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25화 (125/264)

슈가는 현재의 도련님에게 감사를 담아 고개 숙였다.?125회

메트리 파벌125.

“정말! 말 안 하고 혼자 가고!!”

“에우드. 또 이런 식이면 누나 화낼 거야.”

그날 저녁.

정원관리로 더러워진 몸을 뽀송뽀송하게 씻은 후.

에우드는 두 누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오늘은 에우드의 방.

장식된 게 많이 없는 덕에, 포에닉스 파벌(임시) 인원들을 수용하는 데엔 문제없다.

당연, 혼나는 건 오늘 홀로 행동한 것에 대해서 였다.

원래 에우드는 정원관리를 한 후 재빨리 씻고 시침뚝- 할 생각이었다만.

돌아오는 길에, 에우드를 찾던 두 누나에게 완전히 잡혀버렸다.

역시 두 누나에게 비밀로 하고 나갔다간 이렇게 된다고, 에우드는 실감했다.

슈가 또한 에우드를 안 말려준 것 때문에, 두 아가씨에게 아주 살짝 혼났다.

뭐, 정말로 살짝 혼난 거다.

오히려 슈가는 두 누나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귀엽다는 표정을 지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사용인들 사이에서, “아가씨들의 잔소리는 포상.”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두 분 다, 저희가 못 하는 거 아셔서 이렇게 혼자 움직이신 거잖아요. 그만 용서해주세요~”

플로라는 호로록 차를 마시며 두 누님을 말려봤다.

그런 플로라의 한 손엔, ‘오늘 기숙사로 온 소식지’가 쥐어져 있었다.

드로와와 프란시느는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것과 똑같은 종이들을 보고 있었다. 아까 낮에 슈가가 만들어준 샌드위치가 꽤 많이 남았기에, 함께 모여 간식으로 먹는 중이었다.

참고로 정원관리는 그리 잘 진행되진 않았다.

테구르꽃의 뿌리는 에우드가 알던 것 이상의 규모.

정말 20년 가까이 관리가 안 되는 정원의 말로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고도의 힘 조절을 할 수 있는 에우드조차, 자칫하다간 상황이 더 악화할 것 같아 잠깐 보류.

일단 퍼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뿌리들,

그 외에 벽을 타고 오른 덩굴들은 먼저 제거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뿌리가 엄청 깊다라........ 포션 중에 괜찮은 게 하나 있었는데.”

에우드의 보고를 들은 티아나는, 자신의 연금술 노트를 팔락팔락 뒤졌다.

3년 전부터 사용하던 연금술 노트는 이미 꽉꽉 채워졌다.

지금 펼치고 있는 건, 그때 이후로 십몇 권은 더 늘어난 새 노트.

그런 새 노트도 이미 꽤 닳아 있었다만.

“아, 찾았다! 정원관리용으로 괜찮은 포션 하나 있었어!”

“어떤 포션인데, 티아나?”

“응, 언니. 이게 땅에 뿌리는 포션인데, A급 이상의 맹독을 기반으로-”

“패스.”

“아, 나 아직 말 안 끝났거든?!”

과거 마인 센티피드의 맹독을 갖고 싶다고 말한 티아나니까.

셀레나로선 위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 한 거 같다.

티아나의 데인저러스 포인트는 불 다음으로 독이다.

뭐, 더 들어보니 취급만 잘하면 만드는 데 위험하진 않은 듯했다.

어쨌든 두 누나의 항상 있는 투닥거림이 끝나고.

혼나는 건 혼나는 거고, 해낸 건 해낸 것.

잔소리를 끝낸 두 누나는 에우드를 꼭 잡아 일으켰다.

“나중엔 보고 꼭 하고 가! 아니, 같이 가! 그리고 고생했어! 너무 고생했어!”

“막둥이, 고생했어. 그래도 앞으로 보고는 필수야. 누나들 동행도 필수.”

그리곤 두 누님이 동생을 양쪽에서 꾸우우욱 끌어안는다.

