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46화 (146/264)

그렇게, 사건으로만 가득했던 파벌 대전의 날은, 겨우 끝으로 향해간다.?146회

완성146.

포에닉스와 검은 사자의 대전이 끝나고, 그다음 날.

강의가 없는 휴일을 맞이해, 포에닉스 파벌 전원 알카라시아의 거리로 나와 있었다.

알카라시아 거리로 제대로 나온 것은 에우드도 처음이었다.

세련되면서 학구적인 느낌이 가득한 거리.

아카데미 학생들 이외에도 시민들이 정말 많았다.

상인들이나 여행객들, 심지어 헌터들까지.

학원도시라 불리는 알카라시아지만, 상당한 경제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역시 또 하나의 수도라 불릴 법할까.

다만 오늘은 포에닉스 파벌만이 나온 건 아니었다.

“이 골리디 상회에는 가구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찾기 좋을 거다, 에우드. 바깥 거리에도 다른 가구점들이 여럿 있으니. 여차하면 그쪽에 가도 괜찮겠지.”

“그, 그렇군요.”

“칼투스, 애들하고 뭐 군것질거리라도 사 올까?”

“좋지! 에우드, 너는 뭐가 좋냐?”

“마실 거면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러냐! 그럼 베크! 냉차 종류 여러 가지로 해서, 애들이랑 같이 인원수만큼 사와!”

“예입. 칼투스 리더.”

무려 검은 사자 파벌과 함께 아지트에 놓을 인테리어를 살피고 있었다.

오늘의 스케줄은 바로, ‘포에닉스 아지트의 가구 구입’.

즉, 검은 사자가 포에닉스에게 패배한 대가를 지불하는 날이었다.

어제 검은 사자 파벌 전원에게 감사와 사과를 받으며, 동시에 기획된 스케쥴이었다.

* * *

현재 위치는 알카라시아 거리에 있는 골리디 가구 상회의 분점.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케인즈와 달리, 오로지 가구만 전문으로 다루는 상회였다.

건물은 총 5층 규모. 그 5층 전체에, 수많은 종류와 디자인의 가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을까.

포에닉스 & 검은 사자 일행의 선봉은 바로 플로라였다.

품질 좋은 가구를 찾아야하는 만큼, 상인의 눈이 진면목을 발휘할 때니 말이다.

“플로라, 이거 괜찮지 않아요?”

“어디어디....... 이런 서랍 디자인도 나쁘지 않죠. 구조도 괜찮고- 좋아요, 킵해두죠!”

“그런데 케인즈 상회는 가구도 취급하지 않나? 고향에도 가게가 있던 거로 기억하는데.”

“취급은 하지만, 알카라시아엔 저희 상회 가구점은 입점하지 않았답니다! 알카라시아는 자리 차지하기가 의외로 힘들어요.”

“아쉬워라!”

“뭐, 다른 가구점도 많으니까요! 오늘은 마음에 드는 건 전부 볼 테니까, 이대로 한 번 계속 돌아보죠!”

“““예에에에에!”””

검은 사자 여학생들도, 플로라와 함께 가구를 찾아간다.

정말 플로라하고는 다들 어느새 친해졌는지. 같은 파벌이라 해도 될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었다.

이건 플로라의 친화력이 높다고 해야 할까.

그 외에도, 케인즈 상회의 인기는 검은 사자에게도 상당하다니 말이다.

저번 키루미나의 반응도 그렇고.

수인 여학생들은 케인즈의 차기 후계자인 플로라를 동경하는 면이 있다고.

그런만큼 이제 파벌 대전도 끝났으니,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걸 팍팍 드러내는 것이다.

“에우드님! 아지트의 전체 분위기는 이 플로라에게 맡겨주세요! 이미 계획은 다 되어 있으니까요!”

“부, 부탁드려요, 플로라.”

“엘프의 나라 뺨치도록 멋지게 꾸며볼게요!”

플로라는 이미 아지트를 어떤 식으로 꾸밀지, 어떤 분위기로 맞출지 등 계획을 끝냈다.

아무래도 목표는, 엘프의 나라 아트녹스의 인테리어을 이기는 것일까. 아트녹스는 심미적인 디자인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니 말이다.

근데 오늘은 분명 포에닉스 파벌의 인테리어를 고르는 거다만.

검은 사자 여학생들도, 모두 플로라와 함께 흥미롭게 가구를 고르고 있었다.

“뭐, 우린 선배들이 사용하던 걸 받아서 사용해오기만 했으니 말이죠. 다들 이런 거에 조금 동경하는 게 있었을 거예요.”

테르미는 방금 베크라는 학생이 사 온 음료를 에우드에게 건넸다. 에우드가 그것을 호로록 마시자, 시원한 단맛이 청량감 가득 목을 넘어갔다.

테르미의 말로는, 검은 사자의 아지트는 받을 때부터 완성형태. 덕분에 근 10년간은, 멤버들이 아지트를 꾸밀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해봤자 화분이나 액자같이 작은 장식품을 가져오는 것 정도라나.

그러다 보니, 오늘처럼 포에닉스의 아지트를 꾸미는 기획에 흥미를 느낀 것이다.

