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79화 (177/264)

?179회

방향성179.

그리고 다음 날.

아나트는 내일 오후 역에서 만나길 약속하며, 토르랑 저택으로 향하기로 했다.

토르랑 저택으로 향하는 마차는, 마부 헤기가 맡았다.

마차를 끄는 말은 베티. 오늘도 열심히 해주는 베티에게 에우드는 쓰담쓰담을 전한다.

내일은 드로와, 프란시느 쪽에도 포에닉스 마차가 마중을 갈 예정이라 한다.

원래는 포에닉시안에서 한 번 파벌 모두 함께 만나기로 했었다만. 이번엔 사건이 있었던 만큼, 다들 자중하기로 했다.

플로라도, 어제 그 인형을 상회에서 조사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저, 저기 이거 너무 과하지 않나요.......”

“아뇨아뇨, 딱 좋아요.”

그리고 아나트는, 마차에 오르기 직전 입은 옷 때문에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너무 아가씨다운 옷이었을까. 아나트가 너무 딸 같은 나머지, 로로나가 선물해준 옷 중 하나. 그리고 꼭 입고 가달라고 한 옷이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어디의 공주님이라고 해도 믿을 만하다.

“.......잭스 그 새끼가 놀릴 거 같은데.”

“놀리면 제가 때려주러 갈 테니까요.”

로로나의 말에, 마당에 있던 모두가 오싹.

가장 오싹해 한 건 가레스다만.

로로나가 때려줬다간 어떻게 되는지, 모두 잘 알고 있다.

아나트도 거기까지 듣자 더는 저항하기 힘들었다.

“맞다, 아나트양.”

가레스는 잊을 뻔했다는 듯, 매디를 살짝 불렀다.

그리곤 매디에게서 어떤 물건 하나를 받는다.

홀더에 담긴- 또 다른 한 자루의 나이프였다.

“이거 혹시......!”

“네가 가지고 있는 흑철 나이프랑 같은 거야. 그래, 머더 메이지의 물건이야.”

그것은 에우드가 머더 메이지와 처음 조우했을 때 회수한 물건. 머더 메이지가 몸을 감출 때 땅에 내리꽂았던 나이프였다.

이 나이프들은 재질 자체가 특수하다.

일반적으로 얻지 못하는 ‘흑철’로 만들어져있는 물건이었다.

사건 단서이기도 한 그 물건을, 가레스는 요 3년간 보관해왔다.

“앞으로도, 그놈의 위협은 이어질 거니까. 그리고, 너 또한 마음은 안 바꿀 거 같고. 아마, 한 자루 더 있어서 나쁠 거 없을 거야.”

가레스가 나이프를 양도해준다는 것에, 아나트는 잠시 머뭇거림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그것을 받았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가레스님.”

‘다시 마주했을 때 바로 싸울 수 있도록’.

에우드가 해줬던 말을 꼭꼭 되새기며, 아나트는 고개를 폭 숙였다.

로로나는 그런 아나트가 귀여워 죽겠는지, 꼭 끌어 안아줬다.

로로나의 거대한 기세에, 아나트의 숨이 잠시 턱턱 막혔다.

말랑말랑 폭신폭신이 가차 없이 들이닥친다.

그렇게 내일 만나기를 약속하며, 토르랑 메이드들과도 인사를 나눈 아나트는 저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에우드는 뒤에 있던 누나들과 페리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저기, 다들 상태가 왜 그래.....?”

“““.......”””

아까 아나트가 갈 때도, 세 명 다 목소리에 꽤 힘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을까.

어제도 밤에 자는지 검사하러 온다더니. 공방에서 새벽까지 셋이서 눈을 붉히고 있었는걸.

잠이 들었으면야 차라리 에우드가 업고 올 생각이었다만. 아예 잠도 안 들었으므로 데리고 오기도 그랬다.

그 뒤로도 제대로 잠을 안 잤는지. 덕분에 다들 졸음 가득에다가 뭔가 붕 뜬 표정이다.

물론 셋 말고도, 오늘 포에닉스 저택은 이미 졸음으로 가득한 날이긴 하지만.

어제 포에닉시안에서 밤늦게까지 있던 헌터들 모두, 폭풍수면 중이었다. 경비 기사단과의 교대가 이뤄져, 이제 겨우 쉬게 된 거다.

곧 세 명 다 에우드를 보곤, 묘하게 얼굴을 붉힌다.

티아나는 어흠어흠, 어색하게 헛기침을 해간다.

그러다 가장 연장자인 셀레나가 대표로 말했다.

“에우드.”

“아, 응. 셀레나 누나.”

“검열은 끝났어.”

“다, 다 읽었구나.”

결국엔 정독이 끝난 모양이다.

그 수기가 그래 봬도 꽤 두께가 됐던 거 같은데.

“확실한 건....... 아직 그건 에우드에게 일러. 어흠. 당분간은, 내가 가지고 있기로 했어. 어흠어흠.”

일단 돌려주진 않을 모양이다.

이르고 자시고, 에우드도 진짜로 알 건 다 안다만. 아마 두 누나도 알고는 있을 거다만.

