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68화 (166/264)

로로나 마망의 우렁찬 명령에, 전원 우렁차게 답한다.?168회

습격168.

폭음이 들린 순간, 에우드는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흡사 단검이나 부메랑의 소리 같았을까.

일순 에우드의 머릿속에 ‘머더 메이지’ 때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아냐, 이건.......!’

그놈과 같은 음습한 살기가 아니다. 이건 명백한-

“페리아!!”

“-꺄아아악!”

챙그라아아아앙!!

몬스터의 정제되지 않은 살기.

그저 살육하고, 그저 악의만을 드러내는 게 전부인, 몬스터들의 살기다.

창문을 깨트리면서 들어오는 ‘애크러 배트’들의 모습에, 에우드가 재빨리 몸을 날려 페리아를 보호했다.

이곳엔 에우드쪽만 있는 게 아니다.

포에닉시안의 시민들과 관광객들 또한, 박쥐형 몬스터들의 급습에 이제 겨우 반응하고 있다. 그만큼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에우드는 그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재빨리 키루미나와 눈을 마주친 후- 숨을 한 번에 크게 들이쉬었다.

“......앗?! 메루, 아루, 귀 막아!!”

““네?!””

키루미나도 에우드의 의도를 이해한다.

지금 이 잡화점 2층을 급습한 애크러 배트는 다섯 마리.

그러나 이 2층은 밀폐된 공간. 자칫하다간 시민들이 다칠 수 있다.

그렇기에 피해를 일으키지 않고, 단숨에 정리하기 위해선-

“――――――!!”

콰아아아아아아앙!!

일단은 전부 다 기절시키는 게 최선.

목소리를 재빨리 조정하여, 에우드는 박쥐형 몬스터들만 들을 수 있는 폭음을 쏘아낸다.

주파수가 다른 폭음에, 애크러 배트들이 일제히 거품을 물며 바닥에 떨어졌다.

[키에에에엑!?]

[키에에에!!]

[케으에에에......]

툭. 투두둑. 툭.

“하아....... 페리아, 다치지 않았어요?”

“......흐아아아아.”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저릿저릿한 파장은 느껴진 걸까.

페리아는 에우드의 품에서 덜덜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사실 덜덜 떤 건-

‘아아아, 도련님 너무 좋아, 도련님 너무 좋아, 도련님 너무 좋아.......!’

이 예상 못한 위기를 순식간에 파악하곤, 자신을 구해준 도련님에 대한 벅찬 마음 때문이었다만.

[키긱, 키기이이-!]

다만 아직 기절하지 않은 개체가 있던 걸까.

바닥에 떨어진 애크러 배트 한 마리가, 비틀거리는 날개를 펄럭여 일어나려 했다.

푸부부북-!

“슈가!”

“전부 처리하겠습니다!”

그 즉시, 슈가가 단검을 던져 그 애크러 배트를 사살했다.

다른 애크러 배트들 위로도 단검을 휘둘러 목을 친다.

슈가의 빠른 판단에, 에우드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키루미나하고 아루니 메루니는.......!”

“겨, 겨우 막았어요.......”

키루미나는 약간 찌잉거리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쓴웃음 지었다.

메루&아루도 찌잉한 느낌이 드는 지 두 눈을 핑핑. 뒤늦게 서로 고개를 붕붕 돌리곤, 제정신을 잡는다.

“귀, 귀 아파.......”(아루)

“이, 이게 대체 뭔 사태야.......”(메루)

다행히 수인 소녀들도 모두 멀쩡하다.

예전에 알카라시아 행 열차에서 냈을 때보다도, 훨씬 소리를 강하게 낸 거니까. 귀를 막지 않았으면, 이 소녀들에게도 피해가 갔으리라.

“뭐, 뭐야.......?”

“도시에 몬스터가?! 말도 안 돼!”

“가도에 나타난 몬스터는, 길드에서 처리를 끝냈을 텐데!”

다만 2층의 시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몬스터의 급습에 패닉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창가에 진열되어 있던 물건들은 난장판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사태를 파악하고 위로 올라온 점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 사이, 에우드는 산산조각으로 깨진 창밖을 보았다.