“뭐, 칼투스 리더가 전부 다 내는 거니까!”

“파벌 예산은 쓰지 않는 거니까, 마음껏 골라봐야지!”

물주도 칼투스로 확정된 덕에, 검은 사자 멤버들 모두, 더욱 거침없이 가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칼투스도 그 말을 들으며 크하하 크게 웃었다.

칼투스는 이번 대전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인정.

그렇기에 가구값을 파벌 예산이 아닌, 자신의 돈으로 직접 내기로 했다.

“칼투스! 예산은 얼마까지야!?”

“저금한 거 파산 직전까지 가도 돼!?”

“벌써 예산을 묻다니, 대체 얼마짜리를 보고 있는 거야!? 일단 나한테 가격은 말해주고 봐!”

파벌 여학생들의 말에, 칼투스가 당혹스럽게 답했다.

그래도 가격을 확인하면서, 딱히 안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검은 사자 일족, 그 족장의 둘째 아들인 만큼 모아둔 돈이 많다나.

그리고 현재 티아나와 드로와는 아지트에 놓을 책장과 책상을 확인하러.

셀레나와 프란시느는 연습용 장비들을 놓을 가구를 찾으러, 잠시 주변에 퍼져 있었다.

상회가 넓다 보니, 같은 층에도 여러 종류의 가구가 많았다.

곧, 에우드는 가구의 가격을 확인하고 온 칼투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칼투스 선배, 그런데 몸은 괜찮아요? .......심장 쪽이라던가.”

어제 정말로,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는 기세로 때려버렸으니.

에우드라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보다 에우드는 이제 됐다 싶어, 칼투스에겐 그냥 존댓말로 말하고 있었다.

칼투스는 ‘너 정도 남자가 존대를 하지 않아도 돼.’라며, 언제든 바꿔달라고 했지만.

“사실 아직 웃을 때마다 아프지! 그래도, 의료부에서 쉰 덕분에 웬만큼 통증은 가셨어.”

“웃을 때마다 아프다면서 계속 웃는 건 뭐야, 칼투스. ......정말 바보야, 바보.”

테르미는 툴툴거리면서도, 안도를 담아 말했다.

테르미 또한 아나트에게 엄청나게 당했다만. 그래도 이제 아픈 건 거의 없다고 한다.

필드의 보호도 있었고. 또 치료와 포션 복용을 병행하니, 웬만큼 나았다고.

에우드도, 어제 다쳤던 상처는 거의 남지 않았다.

역시 아카데미 의료부는 대단하다.

그리고 어제의 파라노이아 사태.

칼투스는 전부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필드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어렴풋이 떠오른다고 한다.

역시 에우드의 예상대로, 칼투스의 의식은 남아있었다.

에우드가 해결해준 것 또한, 멎어가는 의식 끝에서 보고 있었다고.

그렇기에, 어제 병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그것도 파벌 전원을 끌고 와서, 다 함께 최대의 사죄와 감사.

덕분에 어제 느꼈던 당혹스러움은, 에우드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칼투스는 ‘인정받아야 한다’며, 감정을 시꺼멓게 드러낸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기억이 모호한지라 뭐라고 말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칼투스는 자신이 상당히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때문에 에우드는 칼투스를 배려하여, 그쪽에 대해선 최대한 건드리지 말자 싶었다.

뭐, 그래도-

“너무 거기에 신경 안 써줘도 돼.”

칼투스는 뭔가 속이 풀린 듯 그렇게 말했다.

옆에서 테르미 또한 고개를 꼭꼭 끄덕였다.

둘 다 에우드의 배려를 알아챘던 걸까.

적어도 칼투스 또한 뭔가의 심경 변화가 있었음을, 에우드는 알 수 있었다.

언젠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

“어쨌든, 다 네가 그걸 떼어낼 때, 최대한 내 피해를 줄여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야. .......거듭 말하지만. 구해줘서 정말로 고맙다, 에우드.”

칼투스는 에우드에게 고개를 다시 크게 숙였다.

이것도 벌써 어제오늘로 스무 번은 넘게 들은 감사다.

질투 많고, 질기고, 귀찮은 남자지만. 에우드는 이 우직한 사자를 차마 미워할 수가 없었다.

“둘 다 무사하고. 또 이렇게 가구도 받게 됐는데, 이걸로 된 거죠.”

“물론이지. 그것이 약속. 오늘 포에닉스 아지트의 인테리어는 모두 맡겨둬. 뭐, 맡겨두라고 해도, 내가 아니라 애들이 고르게 됐다만.”

“전 칼투스 선배가 물주님이 되어주시는 거로 충분해요.”

“카하하핫! 귀족답지 않은 말은 하는구나, 넌!”

호쾌하게 웃는 칼투스.

그러나 곧바로, 그 표정은 진중한 색으로 바뀌었다.

“일단....... 가장 확실한 건 시합 이틀 전.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그 안개에게 당했다는 거겠지.”

“그때 말곤, 칼투스 네게 뭔가 변화가 있던 게 없었으니까.”

