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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121화 (121/264)

공식 파벌이 되어도, 파벌 자산은 하나도 없다는 거겠지.?121회

아지트를 살펴보자121.

현재 모인 방은 플로라의 방.

에우드는 요 며칠 해왔던 대로, 허가증을 데롱데롱 목에 걸고 있었다.

“.......자산 제로. 그 말만큼 충격적인 건 없네요.”

플로라는 거대 상회의 딸로서, 그 말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고 있는 거겠지.

파벌과의 싸움이 걸리든, 대전 선전포고를 듣든 꽤 여유로웠던 플로라인데.

지금은 정말로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금전이 관계되면, 플로라의 경계 정도는 궤를 달리하는 걸까.

다행히 제시카, 슈가와 헤어지고 기숙사에 돌아갈 때쯤, 다른 아이들도 돌아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거리에 잠깐 뭘 사러 갔던 모양이다.

드로와가 간식거리도 사 온 덕에, 셀레나는 그것을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플로라, 너 가져온 돈 많지?”

“엥? 으응?! 티아나, 뭐에요 그 눈은?!”

티아나가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플로라는 먹던 과자를 떨어트릴 뻔했다.

“저기, 오해가 없게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도 아카데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엔 한도가 있다고요?!”

플로라는 이번 아카데미를, 상인 활동의 전초전으로 생각한다고.

그렇기에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부터, 미리 가용할 돈의 한도를 정해두고 온 모양이다.

그걸 밑천으로, 자신이 직접 아카데미에서의 5년간 돈을 벌겠다고 각오한 것이다.

역시 차기 케인즈 상회의 회장. 도전정신이 만만치 않다.

“아, 대상회라면서 치사하네!”

“그 상회랑 같이 사업하고 있는 게 포에닉스거든요?! 제가 활동자금을 불린 후면 몰라도, 지금은 저도 힘들어요! 아카데미에 들어가자마자, 아버지한테 손을 벌리라니요.”

플로라와 티아나가 오랜만에 투닥투닥거렸다.

셀레나는 별 신경 쓰지 않고 과자를 먹어간다.

“.......과, 과자 사 오지 말 걸 그랬을까요.”

“!?!?”

돈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인지. 드로와가 자신이 너무 낭비했나 걱정을 했다.

과자 하나를 이제 막 입에 넣은 셀레나가, 깜짝 놀라서 드로와를 봤다.

정리하자면,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전체적인 건물 청소 및 내부의 몇몇 부분 보수.

가구 채워두기.

그리고- 여전히 아직 적당 인물을 뽑지 못한 마지막 간부급 멤버.

“이래서야 다짜고짜 정식 파벌이 된다고 해서, 어떻게 될 일도 아니네요.”

정식 파벌이 되었을 땐 활동비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이전에 활동 성과를 내고서 받을 수 있는 돈. 절대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

서둘러 정식 파벌이 되어도, 받을 수 있는 건 얼마 없으리라.

‘저택에 있는 내 창고에서 소재들을 팔면, 바로 확보될 수 있긴 하지만........’

포에닉스 저택에 있는 에우드의 개인창고.

3년 전 쓰러트렸던 마인 센티피드부터 시작하여, 투구의 난쟁이로 벌어둔 의뢰비까지.

꽤 상당한 자산이 그 창고에 모여있다.

다만 포에닉스 삼남매도, 아카데미에서는 보내주는 용돈만 쓰기로 약속을 하고 왔다.

그래도 에우드가 전서를 통해서 조리 있게 부탁을 하면 못 꺼낼 건 없지만-

“에우드, 그건 안돼.”

과자를 뽀샥이던 셀레나가, 에우드에게 조용히 그것을 말했다.

그 창고에 있는 자산은 에우드- 아니, ‘우드의 추후를 위한 자산’이니까.

아직은 꺼낼 때가 아니라는 거겠지.

그렇게 모두가 가구 확보를 위한 자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할 때였다.

