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69화 (167/264)

?169회

습격169.

오감을 최대한 강화해간다.

평소에는 굳게 닫아놓는 짐승의 감각을, 다시 한번 열어간다.

주변을 인식할 시야를 넓혀간다.

들려오는 괴성과 폭음에 귀를 연다.

괴수의 냄새를 코끝으로 잡아간다.

시민들의 공포를 피부로 느낀다.

요동치는 공기를, 혀끝으로 맛본다.

“키루미나는 저랑 함께 양쪽으로! 슈가는 주변의 애크러 배트를!”

에우드는 지령과 함께, 거리의 벽을 재빨리 밟아 뛰었다.

벽을 고속으로 박차는 것이, 일순 땅과 벽의 개념을 무너트린다.

에우드를 따라 움직이던 키루미나는,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분명해! 실전 경험은 내 이상이야!’

수인들은 ‘수신대삼림 펄리스’에 살면서, 여러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일이 많다.

헌터가 되는 건 ‘계승절’을 지낸 후인 14세부터지만.

대삼림이라는 환경상 몬스터들을 마주할 일이 많기에, 수렵 및 토벌기술은 더욱 일찍 배우게 된다.

키루미나도 그러했다. 족장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울드에게까지. 어렸을 때부터 몬스터 토벌기술을 배워왔다. 신동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수련을 거듭했다.

그렇기에 알고 있다. 에우드의 판단기술은, ‘그저 아이들이 어설프게 배운 수준’으론 절대 이룰 수 없는 경지.

어디까지나 키루미나의 감이지만....... 경험치는 S급 프로 헌터와도 맞먹는다고 봤다.

분명 ‘S급 기량’을 가진 이들은 아카데미에도 있다.

하지만 ‘S급 현장 경험치’를 가진 이들은, 현장에서 직접 목숨 걸고 뛰는 이들만이 가능한 경지.

그것만이 아니다.

강당에서 충돌할 때의 움직임.

칼투스와 대전을 치를 때의 움직임.

그리고 지금, 지령과 함께 보여주는 거친 움직임.

전투에 ‘정석’을 두지 않고, 투지와 육감을 원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판단.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사고를 진행한다.

마치 맹수와 현인- 그 두 요소의 중간에 선 존재 같았을까.

그건 대삼림 수인 전사들에게 있어, 가장 최고의 목표라 할 수 있는 형태였다.

피부가 오싹오싹거린다. 보는 것만으로 털이 곤두선다.

꼬리는 수없이 움직이며, 본능적인 흥분에 호흡이 거칠어진다.

몬스터를 마주하는 즉시, 평소의 평온함을 벗어던지고 시꺼먼 전의를 가차 없이 드러내는 모습.

키루미나는 ‘그 감각’을 느꼈으리라.

수인이면 누구나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수인은 ‘위계’를 중시하는 것과 비례하여, 동시에 ‘동경’과 ‘종속’의 감정을 누구보다도 품고 싶어 하니까.

특히나 ‘개과’라고 할 수 있는 종족들은 더욱 말이다.

이 감각-

키루미나에게 있어선, 순간 배를 드러내고 싶어지는 감각이다.

가족 이외의 늑대 수인 남성을 불편해하는 만큼, 키루미나가 또래 남성에게 이런 감각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단순히 강한 인간족이었다면 애초에 느낄 일도 없었겠지.

이 감각을 느끼는 것 자체가, 에우드가 수인 못지않게 수인다웠기 때문이니까.

“흐아아아앙...... -히끅.”

“.......”(슈가)

긴박한 상황인데, 키루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달콤한 한숨을 내쉬어버린다.

그 즉시, 그런 모습을 슈가가 노려본다.

시선을 느낀 키루미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키루미나와 슈가 사이에 기묘한 공기가 흐르는 사이-

에우드는 행동을 멈추지 않고, 그리즐리에게 폭발적으로 향했다.

상점가의 외벽을 도움닫기 삼아 뛰어오른다.

이어서 주먹을 흡사 철퇴와도 같이 휘둘러-

부우우웅- 퍼어어어어어억!!

그리즐리의 안면을 붕괴시킨다.

터져오르는 피와 살점.

에우드에게 직격당한 그리즐리가 일격에 쓰러짐과 동시. 가도를 포장하고 있던 벽돌이 충격으로 솟아오른다.

뒤이어 키루미나와 슈가도, 몬스터들을 단숨에 처리해간다.

맹수 몬스터들이, 차례차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이걸로 다섯 번입니다.......!”

슈가는 조금 거친 숨을 내며 에우드에게 말했다.

슈가의 말대로 현재까지 조우한 무리는 다섯.

에우드가 행동을 개시했을 때 느낀 무리의 수가 일곱이었다.

처음에 이쪽 거리에서 감지한 소리도 확실히 줄었다.

와이즈 또한, 하늘을 누비며 곳곳에서 토벌을 이어가고 있었다.

