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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120화 (120/264)

하워드의 씁쓸한 표정에, 베르네이가 상쾌하게 웃었다.?120회

아지트를 살펴보자120.

10대 귀족급 세력의 파벌 부실은 매우 크다.

아카데미 곳곳엔 그런 세력들을 위한 부실(이미 부실이 아니다만)이 존재한다.

다만 특기할 점이 하나 있다면-

“각 거대 파벌들은 이전 세대가 사용했던 부실을 이어서 사용하는 거였구나.”

“하긴, 그럴 만하네요. 거대 파벌 일원이 다시 올 때마다 새 건물을 짓거나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재활용이 더 관리하기 편하겠죠.”

부실을 이어 사용한다는 건 그리 유명한 일은 아니었는지, 제시카도 알아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수인족이나 엘프족 같은 해외 초청 입학생들도, 매년 정기적으로 오기 때문에 그 부실을 쭉 이어서 사용한다고.

에우드가 갔었던 푸른 늑대 파벌의 부실도, 분명 선대 수인들에게 이어받아 사용한 것이겠지.

“아, 라다루스네 라그나릴 가문은 원래 아카데미에 거의 재학을 안 해서, 이번에 새 부실을 받았다고는 해!”

“트루스랑 레니안느의 경우는....... 예전에 데우트님이 아카데미에 계셨다고 했으니까, 이전에 쓰던 걸 받았겠네.”

가구들도 보통 그 내부에 있는 것을 받고, 필요할 경우 파벌 경비를 통해 새로 구하는 모양이다.

‘디에스님도 파벌 부실이 있었으려나.’

혹시 만나게 되면 물어보자고, 에우드는 슬쩍 생각을 해봤다.

일단은 몰래 다녀오는 것이기에, 삼남매와 제시카, 슈가- 이렇게 다섯이서만 움직이기로 했다.

아카데미가 쉬는 날인 만큼, 다들 어디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피르티도 열쇠를 몰래 빌려준 만큼, 2시간 이내로 돌려줘야 한다고.

학생회장 하워드가 돌아오는 데까지 걸릴 시간이라고 한다.

앞으로 대략 1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었다.

사실 피르티가 열쇠를 빌려준 거라곤 하지만, 에우드가 들어보니 약간 불가항력.

원래 티아나와 셀레나가 학생회실에 간 것은,

어제 사건에 관한 일과, 파벌 진행을 보고하기 위한 일환이었는데-

(“뭐!? 이미 포에닉스한테 배정된 부실이 있었어!?”)

(“네, 네에......! 물론 정식 절차를 다 밟으신 다음에 가실 수-”)

(“볼래볼래볼래. 피르티, 보고싶어보고싶어보고싶어.”)

(“응? 보고 오기만 할 테니까? 응? 어차피 우리도 곧 가게 될 거니깐, 조금만! 조금만 허락해줘, 응?”)

(“-아, 진짜! 두 분 다 그런 눈으로 보면, 저 거절 못 한다고요! 정말.......! 둘 다 너무 영악해지셨어!”)

도중 파벌 부실 이야기가 슬쩍 나온 틈에, 두 누나가 피르티에게 떼써서 받아온 모양이다. 그와 함께 부실까지의 길이 그려진 지도까지.

.......두 누나가 눈을 반짝이며 부탁하면 차마 거절하기 힘들다. 피르티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에우드는 나중에 피르티에게 사죄의 선물이라도 사 들고 가자 싶었다.

어찌 되었든 두 누나의 떼쓰기 덕에 빌려온 것이니, 에우드도 시간 약속은 꼭 지키자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사용하던 부실이 있었다니. 이건 진짜 몰랐네.......”

“그니까 말이야, 아빠도 이거에 대해 하나도 말 안 해주고!”

티아나가 꺅꺅 말하자, 에우드와 셀레나가 서로를 바라봤다.

“.......티아나. 아빠잖아.”

“아버지잖아, 티아나 누나.”

