주기도 전에 이미 가방을 다 챙겼다.

“저, 저기-”

“-부딪혀서 죄송했어요!”

후다다다다닥!!

그리고는 엄청난 속도로 복도를 벗어난다.

세상에나.

저리도 자신의 존재가 공포스러웠던 걸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에우드도 조금 침울해져 버렸다.

그래도 뛰는 모습을 보니, 딱히 다친 데는 없는 거 같다.

“괜찮겠지......?”

달리는 모습이 씩씩해 보였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차라리 나중에 안부라도 묻기 위해, 일단 이름을 들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만......

저렇게 호다닥 달려갔는데, 쫓기는 좀 그랬을까.

걱정은 되지만, 에우드도 자신의 짐을 챙기고 다시 갈 길을 가자 싶었다.

그렇게 에우드가 물건들을 주우려던 순간이었다.

“-킁킁. 킁...... 킁킁킁.......!”

이번엔 아까 주황빛 머리 소녀가 왔던 방향에서 다른 소리가 들렸다.

“크응- 아! 드디어 발견했다.......! 에우드!”

“키, 키루미나......!”

“근데 어라......? 무슨 일 있었어요?! 가방 다 쏟아졌는데?!”

누구인가 했더니.

귀엽게 코끝을 킁킁거리는 늑대 소녀, 키루미나였다.

에우드를 발견하자마자, 키루미나가 헥헥 호다닥 달려온다.

지옥 기간이 시작되고서부터는 꽤 오랜만에 보는 거라, 에우드도 반가웠다.

하지만-

(“그래, 가슴 만진 거랑 거의 똑같아요.”)

에우드는 키루미나가 파닥파닥 흔드는 꼬리를, 이번만큼은 보기가 버거웠다.

“괜찮나요?! 아, 또 반가워요!”

“네, 넵. 괜찮아요. 키루미나,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붕붕붕붕!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걱정과 반가움을 동시에 표하는 키루미나의 꼬리는, 여전히 풍성하고 뽁실뽁실했다.

* * *

키루미나는 서둘러 에우드에게 꼭 다가와, 물건을 가방에 담아줬다.

“오늘은 아루니하고 메루니가 안 보이네요?”

주변에 쌍둥이들이 있었다면, 웬만해선 먼저 출몰할 텐데.

오늘은 왠지 키루미나만이 있었다.

“아루니랑 메루니는 지금 먼저 강의실에 가 있어요. 둘 다 과제가 몰리고, 도중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다들 고생이네요.......”

키루미나와 아루&메루의 강의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고.

그럼에도 그사이에 쉬지도 못할 만큼, 아루&메루가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 한다.

자칫하다간 F를 받을 기세라나.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에우드도, 아루&메루가 공부랑 조금 친하진 않을 거 같았다.

똑같이 공부랑 별로 안 친한 에우드이기에, 그걸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도 랜퍼스 선배가 강의 없을 때 계속 붙잡아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있어요.”

“와아, 랜퍼스 선배가.”

“랜퍼스 선배는 꽤 성적 좋거든요. 저희 고향에서도, 동생들을 자주 가르쳐줬고. 매번 아지트에서도 아루메루랑 같이 다들 도움받고 있어요.”

역시 랜퍼스 드아즐볼프, 인텔리 수인인 사울드의 오른팔.

그 또한 상당히 머리가 좋았다.

잘 가르쳐준다는 건, 제시카처럼 교육자로서의 기질이 높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키루미나는 쌍둥이가 랜퍼스에게 도움받는 사이, 약초학 참고서를 빌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한다.

키루미나도 약초학에 꽤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에우드, 누구랑 부딪혔던 건가요?”

물건을 다 주워 담은 가방을 건네며, 키루미나는 그것을 다시 물었다.

오똑한 코끝이 살짝 킁킁 움직이는 게, 아무래도 아까 그 소녀의 잔향을 맡은 모양이다.

여성의 냄새가 난 것에, 키루미나는 아주 조금 얼굴에 경계를 띄었다.

“코너에서 나오는 걸 못 알아채고 부딪쳤거든요. 다행히 상대는 다치지 않은 거 같은-”

“쳇.”

“쳇!?”

“부럽네요......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그, 그런가요......?”

에우드는 잠시, 키루미나가 왜 일찍 왔어야 했나 싶었다.

......분명, 자신이 있었으면 도와줄 수 있었는데 못 도와준 게 아쉽다는 거겠지.

암, 그렇겠지.

키루미나는 여전히, 정말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듯 통한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생각이 바뀐 걸까.

키루미나는 주변을 재빨리 둘러봤다.