테르미의 말에, 칼투스는 눈을 번뜩이며 분노를 보였다.

칼투스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 무언가 조작을 당했다는 것에,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듯하다. 테르미 또한 그 옆에서 조용히 이빨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복수해주고 싶군. 검은 사자는, 당했던 치욕을 잊지 않는다.”

“잘 알고 있죠. 덕분에 파벌 대전을 했던 거고.”

“카하하핫! 그랬었지, 정말!”

칼투스는 에우드의 말에 크게 또 웃어버렸다.

“그런데 칼투스 선배, 혹시 그때 상황은 기억나세요?”

그때의 상황-

칼투스가 처음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의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어.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누군가 말을 건 거 같았는데. 순식간에 쓰러졌으니까.”

칼투스는 기억을 되새겨 보지만, 역시 떠오르지 않는 듯했다.

자기도 그날 그냥 뭔가 상태가 나빠서 쓰러진 줄 알았다고.

안개와 접촉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한다.

“쓰러졌던 시점에서 이상한 걸 느끼는 게 맞잖아, 바보.”

“.......면목이 없다, 테르미.”

테르미의 꾸중에, 칼투스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에우드는 이 두 사자 남녀의 모습에, 묘하게 키루미나와 사울드가 떠올라버렸다.

수인족 파벌의 리더들은 다들 여자에게 참 약했다.

‘근데 그때의 기억이 안 난다는 건....... 파라노이아가 뭔가의 조작한 건가.’

가뜩이나 에우드도 그 안개에서 파라노이아의 ‘그림자 같은 모습’만 본 게 끝이다.

그렇기에 되도록 파라노이아 목격정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니지.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

지금은, 5년 전처럼 끝나지 않았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리라. 에우드는 고개를 붕붕 돌린 후, 다시 쇼핑에 집중하자 싶었다.

마침 까칠삐쟁이 부엉이- 와이즈는 또 포에닉시안으로 향했고.

두 도시를 왕복한 지 며칠 만에, 다시 포에닉시안으로 보내는 게 너무 미안했다만.

그래도 다행히 와이즈 또한 물주에게 이변이 있던 걸 알아챘기 때문일까. 투정하는 것 없이, 삼남매의 보고 편지를 들고 저택으로 향했다.

보고에 적힌 내용에 대해선, 이후 저택에 돌아가 더욱 깊게 이야기를 나누리라.

.......그리고 갈레아 고아원에 대한 이야기도.

“에우드. 그 안개는, 너와도 뭔가 관계가 있는 거지?”

갑작스레 다가온 칼투스의 물음에, 에우드는 짧게 생각을 거듭했다.

기억이 조금 남아있다- 즉, 파라노이아와 에우드의 대화도, 어렴풋이 들었을 테지.

분위기상, ‘고아원’이나 ‘머더 메이지’에 대해선 못 들은 거 같았다만.

에우드는 칼투스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칼투스는 에우드의 표정을 보곤 조용히 “그렇군, 역시.”라고 말했다.

다만 그 이상으로, 칼투스는 에우드에게 묻진 않았다.

에우드가 칼투스의 시꺼먼 감정을 배려한 것처럼.

칼투스도 굳이 에우드를 캐물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 쪽도 만약 뭔가 기억난다면, 바로 말을 전해줄게. 그리고 혹시나 단서를 잡는다면........ 에우드, 우리에게도 말해줬으면 해. 당장 달려갈 테니.”

그저 치욕을 갚을 기회가 오면 불러달라고, 그것만을 전한다. 역시 검은 사자. 당한 건 잊지 않는 일족이다.

“또, 포에닉스에 난감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우리 검은 사자는, 이제 너희를 친구로서 여기고 도우러 갈 테니.”

그와 함께, 칼투스는 은혜를 갚을 기회 또한 말해주길 부탁했다.

“......꼭 부를게요, 칼투스 선배.”

“좋아. 그거면 됐어.”

칼투스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조금 뒤 에우드는, 옆에서 초조히 머리를 매만지는 소녀에게 눈을 돌렸다.

“그런데 아나트 선배, 그렇게 떨 거 없다니까요.......”

“떠는 거 아니거든......?! 조, 조금 난감해서 그런 거뿐이야!”

아나트의 곱슬곱슬한 단발머리가, 손가락에 맞춰 꼬불꼬불 말려간다. 떠는 게 아니라곤 하지만, 꽤나 설득력 없는 목소리다.

“저희 아버지가 나쁜 말을 하려고 부르는 건 아니니까요.”

“으읏.......”

아나트가 떠는 이유는 즉슨, 가레스가 자신을 초대한 것 때문이었다.

원래는 대전에 집중 못 할까 봐, 전서에 대해서는 말을 보류하고 있었는데.

아까 출발 전에 삼남매에게 내용을 듣고서부터, 이렇게 떨기 시작했다.

“.......가서 무슨 일을 당하는 걸까.”

“포에닉스 저택은 그렇게 무서운 곳이 아니에요.......”

“고, 고문당하는 일은.......!”

“안 한다니깐요.”

아나트의 반응을 보며, 에우드는 역시 미리 말하지 않길 잘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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