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회
메트리 파벌131.
메트리의 승리. 온트라스의 메트리 합병.
그 외에도 요동과 긴장의 공기를 띄는 파벌들의 움직임.
하지만 그와 동등하게 이슈를 일으킨 것이 바로, 포에닉스의 완성이었다.
포에닉스의 막내-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의 선언으로, 아나트 토르랑이 가입했음이 확실해졌다.
공식전이 벌어지는 콜로세움에는 수많은 학생이 모인다.
견제와 조사를 위한 다수의 파벌도.
또는 순전히 귀족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개개인도.
그만큼 콜로세움에서 사건이 터지면, 그 확산속도는 평소보다도 훨씬 빠르다. 아카데미 전체에, 오늘 콜로세움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일파만파 퍼져 갔다.
그리고 그 사건을 일으킨 에우드는-
“죄송합니다아아아.......”
혼났습니다. 당연히 엄청 혼났습니다.
기세로 말해버린 건 에우드도 인정하는 바.
덕분에 지금 에우드는 누나들에게, 말대답 없이 콕콕 벌 받고 있었다.
“에우드, 흔들리고 있어. 안락함을 유지하도록.”
“언니, 그다음은 나.”
아니, 콕콕보단 꾹꾹에 꼭꼭일까.
소란을 벗어나 무사히 도착한 두 누나의 방에서, 어느새 에우드 의자가 되어있었다.
두 누나의 에우드 체벌이라나.
매끈한 바닥에 다리를 L자로 하여 엎드린 후, 셀레나를 등 위에 올려두고 있다.
다음 차례로는 티아나가 확정이다.
에우드의 체력으로는 그리 문제는 없지만...... 일단 혼난다는 상황이 더 중요하겠지.
드로와와 프란시느가, 참 난감하게 그것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10대 귀족 도련님이지 않은가.
그런 도련님이 의자가 된다는 건, 정말 보기 힘든 모습이다.
“에, 에우드님 의자.......! 좋, 좋네요, 왠지.......!”
“프란시느?!”
어째서인지 프란시느가 부럽게 바라본다.
그런 프란시느를, 드로와가 어리둥절하며 돌아봤다.
“아하하, 저질러주셨으니까요. 에우드님도 정말.”
플로라도 에우드의 뺨을 콕콕 찌르며 혼냈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낸다.
일전에 피르티에게 받은 파벌 신청 서류였다.
“-뭐, 그런 의미로 이제 피할 수 없네요. 당신도 받아들여요, 아나트 토르랑.”
플로라는 꽤나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봤다.
방에 끌려오다시피 온 아나트는, 그 서류를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나트로서도 참 묘한 상황이다.
분명 최선책의 성공- 이라고까진 할 수 없을까.
아나트에게 최선책이란, 포에닉스 파벌의 가입과 함께 에우드와 동맹을 맺는 것.
두 막내가 서로 가문의 당주가 되도록,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선책에서 50%밖에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계획도로 따지면, 다소 부족함이 있을 테지.
그렇다고 해서, 차선책이라고 이미 제대로 기능할 건 얼마 없지만.
콜로세움에서 있던 일이 퍼진 만큼, 지금 아나트의 상황은 참으로 더 복잡해졌다. 동아줄이 엉키다 못해, 송두리째 뽑혀갔다.
결국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은, 눈앞의 것 하나뿐.
상식적으로는 잡는 게 옳겠지.
하지만.......
“그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
아나트라고 쉽사리 “넵, 감사합니다.”라고 받을 수 없었다.
아나트는 잠시 고개를 돌려, 의자가 된 에우드를 봤다.
셀레나를 등 위에 얹고 있던 에우드도 고개를 돌렸다.
그 체벌 모양새가 묘한 것에 아나트는 순간 웃을 뻔했다만.
그래도 분위기도 있고. ‘아직 자신은 외부인’이니, 최대한 꾹 참고 말을 잇는다.
“왜 갑자기 파벌에 날 넣겠다고 한 거야? 어제, 분명 조건은 거절하지 않았어?”
“.......”
에우드는 아나트의 질문에 말을 고르려 했다.
그 사이 아나트가 말을 바로 이어갔다.
“권유는 고마워. 나도 이제 상황이 안 좋으니까. 정말 필요한 도움이야. 하지만-”
아나트는, 어쩌면 남은 동아줄마저 놓아버릴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했다.
“만약 현재의 내 처지를 동정해서. 아까 내 처지를 동정해서 결정을 내린 거라면, 난 이 권유를 마냥 받을 수 없어.”
