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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155화 (155/264)

?155회

뜻밖의 동행155.

메트리우스와 포에닉시안은 그리 멀지는 않다.

정확히 말하면-

역과 역 사이는 꽤 거리가 된다만, 포에닉스 저택과 메트리우스 저택은 그리 멀지 않다.

물론 마차나 열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건 맞지만.

때문에 에우드는, 차라리 레니안느를 포에닉시안 열차에 태우자고 생각했다.

마침 객실을 두 개 빌린 만큼, 자리에 여유도 있고.

레니안느 한 명의 탑승 티켓 정도야, 현재 소지금으로도 어떻게 할 수 있다.

에우드는 곧바로 역무원실의 직원을 살짝 살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에우드가 말한 대로 해도 문제는 없다는 거겠지.

그러자 트루스 쪽에선 겨우 안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해주면 나야 정말 고마운데........ 에우드, 그럼 부탁 좀 해도 괜찮을까.”]

“내가 꺼낸 말인데 어쩌겠냐.”

“나, 나도 혼자 갈 수 있어.......”

“안 돼.” [“에우드 말 들어.”]

에우드도 트루스도 레니안느의 주장을 재빨리 일축했다.

[“그럼 도착하고 바로 레니안느를 데리러 갈 수 있게 할게. 그동안 잠깐만 맡아줘. 레니안느는 꼭 포에닉스 쪽에서는 얌전히 있고.”]

트루스도 그제야 안심하고 통신을 끊었다.

뭐, 그런 이유로-

“실례합니다.......”

에우드는 레니안느를 열차의 특실로 데려왔다. 티켓이라던가 탑승 수속이라던가는 아까 역무원실에서 모두 완료했다.

레니안느는 겨우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의 끈을 살짝 잡곤 고개를 꾸벅였다.

일단 파벌 인원에게 보고는 해야 하므로, 특실 1호실에 도착. 당연히 모두 깜짝 놀라버렸다.

“레니안느?!”

“열차, 놓쳤어?”

“응.......”

놀라는 티아나와 차분하게 묻는 셀레나.

레니안느는 여전히 기가 좀 죽어 고개를 끄덕인다.

에우드에게 상황 설명을 들은 플로라는, 참 귀엽다는 듯 웃어버렸다.

“레니안느님도 열차 탐험이라니. 에우드님이랑 비슷하네요.”

“에, 에우드님도 열차 탐험을 했었나요?”

“그럼요, 프란시느. 처음 타실 때 어찌나 신기해하며 여러 곳을 다니셨는데요. 밤에도 또 탐험하러 가실 정도였고.”

“아하하......”

플로라와 프란시느가 키득키득 웃자, 에우드도 쓴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열차를 돌아다니는 건 의외로 재밌는걸.

레니안느는 에우드가 자신과 비슷한 일을 했었다는 것에, 고양이 눈을 반짝였다.

다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아나트 선배, 괜찮을까요...?”

“괜찮고 자시고, 이건 물을 일은 아니잖아. 난 리더인 네 판단에 따라.”

메트리의 직접적인 적대를 받았던 아나트겠지.

일단 레니안느는 포에닉스 저택까지는 함께 가기로 했다.

즉, 이제부터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레니안느와 같은 열차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아나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지만, 그래도 레니안느 쪽과는 되도록 엮이지 않으려 했다.

‘안 친한 고양이들을 만나게 한 기분이야.......’

실제론 레니안느는 에우드가 있는 2호실에 머물 테니. 막상 열차에선 이 둘이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거다.

그리고 레니안느라고 아나트를 적대하는 건 아니다. 평범하게, 아나트에게도 아무 일 없는 듯한 시선일까.

레니안느가 그나마 귀족정치 쪽에는 신경 안 쓰는 성격인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레니안느, 마음 편히 있다가 가.”

셀레나는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인지. 레니안느의 머리를 폭폭 쓰다듬었다.