‘아직 더 있어......!’

들려오는 소리로는, 지금 나타난 몬스터는 이 애크러 배트들만이 아니다.

아직 밖에 있는 애크러 배트들도 다수. 저 멀리 거리에선, ‘놀’과 ‘그리즐리’같은 C~B급 몬스터들까지 보였다.

자칫하다간, 극심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에우드는 그 짧은 순간 판단을 전부 내렸다.

그리고 피리를 꺼내, 근처에 있을 와이즈를 부른다.

휴이이이이-!!

“구우우우우우!!”

“와이즈!”

기다렸다는 듯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와이즈.

귀찮다는 표정은 없었다. 이 삐쟁이 부엉이의 전투준비는 이미 끝난 것이다.

현재 사태는 아마 이 거리와 광장 전체적으로 벌어진 일.

게다가 던전과 달리, ‘밀폐된 장소’가 아니다.

에우드 홀로 처리하기엔, ‘시민’이라는 변수까지 있다.

머더 메이지 사태를 직면했던 에우드이기에, 그 변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온 거지? 애크러 배트들은 둘째치고, 육상 몬스터들은 도시 벽을 넘어야 들어올 수 있을 텐데?’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원인과 함께, 에우드는 중앙 거리와 동쪽 거리에 있을 가족들을 떠올린다.

‘어머니랑 누나들은....... 괜찮을 거야.’

에우드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다리를 겨우 멈췄다.

시민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얽히는 지금은, 먼저 눈앞의 사태를 처리해야 한다.

세 명 모두, 포에닉스라면 그렇게 판단하고 있으리라.

애초에 다들 보호받을 실력은 아니기도 하다만.

“와이즈, 이곳부터 시작해서 거리의 안전 확보. 그리고 하늘에 있는 애크러 배트들을 처리해줘. 가능할까?”

“구우웅!”

와이즈 짧고 굵은 대답.

표정으로 해석하면 아마, ‘쉽지요.’라는 의미이리라.

그리고 와이즈는 몸을 돌리더니-

구드드드득.......!

좌아아아아아악!!

몸을 변형시키기 시작한다.

거대한 날개와 단검과 같은 깃털.

강철과 같이 색을 변모시키는 부리.

쥐는 순간 바위도 부술 수 있는 발톱.

‘괴조’, 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 모습이다.

그것이 위험도 A 몬스터, ‘데스 스트릭스’로서의 와이즈.

위험도 D~C 따위의 애크러 배트는, 날개 치기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는 비행마수이다.

“꺄악!? 와, 와이즈가 변했어요!?”

처음 보는 와이즈의 모습에, 페리아는 경악을 내비쳤다.

어쩔 수 없었을까.

‘상황이 어지간히 긴박하지 않으면’, 와이즈는 절대 자신의 몸을 변형시키지 않는다.

때문에, 포에닉스 헌터대에서도 이 모습을 본 건 정말로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만큼 와이즈가 현 상황의 긴박함을 알고 있는 거겠지.

와이즈는 날개를 펼쳐 주변 애크러 배트들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였다.

에우드는 2층에 올라온 잡화점의 점장에게 말했다.

“밖에 몬스터들이 다수 있어요!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되도록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자, 자네는 대체....... 아앗!!”

침착히 지령을 내리는 소년의 모습에, 점장이 뒤늦게 정체를 깨닫는다. 에우드가 자신의 포에닉스 마크를 보였기 때문이겠지.

“도, 도련님! 에우드 도련님이셨군요!”

에우드를 알아본 점장이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잡화점 내부의 시민들에게, 가게의 안전한 곳에 있어 달라고 소리쳐 전한다.

“슈가! 동행 부탁드려요!”

“네, 도련님!”

슈가 또한 암기를 꺼내, 도련님의 보조를 준비한다.

“페리아! 그리고 키루미나하고 아루 메루는 안전하게 여기에 계세요! 빨리 처리하고 올게요!”

“잠깐만요, 에우드-?!”

그 말을 전하고, 에우드는 슈가와 함께 재빨리 창밖으로 나갔다.

