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58화 (158/264)

물론 그냥 옷 갈아입히기 때문에 피곤해서, 신경을 못 쓰는 것일 수도 있겠다.?158회

뜻밖의 동행158.

디안과 엘리리의 팀의 돌아오는 마차는, 투덜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연휴 시작할 무렵부터 활동하는 몬스터들이 말이 되냐 진짜!”

엘리리의 투덜거림은 무덤동굴 이전부터 시작해서 자주 있던 일이다만.

이번만큼은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끄덕.

어쩌겠는가. 하마터면 정말로, 포에닉스 헌터대는 물론 포에닉시안의 연휴가 송두리째 사라질 뻔했는데.

헌터라는 것이 보통은 프리랜서라곤 해도. 가문 소속 헌터들은 연휴를 항상 지켜준다. 포에닉스 또한 당연히 헌터들의 연휴 보호는 확실.

다만 도시에 잠정적인 위협이 다가온 이상, 연휴를 추구할 수도 없다.

도시 귀족의 헌터대에 소속되어있는 만큼, 이번과 같은 사태에선, 연휴 타령은 뒤로 미루고 움직여야 한다.

덕분에 연휴 시작부터 꽤 피곤이 쌓여버렸다.

“아무리 봐도 몬스터들 진짜 활동 시기를 노린 거 같다니까.”(귄터)

“놀에, 그리즐리에. 분명 서식지가 워실디아 쪽일 애쉬 울프들도 있었고.”(알렉스)

“메트리우스 가도 쪽은 우리가 상상하는 거 이상으로 난리잖아~. 몬스터들은 휴가도 없나 진짜~.”

물론 몬스터가 연휴 타이밍을 노릴 리도 없고. 휴가 개념이 있을 리가 없다만. 그래도 불평은 어쩔 수 없겠지.

디안 팀 소속인 귄터도, 알렉스도, 안나도, 그렇게 한 마디씩 거들곤 몸에 힘을 쫙 빼버렸다. 마차의 푹신한 쿠션 위로, 몸을 흐물흐물 퍼트려간다.

확실히. 메트리우스 쪽은 자칫하다간 연휴 기간 사용해야할 교통 하나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래도 메트리 측 헌터들은 포에닉스 못지않은 베테랑 실력자들. 몬스터 무리를 파죽지세로 토벌하고 있다고.

휴일을 자극당한 헌터들의 분노란, 정말로 무서운 것이다.

오죽하면 헌터들 사이에선 ‘먹는 건 건드려도 쉬는 날은 건드리지 마라’라는 말이 격언으로 있겠는가.(엘리리가 가장 신봉하는 격언이다.)

디안은 그런 헌터대 인원들에게 달래듯이 말했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로 우리가 맡은 쪽은 정리가 끝났잖아. 이제부터 온 힘을 다해 쉬어야지.”

디안도 불평은 안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다. 눈을 살짝 비비며 하품을 한다.

S급 실력과 베테랑 지휘능력으로 유명한 덕인지.

디안은 현장에서 포에닉스 헌터들 이외에도 다른 여러 헌터들의 지휘를 맡았다.

덕분에 평소보다도 효율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피로는 더욱 가득했다.

지금도 보통 멤버들이 마차에서 투덜거리면, 놓치지 않고 잔소리하는 디안인데.

피곤하다 보니 잔소리는 9할 정도 줄어 있었다.

그러다 곧, 디안의 눈이 살짝 밝아졌다.

비비던 눈으로 마차의 창밖을 보며, 키득키득 웃어버린다.

다른 멤버들도 무엇 때문에 웃는지 이해했다.

“오랜만에 저택에 활기가 가득하겠네.”

엘리리의 말에 헌터대 모두가 다들 끄덕끄덕.

밤의 가도 저 멀리서 보이는 포에닉스 저택엔, 평소보다도 더욱 밝게 마석등이 켜져 있었다.

포에닉스 삼남매가 돌아왔다는 의미였다.

“......이거 다들 너무 늠름해지셔서, 혹시 내가 못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이 드네.”

“알렉스 얌마, 이제 겨우 한 달인데.”

“우리 도련님 아가씨들은 언제나 귀여우셔서, 그래도 알아볼 수 있을걸.”

“저번엔 그 파벌 대전에서도 당당히 이기셨다면서.”

“도련님이 사자 새끼들을 잡았다고 하지!”

“검은 사자 일족을 털어버린 건가......! 역시 도련님이구만!”

