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야설은 또 뭐꼬.?177회
습격177.
에우드로선 그 수기는 구입할 생각까진 없었다만.
원래대로라면 ‘루네 알페일’이라는 저자인 만큼, 내용을 살펴보고 판단해보려 했었다.
다만 에우드가 현장에 간 후부터, 거기에 대해 완전히 까먹고 있었을 때-
페리아가 사건이 끝나자마자 그것을 착실히 구입했다고 한다.
상태도 나빠서 그런지, 가격은 책갈피 3개 가격이었다나. 싸다.
뭐, 페리아 딴에는 도련님을 위해 챙긴 거다만.
그러다 메이드 숙소에 잠시 두고, 도련님의 일이 끝나면 드리려 했는데........
아루&메루가 방을 급습하고, 이후 수기 내용을 들켜 이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아나트는 일련의 상황을 듣고, 한숨을 푹 쉬었다.
“둘 다 애한테 진짜 뭘 하는 거야, 겨우 야설 하나 산 거 가지고. 이 바보 누나들은 정말......”
“바보라니, 아나트 선배 너무해!”
“겨우 야설이라 말하다니, 아나트 너무해.”
“난 누나들이 더 너무해....... 푸른 늑대 애들도 있는 데 아까부터 뭘 하는 거야, 진짜.......! -아니, 아나트 선배, 전 진짜 살 의도가 없었다니까요......!”
의도가 어찌 되었든, 막내 동생의 야한 물건을 두고 이 상황까지 오다니.
자신이 에우드였다면, 지금 당장 트라우마가 걸려도 이상할 거 없었으리라.
사실 이미 아카데미에서 두 누님의 극성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나트에게도 새삼스러울 건 아니다만.
누나들이 귀를 잡아당기는 것에, 에우드는 자신의 무고를 계속 주장한다.
“제, 제가 메루 아루한테 보여주지만 않았어도.......”
한편 페리아는 에우드에게 사죄하면서, 얼굴을 수차례 붉히고 있었다.
혹시 수기의 내용을 본 걸까.
마치 그런 걸 처음 본 소녀 같은 반응이었다.
아나트로선 참 묘한 광경이었다.
방금까지 살짝 몸을 떨고 있었는데.
그 와중 ‘똑같은 걸 겪은 삼남매’의 이런 바보 같은 모습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떨림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되려 힘이 빠진다고 해야할까.
일단 방이 어두우므로, 아나트는 키루미나에게 양해를 구하곤 천장의 마석등을 켰다.
아나트와 푸른 늑대 아이들은 거의 초면.(사울드 같은 상급생과는 몇 번 접촉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잠시 서로 어색한 꾸벅임으로 인사를 나눈다.
그러더니 곧 키루미나의 옆에서, 쌍둥이들이 서로 뭔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기회라니까요, 아가씨.”
“원래, 취향은 항상 이런 거에서 드러나는 거예요.”(아루니)
“저희 오빠 방에도 이런 거 많이 숨겨져 있어요.”(메루니)
“알, 알아서 할 테니까.......! 그보다 너희 랜퍼스 선배 방 좀 그만 뒤져...... 듣는 내가 다 너무하다 싶네.......”
““오빠, 우리한테 취향 다 들켰지.””(아루&메루)
아루&메루가 무서운 소리를 눈 꿈쩍도 안 하고 말했다.
뭐, 그것도 그거지만. 에우드는 귀를 잡아 당겨지던 중, 처음 듣는 말에 깜짝 놀라 반응했다.
“어?! 메루니하고 아루니, 랜퍼스 선배 동생이었어요?”(귀 꼬지입)
“아, 에우드한테 말 안 했었나요?”
““저희 오빠입니다!””(아루&메루)
그 말을 듣고 보니 의외로 셋이 닮은 것 같았을까.
장난기가 담긴 게, 확실히 남매라고 해도 충분히 납득가기 시작했다.
“.......진짜 닮은 거 같긴- 겍!”
“어디서 말을 돌리려고! 여기에 와서 앉아!”
“에우드, 이리 와봐. 여기 무릎 꿇고 앉아.”
물론 에우드가 메루&아루와 랜퍼스의 가족 관계에 놀랄 틈도 없다. 누님들은 다시 막둥이의 귀를 잡아당겨, 자기들 쪽으로 가져왔다.
아나트는 그 사이, 수기를 받아 팔락팔락 넘기고 있었다.
“.......”(팔락팔락팔락-)
그렇게 한동안 쭉 읽더니-
타악!
“-뭐야, 약하구만!!”
“““!!!!”””
수기를 덮고는 상상치도 못한 발언을 한다.
“잭스나 아카데미 상급생 놈들한테 비하면, 엄청 건전하네!!”
“““건, 건전!!”””