거리에 점점 혼란이 몰아쳐 간다.

처음엔 폭음과 괴성에 어리둥절. 그러나 점점 그 소리들의 정체를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에우드와 슈가가 외곽을 벗어나, 중앙 거리를 향하는 인도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르르르라라라라!!]

“우와아악!?”

“꺄아아악!?”

“짐, 에밀리?!”

도망치는 시민들 사이. 거대한 ‘레드 놀’에게 붙잡히기 직전인 두 꼬마 아이들이 있었다. 뒤이어 거기에 소리친 건 어머니인 여성이었을까.

“슈가, 나이프!”

에우드의 말에, 슈가가 에우드의 팔뚝 정도 되는 나이프를 신속히 전한다.

이어서 슈가는 그 주변 중간 사이즈의 놀들을 향해, 질주에 박차를 가했다.

나이프를 단숨에 바로 쥔 에우드는-

콰아아아아아앙-!!

촤아아아아악!

극한의 가속.

예열조차 없는 속도를 내, 순식간에 두 아이 앞에 도달한다.

““!!!””

[그르르르륵?! -쿠후루루루룹!!?]

푸우우욱-!

콰아아아아아앙!!

이어진 단 한 번의 지르기로, 놀의 심장을 정확히 붕괴시킨다.

마치 육중한 발리스타가 부딪친 것과 같이, 레드 놀의 몸을 찢어발기는 폭음이 터져 오른다.

몸이 붕괴된 거구의 레드 놀은 단숨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에우드는 아이들이 피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붙잡아, 재빨리 레드 놀의 주위에서 벗어났다.

“와, 와아아아......!”

“형, 형 누구야?!”

방금까지의 위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실감이 안 되는 것처럼 놀란 목소리를 냈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아이들과 에우드쪽으로 헐레벌떡 뛰어온다.

촤자자자자작!

후두두두둑!

그 사이 슈가가 위험도 C에 해당하는 놀들의 목을, 일제히 베어냈다.

오늘을 위해 입은 예쁜 사복이 피에 물들었다만, 슈가에겐 상관없었을까.

‘드디어......! 드디어 도련님이 제게 옆을 맡겨주셨습니다......!’

위기상황에 이런 생각을 해선 안 될 테지만.

그럼에도 슈가는 에우드에게 도움을 요청받은 것에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머더 메이지’에게서 보호받던 때와는 달랐다.

에우드는 그 사이, 계속해서 귀를 기울였다.

들려오는 소리에 따르면, 육상 몬스터의 수가 많지는 않다.

아마 이 근처엔 해봤자 이제 일곱.

최대 SS급으로까지 여겨지는 에우드다. 이 정도 몬스터들이라면,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수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모두 인파가 많은 곳에 퍼져있다.

이런 경우, 에우드가 몬스터들을 죽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처가 느려지는 순간,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포에닉스의 막내로서, 에우드는 시민 또한 구할 의무가 있었다.

“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계세요!”

“네, 넵!”

에우드는 서둘러 아이들을 어머니에게로 보냈다.

그때- 하늘에서 또다시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키에에에에!!]

“여기도!?”

애크러 배트. 하지만 종류가 다르다.

색이 더욱 진하며, 사이즈도 3배 이상 크다. 속도도 상당하다. 아마 한 무리의 리더 역. B급까지 도달했을 개체다.

그 애크러 배트가, 도망가는 시민 한 명을 노리며 게걸스럽게 이빨을 드러낸다.

슈가가 도약을 준비하고, 에우드도 뛰쳐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그르르르- 크라라라!!”

콰아아아아아아앙!!

똑같이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날아온 충격.

그야말로, 푸른색의 날벼락이 내리치는 착각이 들었을까.

푸른 날벼락의 소녀- 키루미나 아즐볼프가, 엄청난 속도로 애크러 배트를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키루미나?!”

그 일합의 충격에 애크러 배트의 살점이 급격히 터져간다.

[끼에에에에엑!!]

그러자 몸이 반파된 애크러 배트가 저항하듯, 거대한 날개를 날카롭게 했다. 날개로 키루미나의 피부를 찢을 생각이었으리라.