“-그럼 도착할 때까지 좀 속도를 내겠습니다!”

“““예이-!!”””

마차를 몰고 있던 헤기가, 조금 기세 좋게 마차의 속도를 높이려 했다. 디안 팀 엘리리 팀 모두 거기에 동의했다.

* * *

에우드가 저녁 식사를 끝내고 얼마 뒤.

저택에 디안 팀과 엘리리 팀이 돌아왔다.

“꺄아악! 도련님 말랑말랑 따끈따끈!”

“에우드님 마중은 오랜만이네요!”

“안나, 엘리리, 오랜만이에요. 으아아아-”

도착하자마자 벨트 장구류를 벗은 안나와 엘리리가, 현관으로 마중 나온 에우드를 재빨리 캐치.

그리곤 둘이서 에우드를 데리고 꼭 끌어안았다.

열세 살 에우드보다도 신장이 큰 여성들이니 말이다. 에우드도 둘에게 붙잡히면, 집고양이처럼 데롱데롱 안겨져야 했다.

“안나, 엘리리, 얘네는 진짜! 씻지도 않았는데 도련님을 끌어안으면 어떡해!”(매디)

“언니, 에우드 도련님 몸 더러워지잖아!”(페리아)

““아앗-!””

도착한 헌터대의 정비를 돕기 위해 온 매디와 페리아가, 두 사람을 재빨리 혼내며 에우드를 떼어낸다.

에우드의 몸이 이번엔 매디의 품에서 데롱데롱한다.

“자, 언니도! 헌터분들도! 모두 물 다 데워놨으니까, 식사 전에 빨리 욕탕 가서 씻어요! 흙 묻은 손으로 도련님 만지면 안 돼요!”

“““예이이......”””

페리아의 호령에, 헌터들 모두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녹색 메이드로 승격이 될 무렵부터, 페리아도 만만치 않게 깐깐해질 때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후임 메이드들을 이끌어야 하므로, 그만큼 페리아가 노력하는 것이겠지.

덕분에 도련님과 빨리 놀고 싶었던 엘리리와 안나의 불평.

그리고 페리아의 극성에 두 팀 인원 모두 웃는다.

이런 페리아의 깐깐함도, 도련님 앞에선 매번 살살 녹아내리니 말이다. 결국 귀엽게 보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확실히 이제 막 복귀한 덕에, 다들 특유의 쇠 냄새와 땀 기운이 많이 있긴 했다.

게다가 다들 꽤 피로가 가득해 보이는 것이, 몬스터들의 기세가 상당했던 거로 보였다.

토벌에 다녀온 헌터들에게 차례차례 인사를 나누고. 에우드는 물자 정리를 하다가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두 남성에게 다가갔다.

“디안! 알렉스!”

“에우드 도련님. 잘 지내다 왔냐.”

“도련님! 다행히 격변은 하시지 않았군요......!”

“네? 격변? 알렉스, 무슨 소리예요?”

알렉스의 안심 섞인 한숨에, 에우드가 갸웃했다.

“알렉스 혼자 하는 이야기야. 신경 쓰지 마.”

“이 알렉스, 매우 안심했습니다......!”

“으응......?”

어쨌든 알렉스가 안도하고 있으므로, 에우드도 함께 웃어본다.

디안도 에우드에게 무심한 척 웃었다. 그리곤 에우드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는다.

물론 곧바로 뒤에서 매디와 페리아가 노려보기에, 재빨리 손을 거뒀다만. 알렉스는 쓰다듬을 타이밍을 놓친 것에 꽤 아쉬워했다.

“몬스터들은 어떻게 됐나요?”

“어떻게 됐나- 라고 하면. 정리는 다 하고 왔지. 포에닉시안 쪽으로 갑자기 쳐들어오진 않을 거야. 도련님은 걱정할 필요 없어.”

“애초에, 그런 짐승들 따위한테 연휴를 빼앗길 순 없죠! 전부 박멸입니다!”

디안의 말에 이어, 알렉스가 자신의 대흉근을 쿵쿵 치며 웃었다. 헌터대에서 가장 덩치 큰 알렉스인 만큼, 그 행동이 마치 드러밍 같았을까.

“그런데 도련님, 토르랑 아가씨는 알고 있었으니 둘째치고. 메트리 막내 아가씨도 왔다며......?”

디안은 방금 마차를 정리하며 들은 이야기를 살짝 물었다.