역시 안 그러다가도 이럴 땐 참 장녀다울까.

원래 셀레나는 트루스에겐 거부감을 느끼지만. 레니안느한테까지는 매번 그리 나쁘게 대하진 않았다.

레니안느가 항상 자신과 티아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사교회에서도 항상 별문제 없이 마주했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남동생에게 다가오는 것만큼은 계속 경계하긴 한다만.

“응, 셀레나 언니.”

레니안느는 그런 셀레나 언니에게 꼭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셀레나는 동시에-

꼬지이이입.

“아으야야야-”

“막둥이는 나중에 나눌 말이 많아.”

“데성함다아아-”

당연히, 옆에 있는 에우드의 뺨을 꼬집는다.

상의 없이 또 일을 저지른 덕에, 혼나는 건 당연했다.

“잠깐, 그럼 레니안느, 막둥이랑 같은 방이야?!”

“그래야죠, 티아나. 2호실 인원이 더 적잖아요?”

“그으으읏.......”

티아나는 뭐라 따지고 싶었던 거 같다만. 그래도 아나트를 보곤 입만 삐죽 내밀 뿐이다.

“.......흐으응!”

“아으으아야야야-”

티아나도 에우드의 옆에 오더니, 반대쪽 뺨을 쭉 꼬집었다.

곧, 셀레나의 뺨 꼬집기 기세까지 강해진다.

에우드의 몰랑몰랑한 뺨이 양쪽으로 탄력 있게 꼬집꼬집됐다.

아마 이 꼬집기엔, 누님들의 경고와 주의 또한 담겨있을까.

즉 혹시 모를 상황에 레니안느한테 홀딱 넘어가지 말라는, 누나들의 마킹이라는 거다.

[본 열차는 포에닉시안 행. 이제 곧, 출발을 개시하겠습니다. 모든 출입문은 안전을 위해 닫힙니다.]

조금 뒤, 열차의 경적 소리가 크게 울렸다.

* * *

덜컹덜컹 소리가 오히려 차분하게 느껴지는 객실의 내부.

포에닉시안에서 출발할 때와 달리, 열차 밖은 이미 어둡게 변해 있었다.

각 객실에 들어간 승객들은, 저마다 오래 이어질 열차 여행에 눈을 붙이거나 대화를 나눠간다.

이미 마석등을 끈 객실도 여럿 있었다.

너무 소란스럽지도 않고. 또 너무 고요하지도 않고.

창밖엔 잡목림이 울창해서, 솨아솨아하는 나뭇잎 소리도 들려오고.

레일을 달리는 열차의 소리와 함께, 객실마다 전해지는 크고 작은 숨소리.

복도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잠기운이 몰려들 것 같았을까.

“에우드님, 뭘 그렇게 열심히 쓰시나요?”

그런 시간-

침대에 누워 책을 읽던 드로와가, 침대 위에서 몸을 옮겨 에우드에게 살짝 다가간다.

옆에서 같이 책을 읽던 레니안느도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생각해보니 레니안느는 모험과 영웅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지.

아무래도 드로와가 가지고 온 책 중, 그런 내용의 책이 있던 모양이다. 방금까지 꽤 얌전히 읽고 있었다.

슈가와 제시카는 한쪽에 마주 앉아,

“아무리 그래도 말조심을 해야 한다니까요.”

“주의할게요........”

“며칠 전에도 말했지만, 얼마나 제가 난감했는데요.”

“죄송함다.......”

“디에스님께도 주의사항을 더 말씀을 드려야-”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는 슈가가 제시카에게 잔소리하는 걸까.

아무래도 이젠 친해진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겠지.

말조심이라는 건.......

‘역시 신분차는 있으므로 서로 조심하자는 걸지도.’

일단 에우드는 사적인 대화는 되도록 듣지 말자고, 귀를 살짝 닫았다.(비유적 표현으로)

“이거 노트 내용이 똑같아.”

