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39화 (139/264)

정체 모를 ‘검은 안개’가 칼투스를 덮친 건, 그로부터 10분 뒤의 일이었다.?139회

검은 안개139.

이윽고 날짜는 다가와 파벌 대전의 당일.

이번에도 당연, 콜로세움은 수많은 인원으로 북적여간다.

특히나 바로 다음 날이 강의가 없는 날이니까.

메트리 VS 온트라스 때와 동등하면 동등했지, 절대 덜하지 않으리라.

“메트리! 메트리도 관객석에 왔어!”

“저번에 패배한 온트라스도 동행중이야!”

“이가리트랑 그리피너도 온 건가!”

“다스트 선배 표정 무서워!”

“여러 수인 파벌들도 전부 찾아온 거 같은데?!”

차례차례 집단으로 들어오는 파벌들의 모습에, 학생들의 감탄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제시카는 콜로세움 상층에서 보고 있었다.

원래 교수들이라 해도, 일반 관객석에 앉게 되어있다.

이 상층은 관계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장소.

‘공인 참관인’들만이 앉는 자리다.

즉-

“히야....... 콜로세움이 이런 식으로 보수되었군요. 뭔가 감회가 새롭네.......! 그리고 저도 이 자리에 앉다니. 더 신기하네요.”

제시카를 포함한 ‘교수 셋’은, 오늘의 파벌 대전의 공식 참관인으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다.

뭐, 공식 참관인은 원래 최소한의 증인들이자, 공정한 판정을 위해 선정하는 이들이지만. 이 정도의 인파가 있으면 약간 의미가 퇴색될까.

제시카로서는 높은 자리에서 도련님 아가씨들의 시합을 볼 수 있어서, 뭐든 좋았지만.

“그런데- 슈가. 조금 진정해요.”

“(덜덜덜덜)”

“표정은 그대로인데, 너무 떨고 있지 않나요?!”

“하, 하지만.......”

제시카의 사용인 역인 슈가는, 쿨한 표정 그대로 몸을 떨었다.

대범하겐 보여도 의외로 마음 여린 게 슈가다.

덕분에 도련님이 이런 무대에서 싸운다는 것에, 자기 일처럼 긴장하는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 모시던 아가씨까지 있고.

사실 제시카도 긴장하지 않았다 하면 거짓말이지만.

심지어 가구가 걸린 대신, 지면 에우드가 상대 파벌 리더의 부하 역할이 된다니.

제시카는 공식 참관인이 되며 받은, 파벌 대전 서류를 보며 골머리를 앓았다.

관객석에서도 이제 막, 양측이 건 대가가 퍼져가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은 더더욱 커져 간다.

부하- 서류에 적혀있기로 정확히는, ‘패배 시,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는 칼투스 반타레오 및 파벌 인원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대가란 말인가.

아무리 걸 게 없어도 자기 자신을 걸게 하다니.

두 누님이 거기에 OK 사인을 보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당연히 도련님 본인의 판단이겠지.

이 포에닉스 막내 도련님은, 항상 자신을 너무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이런 조건이 걸렸는데, 저번 강의에서 태연하게 집중하고 있던 것인가.

‘아니, 저택에서처럼 제 강의에 집중해주셔서 좋지만! 그게 우리 도련님의 귀여운 점이지만-! 좀!!’

어쨌든 저택이었으면 제시카도 에우드에게 잔소리했을 것이다.

이걸 조안이 들었다면 바로 무릎 꿇고 벌서기였을 것이다.

덕분에 결국 지켜보는 입장인 만큼 떨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졸업생인 제시카는, 각 파벌 리더들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알고 있다.

현재 현역 S급 이상의 네임드 헌터들.

그들 중에서도, 과거엔 아카데미의 대형 파벌이나 비공인 세력의 리더 출신이 상당하다.

그리고 리더 경험을 살려, 길드나 가문과는 별개로 ‘클랜’을 만드는 이들도 있을 정도고.