면학 분위기로 상당히 조용해진 도서관 복도.

마침 잠깐 떨어진 아루&메루.

웬일로 혼자 있는 에우드.

그렇다. 그 열차에서의 아침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시 다가온 기회에, 키루미나의 표정이 살짝 밝아진다.

복슬복슬 꼬리는,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살랑살랑 움직인다.

키루미나가 포에닉스 저택에서 꼬리를 만져지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처음 기숙사에 돌아오고서 며칠간은, 아쉬움이 있어도 괜찮았는데.

이틀 전부터, 괜스레 꼬리가 휑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에우드를 본 것으로, 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그 손끝을 바라고 있다.

그만큼 에우드의 따끈따끈한 손길과 그 품은, 키루미나의 꼬리에겐 최상의 자극이었던 걸까.

게다가 만져주는 방식이 상당히 섬세하기까지 했고......

애초에 열차에서 결국 못 만져지기도 했다.

그때의 아쉬움이 지금까지 이어진 채, 최근엔 스트레스까지 팍팍 쌓인 키루미나다.

기회는 바로 지금.

만약 여기서 꼬리를 만져진다면, 지옥 기간의 피로 따위 순식간에 날아갈 것이다.

‘그, 그래, 에우드도 스트레스가 쌓였을 게 분명하고.......! 에우드는 아직 우리 꼬리의 습성을 모르니까.......!’

에우드가 스트레스 쌓인 건 분명 정답이긴 하다만. 이 늑대 아가씨에게 있어서는 사실상 변명에 가깝겠지.

키루미나 아즐볼프는, 지금 에우드에게 꼬리를 만져지고 싶다.

그게 진심이었다.

심호흡을 한 차례 마친 키루미나는 에우드의 어깨 양쪽을 파밧하고 잡으며 말했다.

“에, 에우드!”

“넵?!”

현재 찔리는 게 있는 에우드인 만큼, 대답을 우렁차게 해버린다.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을 텐데....... 이, 이렇게 만난 참에 아예 꼬리 만져주세, 아니아니......! 만지실래요!?”

순간 만져달라는 본심이 나올 뻔했다.

물론 키루미나 자신이 생각해도 참 경우가 없다 싶었다만.

그러나 혹시라도 저번 열차 때처럼 방해가 오면 말짱 꽝.

누나들이 나타나는 순간엔 모든 기회를 잃어버린다.

그렇기에 쐐기를 단숨에 꽂자 싶었다.

그리고 에우드는-

“아흐.......”

“키이잉?”

“......저, 저기 키루미나.”

“넹......?”

꼬리를 만지지 않고, 고개를 재빨리 숙였다.

“전에 함부로 만져서 죄송합니다아아아아.......”

“.......네?”

에우드의 반응에, 키루미나는 한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해버렸다.

아직 오늘은 만지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에우드가 사과를 하는가.

그보다, 왜 사과를 하는 걸까.

분명 저번엔 문제없이 꼬리를 퐁퐁 만져줬는데.

인간족인 에우드는, 늑대 수인족의 문화를 모를 텐-

-물론, 답은 곧바로 나온다.

“.......들, 들었나요?”

알아챈 거다.

꼬리를 만지는 게 어떤 의미인지.

에우드는 입을 꼭 다물곤, 고개를 꼭꼭 끄덕였다.

그렇다면 동시에.......

열차에서 말한, ‘꼬리를 만지면 잠이 깬다’는 것도 거짓말임을 들켰겠지.

차라리 ‘이성이 꼬리를 만져주는 의미’만 들켰다면 상관없다만.

거짓말까지 들켰다면, 이미 다 글러 먹었다.

.......표정을 보니 거짓말도 들켰다.

아니, 사실 의미를 들킨 것만 가지고, 키루미나도 엄청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부끄럽냐 안 부끄럽냐 묻는다면, 정말로 죽을 만큼 부끄럽다.

그래도, 의미를 알든 모르든 에우드가 만져줬으면 하는 게 진심이니까.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다음이다.

“누, 누구한테요......?”

누군가가 엮였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 그건....... 아, 아뇨, 저 혼자 알았-”

에우드는 며칠 전 사건만큼은 비밀엄수하자 싶었다.

이 이상, 푸른 늑대 남매의 사이가 틀어지는 건 에우드로서도 피하고 싶다.

자칫하다간 불똥이 또 튈 거 같고......

에우드가 키루미나에게 붙잡힌 채로, 어떻게든 얼버무려 보려 할 때였다.

키루미나의 동공이, 뭔가 눈치를 챈 듯 크게 뒤흔들렸다.