레니안느는 그새 에우드가 펼친 노트가 같은 내용임을 알아챈 모양이다.

“맞아, 똑같게 쓰고 있거든. 혹시나 잃어버릴 수도 있을까 해서.”

“필사본을 만드시는 거였군요.”

“네, 그리고 이제 겨우 거의 다 끝났어요.”

에우드는 자신의 개인 조사 노트를 새 노트로 옮겨적는 작업 중이었다.

며칠 전부터 진행하고 있던 일인데, 이번에 열차에서 아예 끝내자 싶었다.

정확히는 이번 주 초, 디에스와 처음으로 함께 도서관 조사를 할 때 추천받은 작업이었다.

(“예전에 전 졸업 논문용 자료를 적은 노트를 그대로 잃어버린 적 있었다니까요. 미리 사본을 만들지 않으면, 꽤 고생하게 돼요.”)

디에스는 그걸 정말로 소름끼쳐하며 말했다.

역시 3년 전에도 그렇고. 제시카와 마찬가지로 경험이 묻어나오는 조언이었다.

에우드도 가끔 노트를 도서관이나 자료실에 놓고 갈 뻔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러다가 진짜 잃어버리고 후회해도 늦을 테니까.

디에스의 말에 따라 새 노트에다가 필사하기로 했다.

물론 이 세상엔 마법 사본이란 것도 존재하긴 한다.

다만 그건 처음부터 ‘매직 아이템으로 구별되는 특수 종이 위에 써진 것들 한정.

포에닉스 헌터대의 자료나, 아카데미의 신문부가 내는 소식지 같은 것들 또한 마찬가지다.

덕분에 여전히 마법사본이든 필사본이든, 사본 자체의 단가는 꽤 높다.

에우드의 노트의 경우 지극히 일반적인 물건이었기에, 마법 사본은 만들 수 없었다.

무엇보다, 3년 전부터 만든 노트다 보니, 오탈자나 자료의 오류도 몇몇 있었다. 그렇기에 필사를 하면서 함께, 그것들도 차차 수정해가고 있다.

그로부터 십수 분 뒤 필사를 겨우 끝내고. 에우드는 뻐근해진 손을 스트레칭했다. 그리고는 침대 끄트머리로 가 털썩 걸터앉는다.

침대에 먼저 앉아있던 드로와와 레니안느의 몸이 들썩 튀어 올랐다. 드로와는 그것이 재밌었는지 후후훗하고 웃었다.

“맞다, 피르티는 이번 연휴에도 남는다고 하죠?”

“맞아요...... 피르티 언니, 파벌 대전 세 번 치른 이후부터, 점점 눈이 퀭해지는 거 있죠......”

드로와는 정말 안타까운 듯 말했다. 피르티는 이전부터 연휴에도 못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에우드도 이젠 아카데미 학생이 되어보니, 학생회가 얼마나 일에 치이는지 더 실감이 났다.

“시험 기간 시설 사용 수칙이나, 과제 및 평가용 비품의 배정. 게다가 며칠 전에, 갑작스레 ‘어떤 높으신 분’의 방문이 예정되어버렸다고 했거든요.”

“높으신 분?”

“일단은 다른 나라의 공주님이라고만 들었어요.”

“아, 그건 저도 들은 이야기네요.”

슈가의 잔소리가 다 끝났는지. 제시카가 쫑쫑 침대에 다가오며 말했다. 슈가는 객실 한쪽에 놓인 티 세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른 교수님들 말로는, 그 공주님의 방문을 기념해 행사도 계획되어 있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피르티가 더 바쁜 거군요.”

시험 기간이 끝나고 바로 행사라. 학생회 업무를 모르는 에우드지만, 꽤 빡빡한 스케줄인 건 확실했다. 학기 초에도 여러 행사의 예비 준비 때문에 정신없다고 하긴 했는데.

다만 그 공주 방문기념행사가 어떤 행사인지.