아이들이 놀라는 것에, 아나트는 콧김을 퐁퐁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이 소녀 아나트 토르랑. 무려 그 토르랑의 막내.
......어렸을 때부터 오빠들이 저지르는 꼬라지가 많이 들려왔던 만큼, 아나트는 이런 쪽에선 내성이 상당했다.
그리고, 3년 차쯤 되면 아카데미에서 들려오는 남녀불문의 대화에도, ‘누구랑 잤다’라느니, ‘누구누구가 잘 한다’느니. ‘누구 것이 정말 크다’라는 둥 수위 높은 게 많고.
앞선 2년간의 정보 수집 중에, 별별 추잡한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덕분에 이런 야설 정도야 눈 꿈쩍도 안 한다.
오히려 귀여울 수준이다.
아나트가 그것들을 쭉 말하자 티아나와 셀레나도, 옆에서 함께 듣던 페리아도-
“그, 그런가......?!”
“......으으음.”
“흐아아.”
조금씩 설득이 되어가고 있다.
이 소녀들, 그쪽 내성은 많이 없다 보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만.
.......물론 아나트는 내성만 있다는 것뿐.
직접 실행하는 건 거의 못 한다만.
과거 에우드를 꼬실 때 몸을 밀착한 것도, 상당한 부끄러움을 참고 한 거니 말이다.
그것만큼은 다시 하라고 해도 정말 무리다.
무리무리무리.
뭐, 그런 건 뒤로 제쳐두고. 아나트는 수기를 휙휙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형제를 뒀으면 이 정도는 잠깐 눈감아 줘. 심각한 것도 아니잖아.”
“그치만.......!”
“그래도.......”
“만약 잭스가 이 정도 수준으로만 밝혔다면, 나도 그 새끼를 지금처럼 쓰레기로 보진 않았겠지.”
“......그치만.”
“......그래도.”
“아, 정말! 둘 다 그치만 압수, 그래도 압수!”
““아나트 너무해.””
“쓸데없는 거로 너무 호들갑인 거야. 자, 끝끝.”
어쨌든 아나트의 의연한 반응 덕분에, 에우드와 쌍둥이를 제외한 여론이 순식간에 술렁술렁.
조금 뒤, 티아나와 셀레나는 아나트에게 수기를 돌려받곤, 동생을 지긋이 바라봤다.
“......알겠어. 에우드, 이번엔 야설을 산 것에 대해선 불문에 부치겠어.”
“하지만 야설 내용은 확인하고 돌려줄 테니까! 일단 오늘 밤은 참아!”
“-참으라니. 아니라고. 아니라고요.”
왠지 모르게 비장한 표정이 된 누나들이, 에우드에게 사명감 넘치는 목소리를 전했다.
에우드는 다 필요 없고, 제발 그만 좀 야설야설 말했으면 싶었다만.
“셀레나 아가씨, 티아나 아가씨, 저도 이따가 같이-(속닥속닥)”
페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두 아가씨에게 동석의 허락을 살짝 맡아본다. 셀레나와 티아나 모두, 고개를 굳게 끄덕였다.
그렇게 야설 사건은 아나트의 중재를 통해 겨우 일단락되어간다.
“아니, 누나들, 나 그거 안 돌려줘도 되니까...... 나 볼 생각도 없으니까....... 으앙.......”
물론 에우드의 억울함은 일단락 안 됐습니다만.
아무리 드림랜드에서 별꼴 다 본 에우드라도, 이런 공개처형은 버티기 힘들다.
* * *
그렇게 다들 겨우 진정한 후.
푸른 늑대 소녀들의 방에서 나와 쪼르르 복도를 걸었다.
키루미나는 에우드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아루&메루에게 붙잡혔다.
(“사실 아까 수기 내용을 조금 봤는데 말이죠.”)
(“시작은 티타니아와 오베론이-”)
(“으, 으으음.......!”)
에우드는 방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안 듣도록, 귀를 꼭 막았다. 이제 그만해줘.......!
그리고 티아나와 셀레나는-
“그, 그럼 에우드! 누나들은 이거 검열에 들어갈 테니까! 몰래 또 키루미나 방 가지 마! 아, 디에스님 방에도!”
“엥? 디에스님은 왜.......?”
“에우드. 피곤할 테니까 양치하고 일찍 자. 이따가 잘 자고 있는지 베개 들고 확인하러 갈 거야. ......가자, 페리아.”(비장)
“네, 네엡! ......도련님, 죄송해요!”
“셋 다 제발 좀.......”
막둥이를 뒤로하곤, 페리아를 데리고 쫑쫑쫑 걸음을 옮겼다.
낡은 수기(야설)는 티아나의 손에 꼭 쥐어져 있다.
아무래도 티아나의 공방에서 검열할 생각인 걸까.
그렇게 별채 복도엔 에우드와 아나트만이 남아버렸다.