“저기........ 여러분.”

프란시느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의, 의외로 손쉽게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는 거 같은데요........”

“손쉽게인가요?”

“방법이라니, 프란시느?”

머리띠를 귀엽게 묶은 소녀의 소심한 목소리에, 플로라와 티아나가 투닥투닥거리던 중 함께 물었다.

“저기, 저희는 후에 정식 파벌이 되면, 검은 사자 파벌이 파벌 대전을 걸 게 분명하잖아요?”

일동 모두 고개를 끄덕끄덕.

곧바로 프란시느는 어제 피르티가 파벌 대전에 대해 적은 종이를 꺼냈다.

피르티에게 따로 받아서 소지하고 있었나 보다.

종이의 한 항목에는 수겹의 동그라미가 처져 있었다.

어제는 못 봤던 걸 보면, 아마 프란시느가 밤에 홀로 체크한 걸까.

그리고 동그라미가 그려진 항목을 확인했을 때, 아이들의 표정에 “아.......!”라는 분위기가 떠오른다.

프란시느는 소심한 표정 위로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파벌 대전이 성립되는 조건 중 하나는요...... 서로가 ‘대가’를 거는 것.”

이쯤 되면 프란시느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확실했겠지.

파벌 대전에서 거는 그 대가는, 각 파벌의 영역, 자산, 권리, 그리고- 패배 파벌의 존속 여부까지.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다.

“““자산........!”””

다른 건 다 빼고, ‘자산’이라는 단어면 충분하다.

딱히 가문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설비를 확보할 방법이 이 아카데미엔 존재했다.

“그, 그거예요! 검, 검은 사자 파벌에게 이겨서, 가구를 뜯어내죠!”(생기발랄)

역시 포에닉스의 검성을 위협할 검사- 프란시느 린드가드.

생기발랄하게 약탈을 외치는 소녀의 모습에, 드로와가 살짝 떨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서부터, 에우드는 프란시느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달라졌다.

아니, 에우드뿐만이 아니겠지.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발랄한 프란시느를 보고 있었으니까.

이 유효타의 소녀.

대련이나 싸움뿐만이 아니다.

그게 연관된 항목에서라면 어디에서든지, 정말 가차 없어지는 소녀다.

***

다음날.

검술훈련용 복장으로 갈아입은 에우드는, 누나들 몰래 기숙사에서 나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향하는 곳은 어제 갔었던 포에닉스 파벌 아지트.

공식 절차를 밟고 청소를 시작하면 꽤 늦으니 말이다.

애초에 전문 청소 업자를 부르려 해도, 그것도 다 돈이 든다.

사용인들도 없는 이상, 파벌 인원들이 직접 청소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선 내부는 열쇠를 반납했으니 어쩔 수 없다 치고.

에우드는 오늘 외부를 먼저 살짝 손보자 싶었다.

“그래서- 저는 원래 도구만 빌려보려고 온 거였는데요.......”

아까 와이즈를 통해-

‘어제 그 아지트의 정원을 정리해보려 하는데, 정원관리용 도구를 빌릴 데가 있을까요?’라고 적힌 쪽지를 슈가에게 보내고,

‘40분만 기다려주시길. 사용인 숙소 앞으로 준비해서 나가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받은 현재.

여러 도구를 한가득 가져온 슈가가 사용인용 숙소 앞에 있었다.

그건 도구를 빌려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함께 행동하려는 몸가짐이었다.

게다가 한쪽엔 도시락 바구니까지.

열차를 탈 때 도시락을 담아왔던 그 바구니다.

아무래도 삼남매가 모두 있다고 생각하여, 뭔가를 많이 싸 온 걸까.

사용인 숙소는 교수 숙소와 그리 멀리 떨어지진 않은 장소였기에, 찾기 어렵진 않았다.

“제시카를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나요?”

“제시카는 강의준비 때문에, 몇 시간 정도는 방에서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도-”

정원관리 도구를 쥔 채, 슈가는 에우드를 지긋이 가까이에서 바라봤다.