역시 아카데미. 천재와 수재들의 보고다.

그리고 오늘 도련님이 상대할 학생은, 명실상부 그 천재 중 한 명이다.

“아, 슈가 때문에 저도 괜히 떨리잖아요.......!”

한때, 천재들조차 두려움에 떨게 했던 ‘불지옥의 마술사’는 메이드와 함께 몸을 오돌돌 떨어본다.

“후훗, 포에닉스 분들은 정말 보기만 해도 즐겁네요.”

“앗! 죄, 죄송해요, 디에스 교수님. 너무 소란을 피워버렸네요.”

“아뇨아뇨, 전혀. 전 오히려 이런 소란스러운 분위기도 참 좋아한답니다.”

오늘의 참관인 중 또 다른 한 명.

디에스 엘루 유펠하이넴은 뱀 문양 쥘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 옆에는 같은 참관인으로서, 엘토가 앉아있었다. 분명 디에스의 집사 역할도 하는 교수였다. 엘토는 제시카와 슈가에게 조용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일반 교수에게도, 사용인에게도, 이 엘토라는 이는 차별 없이 예를 취했다. 분명 알베르토 못지않은 신사이겠지.

“서로 옆방인데도 의외로 접점이 없었으니까요, 제시카 교수님. 이참에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답니다.”

“저, 저야말로!”

.......사실 접점만 없을 뿐.

제시카와 슈가는, 디에스와 엘토의 기묘한 대화를 몇 번이고 들었다만. 주로 엘토가 잔소리를 하는 대화로 말이다.

“어흠어흠.......!”

엘토는 그걸 알고 있는지, 잠시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졸업 날짜를 계산해보면.

제시카가 졸업반이던 시절, 디에스는 이제 막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입생이었다.

덕분에 제시카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불지옥의 마술사 활동 기간은, ‘제시카의 2년 차~4년 차’ 재학 동안이었으니 말이다.

만약에 제시카가 1년이라도 늦게 졸업했다면, 자신의 흑역사를 이 귀족 영애도 봐버렸겠지.

물론 디에스도 소문은 이미 들었겠다만.

솔직히 제시카는, 수인들 사이에서 아직도 자신의 별명이 회자될 줄은 몰랐다.

“사실 예전에 제시카 교수님을 멀리서 봤었답니다.”

“네힉?!”

제시카는 이미 흑역사가 들켰나 싶어 식겁했다.

“사용인분, 슈가씨 또한 말이죠. 과거 메트리 사교회 때,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답니다. 그로부터 3년, 이렇게 대화할 수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

어쩐지 언젠가 했더니.

그 격동의 자리에서 본 거였다.

슈가 또한 그땐 토르랑 쪽에서 사교회에 왔었으니 말이다.

제시카는 마음속으로 겨우 안도했다. 디에스는 키득키득 한 번 더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경기장을 바라본다.

“그런데 에우드도 참, 어쩌다가 자신을 걸어버렸을까요.”

“아하하....... 그러니 말이죠.”

디에스가 걱정스레 뺨을 만지며 말하는 것에, 제시카도 슈가도 참 난처하게 공감한다.

“하아...... 제가 재학생이었다면, 유펠하이넴 파벌 전원을 끌고 가서, 당장이라도 같은 조건으로 대전을 받아들였을 텐데.”

““.......네?””

“이기면 에우드가 부하라뇨, 정말...... 에우드가 부하....... 마음대로, 내, 내, 마음대로.......?! 하아하아.......!!”

디에스의 표정이 갑자기 황홀하게 변해갔다.

“아가씨. 제발. 잘 가다가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순간 뭔가 이상한 말이 들려온 거 같았는데.

어느새 엘토가 손수건을 꺼내 디에스의 입을 살짝 틀어막았다.

곧 디에스도 어흠 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정정했다.

“그, 그러고 보니 제시카 교수님은 에우드의 아카데미 입시 전문 교사였다고 하셨는데.”

