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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176화 (174/264)

탱글몰랑.?176회

습격176.

가레스와 로로나는, 디에스 측과도 이야기한다고 집무실로 향했다.

약식으론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또 한편 같은 10대 귀족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리라.

제시카와 슈가도, 디에스의 친분이 있으므로 함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에우드는 별채에 잠시 찾아왔다.

포에닉스 일원으로서, 자신 쪽 손님들이 편히 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두 누나에겐 또 뺨을 잡힐까 봐, 말하지 않고 몰래 왔다.

키루미나와 아루&메루가 머물기로한 방은, 예전에 토르랑 메이드들이 임시로 사용했었던 4인실 객실. 넓적넓적 호화로운 방이다.

아루&메루는 잠시 페리아를 따라 메이드 숙소에 갔다나.

페리아도, 아루 메루도, 사건 중 다친 데는 없었다보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방에는 키루미나만 남아 있었다.

수인족은 밤눈이 밝은 덕에, 방엔 마석등만 켜져 있었다.

“저희도 숙소 있으니까, 거기서 계속 머물러도 됐었는데....... 아, 바로 불을-”

“아버지가 꼭 감사를 전하라고 하시고. 저도 정말 고맙다고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잘 보이니까요, 이대로도 괜찮아요.”

에우드의 밤눈도 수인족 만만찮게 밝다.

보면 볼수록 같은 종족 동갑 남자들보다도 더 수인답고 믿음직한 소년의 모습에, 키루미나는 무의식적으로 뜨거운 한숨을 내쉰다.

“......오늘 정말 고생했어요, 키루미나. 덕분에 피해가 더 줄었어요.”

“아, 아녜요! 돕는 게 당연했는걸요!”

에우드의 정갈한 인사에, 키루미나는 허겁지겁 반응하다가도 수줍게 함께 고개 숙였다.

키루미나의 말투엔 사양과 미안함이 있었다만. 그래도 들뜬 말투와 붕붕 움직이는 꼬리는 쉽사리 감추지 못한다.

키루미나로선 바라 마지않던, 아니 설마 일어날 거라곤 생각도 못 한 일이니 말이다.

거리에서 에우드를 만난 것도 좋다 싶었는데, 이렇게 저택에 초대까지 받다니.

사건이 터질 때만 해도 그렇게 욕했던 오빠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도 못 할 정도였다.

덕분에 에우드는 키루미나의 꼬리를 보며 웃어버렸다.

수인들이 질기다, 호전적이다- 뭐 그런 식으로 듣기도 많이 들었고. 한편 에우드도 거기에 실감을 했다만.(검은 사자 덕에)

그래도 ‘다들 솔직한 사람들이다’라고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칼투스도 그랬고. 말투든 반응으로든 솔직함이 잘 드러나다 보니, 참 보기 좋았다.

키루미나는 에우드의 시선을 느낀 걸까.

귀를 바짝 세우더니, 자신의 꼬리를 꼼지락꼼지락 만졌다.

아마 부끄러워하는 행동이리라.

“꼬, 꼬리는 못 막으니까요.......!”

“역시 늑대 수인들은 다들 그런가요?”

“개과는 다들 그래요....... 으음, 검은 사자 같은 애들도 저마다 반응이 있지만요.”

하긴. 칼투스와 그 멤버들도, 처음 대전을 걸러 왔을 때 꼬리를 바짝 세우기도 했다.

그래도 여타 동물들과 마찬가지인지.

수인 중에서도 개과 수인의 꼬리에 더욱 감정이 잘 드러난다고 한다.

키루미나는 붕붕 움직이는 꼬리를 막으려는 듯, 복슬복슬한 꼬리를 만지작거렸다.

아카데미에서 본 다른 개과 수인들도 꼬리가 복슬복슬하다만.

푸른 늑대들의 꼬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쪽이었다.

만지면 폭신폭신 파묻힐 거 같다고 해야 할까.

에우드가 신기함을 담아 그걸 보자, 키루미나는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조금 고민하더니-

“만, 만져보실래요?”

에우드에게 슬쩍 그것을 물었다.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팍 들어버렸다.

“진짜 그래도 되나요......?! 수인족의 꼬리는 꽤 민감하지 않나요?”

“에, 에우드라면 꼬리 말고도 어디든 만져도(중얼중얼)- 어라, 근데 의외로 잘 아시네요......?”

에우드는 키루미나의 중얼거림은 듣지 못한 채 답했다.

“아- 예전에, ‘수인들이랑 싸울 땐 꼬리부터 제압해라’라고 제 선생님한테 배웠거든요.”

분명 제시카 말로는, 수인들을 제압할 땐 꼬리를 노리는 게 좋다고 했나.

이어서 에우드가 제시카에게 배운 수인 상대법을 말하자, 키루미나는 “히이익.......”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선생님, 분명 수인들하고 자주 싸운 분일 거예요.”

“그렇죠......?”

“잔혹해요......”