“울 아빠의 대충주의.......!”

포에닉스 당주의 대충주의는, 3년이 흘러도 여전했다.

***

그렇게 피르티가 준 지도를 따라, 모두 쭈욱 걸어갔다.

쭈욱- 쭈욱-

.......

“저기....... 이거 지도랑 실제 거리랑 차이가 너무 크게 나지 않아......?”

에우드가 쥐고 있는 지도를 본 티아나가, 겨우 그것을 지적했다.

뭐, 아마 다들 슬슬 이야기를 꺼내려 했을 테지만.

지도로 보면 그리 멀어 보이진 않았는데, 막상 걸어보니 꽤 거리가 됐다.

“피르티가 아까 지도 줄 때, ‘예전 포에닉스 파벌 멤버’가 그려준 지도라 그랬어.”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대충 그린 거 같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지도도 종이 위에다가 펜으로 휘적거린 거 같고.......!”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습니다.”

““???””

“아, 대충 그린 건 맞는 거 같지만요.”

두 누나가 갸웃하자, 슈가는 지도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도 대충이긴 하지만, 나름 특징은 잘 잡혀 있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에서 보이는 시계탑이라던가. 저 펜 모양의 아카데미 조형물이라던가. 또- 저기에서 가장 큰 나무라던가.”

“아, 진짜. 있을 건 다 있네?”

“그림 실력은 이상한데 묘한 디테일.......”

또 대충 그린 도보 그림 위엔, 의외로 현실적인 블록문양이 새겨져 있다.

일대가 포장된 도보라는 것을 지도에 확실히 새겨둔 것이다.

도착 목적지엔, 고풍스런(아마 그런 의도로 그린) 2층 건물의 그림까지.

아마 지도보다도 ‘약도’.

그리고 이런 식의 지도는, 에우드도 과거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지금 보니 던전 지도 같은 느낌이네요, 에우드 도련님. 던전 지도는 거리감 잡기가 참 애매하니까요. 대신에 주변 지형지물과 상황은 꼭 알아볼 수 있게 그려야 하고.”

“아, 제시카 저도 그 생각 했어요.”

던전 공략 경험이 있는 에우드와 제시카가, 서로 큭큭 웃어버렸다.

그런 중 에우드는 이 지도를 누가 그린 건지 대충 감이 잡혔다.

거친 종이 위에다가 대충 그려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잡은 그림.

딱 ‘그 황금의 기사’다운 성격이 드러나 있었다.

그보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만약 포에닉스가 미리 파벌 부실을 받았어도, 검은 사자 파벌이 찾는 건 힘들었으리라.

괜히 에우드의 머릿속으로, “파벌 부실에 모여서 멤버들끼리 친목 좀 도모해라, 포에닉스 삼남매!!”라는 칼투스의 말이 지나갔다.

.......이렇게 기숙사나 다른 건물에서 멀면, 파벌 멤버들이 올 때마다 데 고생하지 않을까.

뭐, 일단 그건 차치해두고.

다행히 거의 다 도착한 듯했다.

지도에 그려져 있는 두 갈래의 포장 도보가 보인다.

“여기서 이쪽 왼쪽 길로 쭉 올라가면 되는구나!”

“으에에....... 더 걸어야 하나요.”

“제시카, 헌터 출신이면서 벌써 지치면 어떡해!”

“몸이 지치는 거랑 마음이 지치는 거랑은 다르다구요, 티아나 아가씨.......”

제시카의 말에 셀레나가 눈을 반짝 떴다.

“티아나의 연금술 쇼핑 같네. 정신이 먼저 지치니까.”

“아니, 언니?!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너무하네?!”

셀레나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 들어오자, 티아나가 억울하게 소리친다.

물론 그런 식으로 투닥투닥해도, 길은 문제 없이 나아가고 있다.

왼쪽 오르막길로 올라가, 파벌 부실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향해간다.