과한 애정표현에 에우드가 바동바동 움직였다.

“그보다아아아-”

폭신폭신 따끈따끈한 포옹을 받으며, 에우드는 다른 멤버들에게 질문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그 종이에 적혀 있는 건-”

“음- 일단 저희가 가장 먼저 파벌 대전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까요.”

두 누나에게 포옹 받는 포에닉스 막내를 보며, 플로라가 키득키득 웃음 지었다.

그리곤 곧바로 방에 가져온 게시물들을 테이블에 펼쳤다.

거기에는-

“메트리하고, 그리피너.......?”

네 개 파벌의 대전 예고가 적혀 있었다.

[메트리 파벌 VS 온트라스 파벌]

[그리피너 파벌 VS 겔로드 파벌]

날짜는 각각 모레와 그다음 주.

장소는, 두 파벌 대전 모두 ‘콜로세움’.

“......근데 콜로세움?”

너무 당연히 적혀 있는 투기장 같은 이름에, 에우드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플로라가 키득키득거리며 말했다.

“중앙 학동에 있는 건물인데요, 아마 에우드님도 한 번쯤은 멀리서 원형 건물을 본 적 있으실 거예요.”

“원형....... 아!”

확실히. 완전히 눈에 들어온 건 아니지만, 본 적이 있었다.

다만 멀리 있다 보니 그냥 정말 지나가듯.

역시 아카데미. 여전히 미지의 건물이 가득하다.

“들, 들어보니 공식전이나 파벌전은 거기서 치러지는 모양이에요.......”

프란시느는 머리띠를 찬 머리카락을 슝슝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이 종이들은, 아카데미의 ‘신문부’에서 발행한 것들이라고. 매주, 혹은 특수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때마다 신문부에서는 이런 크고 작은 소식지를 꼬박꼬박 내는 모양이다.

역시 파벌이라 해서 모두 싸움만 하는 건 아니었다.

아카데미에는 신문부처럼, 여러 특수목적을 가진 평화로운 파벌도 있었다.

“.......우리도 그런 파벌이 되고 싶었어~!”

“그거, 그거예요. 티아나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티아나와 드로와가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드로와의 희망 사항을 고려해본다면, 아마 ‘평화로운 독서부’ 정도를 바라고 있었을까.

에우드도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만. 아니, 솔직히 그게 더 좋았다.

“그래서 그런데요- 여러분, 모두 내일 강의는 어떻게 잡혀 있으셨죠? 시간 맞추실 수 있을까요?”

플로라가 풍성한 양 갈래를 퐁퐁 흔들며 말했다.

아이들 모두, 플로라의 의도를 이해했다.

“엑, 보러 가자는 거야?!”

“물론이죠, 티아나. .......그보다 애초에 ‘보라고 광고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모두, “아, 하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긴 그렇겠지.

베르네이 학장이 공식전을 권장하는 만큼, ‘그 공식전에 자극받는 것’ 또한 이미 고려했으리라.

“라다루스님도 시간이 되는 라그나릴 파벌들과 함께 보러 갈 거라고 하셨고. 저희도 파벌 대전에 관해선 사전조사가 필요하니까요. 내일 강의가 끝나면 가보도록 하죠!”

그렇게, 2주차의 첫 스케줄이 결정되었다.

* * *

그리고 다음 날 콜로세움.

에우드는 수많은 학생이 모인 경기장에 들어와 감탄을 반복했다.

과거 여러 검투사들이 싸운 경기장을 모티브로써 만든, 아카데미만의 특수 경기장.

한때 정말로 노예검투사였던 에우드로선, 참 심경이 복잡한 이름이다만-

“깔끔하네........ 그보다 세련됐고.”

막상 들어와 보니, 에우드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각 학동에 있는 건물이나 거리와 마찬가지로, 경기장은 상당히 깔끔했다.