“아, 도중부터는 그런 식으로 했었죠. 정확히는 삼남매분들의 마법 교사 위치지만, 입시공부에선 교사들이 서로 역할을 나눴으니까요.”

“그렇군요. .......흐음. 보충 수업도 많이 하셨다고.”

“네? 아, 넵. 도련님은 배우는 의지가 출중하셔서.......”

사실 그건 제시카 쪽에서 원한 것도 있다만.

진도를 다 나간 날엔, 슈가까지 함께 모여 잡담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흐음흐음.......!”

디에스는 어느새 또 양 뺨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부러움과 흥미가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제시카 교수님. .......아니, 제시카.”

“으잉?”

디에스의 갑작스런 말놓기에, 제시카까 깜짝.

디에스는 쥘부채를 접으며 제시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요. 그거예요. 꼭 듣고 싶어요. 어떤 식으로 밤의 수업을 했는지......! 어떤 반응이었는지, 어떤 강의를 하면, 에우드가 더 다양한 표정을 지을지를.......!”

“어, 넵? 네엡?”

“맞아, 그래요.......! 오늘 밤, 혹시 제 방에 와주시지 않겠어요?! 부디 에우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죄송합니다. 우리 아가씨가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아가씨라서 죄송합니다. 제시카 교수님. 슈가씨.”

곧바로 엘토에 의해 디에스의 입이 다시 틀어막힌다.

그 와중에도 디에스는 팔을 붕붕 흔들며 엘토에게 투정을 부린다.

제시카와 슈가는 순간 뭔 일이 일어났나 싶어서 어리둥절했다.

“역, 역시 꽤 특이한 분이시네요......”

“특이한 분이시군요.......”

어느새 떨림은 가신 채, 제시카와 슈가는 그것을 속닥속닥 이야기 나눴다.

그러다 슈가가 제시카를 슬쩍 바라봤다.

“......잉? 왜요, 슈가?”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감입니다만. 분명히 제시카, 디에스님하고 쿵짝 잘 맞을 겁니다.”

“네?”

“확실합니다. 두 분 다 ‘성향’이 똑같아요.”

“슈가, 뭔가 말에 가시가 돋쳐 있는데요.......?!”

슈가의 말에, 제시카가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취향 위험한 어른들에게서 도련님을 지키는 것 또한 제 사명이군요.’

그 사이 슈가는, 불순한 어른들 사이에서 도련님을 지키자고 다짐한다.

물론- 일단은 이번 대전부터 무사히 끝나야겠지.

* * *

[“포에닉스 VS 검은 사자, 파벌 대전! 규칙은 ‘태그전’! 선발 선수들은 필드 위로 올라와 주시길!”]

이번에도 시작된 피르티의 중계에, 관객석이 일제히 시선을 집중한다.

파벌 대전에서도, ‘1VS1 대장전’ 다음으로 가장 인원이 적은 대전이다.

그만큼, 리더의 파트너로 누가 나오느냐는 상당한 관심사였다.

“나온다!”

“포에닉스 측 태그팀과, 검은 사자측 태그팀!”

“검은 사자는.......! 역시 테르미가 파트너다!”

좌측 대기실에서 나온 칼투스와 테르미.

두 사람은 이번 세대 검은 사자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는 남녀 페어니 말이다.

“칼투스.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아, 괜찮다니깐. 너야말로 역할에 충실히 하라고, 테르미.”

칼투스는 가죽 보호 장구를 낀 주먹.

테르미는 두 자루의 숏 소드.

서로가 무기로 삼을 것을 정비하며, 검은 사자 리더와 서브 리더가 티격태격 대화를 나눴다.

“대체 얼마나 준비를 열심히 했길래, 엊그제엔 길바닥에서 자고 있던 거야?”

“아니, 그건 진짜 나도 모르겠다니까.......”

이틀 전. 분명 테르미 쪽 훈련장에 간다던 칼투스가, 바닥에 정신없이 쓰러져 있었으니 말이다.