그 대부분이 수인으로선 정말 싫을 내용이었나 보다.

키루미나의 말에, 에우드도 역시 그럴 거 같다 싶었다.

‘수인족의 꼬리에 집중적으로 상처를 낸다’라든가.

‘털을 불로 바짝 태운다’든가.

‘꼬리를 잡아당겨, 가랑이 사이로 팍 끌어올린다’라든가.

.......3년 전에 제시카가 미리 알려줬던 방식이긴 하다만.

에우드도 그때 들으면서, ‘와, 이 사람 만만치 않다.......’라고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저번에 제시카는, 수인족 최대의 사죄 방법도 알고 있었는걸.

제시카 올데그랑트, 무서운 여자......!

어쨌든 이야기는 잠깐 뒤로 하고.

키루미나는 “어흠.” 소리를 내며, 침대 위에서 몸을 살짝 돌렸다. 침대 옆 의자에 앉은 에우드 쪽으로, 등이 보이게 돌아앉는다.

“그, 그럼......”

키루미나의 폭신폭신한 꼬리가, 에우드를 향해 살랑살랑 움직였다. 에우드는 마치 처음 인형을 만져보는 아이처럼, 그것을 신기해하며 봤다.

“후아...... 푹신하네요, 정말.......”

“.......!”

몽실몽실.

만지자마자, 에우드는 그런 감촉을 머리에 떠올려버렸다.

“.......(움찔, 움찔)”

“키루미나?”

“-아, 아무것도 아녜요. 마음껏 만지셔도...... 돼요.”

순간 몸이 바짝 퉁긴 거 같았는데.

키루미나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에우드에게 괜찮다고 전했다.

꼬리를 더 만져보자,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을까.

키루미나도 아까 저택에 오고 나서 목욕을 한 상태.

꼬리는 물기를 다 말리고 새것처럼 보송보송하다.

포에닉스에서 사용하는 고급 비누라던가.

그새 플로라가 주고 갔던 수인족 전용 털 영양제라던가.

여러 목욕용품의 달콤한 냄새와 함께, 포근함이 전해진다.

살짝 살갗 냄새가 나는 건, 역시 키루미나의 냄새일까. 당장이라도 안고 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하읏.”

그렇게 들려오는 소리도 모르고, 에우드는 이제 막 햇볕에 말린 이불을 꼭 끌어안듯 열중해버렸다.

그렇게 한 몇 분을 꼬리에 푹 빠졌을 때였을까.

“......아흡, 으흡, 저기 에우드.”

“-죄, 죄송해요. 아팠나요?”

“아, 아뇨.......! 아픈 건 하나도 없어요!”

너무 열중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에우드는 미안함에 키루미나를 봤다.

키루미나는 에우드를 살짝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는 의미였으리라.

얼굴은 이미 새빨개져 있지만.

에우드의 밤눈은 밝아도, 피부색까지 잘 보이진 않는 덕에(조명 탓도 있고), 키루미나도 들키진 않았다.

그리고 키루미나는 에우드를 돌아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마음은 조금 편해졌나요?”

“네?”

“그게....... 푸른 늑대 일족들은 자기 꼬리를 만지면 조금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러고 보니 아까도 부끄러워할 때 꼬리를 만졌던가.

약간 평정심을 잃을 때 만지면 진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진짜 포션이나 축복 마법처럼 효과가 있다는 건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것.

푸른 늑대 특유의 자기 암시 같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에우드도 직접 만져보니, 정말 진정 효과가 있을 만하다 싶었다. 이렇게 푹신푹신한 걸 꼭꼭 만지면, 누구라도 마음이 풀려버릴 거다.

지금도 에우드는, 무의식적으로 키루미나의 꼬리를 만지고 있을 정도니까.

아무래도 키루미나는, 에우드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걸 눈치챈 거겠지.

그걸 달래주기 위해, 몸소 자신의 꼬리를 빌려준 것이리라.

.......사실 개과 수인족이 이성에게 꼬리를 만질 수 있게 해준다는 건, 반쯤 ‘구애의 행동’입니다만.

다만 에우드는 수인족의 습성을 잘 모르므로, 거기에 대해선 반응하지 못했다.

키루미나도 에우드가 그걸 모른다는 걸 알고 만지게 해준 거기도 하고.

‘사실 알았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게 진심이었다.

에우드가 모르는 사이 슬쩍슬쩍 구애의 표시를 넣는 게, 역시 키루미나 답다.

“고마워요. 정말로 마음이 나아졌어요.”

“다, 다행이에요.......”

뭐, 키루미나의 의도가 어찌 됐든.

실제로 기억의 교단이라던가, 머더 메이지라던가. 에우드도 조금 불안이 생겼으니 말이다.

게다가 머더 메이지가 마지막에 전한 ‘리퀴아의 소식’도 있고.

그래도 꼬리를 꼭꼭 만져보자, 정말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에우드는 무의식적으로 키루미나의 꼬리를 살짝 끌어안아 버렸다.

