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회
습격171.
거대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나기 직전 들린 ‘깨지는 소리’.
키루미나는 그것을 ‘마석이 깨지는 소리’라고 말했다.
“파직, 하는 소리가 같이 났었으니까요.”
키루미나 말로는, 마석은 극심한 손상이 갈 때 마력이 뿜어져 나와 특이한 소리가 난다고.
과거 직접 ‘해본 적’ 있기에, 그 반응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어라? 해봤다고요?”
“어렸을 때 근육 바보 오빠랑 장난치다가....... 한 번 부숴버렸거든요.”
“엑.”
사실 마석이란 게 그냥 부서질 물건은 아니다.
마력을 품은 만큼, 자칫하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물질.
때문에 최대한 단단하게 만들다 보니, 땅에 떨어트리거나 혹은- ‘장난치는 정도’로 깨질 물건은 절대 아니다.
.......즉, 그들 남매가 어렸을 적부터 엄청 강했다는 의미다
역시 푸른 늑대 족장 일족. 싹수부터 다르다.
그보다 키루미나도 어렸을 땐 사울드와 잘 지냈던 걸까.
역시 듣다 보면, 사이가 나쁜 게 아니라 잘 싸울 뿐이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마석이 깨져도, 방금 같은 반응은 안 일어나지만요.......”
키루미나는 ‘역시 종래의 것과는 다른 소리’라는 걸 강조했다.
-어쨌든.
지금 사태의 단서라 할 수 있는 요소는 확정되었다.
‘무언가의 마석이 이 상황을 일으켰다? 몬스터를 소환하는 마석이 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
에우드는 자신의 부족한 지식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추리를 이어가 보려 했다.
그렇게 수초 간 생각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 구우우우!]
하늘에서 주변 상황을 살피던 와이즈가 울음소리를 냈다.
울음소리의 톤이, 에우드를 부르는 것이었다.
“와이즈? 왜 그래?”
[구우우우!]
와이즈는 뭔가를 발견한 듯, 에우드를 보곤 바로 비행을 이어갔다.
세 사람 모두, 그런 와이즈의 뒤를 따랐다.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와이즈를 따라 도착한 곳은 광장의 상당히 구석진 곳.
위치 상- ‘미노타우로스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방향’이었을까.
여러 상가 건물들과 벽에 끼어 있는 골목길이다.
곧바로 와이즈는 고도를 낮춰, 단번에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거기엔-
“마석.......?!”
“조, 조금 크지 않나요?!”
“게다가 상당히 뾰족뾰족합니다......!”
성인 남성의 머리- 그것의 두 배정도 되는 마석이 구석에 숨겨져 있었다.
뾰족뾰족한 것이, 마치 ‘팽창’한 것처럼 보였을까.
그리고 그 주변의 바닥엔, 모종의 진이 새겨져 있었다.
에우드는 그것을 조심스레 만졌다.
.......마력은 이미 다 빠져나간 것 같지만, 마력을 품은 분필 따위로 새긴 건 확실.
에우드는 자신이 배웠던 마법 지식을 머릿속으로 뒤졌다.
그 속에서, 지금 눈앞의 것과 비슷한 마법진 종류를 기억해낸다.
설치형 마법.
그리고....... 파밀리어 소환 마법을 다룰 때 쓰는 마법진과, 근본이 비슷했다.
물론 세부적인 것은 완전히 달랐다만. 적어도 ‘같은 종류’를 기반으로 했다는 건 맞으리라.
곧바로 세 사람은 뾰족뾰족한 마석 쪽도 확인한다.
그러나 에우드의 옆에서, 키루미나가 마석을 살짝 만졌을 때였다.
-쩌그적!
사르르르.......!
“왁?!”
“키야아아앙!? 깨졌어요?! 죄, 죄송해요!!”
바위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크기의 마석에 금이 간 즉시.
마석은 어느새 먼지가 되어 흩날리듯 사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법진 위로는 한순간에 가루만이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키루미나는 자신이 실수했다 싶어, 에우드와 슈가 쪽에 고개를 붕붕 꾸벅였다.
덕분에 슈가는 반쯤 멍한 표정으로 키루미나를 봤다만.
다만 에우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아니 이건....... 원래부터 깨져 있었다고 봐야 할 거 같아요.”
“원래부터라뇨, 에우드 도련님?”
“가루의 양을 보면, 평범한 마석들이랑 비슷하잖아요.”
““......아!””
에우드가 가루가 된 마석을 매만졌다.
그렇게도 거대한 마석이 가루가 됐는데. 막상 가루의 양은 엄청나진 않았다.
애초에 방금 깨질 때도 ‘안쪽은 비어 있었다.’
“팽창했던 거예요. 그리고 이미 부하가 걸려서, 용도를 끝낸 거고요. 키루미나의 실수가 아녜요.”
“팽창.......?”
키루미나는 에우드가 나무라지 않는 것에 안도하다가, 그것을 되물었다.