역시 아무리 살벌한 이름이라도, 알카라시아 내의 건물이니 말이다. 이게 당연하겠지.

무엇보다도 수많은 학생이 이곳에 모여가고 있었다.

거의 개학식의 규모와 맞먹었을까.

게다가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강의를 끝내고 온 교수들이나, 각 아카데미의 관계자, 사용인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와 있다.

웅성거림은 넘쳐나고, 기대와 흥분이 가득 채워져 간다.

상상 이상으로, 오늘 있는 파벌 대전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에우드, 괜찮아?”

약간 표정이 변한 걸 알았는지. 셀레나가 조심스레 그것을 물었다.

셀레나는 언제나 에우드의 표정 변화를 잘 알아챈다. 정말 미세한 것까지도 어느새 알아챈다.

이전에 메트리 사교회에서 돌아왔을 때도 그랬다. 그땐 결국 침대에서 끌어안겨서 함께 잠들어버렸지.

“응? 아- 아아, 괜찮아, 셀레나 누나.”

“그럼 다행이고.......”

“뭐야, 에우드 몸 상태 안 좋아?!”

“괜찮다니깐, 티아나 누나.”

에우드는 티아나에게 손이라도 붕붕 흔들어 별일 없음을 보여주- 려 했다만.

오늘 에우드는 두 누나에게 꼭 잡혀 있었다.

저항도 불가능했다.

이전에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떨어져 버렸으니까.

결국 정해진 수순이었을까.

적어도 오늘은 둘 다 에우드를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셀레나! 티아나! 에우드님! 이쪽이에요!”

삼남매를 발견한 플로라가, 멀리서 손을 붕붕 흔들었다.

프란시느와 드로와도 함께 앉아있었다.

다행히 콜로세움에는 딱히 영역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피르티가 알려준 것이니, 문제는 없으리라.

포에닉스 삼남매는, 세 사람의 뒤로 오순도순 앉았다. 대화하기에는 일자보다도 이렇게 앉는 게 편하다 싶었다.

오늘 대전은 메트리 VS 온트라스 왕가 파벌.

그리피너의 파벌 대전은 다음 주로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거기에, ‘휴일 직전’ 예고되어버린 ‘포에닉스 VS 검은 사자’의 소식까지 있고.

학기 초부터 유명 파벌들이 붙는 것에, 학생들은 거의 축제 상태다.

자리에 앉은 에우드는, 콜로세움의 중앙을 보았다.

돌바닥과 흙. 돌기둥과 숲.

인공적인 장소 위로, 자연을 끼얹은 것 같은 경기장이었다.

그 넓이는 상당히 넓었다.

‘경기’라는 것을 사교회와 드림랜드에서 밖에 안 해본 에우드다.

그 넓이는 지금까지 겪은 것의 수십 배.

마치 헌터 활동을 할 때의 활동지역 같았을까.

감회의 새로움에, 에우드는 몰래 한 번 더 감탄했다.

“각 시합이 결정되면, 전문 교수와 마법사들이 규칙에 맞게 필드를 만들어준다고 하시네요.”

역시 학장이 공식전을 극구 지향한 만큼, 그런 처리는 확실한듯하다.

포에닉스도 파벌 대전을 하게 된다면, 저 위로 올라가 싸우게 되리라. 물론 일곱 번째를 찾은 후겠지만.

거기서 에우드는 어제 하루 고민했던 것을, 살짝 내뱉었다.

“.......플로라.”

“네, 에우드님! .......에우드님?”

에우드는 앞자리의 플로라를 향해 넌지시 말했다.

에우드의 부름에 해맑게 뒤로 돌아보는 플로라.

그러나 에우드가 살짝 복잡한 표정을 하는 것에, 플로라가 갸웃했다.

“만약에, 마지막 멤버를 ‘실력’만 보고 뽑는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충분히 고려할 수 있죠.”

플로라는 에우드의 말에 거의 유예 없이 답했다.

활기찬 눈빛은 어느새 상인의 것이 되어 있었다.