괜히 일이 안 꼬이게 에우드는 입을 꼭 다물자 했다.

“잠, 잠이 안 왔어요........”(페리아)

“나, 나도.......”(티아나)

이젠 누나들과 페리아의 상태가 더 걱정이었다.

“키루미나 아가씨, 괜찮나요?”(메루)

“키루미나 아가씨한테 자극이 강했나.......”(아루)

“키이이이잉.......”

어째서인지 키루미나도 상태가 이상했다.

아루&메루가 걱정스레 키루미나를 쓰담쓰담.

.......대체 어젯밤, 쌍둥이에게 뭘 더 들은 것인가.

* * *

이후 누나들은 잠을 깨어보겠다고 짧은 낮잠을 취하기로 했다. 아루 & 메루도 키루미나를 데리곤 별채 방으로 쪼르르.

페리아는 하품을 하면서도, 쉬고 있는 헌터들을 도와주러 갔다.

그 사이 에우드는 잠시 연습을 위해 공터로 나왔다.

훈련장으로 향해도 됐었다만, 이번엔 검이나 격투술을 위해서만 온 건 아니었다.

지금 목검과 함께 들고 있는 것은 에우드의 전용 지팡이, 리퀴드 팽.

어제 사태에서 휴대했으면 참 큰 도움이 됐겠지만.......

“제시카처럼 평소에도 들고 다니는 데에 익숙해져야겠어요.”

“에헤헤, 저는 헌터 때의 버릇 덕분이지만요.”

에우드가 존경한다는 듯 말하자, 제시카는 수줍게 웃었다.

“새로운 주력 속성을 결정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이시죠?”

“네. 뭐가 됐든, 지식도 그렇고 사용할 수 있는 게 많아야 할 거 같아요.”

아카데미에서도 마법수업은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에 돌아가서 준비해도 상관은 없긴 하다.

그래도 먼저 방향만이라도 간단히 정하고 싶었다.

수업은 아직 ‘전투마법’보다도, 이론과 현상 등 ‘마법의 기반’이 되는 걸 주로 배우기도 하고.

또 서두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에우드 도련님은 요 3년간 물 마력에 상당히 최적화되어있으니까요.”

그만큼 전투용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건, 물 마력 정도.

애초에 검술과 격투술까지 통달하고 있는 에우드다.

마력 경화에 투기 또한 다루기에, 이제까진 다른 속성에 너무 매달리진 않았다.

“우선은 궁합이 가장 좋은 건, 역시 땅 마법이겠네요.”

“‘상극’과 ‘상생’이군요.”

“상극과 상생?”

뒤에서 도련님을 보좌하기 위해 있던 슈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상극이라는 것은 각 속성의 ‘극상성’을 이루는 반대 속성이에요. 물 속성과 불 속성. 빛 속성과 어둠 속성의 관계일까요.”

제시카의 간단한 설명에, 슈가가 고개를 꼭꼭 끄덕였다.

“그리고 상생은 속성 중에서 궁합이 좋은 속성을 의미해요. 가령- 저나 티아나 아가씨의 불 속성의 경우 가장 궁합이 좋은 건 바람 속성이죠.”

그 말대로, 제시카는 실제로도 바람 마법을 보조속성으로 다루룬다. 어제 에우드의 머리를 말려줄 때도 사용했고.

“그럼 제시카, 지금 도련님과 가장 궁합이 맞는 건.......”

“도련님은 물 속성이 주력이세요. 그렇기에-”

“-땅 속성과의 궁합이 가장 잘 맞죠.”

에우드의 답에, 제시카는 끄덕끄덕 좋은 제자를 바라보듯 흐뭇하게 웃었다.

‘제가 키웠어요!’라는 표정이었을까.

다만 상극 상생은 초급에서 중급 사이의 이론.

이렇게 기뻐할 일까진 아니었기에, 에우드는 괜히 낯부끄러웠다.

제시카의 도련님 팔불출은 의외로 세다.

속성을 늘릴 땐, 상극 속성은 피하고 상생 속성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 효율 좋다고.

물론 어디까지나 궁합인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속성이 분화될수록 관계가 복잡해지는 면도 있긴 하다.

그렇기에 상극 상생은 어디까지나 ‘간단한 도표’.

개중에는 속성이 다수 조합되거나, 특이 속성으로 분류되는 것들도 존재. 때문에 도표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속성도 여럿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머더 메이지의 시꺼먼 마력의 경우, 일반적인 ‘어둠 속성’과는 전혀 다른 마력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둠 속성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확실하게 정체를 알 수 없던 것이다.

“땅 속성 자체는 못 쓰는 건 아니지만요.”

에우드는 오히려 전 속성의 기초는 배워뒀다.

이는 티아나와 셀레나도 마찬가지.

특히 셀레나는 마력검을 구축할 때, 특정 속성을 부여한다.

물론 마력검이라는 특성상, 그 위력의 상당 부분은 셀레나의 검술에 직결된다. 그렇기에 셀레나도 어디까지나, 마법을 보조무기로 사용하는 거고.

에우드는 리퀴드 팽을 휘둘러, 자신이 아는 마법을 살짝 사용했다.