“어쩌다가 혼자 움직이시게 되었습니까.”

“다들 내부 청소면 몰라도, 정원관리는 할 줄 모를 게 분명해서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마 에우드가 도와달라면, 다들 분명 도와줄 테지.

하지만 과거 고아원에서 정원관리를 자주 해본 에우드면 몰라도, 나머지 다섯은 모두 진성 아가씨들.

애석하게도 정원관리의 경험이 있을 리가 없다.

테구르꽃 하나 처리하려고 달려들었다간,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가뜩이나 두 누님은, 아카데미 입학 직전에서야 겨우 빨래하는 법을 배웠다.

그마저도 지금 안 해도 된다며(세탁 바구니에만 넣어두면 되니까) 안도하고 있을 정도.

.......아마 정원관리에 한해선, 차라리 에우드가 혼자 하는 게 더 빨리 진행되리라.

그냥 나중에 내부 청소를 할 때, 함께 힘써달라고 하면 되겠지.

게다가-

“또 다들 쉬는 데 부르기는 미안하고요.”

오늘 정원을 정리하겠다는 건, 오로지 에우드의 독단.

다들 휴일을 즐기고 있을 텐데 갑자기 부르기는 좀 그랬다.

“.......그럼 쉬는 날인데 움직이시는 에우드 도련님은 뭐가 됩니까.”

“아하하........”

슈가는 에우드가 어색하게 웃자, 그것을 지긋이 바라본다.

“도련님은 정도를 모르십니다.”

“슈, 슈가?”

“도련님은 혼자 해결해보려고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런가요........?”

“지금도 그렇고. 3년 전에도 그러셨습니다.”

3년 전에도 그랬다-

그게 광장에서 머더 메이지와 조우했을 때의 이야기임을, 에우드가 모를 리 없었다.

그날 밤에 슈가가 훌쩍이던 걸 떠올리자, 에우드도 뭐라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적어도 제가 돕는 건 허락해주시죠, 도련님. 작업이 끝나면, 도시락을 함께 먹도록 하죠.”

에우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슈가가 차분하게 웃었다.

***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에우드는 슈가와 함께 길을 걸어갔다.

슈가가 가져와 준 도구들은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 서로 나눠 들었다.

슈가에게 도시락 바구니도 있으므로 에우드가 다 들려고 했으나, 슈가가 극구 거절.

이후 몇 분간의 대화 끝에 겨우 타협하여, 반반씩 들기로 했다.

일단 이미 한 번 다녀와 본 덕에, 얼마나 걸리는지는 잘 알고 있으니.

어제같이 묘한 피로감을 느낄 일은 없으리라.

에우드는 어제처럼 종이 지도를 펼치고 있었다.

피르티에게 열쇠랑 함께 반납하려 했는데, 지도는 딱히 주지 않아도 된다고.

때문에, 에우드가 그것을 가지고 있기로 했다.

사실 파벌 건물까지 가는 데에 지도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에우드도 슈가도, 이미 가는 길은 다 기억한 지 오래였다.

그래도 펼치고 있는 이유는- 에우드가 이 지도에 반가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지.

바로 그 사람-

리퀴아 데몬러커가 그린 지도니까.

“-리, 리퀴아님이 그린 지도였습니까?”

에우드가 한 말에, 슈가가 놀라 되물었다.

“네. 처음엔 살짝 긴가민가했지만요.”

펜을 막 휘젓는 방식이라던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라던가.

과거 리퀴아가 보냈던 전서, 와이즈를 양도해줬을 때 함께 담겨있던 편지.

그리고 리퀴아의 메모가 적힌 ‘무덤동굴의 지도’ 등- 거기에 휘저은 글씨와 거의 방식이 비슷하다.

‘과거 포에닉스 파벌의 일원’이 그린 지도라 하니까.

가레스와 리퀴아는 아카데미 동기지 않은가.