파벌 가입은 대등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아나트가 포에닉스 파벌에 들어갈지언정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째서 자신이, 지금까지 아카데미에서 악착같이 싸워왔는데.
어째서 자신이, ‘아나트 토르랑’이라는 존재를 강인하고 무자비하게 어필해왔는데.
비굴하게 동정을 받아 파벌의 하위로 들어서봤자,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나트는 언제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영입했을 때의 가치를 확실하게 알려야 했다.
그저 숫자 채우기나 밑바닥 역할로는, 분가를 방어할 수 없다.
만약 정말로 이 가입 권유가 에우드의 동정이라면.
메이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저 감정이 움직인 거라면.
그저 아까 앨리스에게 밀리던 자신이 딱해, 에우드가 이름 한 칸의 자비를 베푼 거라면.
아나트는 이 권유를 받아선 안 됐다.
대등함을 보이지 못한 파벌 가입은, 한낱 동아리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자 에우드는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아뇨, 동정은 아니었는데요.”
“.......뭐?”
“그 앨리스란 사람 언동이 약간 짜증 나서, 기세에 맡겨 말한 건 맞지만.”
에우드는 여전히 의자 자세로 아나트에게 말을 잇는다.
“저는 어제 봤을 때부터 선배- 아나트 토르랑이라는 사람이 괜찮다고 여겼으니까요.”
“괜찮.......? 내, 내가?”
“슈가도 이전부터 아나트 선배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했고요. 제가 보기에도........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거짓 없는 사실이었다.
토르랑을 혐오하는 에우드이지만.
그래도 에우드는 아나트에게 결코 부정적인 감정은 못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또 저도 실제로, 어제 그 뒤로 더 이야기를 나누고도 싶었고요. 그럼 이야기는, 파벌에 들어오고 나서 해도 늦진 않잖아요?”
“.......!!”
아나트는 그 말에 숨을 크게 들이 쉬어버렸다.
아마 아나트도 모르는 사이, 얼굴이 조금 빨개졌으리라.
에우드는 의자 상태로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공식전의 악마’라면서 실력도 충분하다고 하시니까아얏!”
콩콩!
다만 말하던 도중, 어째서인지 셀레나에게 꿀밤을 맞았다. 그것도 2연속으로.
셀레나는 볼을 살짝 부풀린 후, 에우드의 등 뒤에서 내려온다.
이어서 티아나가 에우드의 위로 폴짝 오른다.
셀레나와 같이 뚱하게 볼을 부풀리곤, 등 위에서 에우드의 귀를 꼭꼭 잡아당기며 묘한 감정을 분출한다.
“-막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어.”
에우드에게서 내려온 셀레나가, 아나트를 보며 말했다.
“다른 멤버는 물론, 두 누나의 의견까지 묵살하고 혼자 결정을 내렸을 정도야.”
“묵살이라니 셀레나 누나........”
“에우드는 잠깐 가만히 있어.”
“네에에.......”
에우드에게 흥 소리를 낸 후, 셀레나는 아나트에게 펜 하나를 건넨다.
그것은 가레스가 사용하던 것과 같은 펜.
포에닉스의 붉은 깃털 펜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네 몫이야. 강요는 하지 않아.”
포에닉스의 검성은 막내에게 서운하면서도, 또한 막내의 판단을 존중한 거겠지.
“-일단, 우리쪽에서도 먼저 확실히 말하겠는데.”
셀레나의 말에 끄덕이던 티아나는, 에우드의 등 위에서 다리를 붕붕 흔들었다.
“‘토르랑’이 포에닉스 파벌에 들어오는 게 아니야. ‘아나트 토르랑’이 파벌에 들어오는 거야. 네 오빠, 잭스 토르랑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꼭 인지하고 있어.”
“.......오히려 그건 원하는 바야.”
아나트는 티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토르랑’ 전체와 손을 잡는 거였다면 아나트도 난감했다. 지금 티아나가 말한 건, 아나트의 목표와도 부합했다.
“저, 저, 필요하시다면 이걸.”
드로와는 평소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잉크를 꺼냈다.
그것을 아나트에게 조심스레 건넨다.
“고마워, 드로와. .......그래, 여기까지 들었는데, 물러날 순 없겠지.”
사가가각-!
세련된 글씨로 경쾌하게, 아나트는 포에닉스 파벌의 일곱 번째 칸에 글씨를 휘갈긴다.
“토르랑 가문 막내, 아나트 토르랑. 포에닉스 파벌의 가입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자존심 말곤 남지 않은 자신의 이름을, 그곳에 새겼다.
무사히 아나트가 영입된 것에, 에우드는 약간의 안도를 내쉬었다.