아마 그 둘이 문제는 없냐는 걱정이겠지.

에우드는 그런 디안의 질문에 살짝 웃어버렸다.

“적어도 지금은 문제없을 거예요. 두 사람도 그렇고, 누나들까지 다들 한껏 지쳤거든요.”

“지쳤다니?”

“으음? 역시 열차 여행의 피로가 큰 겁니까?”

“아니 그거라기보다- 옷 갈아입히기 피로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디안과 알렉스가 거기에 갸웃하다가, 곧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다.

로로나가 오랜만에 딸아이들을 보고.

또 손님이자 아이들의 친구뻘인 소녀들이 왔으니 말이다.

로로나의 모성애에 불이 지펴지는 건 정해진 일이었을까.

지금은 아가씨들 모두, 옷 갈아입히기 피로로 방에서 쉬고 있었다.

현재 그나마 멀쩡한 건, 옷 갈아입히기 도중 메이드 업무로 도망친 페리아 정도다.

“디안씨도, 알렉스씨도! 어여 씻으러 가세요! .....흐암.”

물론 페리아도 살짝 지쳐 있었다만.

헌터들의 뒷정리가 끝나면, 페리아도 곧 휴식을 취하러 가겠지.

* * *

분명 좀 늦은 시간인데, 그래도 저택은 여전히 생기가 가득했다.

다들 살짝 들떠 있다고 해야 할까.

복도를 걷고 있으면, 다른 방이나 로비, 식당에서 활기차게 대화하는 게 들려왔다. 그것은 소음이라기보다, 같이 들뜨게 되는 소리.

그 활기가 자신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에우드도 코언저리가 간질간질했다.

그리고 현재, 에우드는 잠시 가레스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뒤에는-

“으으.......”

“심호흡. 심호흡이에요, 아나트 선배.”

아나트가 함께 하고 있었다.

이유는 즉슨, 가레스의 호출.

이번 초대는, 아나트와 토르랑 메이드들을 만나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가레스가 아나트와 대화하기 위해 초대를 한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늦든 빠르든 불렸을 테니, 오히려 이렇게 첫날 불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응?”

“다시 갈아입으셨네요.”

“하늘하늘한 드레스는 익숙하지 않아. ......거기도 좀 널널하고.”

“네?”

“아니, 그보다, 자기 딸 옷을 빌려 입고 찾아가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어.”

“그것도 그렇네요.”

아나트는 로로나가 엄청나게 가져다준 옷을 벗고, 새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현재는 학생 신분인 만큼, 교복이 곧 정장의 역할을 한다.

아나트도 가레스에게 그 나름의 예를 보이기 위해, 교복을 입은 것이다.

“......좋은 어머니셔. 분명, 귀족들 사이의 소문으론 정말 엄격하기 그지없다 했는데. 아니, 너무 애정이 넘치시잖아.”

“엄격할 땐 꽤 엄격하긴 하시지만요. 이번엔 너무 반가워서 더 그러신 것도 있으시겠네요.”

“덕분에 좀 지쳤어.”

“아하하.”

지쳤다곤 하지만, 싫다는 목소린 아니었다. 오히려 즐거웠다는 듯 웃었다.

아나트는 그 옷 갈아입히기가 로로나의 배려였다는 걸, 처음부터 알아챘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그 덕에, 저택에 찾아온 긴장은 많이 줄었다고.

“레니안느하곤 혹시 마찰이 있었나요.”

“......전혀.”

“역시.”

아나트는 조금 난감할 정도라는 듯이 말했다.

“나는 계속 경계하는데, 저쪽은 그리 경계를 안 하니까. 뭔가 경계하고 있는 나만 바보가 되는 기분이야.......”

“레니안느가 원래 좀 그런 애긴 하죠.”

오늘 하루는, 슈가가 레니안느 곁에 함께 있어 준다고 했으니, 문제는 없으리라.

지금도 누님들과 사용인들하고도 의외로 잘 쉬고 있는 듯하고.

또 혹시 방에 돌아간다면, 어제 동화책의 이어지는 부분을 그리지 않을까.

슈가와는 이제 작가님과 독자님 관계이니. 둘이서 다른 쪽으로 폭주하지 않을까, 약간 걱정됐다.

“설마, 포에닉스 저택에 오는 건 둘째치고, 여기서 메트리 막내딸이랑 옷 갈아 입혀지기까지 당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에우드와 아나트 둘 다 키득키득 웃음 지었다.