오히려 그 두 사람이, 같은 파벌이 아니라는 게 더 이상하리라.

리퀴아 성격대로라면, 아마 포에닉스 파벌에 가입했다기보단 그냥 파벌 건물을 이용하는 느낌이었겠지만.

그리고 던전 지도와 비슷하게 그려졌던 이유는.......

리퀴아의 학생 시절, 헌터 활동을 하면서 익힌 던전 지도 그리기 기술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 말로는, 리퀴아님은 계승절을 맞이한 후에 바로 프리 헌터로서 활동하고 계셨었다네요. 많이 알려진 건 아니지만.”

“아카데미 재학 중일 때 이미 헌터 활동을 하셨던 거군요........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출석율이 별로 안 좋으셨다고 하죠. 아, 원래부터 안 좋긴 하셨다만.”

“아앗.”

“그러면서도 또 성적은 챙기셨다지만요.”

결국 데우트에게선 F학점을 못 피했지만.

리퀴아는 토르랑 출신 메이드들이 포에닉스 저택에 오고 나서 얼마 있다가 바로 떠났다.

그럼에도, 슈가를 비롯한 토르랑 메이드들은 다들 리퀴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겨우 이틀이지만 그 털털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고.

또 한편으론 포에닉스 사용인들에게, 리퀴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해 들은 덕이다.

특히나, 리퀴아&조안의 러브스토리는 마리의 올나이트 정기 소재니까.

오죽하면 신입 사용인들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을 정도라나.

덕분에 다들 리퀴아를 로맨스의 남주인공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여주인공은 당연 조안)

........리퀴아가 무사히 돌아온다면, 러브스토리를 퍼트린 마리에게 한소리 할지도 모르리라.

에우드로서는, 어서 돌아와 줘서 한소리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후 리퀴아가 그린 지도와 실제를 비교해가며, 슈가와 에우드는 잡담을 이어갔다.

마치 날씨 좋은 날 함께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추후에 정식 파벌이 되어 소유권을 받게 되면, 파벌분들끼리 정기적으로 정원에서 식사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땐, 제가 한 솜씨 다해 대접해드리겠습니다.”

“그거 정말 괜찮을 거 같네요, 슈가.”

슈가의 말에 에우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파벌 아지트의 정원은 넓었으니, 소풍 기분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으리라.

리퀴아와 함께 갔던 고깃집- 그런 식으로 뭔가를 구워 먹는 것도 괜찮을까.

슈가에게 그것을 말하자, 꽤 흥미롭게 들었다.

“야외에서 고기와 야채를 구워 먹는다라....... 좋군요.......”

슈가는 그것을 상상했는지 포근한 웃음을 슬쩍 지었다.

물론 그 웃음은 아지트 앞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역시 이 꼴이니까요.......”

“정원에서 식사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마주하니, 참 묘한 기분입니다.”

여전히 포에닉스 파벌 건물은 폐가에 던전인 채다.

대문에서부터 정원까지, 어떻게 우중충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정원에서 하하호호 소풍 분위기를 즐기려 해도, 이 우중충함을 없애야 시작할 수 있겠지.

슈가와 에우드는 방금까지의 기대를 뒤로하고 가져온 도구들을 하나둘 내려놨다.

두 명이 먹기엔 조금 많은 도시락 바구니는, 평평한 곳에 살포시 놓는다.

“그럼.......”

에우드는 손을 살짝 풀면서 입을 열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있으시죠?”

“에우드 도련님?”

에우드는 대문을 들어오자마자 느낀 인기척을 향해, 아지트 한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에, 슈가가 어리둥절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얼마 뒤, 에우드가 느낀 인기척을 슈가 또한 감지했다.

곧, 그 소녀는 털털하게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하하하. 이 정도로 바로 알아차리면 정말로 무서운데요....... 얼마나 감이 날카로운 건가요?”

“잠깐, 당, 당신은........!?”

소녀를 본 슈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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