정작 칼투스는 왜 쓰러졌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차라리 다른 수인족 파벌에게 습격당한 거라면, 칼투스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칼투스의 뒤끝은 상당하니까, 잊을 리는 없으리라.

그렇다면 정말로 빈혈이라던가, ‘정체 모를 것에 당했다’는 이야기인데.

칼투스에게 빈혈이란 말은, 검은 사자 일족이 채식을 한다는 것 이상으로 말이 안 되는 말이고.

어쨌든 지금은 또 괜찮다고 하니, 테르미로선 더 따질 순 없었을 테지.

“정말, 가뜩이나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싸우게 됐는데. 믿음직스러운 행동을 좀 하라고, 믿음직스러운 행동을.”

“시, 시끄럽네! 일단 오늘 이기면 되는 거야! 싸움에서의 승리가, 곧 프라이드에게 보여줄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행동!”

칼투스는 자신의 양 주먹을, 굉음을 내며 맞댄다.

“그게, 검은 사자다!”

“에휴....... 그런 거 딱히 안 해도, 애들 마음이 막 바뀌거나 하진 않는데.”

“응? 테르미, 뭐라 했어?”

“됐어.”

칼투스의 되물음에, 테르미는 됐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린다.

그리고 조금 뒤-

반대 측에서, 포에닉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흐응.......! 그렇군, 그 태그팀으로 오는 건가, 에우드!”

“......그르르르르르!!”

포에닉스 측을 본 즉시. 칼투스에 더불어- 테르미 또한 검은 사자답게 송곳니를 드러낸다.

평소 냉정함을 유지하는 테르미지만, 그녀의 맹수 성향은 칼투스 못지않다.

“에우드, 포에닉스 막내의 파트너는.......!”

“포에닉스의 검성이 아냐!!”

“‘공식전의 악마’!”

“아나트 토르랑이다!”

에우드는 포에닉스의 검과 지팡이- ‘아쿠아 팽’.

아나트는 칠흑의 나이프와 그 외 다수의 근접전 전용 나이프들.

전투의 준비를 모두 끝낸 포에닉스 태그가 필드로 나온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나트 선배.”

“부탁할 건 내 쪽이지. 오늘 후딱 이겨서 파벌 자산부터 늘리자고.”

아나트는 칠흑의 나이프를 한 번 빙글빙글 돌리며 손을 풀었다.

“모처럼 가입했는데, 이대로 포에닉스 파벌이 빈털터리인 상태면 모양이 안 사니까.”

“......저희 적당적당 아버지 때문에 죄송해요.”

“아,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농담이에요. 아, 적당적당은 진짜지만.”

농담스레 나눈 대화에, 에우드도 아나트도 서로 큭큭.

처음 마주했을 때와는 정말로 다른 느낌이었을까.

곧바로 에우드와 아나트 또한 바로 수 미터 앞에 선 검은 사자 파벌을 향해 마주 선다.

“흐응-! 네놈이 나오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아니 잠깐, 당신도 방금 나왔잖아.”

“이 대전이 끝나면, 네놈을 부하로 삼고, 아지트에서 환영식을 벌여주마!”

칼투스 반타레오. 오늘도 묘하게 친목 넘치는 사자다.

물론- 친목은 거기까지.

“기대하도록......!”

크르르르르르르르-!!

전투를 앞둔 검은 사자는, 사냥의 기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양측, 시합 위치로-!!”]

피르티의 시합 준비 선언이 재차 울렸다.

* * *

그리고, 그때였다.

‘......어라?’

자리로 이동하는 순간.

에우드는 일순 필드 위에서 이상한 ‘냄새’를 느끼곤, 고개를 갸웃했다.

진흙과 오물이 뒤섞이는 고약한 냄새.

악의와 살의가 엉키면서, 또 한편 꿈과도 같은 모호한 냄새.

.......그것은.

에우드가 언젠가 느꼈던 냄새와 비슷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짧은 기시감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착각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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