“우리 엄마가 계속 계셨으면 혹시 이런 분위기일까- 라는 생각도 했어.”

“......”

“엄마에 대해서도, 이젠 엄청 많이 기억은 안 나지만. 밝은 사람이었다는 건 알고 있긴 해도.”

조금 뒤 복도를 더 걸어 나갔을 때쯤. 에우드는 조금 시간을 두고 아나트의 말을 이어받았다.

“-사실 저도, 친엄마에 대해선 잘 몰라요.”

“뭐? ......아.”

에우드의 말에, 아나트는 그제야 에우드가 입양아였다는 걸 기억한 모양이다.

너무나 스스럼없고 따뜻한 저택의 분위기가, 그걸 잠시 잊게 만든 거겠지.

정확히는 아나트는 아직 에우드를, ‘사연 있는 분가의 입양아’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나트 선배의 심정도 이해돼요. 저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땐 아직, 에우드는 가레스에게도 로로나에게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시기니까.

정말 아버지 같다고, 어머니 같다고 생각했음에도.

항상 관계가 언제 깨질지 몰라서 함부로 못 말하던 시기였다.

물론 그것도 다 옛말.

지금은 에우드도 친엄마가 누구인지.

그 이전에 자신에게 진짜 가족이 있었는지는 그리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이제는 에우드에게 가족이라 하면, 그저 이 저택에 있는 이들밖에 없다.

-비록 언젠가 떠나야 할 날이 온다 해도 말이다.

아나트는 그런 에우드의 말에 입을 꼭 다물었다.

조금 어색한 말을 했나 싶어, 에우드는 분위기를 얼버무리듯 웃어버렸다.

뭐, 실제론.

에우드의 공감을 들은 아나트가, 거기에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입을 꼭 다문 거다만.

분명 아카데미에서도 악마라 불리는 까칠한 무가 소녀다만.

이미 에우드가 모르는 사이, 아나트의 마음은 점점 열리고 있었다.

곧 도착한 집무실의 문으로, 에우드가 가볍게 노크를 전했다.

[“들어오렴. 에우드.”]

가레스의 대답에, 에우드가 문을 열었다.

항상 느꼈던 집무실의 종이와 푸근한 냄새가, 에우드에게 전해졌다.

집무실에 있는 건 가레스 뿐이었다.

알베르토도 이번엔 자리를 비킨 듯하다.

하긴, 황금의 기사 한 명도 엄청난데. 검신까지 함께 있으면 보통 압박이 아닐 테니까.

가레스는 아들과 손님이 들어온 것에 방긋 웃었다.

“아까 낮에는 약식으로만 인사한 거니까. 다시 공식적으로 인사하는 게 낫겠네.”

가레스는 아나트를 향해 신사다운 몸짓으로 인사를 전했다.

“현 포에닉스 가문의 수장이자 황금의 기사.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입니다, 토르랑의 작은 가장님. 파벌 대전, 에우드를 도와서 정말 수고 많이 했어. 홀로 가문을 이끌고 있다는 이야기는 항상 듣고 있었단다.”

“아, 넵......! 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초대한 건 너도 예상하고 있다시피-”

그 순간, 가레스의 눈이 순식간에 힘을 담았다.

누나들에게 물려준 금색의 눈이 투기로 번뜩인다.

성격 좋은 신사이자 아버지의 눈에서, ‘10대 가문의 수장’으로서 그 역할을 바꿔 간다.

“-포에닉스와 토르랑. 아니, 포에닉스와 아나트 토르랑의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야. 아이들의 아버지된 입장으로, 직접 마주하고 싶기도 했고.”

분명 위압감을 최대한 줄인 것임에도, 아나트에게 가레스의 저릿한 위압이 전해졌다.

에우드 또한, 아버지가 품은 최강자의 위압을 오랜만에 느끼며 숨을 죽였다.

“......네.”

아나트는 거기에 겁먹지 않고 마주하며 답했다.

그러자 조금 뒤-

“좋아. 그럼.”

가레스는 자신의 집무용 책상 위로, 뭔가를 올렸다.

투웅!

““.......!!””

“-차부터 마시면서 하자.”

““엥.””

별 건 아니고, 찻잎이 든 다기와 티 세트였다.

집무실을 옥죄이던 위압과 투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아들, 이리 온. 아빠를 도와줘!”

“아, 넵. 아버지!”

“아나트는 거기 잠깐 앉아서 기다려줘~”

그로부터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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