“.......일단 누나들 멈춰주셔서 고마워요, 아나트 선배.”
“고맙기는 뭘. 꼴 보니 아직 더 갈 거 같은데.”
“아하하하.......”
“그런데 그렇게 야한 게 보고 싶었어?”
“아 정말!”
아나트는 에우드를 놀려먹은 게 재밌었는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런데 아나트 선배, 그런데 무슨 일로 키루미나네 방에 오셨던 거예요?”
“어, 어어? 키루미나네 방? ......아아, 그랬지.”
아나트는 그제야 자신이 에우드의 방에 향하고 있던 걸 떠올린다. 다 같이 시답잖은 이야기로 불타오른 덕에, 잠시 잊고 있던 모양이다.
그래도 “아니, 원래 너 보려고 방에 찾아가고 있었는데.”라고 말하기엔 아나트도 부끄러웠다.
아나트가 적당한 변명을 찾으려 할 때였다.
“내일 출발하셔야 하는 데, 푹 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딱히 몸은 안 피로해. 괜찮아.”
에우드가 걱정을 담아 조심스레 묻자, 아나트는 괜히 뾰로통한 말투로 답해버렸다.
그러다 에우드는 아나트가 한쪽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발견했다.
“나이프 홀더? 혹시 연습하려고 하셨던 건가요?”
“.......”
에우드의 말에, 아나트는 아까 무의식적으로 챙겼던 홀더를 살짝 들었다.
가죽 재질 홀더에 담긴 건 다수의 투척 나이프와, 3년 전 ‘머더 메이지의 나이프’.
아까의 싸움에선, 정작 머더 메이지 본인에겐 한 번도 닿지 못했던 나이프다.
.......어째서 이걸 들고 나왔는지는, 아나트도 쉽사리 자기 생각을 알기가 어려웠다.
곧, 아나트는 에우드를 살짝 봤다.
처음에 협력하자고 꼬실 때만 해도, 직접 매만지기까지 했던 소년인데. 지금은 이렇게 비슷한 높이에서 바라보자 묘한 기분이다.
“......그래, 마침 잘 됐다.”
“아나트 선배?”
아나트는 가죽 홀더를 꼭 쥐곤 에우드에게 말했다.
“에우드. 저택 돌아가기 전에 나 좀 잠깐 상대해줄래?”
밤 중에 이렇게 저택 훈련장에 나온 건 오랜만이었다.
한동안은 아카데미에서만 연습하기도 했고.
어제 알베르토와의 훈련은 낮에 했었으니까.
간만에 느끼는 훈련장에서의 밤에, 에우드는 개운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켰다.
셀레나는 양치하고 푹 자라고 했지만, 아직 잘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알베르토와 다른 헌터들도 아직 포에닉시안 거리에 나가 있고.
에우드로서는, 오늘 모두가 돌아올 때까지 눈을 붙일 수 있으리라. 다들 돌아오고 무사한 모습을 봐야, 그제야 잠이 들 거 같았다.
그리고 에우드의 반대편- 아나트 또한, 이제 막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훈련장에 들어왔다.
이전에 검은 사자 파벌과 대전을 준비할 때 많이 봤던 모습이다.
짐에 연습복을 챙겨왔다는 건, 역시 휴일에도 마냥 쉴 생각은 없었다는 거겠지.
실제로 아나트가 요 며칠 밤에 연습장을 빌린 걸, 에우드도 어제 알베르토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땐 서로 대련을 안 했지.”
“며칠 안 남기도 했었고. 칼투스 선배랑 테르미 선배를 떨어트리는 전략에 주를 뒀으니까요.”
아나트와 대련 준비를 할 때, 아나트를 주로 상대해준 건 셀레나와 프란시느. 아나트의 실력을 확인한 후엔, 에우드 & 아나트 페어로, 셀레나 & 프란시느 페어와 모의전을 벌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둘이 붙는 일은 없던 것이다.
“그럼 바로 상대해드릴까요, 아니면 몸을 풀고-”
“응? 아.......”
그리고 아나트는 모의전에 앞서 뭔가 할 말이 있던 걸까.
다만 바로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입안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 무슨 일이세요?”
에우드가 무슨 일인지 싶어 되묻자, 아나트는 홀더에서 나이프를 꺼내곤, 분위기를 얼버무리듯 빙글빙글 돌렸다.
그렇게 한동안 빙글빙글하더니, 살짝 한숨을 쉬곤 겨우 입을 연다.
“머더 메이지를 세 번이나 만났는데. ......에우드 넌. 너희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아?”
아나트는 약간 겁먹은 목소리로 그것을 물었다.
“......안 무서웠어?”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에우드는 예상 못 한 질문이라 내심 놀랐다.(사실 머더 메이지를 만난 건 네 번이다만. 무덤동굴은 ‘투구의 난쟁이’로 움직였기에 말하기 그랬을까.)