꼬오오옥-

“-읍.”

키루미나는 그게 기뻤던 한편, 최대한 달콤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재빨리 돌려 입을 꼭 막았다.

이 이상 자극이 강해지면, 키루미나의 본능도 여러 의미로 위험해진다. 그래도 키루미나로선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물론 얼마 안 가서-

똑똑- 덜컹!

“얘, 키루미나. 에우드 혹시- ........역시 여기 있었어.”

“에우드 진짜! 이동 시엔 보고 철저! 누나들 명령이야!”

“왁.”

“캐애앵!?”

두 누나가 어떻게 알아챈 건지 방에 순식간에 찾아왔다.

노크와 동시에 문을 여는 건 매너가 사실 아니다만.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은 없었겠지.

두 누나는 양 볼을 뿌우 부풀리곤, 몰래 이곳에 와 있던 에우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두 누나가 퐁퐁 불만을 드러내며 에우드와 키루미나에게 다가가려 할 때-

우다다다다다다-!!

이번엔 복도 끝에서 서두르는 듯한 우다다다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다다다’들이 순식간에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키루미나 아가씨!””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메루니 & 아루니였다.

다만 들려온 말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

“키루미나 아가씨, 에우드군이 아까 낮에 사려던 거 ‘관능 소설’이었어요!”

“키루미나 아가씨, 이거 봐요! 에우드 진짜 야설 사려 했어요!”

“-아.”

메루 아루의 급습에 놀라는 것도 잠시.

에우드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 버렸다.

그 뒤로, 페리아가 헉헉거리며 메루&아루를 쫓아 따라왔다

“아니, 아루메루 당신들 진짜! 그거 에우드 도련님 거니까 함부로 가져가지 말라고.......! 히야아악?! 에우드 도련님!? 아가씨들도 여기 계셨어요!?”

도련님 아가씨들이 모여있는 것에, 페리아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야설?”””

“아뇨, 아, 아뇨, 그게.......!”

이때 에우드의 표정은, 아마 1년 전 관능 소설을 들켰던 가레스와 똑같았으리라.

누가 가레스 아들 아니랄까 봐.

“키루미나 아가씨, 찬스!”

“취향 알려달라고 해요!”

푸른 늑대 쌍둥이가 천진난만하게 수기(手記)를 붕붕붕 흔들었다.

달랑거리는 표지가 불안불안하게 움직인다.

* * *

저택 별채의 또 한 곳.

내일 낮에 토르랑 저택으로 출발해야 하는 만큼, 아나트는 짐을 미리 챙겨두고 있었다.

마차는 포에닉스 측에서 준비해주기로 했으므로 걱정은 없었다.

이후 아카데미에 돌아갈 때도, 포에닉시안 열차 정거장까지 편히 갈 수 있도록 마차를 보내준다고 한다.

이미 아나트의 복귀 열차 티켓도 예약된 지 오래였다. 너무 고마워서 몸둘 바를 몰랐을까.

정말, 올 땐 분명 가벼운 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로로나의 애정을 듬뿍 받은 덕에, 지금은 별별 물건들이 가득 채워졌다. 아예 가방까지 선물 받았다.

다만 그런 선물들에 마음이 따뜻한 한편-

아나트는 낮부터 마음 한쪽이 울렁거려 힘들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짐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나이프 가죽홀더를 보곤 손을 멈춰버린다.

토르랑 일가를 학살한 머더 메이지와 마주한 걸 떠올리자, 뒤늦게 손이 떨려갔다.

그 시꺼먼 존재를 되새기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흑철검에 복부가 베일 뻔했던 걸 떠올린다.

에우드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내장을 쏟으며 죽었을 자신을 상상한다.

구역질과 두려움이 뒤엉켜 몰려온다.

‘약해....... 자만하고 있었어. 아직도 너무 약해.......’

이어진 것은 부족한 것투성인 자신에 대한 혐오.

그리고, 그 괴물을 마주하고도 어떤 흔들림도 없던 소년에 대한 감정이었다.

.......결국, 그 이후는 정해진 대로였을까.

아나트는 마치 뭔가에 이끌리듯, 한 소년을 찾아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 정리하던 짐은 대충 흩뿌린 채, 어째서인지 나이프 홀더만을 쥐고 복도를 걷는다.

그렇게 소년의 방이 있는 저택 본관으로 가던 도중-

“에우드, 야설이라니! 누나들 허락도 없이! 일단 이리 내! 압수!”

“그래, 충분히 관심이 있을 나이긴 해. 하지만 일러.......”

“뭐가 취향인가요, 에우드군.”

“어서 불어요, 에우드. 키루미나 아가씨, 듣고 장래를 위해 잘 배워놓으세요.”

“키, 키이이이잉.......”

“제발 오해라니까.......”

“아으으으., 도련님, 죄송합니다.......”

“.......뭐여, 이 상황.”

웬 혼돈 가득한 아이들의 모임에, 아나트는 고개를 진심으로 갸웃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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