“어스 업.”

어스 업- 땅 계열에서도 가장 간단한 2절 마법으로 ‘땅을 솟아 오르게 하는 마법’이다.

그러나 한편, 시전자에 따라서는 명확하게 성능이 갈리는 마법이기도 하다. 물론 그건 모든 마법이 다 그랬다만.

꾸웅!

그리고 조금 뒤, 에우드가 리퀴드 팽으로 가리킨 곳에 50cm 정도의 흙의 창 같은 것이 솟아올랐다.

정석을 잘 익히고 있는 위력이었을까.

슈가는 “역시 도련님.”이라면서 꼭꼭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도련님의 목표도 빠르게 도달할 거라고- ......도련님?”

다만 에우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표정. 제시카도 그것을 캐치했다.

“역시 물 속성과 달리 많이 안 다뤄본 속성이다 보니, 속도가 느리네요.”

“그렇죠.......”

에우드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도 바로 물 마법으로 이어지지 못해요. 몸의 ‘줄기’가 조금 삐걱거린다고 해야 할까......”

그걸 듣자, 슈가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방금 마법엔, 랑그를 읊고서 2, 3초 정도의 딜레이가 있었다.

에우드가 물 마법을 사용할 땐, 딜레이가 거의 존재치 않는다.

사실상 0에 한없이 가까운 속도.

그 아쿠아 스피어를 만들 때도, 랑그가 종료됨과 동시에 바로 마력이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도련님의 경우 마력이 특이한 것도 있고요.”

예전에 제시카가 말했던 이야기.

에우드의 마력은 다른 이들보다도 ‘뾰족뾰족’하다고 했었나.

이러한 딜레이도, 숙련도 말고도 ‘뾰족뾰족 마력’의 영향이 있을 거라 한다.

그 특이 마력으로 인해 연습용 스틱도 잘 못 버티는 거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리퀴드 팽이라는 걸출한 지팡이 덕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만. 깨지기는커녕, 더욱 견고하게 느껴졌을까.

이런 점 때문에, 에우드도 다른 마법들을 성적에 문제없도록만 배우는 거로 끝냈었다.(물론 그 기초도 상당하다.)

물 마법을 제외하면 다 이런 식.

애초에 에우드로선 딜레이를 가진 마법보다도, 그 즉시 뛰쳐나가 검술과 격투로 끝내버리는 게 더 빨랐다.

원체 에우드의 성향은 실질 마검사이자 마권사.

또한 에우드가 다루는 전투기술들은, 마법만큼의 위력도 가지고 있다. 고로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었을까.

그래도 계속 한 곳에만 머물 수는 없다.

3년간 격투술, 검술, 물 속성 마법을 키운 것처럼, 이번엔 다른 것도 키워야 한다.

비단 마법과 투기를 무효로 하던 머더 메이지 때문만이 아니다.

벌레를 조종하는 크래프트에, 사람을 조종하는 파라노이아.

인형 여자까지. 이후에는 어떤 특이능력을 가진 교단 관계자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것을 더욱 늘려가야 한다.

지금은 먼저 땅 속성. 그다음은 또 익히기 쉬운 속성을.

그런 식으로 여러 속성을, 물 속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실전 레벨까지 끌어올리는 것.

검술과 격투술에 조합할 수 있도록 숙련도를 높이는 것.

그게 에우드의 새로운 목표점이었다.

“그럼, 우선 딜레이를 줄이고, 땅 속성 쪽에서도 ‘목적성’을 확실히 띌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네요. 좋아요, 방향은 정해졌어요!”

제시카는 모레부터 다시 교수직으로 돌아가야 하는 만큼, 지금 속성으로 노하우를 가르치자 싶었다.

오랜만에 시작된 도련님과의 마법수업에, 활기차게 그것을 진행해간다.

“-맞다, 에우드 도련님.”

“네, 제시카.”

그런 도중, 제시카는 열심히 하는 도련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디에스랑도 말했지만...... 그래도 아카데미에 가서는 과제랑 시험부터 꼭 챙기셔야 해요?”

“아흑.”

“제가 내는 미궁이론 시험은 어려울 거랍니다. 후헤헤.”

“후헤헤라니요....... 라다루스랑 라그나릴 분들도 다 같이 고생하겠네요.”

에우드가 재차 시전한 땅 속성 마법이, 묘하게 더 늦게 만들어졌다.

“제시카, 도련님께 너무하다 생각합니다.”

“엑. 아, 아무리 그래도 공과 사는 지켜야 해요, 슈가. 저는 교수로서 다른 학생들과 도련님께 공평한 시련을-”

“......그러면 아예 제시카가, 도련님께만 살짝 과제와 시험 힌트를-”

““그건 안돼요!””

“알고 있습니다. 농담이었습니다. 슈가식 조크.”

부정만큼은 저지르지 않겠다는 두 사제의 목소리에, 슈가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다만 표정은 전혀 안 바뀐다.

“......진심이지 않았을까요?”(에우드, 소근소근)

“아마도아마도.”(제시카, 속닥속닥)

암살팀에 들어간 날부터, 의외로 가차 없는 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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