“잠깐만요...... 그런, 소문이 있었죠.”

“네, 엡......?”

“며칠 전에...... 중앙 도서관에서 하마터면 네 개 파벌이 충돌할 뻔했다고......”

“아앗.”

“포에닉스랑 이가리트...... 검은 사자도 있었고. 게다가 저희 오빠랑, 랜퍼스 선배도, 분명 자리에 있었다고.”

하와와와와.

대체. 어떻게.

지금 이 사태와 그 사건의 연관성까지 한 번에 도달한단 말인가.

설마 이것이 수인족의 직감인가. 수인족 신동의 직감은 이정도로 날카로운 것인가.

곧, 에우드의 표정과 냄새의 내용을 알아챈 키루미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빠가, 연관됐구나.”

“히이익.”

“하하.”

키루미나의 짧고 차가운 웃음소리에, 에우드는 순간 온몸이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푸른 늑대 남매 관계에, 또다시 1급 경보가 울려간다.

그러나 키루미나도 결국, 오빠에 대한 분노보다 부끄러움이 더 앞섰는지-

“흐에으아으......! 키애애애앵.......!”

포효와 함께, 에우드의 어깨를 잡은 채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새된 울음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에우드의 어깨를 부여잡는다.

키루미나 꼬리는 뱅글뱅글.

에우드의 어깨도 흔들흔들.

머리 위의 강아지 귀는 화끈화끈.

오늘도 귀엽게 차고 있는 강아지 머리핀까지, 함께 빨개졌다고 느껴질 정도다.

“죄송해요죄송해요, 만졌다고 말하면 안 됐었는데! 키루미나가 배려해준 건 저도 알고 있는데요.......! 그 뭐냐, 꼬리가 엄마 뱃속 같다는 것도 들었고-!”

“아,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키이이잉!”

키루미나는 “아니라고요! 배려만 한 건 아니라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이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사울드와 랜퍼스가 자신의 행동을 알았을 테니 더욱이.

아니, 차라리 그 둘이면 낫다.

거기엔, 이가리트와 검은 사자 자식들도 있었다.

아마 다 들었겠지.

그 오빠가 그들까지 휩쓸릴 정도로 난리를 피웠다면 분명.

.......부끄러워 죽을 거 같았다.

“키애애애앵........! 키애애앵! 키애애앵!”

“아파아파아파앗?!”

그런 식으로 한동안 정신없이 서로 뒤엉켜 허둥지둥.

아예 막판엔, 에우드의 몸이 키루미나에게 밀려 복도 벽까지 몰려버렸다.

키루미나도 어찌나 흥분했는지. 에우드조차 일시적으로 그 근력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그렇겠지. 푸른 늑대의 신동에. 심지어 에우드랑 같이 거대 미노타우로스까지 주먹으로 털어버린 소녀인데.

“차,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뭐가 차라리예요?! 잠, 잠깐만요, 키루미나! 정말로 아픈데요?!”

마치 거대 육식 짐승이 근육을 부풀리듯, 에우드의 몸이 완전히 벽까지 밀려버렸다.

직감한다. 역시 키루미나는 사울드의 동생이 맞다.

며칠 전 사울드에게 위협을 받을 때와 똑같은 감각에, 에우드는 둘의 혈연관계에 확신을 내렸다.

그보다, 이러다간 자칫 정말 ‘여러 의미’로 먹힐 기세였다.

그리고 대치가 이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저기, 두 분 무슨 일이세요......? 으, 으에에!?”

너무 늦는 에우드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온 프란시느가, 멀리서 어리둥절 다가왔다.

“에, 에우드님이 먹히기 직전이에요!? 늑대가 나타났다!?”

파벌 리더가 잡아먹힐 것 같은 상황에, 프란시느도 매우 경악한다.

“흐애애애애애앵!”(키루미나, 질주)

“쿠헵?!”

우다다다다!

털썩!

결국 프란시느까지 오자, 키루미나는 부끄러움을 못 버티고 도망가버렸다.

키루미나의 압박이 풀린 에우드의 몸이 복도 위로 털썩.

그리곤 저 멀리 사라진 늑대 소녀를, 에우드와 프란시느가 멍하니 바라봤다.

오늘 하루.

이 복도에서만 벌써 두 명의 소녀가 에우드에게서 도망갔다.

그것도 전력 질주로.

“......저 오늘 뭔가 마가 낀 걸까요.”

“네?! 으아! 에, 에우드님, 괜찮아요! 프란시느가 여기 있어요, 에우드님은 늑대한테 먹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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