‘맞아, 이따 슈가하고 제시카한테도 보고 해야겠네.’
에우드는 이따 와이즈에게 쪽지를 달아 보내자고, 의자 상태로 생각했다.
“에우드. 균형.”(휘청휘청)
“넵.”
“아직 벌은 안 끝났어.”
“넵........”
티아나는 여전히 막둥이의 위에서, 왼쪽 귀를 꼭꼭 쪼물쪼물 잡아당긴다. 셀레나는 에우드의 뺨을 콕콕 찌르며 불만스레 바라본다.
막둥이에게 여러모로 할 말은 많지만, 일단은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 * *
다음날, 에우드는 학생회관에 들렀다.
저번에 열쇠를 돌려주러 오고서 두 번째로 오는 것이었다.
뭐, 학생회관 쪽은 대부분이 행정 및 실무를 담당하니까.
얌전히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경우, 보통 이곳에 올 일은 없으리라.
결국 이걸 바꿔 말하자면-
“여기에 자주 오는 사람은, 별로 얌전하지 않은 사람이란 거군요.”
“예로부터, 파벌 소속은 다들 얌전하지 않았지.”
“아, 그, 그래도 신문부 같은 파벌도 있-”
“-걔네도 막상 뜯어보면 의외로 난리 많이 쳐, 드로와.”
“진짜요?!”
파벌들은 매년 행동이 범상치 않으니 말이다.
덕분에 학생회관에 들를 일이 자주 있다는 이야기다.
아나트 말로는, 학생회관에 세 번쯤 들릴 때부터 그 학기 평화는 물 건너간 거라나.
에우드는 현재 아나트와 드로와, 이 두 사람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 모두 작성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이 세 사람이 현재 딱 시간이 빈 덕에, 이렇게 직접 오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오는 내내 여러 시선을 받았다.
그리고 토르랑의 합류 때문인지. 이전보다도 포에닉스 측에 접촉하려는 이의 수가 줄어들었다.
특히 최초 포에닉스에 접촉하기 위해 에우드에게 도전했던 소규모 세력- 요식업 상회의 자제, 헬베스 샌밸드는.......
(시침뚝........!)
(‘아, 엄청 눈을 피하고 있어.’)
에우드가 강의실로 향하는 중 잠깐 마주쳤는데, 최대한 눈을 안 마주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간부 자리가 사라지기도 했고, 또 한편 메트리의 시선 또한 주의하는 거겠지.
어제의 분위기로 봐선, 포에닉스는 메트리를 밀어내듯 행동한 거니까.
그 외에도 어제 잭스가 쓰러진 게, 어느새 이상하게 소문이 퍼졌는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포에닉스 둘째랑 눈 마주치면 위험’이었는데.
이젠 ‘포에닉스 막내랑 눈 마주치면 초위험’이 추가되었다.
눈을 피한 건, 그런 이유도 있던 걸까.
참고로 어제 기절했던 잭스는 그대로 의무실에 실려 갔다.
지금쯤 깨어났을지도. 에우드로선 별 상관은 없다만.
곧, 복도에 걸린 회관 전체 지도를 보자, 드로와가 기쁜 반응을 보였다.
“학생회관에도 도서정보실이 따로 있네요.......!”
드로와의 뒤로 묶은 머리가 찰랑찰랑 통통거린다.
아무래도 한번 들르고 싶은 걸까.
에우드도 도서를 계속 찾고 싶었으므로, 상관은 없었다만.
그러자 아나트가 곧바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거긴 조금 다른 목적의 도서실이야.”
“아나트님, 다른 목적이라니요?”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도서실이거든.”
관계자.
즉, 일반적인 학생들은 들어갈 수 없다는 거다.
드로와는 아쉬움을 담아 고개 숙였다.
“아나트 선배, 관계자라는 건-”
“보통 아카데미 최고등급의 교수라던가. 그 교수의 조수역을 맡은 학생. 그리고 학생회장까진 들어갈 수 있다고 했나.”
아카데미의 교수에는, 그 근무기간이나 발전공헌도에 따라 등급이 다섯 가지로 주어진다고 한다.
거기서 최고등급이라면, 아카데미에서도 몇 없는 교수진.
그 정도의 제한을 둔다는 건, 상상 이상의 서적이 숨겨져 있다는 걸까.
‘포에닉스에도 희귀 도서를 모아둔 아버지의 개인 서재가 있지만.......’
저택에선, 삼남매 모두 가레스 개인 서재에 들락날락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1년 전, 가레스가 거기에 숨긴 관능 소설을 들킨 적도 있었다.
발견자는 티아나.
책은 로로나의 악력에 분쇄 당했다.