또 나라 차원으로 방문하는 이가 어디의 공주님인지는, 드로와와 제시카도 듣지 못한 듯하다.

‘일단 이번에 왕도에서 개헌 행사가 있다고 했으니까....... 아버지가 거기에 다녀오시면, 공주가 어디의 누군지 알 수 있으려나.’

나라 차원의 손님이라면 분명 그 자리에서 이야기가 나오거나. 혹은 아예 개헌 행사에 참석할지도 모른다.

이것에 대해선 연휴가 끝나기 전에 의외로 답이 나올지도.

에우드는 그런 식의 생각을 하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눈치 못 채는 사이-

“공주.......”

레니안느는 드로와에게 빌린 책을 꼭 끌어안으며, 아주 잠깐 표정을 찌푸렸다.

마치, 그 공주가 누군지 예상이 된다는 것 같았을까.

그러다가, 슈가가 내려온 민트향의 차를 받곤 바로 표정을 풀었다.

이 자리에서 오직 에우드만이, 그런 잠깐의 표정 변화를 눈치챘다.

* * *

어째서 열차에 탈 때마다 새벽에는 눈을 떠버리는지.

에우드는 침대에서 슬쩍 눈을 뜨곤, 창밖을 잠시 바라본다.

몸을 살짝 일으켰다.

“.......”

“.......”

“슈가, 일어나 있나요?”

“도련님의 이변을 언제나 알아채기 위해서입니다.”

“역시나.”

저번에도 일어나 있었다고 했으니까.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역시나 일어나 있었다.

포에닉스에서 받은 잠옷을 입은 슈가가, 에우드에게 다가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밤 인사인 걸까.

슈가의 잠옷이 살짝 팔랑이자, 에우드의 코끝으로 찬 공기와 함께 내음이 전해진다.

제시카와 드로와는 폭풍 수면 중이었다.

“어라......? 레니안느는-”

“30분 정도 전에 복도로 나가셨습니다.”

잠깐 일어난 레니안느가, 슈가가 일어나 있는 걸 알고 말하고 나갔다고 한다.

“......설마 탐험인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니안느는 열차를 꽤 좋아하는 거로 보인다.

게다가 포에닉시안 열차를 타는 건 처음이니까.

그만큼 더 열차를 돌아다니고 싶었던 것 같다.

확실히, 자기 전까지도 레니안느는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을 살짝살짝 보였었다.

하지만 그 이상 말은 안 하고 바로 침대에 눕길래, 에우드도 그리 신경은 못 썼다만.......

아까 나가지 않은 건, 에우드 쪽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겠지. 지금은 다들 자는 만큼, 몰래 돌아다녀 보려 한 것이리라.

레니안느의 자리를 보자, 레니안느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작은 가방이 없었다. 그것을 메고 복도에 나간 듯하다.

에우드는 미리 침대 옆에 걸어둔 외투를 집어 걸쳐 입었다.

키루미나와 만나던 날도 그랬는데, 열차 내부라 해도 이 시간엔 살짝 춥다.

물론 드림랜드에선 항상 담요도 없이 덜덜 떨었던 몸이다. 그런 만큼 에우드는 딱히 추위를 타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걸쳐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외투는 보드라우면서도, 에우드에게 약간 큰 사이즈.

강의를 다닐 땐 몸가짐 때문에 입지 않고, 기숙사에서 밤에 돌아다닐 때 사용하던 외투였다.

“도련님, 나갔다 오실 건가요?”

“적어도 지금은 제가 트루스 그 자식을 대신해서, 레니안느를 보고 있는 거니까요. 잠깐만 찾아보고 올게요.”

사실 에우드와 레니안느는 거의 동갑이라, 이런 식으로 걱정을 할 만한 사이가 아니겠다만.

그래도 레니안느를 맡은 만큼, 확인은 하러 가자 싶었다.

“그럼,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슈가는 에우드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세면장으로 뽈뽈뽈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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