“저번에 말했었잖아요. 필요한 건 실력. 혹은 권력. 둘 다 있으면 더 좋겠지만, 둘 중 하나라도 충실하면, 그 이상 바랄 건 없어요. 물론 최종판단은 여러분이 하시는 거지만요.”

“......그렇군요.”

에우드는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플로라는 에우드의 의중을 알아챈 듯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인재를 찾았나 보군요, 에우드님.”

“아뇨, 찾았다기보다-”

찾았다기보다, 상대 쪽에서 권유한 거지만.

그리고 이야기는 도중 끊겨버렸고.

플로라와 에우드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잠깐, 언제 알아본 거야, 에우드?!”

“에우드. 또 누나들한테 비밀을-”

“아, 아니, 나도 모두한테 한 번에 의논을 해보려 했던 건데.......”

에우드의 손을 꼭 잡던 두 누나의 손아귀가 강해질 때였다.

[“조, 조금 뒤, 이번 학기 첫 파벌 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마력확성기를 통한 목소리가, 콜로세움 전체에 크게 울렸다.

“.......응?”

“““응???”””

거기서 포에닉스 아이들 모두, 목소리가 누군지 이해했다.

“피르티!?”

“피르티가 중계자야!?”

공식전은 학생회에서 관리하기 때문인지.

콜로세움의 상층에서 확성기에 소리친 건, 다름 아닌 맏언니 피르티였다.

[“중계 및 심판을 맡은 피르티 데스피아라고 합니다! 각, 각 파벌의 대표 선수들은, 5분 후 필드 위로 이동해주시길!!”]

약간 긴장한 건지, 피르티는 발음을 더듬고 있다.

* * *

“트루스. 정말로 ‘둘’만으로 괜찮겠어?”

“규칙은 ‘7대 7’. 저희도 충분히 가세할 준비는 다 해놨습니다만.......!”

현재 온트라스 파벌과의 대전을 앞둔 대기실.

세련된 대기실의 내부에서, 트루스는 안대로 잠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 옆에 앉은 레니안느는, 평소처럼 느긋하게 있을 뿐.

“말했지 않나요. 이번엔 저희가 알아서 한다고. 처음부터 어떤 규칙이 나오든, 전부 그렇게 할 생각이었으니까.”

웃음기를 살짝 담은 트루스의 말.

친근하게 들릴 수 있다만 실제론, ‘그만 따져’라고 말하는 걸까.

목소리에 특유의 힘이 있기 때문일까.

몸을 떨게 할 정도의 기백이 전해졌다.

그 말에, 걱정을 표하던 파벌 인원들은 모두 입을 꼭 다물었다.

이 분위기에서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건 최측근뿐이다.

“-오늘이 파벌 활동의 첫 싸움인 만큼, 다들 압도적 승리를 바라는 거잖아, 트루스.”

“올테라 선배 말이 맞습니다, 트루스님.”

외안경을 쓴, 집사와도 같은 몸가짐의 청색 단발 남학생과,

그 옆에서 함께 트루스를 보좌하는 금색 롤 머리의 여학생.

올테라 하우스볼트와 앨리스 가름.

현 트루스와 레니안느의 최측근이자.......

메트리 최전선을 맡은 세 가문 중 둘이었다.

즉, 이들은 트루스가 당주가 되었을 때, 메트리 세력에서 최고 서열을 얻는 이들이다.

트루스도 이들의 말에는 한 발짝 물러나 줄 때가 많았다.

“정말 두 사람까지. 괜찮아요, 괜찮아요.”

트루스는 안대를 벗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니안느 또한 멍하니 딴짓하는 걸 멈추고 함께 일어난다.

“이번 대전은, 사전에 말한 대로 진행할 겁니다. 나머지 선발 인원 다섯 명은, 뒤에서 대기해주시길. 결과는-”

안대에 가려졌던 눈은- 흑색의 마안으로 물들어있었다.