가레스도 숨겨놓고 까먹은 터라, 발견됐을 땐 정말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었다.(다가올 물리적 공포=로로나 때문에서라도.)
“그런데....... 내 가입은 포에닉스 본가에 보고된 거야?”
“보고 됐다기보다........ 지금쯤 전서는 도착했을걸요?”
파벌의 확정, 마지막 멤버에 아나트가 들어온다는 소식.
그외에도 이것저것 적어, 에우드는 어젯밤 포에닉스 쪽으로 전서를 보냈다.
배송하는 건 와이즈. 야간 퀵 배송 전문이니 말이다.
어제 제시카와 슈가에게 쪽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아마 내일이면, 와이즈도 본가의 답장을 받고 도착하리라.
그래도 알카라시아와 포에닉시안을 넘나드는 만큼, 와이즈의 고생은 보통이 아니다.
에우드가 쪽지를 다음으로 전서를 쥐여줄 때 되게 억울한 눈빛으로 보기도 했고. 부엉이지만 표정의 변화는 확실히 전해진다.
덕분에 에우드는 와이즈가 돌아오면 공물로 바칠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또 육포 다섯으로 퉁치긴 미안한데........’
에우드가 와이즈의 생각으로 잠시 키득거릴 때였다.
“저기, 에우드.”
당당하게 함께 걷던 아나트가, 아주 잠깐 머뭇거리며 에우드에게 물었다.
“.......너희, 혹시 혼나지 않을까.”
토르랑을 파벌에 넣었다고, 포에닉스 본가에서 비난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아나트가 아무리 대등하게 들어간다 해도, 토르랑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에우드는 태연했다.
“아버지는 그럴 분 아니에요.”
아나트의 걱정을 에우드가 일축했다.
“.......부럽네.”
에우드의 대답에, 아나트가 슬쩍 웃었다.
곧 학생회실에 도착한 세 사람은 노크를 살짝 했다.
문 너머에선 약간 뜸을 들이더니, “들어와라.”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피르티 언니가 있으면 좋겠네요, 서류 제출이라곤 해도 간단히 이야기하기도 편하니- 히야악!?”
“드로와?!”
“뭐야, 뭔 일이야?!”
문을 먼저 열고 들어선 드로와는, 순간 비명을 질러버렸다.
깜짝 놀란 에우드와 아나트가 재빨리 학생회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에 보이던 건-
“하아아아....... 뭐냐, 너희들이었냐. 곧 올 거 같다곤 생각했다만.”
눈도 매우 퀭한 상태. 어쩐지 드로와가 매우 놀랄만하다 싶었다.
눈 상태가, 거의 티아나의 3일 밤새기 급으로 충혈되어 있었다.
에우드가 학생회장을 제대로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만.
입학식 때 한 번, 이가리트 파벌과의 마찰을 말릴 때 본 게 끝이었다.
그리고 옆에는 또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머리를 꽁지머리로 묶은, 적흑색 계열의 머리색을 가진 남자.
아마 나이는 하워드와 비슷해 보였을까.
“윽......!”
그리고 아나트는 그가 누군지 알아챘는지, 순간의 동요를 보였다.
“악시우스.......!?”
“어라, 포에닉스 분들이잖아!”
하워드의 업무책상 쪽에 걸터앉아있던 남자는, 씨익 웃으며 에우드를 보았다.
“네가 에우드군이구나.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아직 아지트가 없더라고.”
“아지트라면 이제 곧 생기겠지. 악시우스, 일 좀 방해하지 말고 비켜라. 서류를 가져온 거겠지? 내가 수리할 테니 이리 주도록.”
“너무 까칠하구만, 하워드는. 그러니까 애들이 들어오자마자 놀란 거 아냐.”
“누구 때문에 지금 까칠해졌는데.”
하워드가 째릿 노려보자, 악시우스도 “웁스.”하는 소릴 내며 봐달라는 듯 양 손바닥을 들었다.
그렇다, 악시우스.
에우드도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고 해야 하나. 악시우스 레볼트 그리피너야. 에우드군. 드로와양.”
10대 귀족 그리피너 가문의 도련님.
그리고- 포에닉스 삼남매, 메트리 남매와 같은, ‘황금의 기사’의 자식이었다.
“아나트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라고 말해야겠지?”
악시우스는 상쾌한 웃음으로 세 아이에게 인사했다.
하워드의 표정은 정반대로 험악했다만.
“처음 뵙든, 오랜만에든, 내려가라고 망할 놈아. 독방에 박아줄까 진짜.”
들려오는 소문에, 학생회관 지하엔 독방이 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