그러다 에우드는, 아까 머더 메이지가 사라졌을 때 ‘땅을 내리치던’ 아나트의 모습을 떠올린다.
에우드는 잠시 고민했다.
‘그놈을 마주했는데, 언제든지 목을 노려올지도 모르는 데, 그 압박을 어떻게 버티고 있느냐’
-아나트의 질문은 아마 그런 의미였겠지.
처음엔 조금 허세를 담아 답할까 했지만......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당연히 저도 마냥 괜찮지만은 않죠.”
“......진짜?”
“진짜진짜. 솔직히 지금도 편한 기분은 아니고.”
“진짜진짜라니, 뭐야, 그게.”
에우드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아나트도 쿡쿡 웃어버렸다.
“게다가 전에 그놈이랑 싸웠을 땐...... 그러니까, 아나트 선배도 알고 있는, 슈가랑 제시카도 같이 겪었던 사건인데. 그땐-”
“-그땐?”
“아예 일 끝나고 한 번 울어버렸어요. 제 실수 때문에 운 거긴 하지만.......”
에우드는 누나들 앞에서 훌쩍였던 걸 떠올리며, 조금 부끄럽게 웃어버렸다.
“네, 네가 울었다고!?”
“아니, 반응이 왜 그래요.......? 저도 울긴 해요?”
“그, 그렇겠지...... 그렇겠지만......”
아나트로선 에우드가 운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내버렸다.
에우드는 조심조심 말을 이어갔다.
“무서움이라던가.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생각해요. 저도 그랬고. 아마 누나들도 그럴 거고요.”
무서움, 두려움을 느꼈다-라는 말은 무가의 도련님으로서 굴욕적일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에우드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죠.”
“......그다음이라는 게, 뭔데?”
“그놈과 다시 마주했을 때, 바로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요.”
에우드도 두려움이라면 항상 느껴왔다.
교단이라던가, 머더 메이지만이 아니다.
드림랜드에서 수도 없이 생존해왔음에도, 그곳에서 수도 없이 두려움을 느껴왔다.
살아남기의 충격은 그 2년간 끝없이 남아있었다.
‘4년 전까지’ 드림랜드에서 함께 있었던 소녀- ‘미리카’와 함께 항상 공포를 곱씹어 왔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다음엔 싸우러 가야 했다.
지금 일어나는 사건들도, 에우드에겐 그때와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일순 뭔가가 머릿속을 지나쳤지만’, 에우드는 그것을 바로 깨닫진 못했다.
“괜찮아요. 아나트 선배는 강해요, 전혀 문제없을 거예요. 열심히 하고 있는걸. 정말 잘 하고 있는걸.”
“으읏......”
배려와 응원이 가득 담긴 말은, 아나트의 얼굴을 새빨갛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거기에 부끄러운 듯 입가를 오물오물했던 아나트는, 곧 삐죽 입을 내밀었다. 방금까지 한 번도 안 떤 척, 헛기침을 살짝 냈다.
그리곤 에우드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뺨을 쭈욱 잡아당겼다.
“......말 안 해도 난 괜찮거든. 그냥. 그냥 정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뿐이거든. 열셋 후배 주제에 건방지네.”
“건방이라니, 그래도 파벌 리더는 저아으아아. 이거 리더를 월권하느으아아으.”
자신을 안도시켜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 괘씸(?)하기도 해서 에우드를 놀려본다.
그러다 아나트는 도중, 에우드의 뺨의 촉감에 눈을 번뜩 떠버렸다.
상당한 탄력. 만지면 힘이 나는 촉감이다.
어쩐지. 왜 티아나와 셀레나가 항상 잡아당기는지 싶었다.
까닥 잘못했다간 삽시간에 중독될 거 같은 기분이다.
혹시 마약이 이런 느낌일지도.
덕분에 놀린다는 목적을 잊고 한동안 뺨을 쪼물쪼물할 뻔했다.
“핫.”(쪼물쪼물)
“아으아.”(쪼물딱쪼물딱)
그러다 겨우 이성을 찾고, 아나트는 에우드에게 퉁명스레 말했다.
“.......고마워.”(쪼물쪼물쪼물)
“얼이렁걸로요(뭘 이런 거로요).”
아나트는 에우드의 뺨을 탱글하고 손에서 놨다.
그리고 에우드가 아까부터 계속 괴롭힘 받은 뺨을 꼭꼭 진정시키고 있자-
“......야설 울보.”
“아니아니아니.......!”
“장난이야.”
놀리자마자 허둥지둥하는 에우드에게, 아나트는 키득키득 웃음 짓는다.
그리곤 연습용 단검을 들어, 태연히 대련을 준비해간다.
아나트가 보내는 포에닉스에서의 밤은, 그렇게 끝을 향해간다.
조금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리 크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