에우드가 보기에 지도의 분위기상, 아마 1, 2분 정도 더 걸으면 도착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진짜 문제는 도착하고서부터였다.

***

“........”

“““.........”””

겨우 건물 앞에 도착한 다섯은, 모두 멍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거친 그림의 지도를 쥔 에우드는, 지도와 건물(현실)을 수차례 번갈아 봤다.

“.......에이, 아니지. 설마. 에헤헤, 이건 장난이 너무하네~”

“.......후.”

티아나와 셀레나도 에우드에게 꼭 붙어, 지도와 현실(건물)을 번갈아 봤다.

물론 바뀌는 건 없다.

지도에 고풍스러운(그런 분위기로 추정) 2층 건물의 ‘포에닉스 파벌 부실’은-

“-아니, 이거 그냥 폐건물이잖아!?”

“공포 스팟.......”

티아나와 셀레나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웬 덩굴과, 거미줄과, 먼지와, 야생동물로 가득한 건물이 되어있었다.

울타리는 문이든 뭐든 상관없이 덩굴로 가득.

정원이었을 장소는, 식물들이 무분별하게 자라 숲으로 착각할 지경.

심지어 정원 가꾸기 최대의 적인 테구르꽃도 엄청나게 자라 있었다.

“우와....... 포에닉스 저택에서도 나타난 적이 있었죠, 테구르꽃.......”

“페리아한테 들었습니다. 예전에 도련님이 능숙하게 제거해주셨다고....... 그런데 이미 저 정도로 자라버렸으면,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전 감이 안 잡히는군요.......”

“저도 저렇게까지 자란 건 처음 봤다보니....... 와아......”

테구르꽃의 귀찮음을 아는 에우드와 슈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저택에 있을 페리아가 이걸 봤다간, 눈이 핑핑 돌아가 버리리라.

조안의 경우 비상사태 선포를 하고, 사용인들을 불러 총력전을 준비할 테지.

게다가 건물 곳곳에는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들고양이나 새들의 둥지까지 보였하다.

이래선 아예 하나의 생태계라 봐야 하지 않을까.

분위기 때문인지, 괜히 주변이 검게 물드는 것 같기까지 했다.

분명 아직 시간은 낮. 이제 막 2시를 넘어가려는 시간일 텐데.

“이래서야 완전 던전이잖아요......!”

제시카가 숨을 삼키면서 한 말에, 모두가 격하게 공감했다.

“잠깐만요, 이거 가레스님 세대에서 사용한 부실이라고 했죠?! 그럼, 대충 20년은 방치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 정도면 사실상 폐건물이 맞다.

야오오옹!!

냐아아아!!

샤아아앗!!

“끼약!?”

사람들이 온 것에 경보를 울리는 건지.

건물 마당에 있는 고양이들 몇몇이 경계의 울음소리를 냈다.

순간 화들짝 놀라 에우드에게 붙은 티아나는, 뒤늦게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어제부터 진짜 차례차례 고양잇과들이 짜증나는데......!”

이른바 놀람 뒤에 오는 짜증이리라.

검은 사자 파벌 때문인지, 고양잇과에 더욱 짜증을 팍 느꼈나 보다.

“에우드....... 연습용 스틱 항상 가지고 다니지......!? 누나한테 잠깐 내놔 봐......! 할 일이 있어!”

“아니, 밖에서 막 불 마법 쓰려고 하지 말고, 티아나 누나!”

“해치진 않아, 쫓아낼 뿐이지.......!”

결국 셀레나가 티아나의 뒤통수를 팍 때려 진정시켰다.

......다만 불만은 아직 다 안 가신 걸까.

“냐아아아아!”(고양이)

“캬오오오!”(티아나)

고양이 중 한 마리와 눈싸움을 하며,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다.

마당을 가로질러 가자, 건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역시 이쪽도 어쩔 수 없었는지, 덩굴이 문 곳곳을 타고 자라 있었다.

셀레나는 품에 가지고 있던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철컥!