“당연하지만 압도적 승리일 겁니다.”

그것은 재능이자 특권.

‘카틀레야의 핏줄’을 잇지도 않고 발현시킨, 트루스의 천부적인 천재성을 드러내는 능력.

두 형을 제치고, 트루스가 메트리의 차기 당주로 뽑히게 한 능력이다.

곧 레니안느 또한 청색의 눈동자에도 마력이 드러난다.

상대의 생각 신호를 읽어낸다는, ‘로로나 알라이트 포에닉스’와 동급의 위력을 가진 마안.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레니안느는 그 능력 이상의 전투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이 둘은 가문과 재능, 천운까지도 모두 겹친 괴물 남매였다.

그야말로 ‘축복받았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오늘.

이 두 남매는 엘프 왕가 파벌과의 대전에서, 오로지 ‘둘’만으로 승부를 보려 하고 있다.

7대 7의 구조임에도,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맞아, 올테라. ‘그 사람’은 보내놨나요? 아마 모두 슬슬 콜로세움 쪽에 왔을 텐데.”

“보냈다. 30분 전부터 미리 대기하고 있었으니, 지금쯤 찾았겠지.”

“역시 올테라. 꼼꼼해요.”

“.......나도 보러 가고 싶었는데, 바보 오빠.”

“아하하, 레니안느. 오늘은 공과 사를 지켜야 하는 날이야. 나중에 꼭-”

트루스 또한 자신의 검은 마안을 거둔다.

“-에우드와 자리를 마련해줄 테니까.”

마안을 거두곤 볼을 부풀리는 레니안느에게, 트루스는 팔불출 오빠로서 달래보려 한다.

아무리 카리스마 가득한 트루스라도, 레니안느한테는 정말 약했다.

곧 대기실의 문이 열린다.

“메트리 파벌! 대전 인원 일곱 명 전원, 올라와 주세요......!”

학생회의 멤버 중 한 명이 긴장 가득 소리쳤다.

트루스와 레니안느, 그리고 ‘무늬뿐인’ 출전 멤버 모두, 대기실을 나설 준비를 했다.

“또 하나. 앨리스.”

“네, 트루스님.”

출전 멤버가 아닌 앨리스는, 트루스의 부름에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선을 이루는 금색 롤 머리가, 차랑차랑하고 움직였다.

“아나트 토르랑.”

“““........!!”””

토르랑. 메트리 세력에서 밀려난 가문.

그리고 현재 ‘아나트 토르랑’의 주도로 부활을 꾀하고 있는 가문이다.

그 이름에, 파벌 전원이 긴장을 품었다.

“지금의 토르랑은 내 손에 넣긴 싫고- 그렇다고 딴 놈들이 손에 넣으면 복잡해지니까. 그러니까.”

트루스는 냉랭하고도 맑은 웃음으로 말했다.

“적당히 정리 좀 해주세요. 파벌 항쟁에 쓸데없이 고개 들이밀지 못하게.”

“앨리스 가름, 트루스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트루스에게 싱긋 웃으며, 앨리스는 롤머리를 찰랑이며 답했다.

“그럼 트루스님. 레니안느님. 건투를.”

“아하하, 건투라고 할 것까진 없을 텐데요, 앨리스.”

“응, 오빠한테까지 건투라고 할 필욘 없을 테니까.”

“뭔가 말에 가시가 돋쳐 있구나, 레니안느야.......”

“귀찮게. 다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날 텐데.”

“에이, 관객석에서 에우드가 보고 있을 텐데? 레니안느도, 이번에 크게 한 번 활약해줘야 하지 않겠어?”

“........”

트루스의 말에, 레니안느가 입을 꼭 다물었다.

그리곤 바로 몸을 돌리더니, 의욕적으로 가장 먼저 대기실에서 나간다.

아무래도 좋은 자극이었던 건지.

“역시 우리 레니안느, 의욕을 팍팍 내주는구나~ 아, 그럼 갔다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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