“에우드 도련님!”

거리 한쪽에서, 열 명의 무리가 뛰어왔다.

에우드도 기억하고 있는 케인즈 상회의 호위 헌터들이다.

“여러분!”

“역시 도련님이셨군요!”

케인즈 헌터들이 에우드와 슈가를 보며 안도했다.

순간 ‘보고 받지 않은 수인 소녀’에게 놀라지만,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

일단 인원이 열 명이라는 건, 정석으로 2개의 팀업을 이뤘다는 이야기겠지.

이어서 한 팀은 에우드 쪽에. 다른 한 팀은 시민들의 피난 유도를 진행해갔다.

“어머니는.......! 다들 괜찮나요?!”

“로로나님이 상황을 빠르게 감지하셔서, 충분히 대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예 로로나님이 저희의 전면에 나서서 지휘하고 계십니다......!”

“로로나님이 또, 서쪽이라면 분명 도련님이 활동하고 있을 거라고 하셔서.....!”

“역, 역시 우리 어머니네요.”

포에닉스의 마님의 판단력과 전투능력은 보통 것이 아니니 말이다. 에우드의 행동 또한 읽고 있던 거겠지.

아무리 봐줬다곤 하지만, ‘카틀레야 당주(외할아버지)’와의 격투전에서 승리한 여성이다. 젊었을 적, 가레스에게 전투기술을 배우기도 했고. 실제 전투력도, A급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사교회에선 ‘기품’을 유지한다고, 되도록 안 드러내려고 한다만.

에우드는 그런 어머니인 만큼, 당연히 무사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무사하다는 말을 듣자 에우드도 약간 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에우드의 어머님, 대체 어떤 분이시길래.......!”

“로로나님은 저희의 자랑스러운 안주인님이자, 귀족계의 슈퍼 레이디이십니다, 키루미나님.”

헌터들의 보고에 키루미나가 전율하자, 슈가가 자랑하듯 그것을 말했다.

로로나 알라이트 포에닉스.

가레스와 마찬가지로, 포에닉스와 케인즈 전원이 경외하는 마담이다.

“그리고 엘리리가 보낸 전서구를 통해, 두 아가씨도 싸우고 계신 걸 확인했습니다!”

“셀레나 누나하고 티아나 누나가!”

둘의 전투기술은 에우드도 신뢰하고 있다.

게다가 호위로 엘리리까지 있으므로, 더욱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덕분에 중앙과 동쪽은 차례차례 제압되고 있습니다! 경비기사단은 우선 동쪽에 지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서쪽을, 남은 헌터들은 로로나님과 제시카님을 따라 중앙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포에닉스 헌터대 또한 지금쯤 전서를 받고 출발했을 겁니다!”

인명 피해는 아직 없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큰 피해 없이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순조롭네요.”

“도련님?”

“에, 에우드 도련님?”

“아.”

안도와 동시........

말로 할 수 없는 기시감에, 에우드는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입에 담았다.

헌터들과 슈가가, 걱정스레 에우드를 봤다.

‘너무 순조롭다.’

아까부터 에우드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외벽을 넘었다는 말은 없었죠?”

“네, 넵. 외벽은 여전히 방어상태가 철저합니다!”

“저희도 어떻게 나타난 건지 확인은 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몬스터들이 이 포에닉시안에 어떻게 나타난 건지 모르는 상황.

생각할 수 있는 건......

‘이래서야...... 모종의 방법으로 몬스터를 도시 내부에 소환시켰다, 정도야.’

생각해보면, ‘폭발’과 같이 괴성이 나지 않았는가.

폭발은 어디까지나 몬스터가 저지른 짓인가 싶었지만....... 막상 현장과 몬스터들 중엔, ‘무언가 터진 흔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 폭발음 자체가, 어떤 마법 반응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정도로 대량 발생을 시킬 마법 기술이 있느냐는 둘째 쳐야겠지.

만약 이 몬스터들이, 정말로 무언가에 의해 발생한 거라면.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 발생시킨 거라면........

그보다 애초에-

‘이틀 전 가도에서 나타난 몬스터들’도, 그런 ‘외적인 요소’에 의해 일어난 거라면.

지금 모든 사건 속 몬스터들이 ‘짐승 계열’인 이유가 있다면.

‘아직 뭔가 더 이어질 수도 있어.’

제발 단순한 착각이었으면 좋겠지만.......

이제껏 목숨 건 위기를 몇 번이고 겪은 에우드다.

지난 3년, 헌터들 사이에서 직감으로 가장 유명한 디안도 말했던가.

에우드의 직감은, 심각할 정도로 좋을 때가 많다고.

[구우우우우우우우!!]

그때, 하늘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

“괴, 괴조인가!?”

“망할, 저 크기와 위압은 보통 게 아니야! 당장 격추시켜!”