“저희가 들은 깨지는 소리가, 아마 이거였을 거예요.”
“아!”
에우드는 마석의 가루를 까득 쥐었다.
“어떤 마법인지는 몰라도, 도시 곳곳에 이런 ‘소환 마법진’이 있는 게 확실해요.”
이 정도까지 정성을 들인 마법진이다.
이번 사건은 절대 사고나 현상이 아니다.
명백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습격이라 함이 옳았다.
그리고 에우드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당연-
‘기억의 교단........’
그들의 이름이었다.
조금 뒤였다.
골목의 위로, 한 전서구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녹색인 것을 보아하니, 케인즈 상회의 전서구다.
[끼루루룻-! -끼룻?!]
다만 비장한 표정과 속도로 내려오던 전서구는, 순간 히끅거리며 몸이 굳어버렸다.
에우드는 뭔 일인가 싶어 옆을 보자-
[구우우우.]
아무래도 피범벅에, 자신들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괴조’- 그니까 와이즈를 보고 놀란 것 같다. 와이즈도 케인즈의 전서구를 슬쩍 노려봤기에 더욱.
아니, 어쩔 수 없었을까.
와이즈가 현재 위험도 A까지 상승해 있는 만큼, 같은 조류에게 있어선 공포의 대상이다.
“얘, 와이즈. 겁주지 마.”(꿀밤 콩)
[구웅.]
물주에게 살짝 꿀밤을 맞고서야, 와이즈는 고개를 돌렸다.
와이즈는 ‘아니, 겁줄 생각은 없었다고?’라는 느낌으로 울음소리를 낸다.
덜덜거리던 케인즈 전서구는, 와이즈 쪽을 최대한 피해 에우드에게 날아왔다.
발목에는 쪽지와 함께, 작은 포션 주머니들이 있었다.
전서구에게서 받은 쪽지를 펼치자, 플로라의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내용은 간결.
‘각 거리 현황 보고’와 함께, 현황 및 방침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역시 플로라. 필요한 것만을 적어놨다.
포션을 함께 보내 보급을 노린 것도, 분명 플로라의 판단이겠지.
아무래도 아까 움직였던 헌터들이, 에우드의 위치와 상황에 대해서도 보고한 모양이다.
에우드는 전서구가 함께 쥐고 있던 펜으로, 현재 발견한 마석과 마법진에 대해 재빨리 적었다.
“.......이쪽에도 아직 더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요. 각 거리를 돌면서, 이 마석과 마법진을 찾죠. 단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에우드는 재빨리 답장을 전서구에게 주고, 거리 위를 뛰었다.
* * *
그리고 로로나의 선봉으로 몬스터 토벌이 쾌진격을 이루던 중앙 거리.
그곳에서도 또한 ‘서쪽 거리’- 에우드가 있던 곳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아니, 이 크기는.......! 이런 놀이 존재한 적이 있나?!”
“‘무리 리더’라고 해도, 이 크기는 말이 안 된다고!!”
로로나가 이끄는 헌터들의 앞에, ‘거대 레드 놀’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가 어찌나 큰지, 그르르거리는 울음소리가 거리를 바짝 긴장에 물들게 했다.
로로나를 따르던 베테랑 헌터들도, 순간 긴장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로로나님, 뒤로 물러나 주세요!”
“저 놀의 위험도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입니다! 잠시 뒤로 물러나서-”
“-그런 거 하나하나 따져서, 언제 시민을 다 구하나!”
“““!!!”””
다만 이 불붙은 슈퍼 레이디는, 절대 물러나는 일이 없다.
거대 레드 놀의 앞에서도, 임시 보호장구로 덮은 주먹을 굳게 쥐고 눈빛을 불태워간다.
“헌터대 대열 신속히 재정비! 놈의 덩치가 크다면, ‘그만큼 표적이 확실하다는 것’! 레인저와 마법사들 모두, 단번에 포격을 몰아치세요!”
“““예, 예스 맴!!”””
“제시카! 상급 마법 장전하세요! 파상공격에 들어서면, 저와 제시카가 끝을 낼 거예요!”
“예스, 맴, 로로나님!!”
로로나의 신속한 지령에, ‘놀을 향하던 긴장’은 단숨에 ‘개전의 긴장’으로 뒤바뀌어간다.
제시카도 영창을 이어가며, 자신의 지팡이에 거대한 불 마력을 모아갔다.
모두의 몸에 새겨졌던 떨림은, 어느새 전율로 대체되어간다.
함께 움직이던 아나트는, 대체 몇 번을 숨을 들이쉬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어제까지 느끼던 ‘가족적인 포에닉스’는, 순식간에 ‘최강 무가 귀족 포에닉스’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놀라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일단 ‘예비’로 아나트와 레니안느도 현장에 따라왔다만.
현재는 둘 다 플로라의 호위였다.
두 소녀는 저택에 초대한 귀빈인 만큼, 로로나가 상회에 있으라 했다만. 아나트, 레니안느 둘 다 거절.