하지만 키루미나는 주먹을 멈추지 않는다.

“‘울프스 팬텀(Wolf’s Phantom)’!”

가르르르르-!!

콰아아아아아앙!

[캬아아아아아아!]

푸른색의 투기와 함께, 키루미나의 주먹에서 늑대의 아우라가 터져 나왔다. 게걸스러운 괴물 박쥐를, 고고한 포식자가 물어뜯는다.

완전히 산산조각이 된 애크러 배트의 시체와 함께, 키루미나가 땅에 능숙히 착지했다.

“휴우....... 겨우 따라잡았네요.”

땀을 살짝 흘리는 키루미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해맑은 웃음 위에는 방금 죽인 몬스터의 피가 있었다만.

역시 전혀 신경 안 쓰는 것이, 진성 맹수계 수인다울까.

“아, 아니, 키루미나, 잡화점에 있으라니까요! 메루니하고 아루니는 어떻게 하고-”

“메루, 아루는, 페리아랑 잡화점 쪽을 보호해달라고 했어요.”

에우드가 걱정스레 말하자, 키루미나는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저도 도울게요, 에우드.”

“하지만......!”

확실히- 키루미나의 전투력은, 에우드도 입학식 때부터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만. 아마 그 칼투스나 테르미와도 맞먹는 실력일 것이다.

분명 도와준다면, 매우 든든한 인재이긴 하다.

그래도 일단은 관광차 온 것일 텐데. 에우드는 키루미나가 되도록 안전하게 있기를 바랐다만......

그러자 슈가가 에우드에게 침착히 첨언했다.

“도련님. 경비 기사단과 헌터대가 오기 전까지, 한 명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포에닉스로서, 여기선 조력을 받는 것이 옳습니다.”

“.......으으.”

에우드도 슈가의 말까지 듣곤, 결국 고개를 꾸벅였다.

“부탁드려요, 키루미나.”

“네, 에우드!”

키루미나가 피 묻은 꼬리를 붕붕 흔들며, 기세 좋게 대답했다.

에우드는 슈가, 키루미나와 함께 이동하며, 말을 이어갔다.

“먼저 이쪽 거리의 위험요소를 전부 제압해야 해요. 다른 거리엔 저희 어머니랑 누나들도, 레니안느랑 아나트 선배도 있어요. 분명 그쪽도 충분히 처리되고 있을 거예요.”

“에우드의 그 두 누님분이라면 분명 강할 테니 당연하지만, 어머님도......? -잠깐, 어?! 메트리랑 그 악마 아나트?! 왜, 왜 포에닉시안에 그 사람들이 있어요?!”

“네? 그게, 이틀 전부터 저희 저택에서 잠시 같이 지내고 있-”

“-뭐라고요!?”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큰 눈을 번뜩이며 달려드는 키루미나에게, 에우드는 순간 진심으로 놀랐다. 슈가는 에우드의 옆에서, 혹시 모를 ‘과도한 접촉’을 막기 위해 주의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에우드네 저택에서 같이 지내는 건데요?!”

“레니안느는 메트리우스 열차를 놓치고 이러저러하다가.......! 아나트 선배는 저희 신규 멤버로서, 아버지가 꼭 초대해달라고 하셔서-”

“신규 멤버 초대?! 크, 크읏.......! 부, 부러워라.......!! ......그 근육 바보 오빠 때문에, 진짜!!”

“에엑.......”

신규 멤버 초대.

키루미나가 이전에 포에닉스 파벌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이번에 함께 초대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다.

키루미나는 자신 모르게 파벌 신청 서류를 낸 사울드에게, 다시 한번 멀리서 욕설을 퍼붓는다.

‘어째 이거, 나랑 대화할 때마다 사울드 선배의 평가가 떨어지는 거 같은데......’

에우드는 사울드에게 괜히 미안함을 느꼈다.

오늘도 사울드와 키루미나의 관계는 순조롭게 꼬여간다.

힘내라, 사울드 아즐볼프.

“으음, 역, 역시 위험합니다.......!”

여전히 도련님 플래그가 거하게 세워진 늑대 소녀를 보며, 슈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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