“......응? 아, 잠, 잠깐만요! 여러분, 쏘지 말아요!”

“네?!”

케인즈 헌터들이 재빨리 활과 마법을 준비하려 한 걸, 에우드가 다급히 말렸다.

쏘지 마라, 아군이다!

“와이즈!”

[구우우우우!]

거대한 흑색 날개를 펼치며, 와이즈는 에우드쪽으로 고도를 낮춰갔다.

몸에 피가 한껏 묻은 걸 보니, 상당한 몬스터들을 토벌한 모양이다.

“에우드 도련님은 몬스터까지 테이밍하고 계셨습니까?!”

“무려 이 정도의 몬스터를!”

“역시 소일님과 플로라님이 ‘데릴사위’로 들이겠다고 하신 분인가.......!”

“엥?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되게 그냥 넘기면 안 되는 말이 들려온 거 같았는데.

그보다 테이밍-이라고까지 말할 관계는 아니고.

구두로 근로계약을 이룬, 물주와 식객 관계가 좀 더 옳은 표현이다.

어쨌든 와이즈가 왔다는 건, 부탁했던 일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이리라.

“와이즈?”

[구르르르르.......!]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와이즈의 반응이 아까보다도 매섭다. 이건-

“.......와이즈, 뭔가 느낀 거야?”

[구우우우.](끄덕)

몬스터이기에 느끼는 특이한 위기 감지이리라.

지금 이곳에 바로 찾아온 건, 에우드에게 그걸 알리기 위해서이겠지.

-쩌그적. 파직!

문득, 소리가 들려왔다.

에우드만이 아니다.

키루미나 또한, 머리 위의 귀를 번뜩이며 그것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소리를 들은 두 사람만이, 서로 눈을 크게 뜨며 마주 본다.

“에우드 이 소리, 마석이 깨지는 소리같은데요.......?!”

“마석.......? ......!!”

마치 이제 막 기동시킨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듯이.

마치 마차의 바퀴가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듯이

.......무언가가, 태동하듯이.

――――챙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린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최초와 같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것은 어딘가에서 터진 분진의 연쇄. 벼락처럼 내리꽂힌 검은 섬광.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쿠구우어어어어어어어!!]

몬스터의 괴성.

쿠우우웅! 쿠우우웅! 쿠우우우우웅!!

거리를 짓밟는 발굽 소리와 함께, 에우드의 눈앞에....... 에우드도 자주 본, 너무나도 익숙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 모습은 분명 ‘미노타우로스’.

무려 포에닉스 저택에 오기 직전까지, 우드 갈레아가 싸워왔던 몬스터.

위험도 B~A를 넘나드는, 소의 머리와 거대한 뿔을 가진 몬스터.

이래서야 정말 반갑기 짝이 없을지도.

아니, 하지만........

에우드도 이 크기까지는 익숙하지 않다.

......아니다. 반갑지 않다. 제발 좀 돌아갔으면 했다.

“뭐, 뭐, 뭐, 뭐어어어.......!”

“잠깐, 미노타우로스 중에 이런 개체가....... 존재한다고?!”

“대체 몇 배야, 이거......?!”

몬스터로 분류되는 미노타우로스는, 기본적으로 2m 이상부터 시작하던가.

새끼는 물론 인간 크기 이하로 작다만, 그건 일단 지금은 논외.

에우드가 우드 갈레아 시절 싸웠던 미노타우로스도, 보통 2m 50cm 정도였다.

성장을 거친 개체에 따라선, 3, 4m까지 간다.

근데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셀레나 누나가 있었으면, 바로 몇 미터인지 파악했을 텐데.”

저택 건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크기였다.

[그누워어어어어어어어어!!]

거대한 미노타우로스가, 귀를 뒤흔드는 포효를 내지른다.

“미, 미노타우로스!?”

“도망쳐!!”

“여러분, 건물로 도망치십시오!! -흐이이익!?”

“야, 안된다 싶으면 직접 들고 뛰어-! 어서! 저놈의 공격이 온다!”

“젠장!?”

“구해야 해! 빨리-”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미노타우로스는 주먹을 휘둘러, 거리의 시민들과 피난을 유도하던 케인즈 헌터들 위로 그것을 내리찍었다.

바위가 쏟아지는 소리와 피떡 반죽을 바닥에 내리치는 소리가, 거리에 울렸다.

* * *

물론-

콰아아아앙!!

.......콰가가가가가각!!

“““――――!!!”””

에우드의 시야에 닿고 있던 이상, 그런 결과를 용납할 일은 없다.

에우드는 도망치던 시민들 앞에 고속으로 도달한 즉시.

소년의 몸에서 나올 거라곤 믿기 힘든 힘으로, 건물의 충격과도 같은 주먹을 능숙히 버텨낸다.

“-뒤지려고, 망할 소 새끼가......! 와이즈!”

[구우우우우우우!!]

[그누워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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