결국, 되도록 후위를 맡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플로라의 경우 대체 몇 마리인지 모를 전서구를 다뤄가며, 곳곳에 상황을 파악하고, 전파해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쪽지를 확인하고, 글씨를 새기고, 다시 보내 간다.
동쪽 거리에선 티아나와 셀레나가, 페리아의 언니- 엘리리라는 헌터와 함께 토벌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고.
포에닉스 저택에선 이미 디안을 필두로 한 정예 헌터들이 출발했다고 한다.
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인데도.
당연히 대 패닉에 빠져야 할 텐데, 너무나도 물 흐르듯 대응하고 있다.
만약 토르랑이 있는 도시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건 터지고 5분 만에 백 명은 죽었을 거야.’
그 정도로 포에닉스의 유기적 움직임은 너무나 뛰어났다.
무엇보다도 지금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시민들이 보여주는 신뢰.
현재 이 도심에 있는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인 한편.
포에닉스와 케인즈가 해결해 줄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게 포에닉스와 케인즈.......! 메트리와 함께 쌍두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무가 세력의 역량........!’
심지어 이 상황 모두, 두 가문의 수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정도 대처가 되고 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사이, 레니안느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거대 레드 놀에게 헌터들의 집중이 몰린 사이. 다른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재빨리 막아간 것이다.
“아나트 언니, 거들어줘.”
“아, 응!”
레니안느는 ‘에우드와 비슷한 속도와 힘’으로, 능숙히 주변을 정리해갔다.
그리고 조금 뒤, 전서구 한 마리에게 쪽지를 받은 플로라가 눈을 번쩍였다.
“좋아, 서쪽 거리도 에우드님이 잘 처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윽, 추가 정보가-!!”
에우드의 답장을 받고 소녀처럼 기뻐하는 것도 잠시.
플로라는 쪽지의 뒷부분을 읽으면서,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아아오오오오오오오오올-!!!]
거대 레드 놀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역시 저 정도 크기가 되면, 소리부터 남다른 걸까.
하지만- 조금 반응이 다르다.
그냥 듣기엔 단순한 울음.
개과 몬스터들이 보여주는 하울링.
아니 하지만 이것은.......
“-로로나님, 제시카! 광역 공격이에요!!”
그 반응이 뭔지 알아챈 아나트가 전위 쪽으로 그것을 전했다.
곧, 거대 레드 놀의 입에서, 몬스터의 마력이 모여 들어간다.
분명 속성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놀은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종족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모여드는 건 단순 ‘충격파’와 같은 무속성 마력.
하지만 이 거리. 저 크기의 몬스터가 충격파를 일자로 쏘아낸다면, 피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칫-!”
제시카가 즉시 자신의 영창을 바꿔 갔다.
더욱 이어가야 하는 영창을 억지로 끊어내, 충격파에 대항하는 마법을 구축하려 했다.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레니안느와 아나트는 아예 로로나 쪽으로 달려가려고, 스텝을 준비했다.
로로나 또한 주먹에 반격의 투기를 실으려는 그때-
“.......?! 전원, 공격 중지!!”
“““!?!?!?”””
생각지도 못한 명령이, 로로나에게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전원의 경악. 그리고 이어진 것은-
“-타이밍, 딱 좋았어요!”
콰아아아아아아앙!!!
단숨에 건물의 옥상을 타고 뛰어온 한 여성의 공격이었다.
그것은 ‘흰 뱀’이었을까.
흡사 용과도 같이 내려 찍힌 투기와 마력에, 충격파를 쏘아내려던 놀의 주둥이가 닫혀버렸다.
[으르루러러러러러르라?!?!]
퍼어어어어엉-!!!
그와 동시, 갈 곳을 잃은 충격파는 놀의 입에서 터졌다.
“지금이에요, 전원 공격!”
곧바로 ‘그 여성’이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로로나가 모든 헌터들에게 공격지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헌터들이 총공격을 감행한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거침없이 쏟아붓는 마력과 투기의 화살.
그리고 공세가 끝나기 직전 재차 내리꽂히는 제시카의 불 마력과 로로나의 투기.
결국 포에닉스&케인즈의 공세에, 거대 레드 놀의 몸은 완전히 불타 땅에 쓰러졌다.
쿠우우우우우웅!!
“““우오오오오오!!”””
그야말로, 두 가문의 저력을 보여주는 결과였을까.
주변에 피신해 있던 시민들도, 케인즈 헌터들의 환호에 함께 목소리를 높여간다.
조금 뒤, 놀에게 흰 뱀의 일격을 날린 여성이 땅에 내려왔다.
제시카는 그 여성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디에스!?”
“제시카!”
유펠하이넴의 차기 당주, 디에스 엘루 유펠하이넴이었다.
며칠 만에 영혼의 친구를 마주한 것에, 제시카와 디에스가 서로 격한 반가움을 보인다.
“.......잠깐 근데 디에스 왜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