.......지이이잉!

그래도 나름 보안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던 모양이다.

잠금이 풀림과 함께, 건물 전체에 묘한 마력이 사라졌다.

“다행히 허가 없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마법으로 막아둔 듯하네요!”

제시카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는 듯 웃으며, 건물의 문을 활짝 열었다.

.......뭐, 내부는 여전히 먼지투성이, 거미줄투성이였다만.

“맞다. 마법으로 보안을 걸어둬도, 벌레나 먼지는 못 막죠....... 히잉.”

“보안마법은 사람만 딱 막는다고 했죠.”

과거 배웠던 걸 되새기며, 제시카와 에우드는 눈앞의 먼지를 걷었다.

“으아아, 먼지 많아....... 히이익, 벌, 벌레!? 에우드, 누나를 지켜줘!?”

“예이예이.”

티아나는 언제 벌레가 튀어나올지 몰라, 에우드에게 찰싹 붙었다.

제시카도 벌레에 좀 약한 걸까, 슬쩍 에우드 쪽에 가까이 붙어온다.

“으에, 으에에- 엣츙.”

“셀레나 아가씨, 손수건입니다.”

“크흥....... 고마워, 슈가....... 훌쩍.”

슈가는 셀레나에게 딱 붙어, 몸가짐을 케어해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모두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벽이나 천장은 얼룩이 지어 있고, 먼지나 습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누런 기분이 들었다.

일단 청소는 엄청 빡빡 해야 할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보안마법의 마력이 적용된 덕인지.

엄청 심한 손상 같은 건 없다. 의외로 20년 방치된 것치고는 튼튼했다.

마력에 담긴 ‘경화’의 힘이, 건물 내구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이리라.

......물론, 어디까지나 ‘20년 방치된 것치고’일 뿐.

실제로 뒤져보면 손볼 데는 많으리라.

그렇지만 돌아다니고서 5분........

이젠 내부의 상태는 둘째치고, 또 다른 문제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낡은 건 됐다고 쳐. 근데, 텅텅 비었는데........?”

“있는 거라곤 낡은 서랍이나 의자 조금.”

마치 이사를 간 것처럼, 설비 같은 것은 거의 남아있질 않았다.

분명 건물과 함께 가구들도 이어받는다고 했는데.

푸른 늑대 파벌에서 본 나이테 그려진 쿠션 의자라던가, 자연의 분위기 가득한 테이블이라던가- 그런 건 하나도 없다.

먼지 냄새와 벌레들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아하하하....... 언니, 에우드. 나 지금 안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티아나는 여전히 에우드에게 찰싹 붙은 채로 말했다.

“설마, 우리가 직접 다 청소하고, 보수하고, 가구까지 구해야 하는 거 아니겠지.......?”

““........””

셀레나와 에우드 둘 다, 그걸 듣자 싸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 설마.

그로부터 20분 정도를 더 돌아본 후.

일단은 시간이 간당간당하기도 했으므로, 모두 전략적 후퇴를 하기로 했다.

***

그리고 설마가 사실이었다.

피르티에게 열쇠를 돌려주려고 온 삼남매 모두,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각 파벌의 가구는, 그 파벌 리더의 주도로, 파벌끼리 채워둬야 하는 거여서.......”

“““.......”””

유지보수도 모두 파벌이 해야 할 일이었다.

학생회관 밖으로 나와 열쇠를 돌려받던 피르티는, “아차.......”하는 표정이 되어 그것을 설명해줬다.

“정확히는 마법으로 상하지 않게 가구를 코팅한 뒤, 그걸 다음 세대들이 이어받아 유지보수를 하는 식인데요.......”

“““식인데.......?”””

“아무래도....... 가레스님이 졸업하기 전에 적당히 매각하신 듯하네요.......”

“““........”””

“저도 설마 이렇게 됐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포에닉스 삼남매, 가문 교사, 메이드까지 모두.

포에닉스 당주님의 적당주의에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확실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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