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포에닉스 삼남매가 파벌에 관한 설교를 들어버렸다.?117회
포에닉스 파벌117.
확실한 건, 역시 검은 사자 파벌이 결코 호의적으로 찾아온 건 아닐 테지.
호의적으로 왔다면 애초에 송곳니는 드러내지 않았으리라.
맹수들이 으르릉거리는 소리에, 에우드도 눈을 부릅뜬다.
누나들의 앞에 서서 그들의 적의를 받아가려 했다.
에우드의 움직임에, 검은 사자 파벌의 여학생들 또한 칼투스 앞에 서서 호위를 다 해간다.
“그르르르르!”
“크르르르릉!”
.......그런데 어째서였을까.
“그르르르........ 어머, 저 애 이쪽 보고 있어......♥(소근소근)”
“꽤 강해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까 또 귀엽네.......(소근소근)”
“나, 이런 갭 좋아.”
“칼투스랑 또 다른 맛이 있지?(소근소근)”
“강한 도련님이라니, 이건 또 이거대로 기대돼.......(소근소근)”
에우드는 왠지 검은 사자 여학생들이,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그건 적의와는 다른 특이한 기백일까.
덕분에 적의로 눈을 부릅뜨던 에우드는, 차마 그걸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걸 본 칼투스는.......
“으르르르르르!!”
어째서인지 더 화를 내고 있었다.
“언니. 낌새가 안 좋아.”
“응. .......데인저 판정. 저 여자애들, 절대 막내한테 접근시키면 안 돼.”
셀레나와 티아나가 어느새 목검을 들었다.
일단 힘이 살짝 빠진 에우드와 달리, 티아나와 셀레나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는다.
역시 무가 포에닉스의 두 누님. 언제나 늠름하다.
.......사실 두 누나는, 에우드가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긴장을 하는 거다만.
에우드는 그걸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그르르르! 검은 사자 자식들이, 또 뭐 하려고 온 거야!?”
키루미나의 위협에, 칼투스는 슬쩍 시선을 주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하! 너네 푸른 멍멍이들은 이번에 타깃이 아니야! 네년과 사울드는 나중에 상대해주지, 그 퍼런 가죽이나 씻으면서 기다려!”
“뭐, 이 씨발 괭이-”
“.......”
“-고양이분이 참 입버릇이 나쁘네요!”
.......확실한 건, 키루미나도 절대 보통 성격이 아니라는 거겠지.
아니, 이미 열댓 명을 집어던지고, 땅에 박은 순간부터 성격을 숨기진 못한다.
그래도 본인은 여전히 아닌 척하고 있으니, 에우드도 최대한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포에닉스 가문의 아이들은 언제나 분위기를 잘 읽는다.
키루미나는 에우드의 반응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작게 쉬었다.
“여기야! 여기 파벌들이 모여있어!”
“모두 검은 사자 최고 정예들........! 검술과 무투 쪽의 성적 상위자들만 즐비해!”
“그야말로 전쟁할 생각이야!”
“하지만 포에닉스 쪽은 인원이 적지 않아?!”
“아냐, 포에닉스의 검성 한 명만 있어도 상황이 어떻게 될진.......!”
검은 사자 파벌이 하도 요란하게 온 덕일까.
도서관에 있던 학생들은 물론, 밖에서부터 상황을 보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휴게실의 문과 창문 너머로, 두 파벌의 충돌을 긴장과 기대로 바라보고 있다.
“흥! .......갤러리도 딱 좋게 모였군. ‘규칙’을 정하는 데엔 제삼자가 있어야 하니까!”
칼투스가 송곳니를 까득까득 깨물곤 숨을 크게 들이쉬어 소리쳤다.
“포에닉스 삼남매! 그리고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우리 검은 사자 파벌은 네놈들에게! 파벌 대전을 신청한다!!”
“““으르르르르르릉!!”””
“파벌 대전?! 벌써?!”
파벌 대전.
그 말에, 검은 사자 파벌이 일제히 울음소리를 터트린다.
키루미나는 칼투스의 충격적인 발언에 송곳니를 더욱 드러냈다.
아니, 칼투스의 말에 반응한 것은 키루미나만이 아니다.
“역시, 파벌 항쟁 시작이야!!”
“파벌 대전을 신청하다니......!”
“이렇게 이른 시기부터!”
“역시 메트리의 선전포고가 큰 영향을 끼친 건가!”
“포에닉스의 검성 VS 반타레오의 차남! 엄청난 대전카드가 되겠어!”
복도에서 상황을 보던 학생들이 모두 기대의 환호성을 질렀다.
저마다 이제부터 들려올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게 느껴졌다.
다만........
“파벌 대전? 뭐야 그게?”
“.......잉?”
“““????”””
티아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하지만 셀레나와 에우드도 고개를 갸웃.
방금까지 자신 있게 소리치던 칼투스도, 동행해준 사자 수인들은 어리둥절.
포에닉스 삼남매 모두 갸웃하는 모습에, 달궈져 가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
멀리서 또 다른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요! 아무리 휴게실이라 해도 그렇지, 정숙이 기본인 도서관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다니!”
학생들의 인파를 헤치고 휴게실에 들어오는 학생은, 삼남매 모두 아는 이였다.
“비켜요, 학생회 권한으로 상황의 중재를....... 어, 어라? 의외로 소리가 줄어들었네?”
“피르티?”
“아앗?! 에우드님?! 티아나님하고 셀레나님도.......!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피르티는 혹시 도서관 쪽에 업무가 있었던 건지.
서류 파일을 들고 있던 피르티는 대체 무슨 사태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현 상황의 분위기를 이해한다.
“흥, 피르티 데스피아인가.”
“칼투스 반타레오........! 학기 시작부터 무슨 짓거리인 거예요, 진짜! 당신은 1학년 때부터 진짜 문제 밖에 안 일으키네요?!”
“수인들의 세계를 단순한 인간 모범생 따위가 알려 들지 마!”
“수인들의 세계가 아니라 그냥 싸움질이잖아요! 푸른 늑대 파벌의 사울드도 그렇고! 악시우스님도 그렇고! 매년 당신들 바보 리더들 때문에, 학생회가 얼마나 바쁜지 아나요?!”
“아아앙?! 바보 리더?! 그르르르!! 피르티 넌 왜 매번 나 볼 때마다 폭언이야?!”
“폭언을 받을 만한 행동거지니까 그렇죠! 말투도! 파벌 구성원분들도 생각 좀 해주시죠, 당신들 때문에 얼마나 귀찮겠어요!!”
아무래도 피르티와 칼투스는 서로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다.
하긴, 두 사람 다 아카데미 3년 차.
게다가 학생회와 파벌그룹인 만큼 신입생 때부터 마찰이 있었겠지.
그보다 저 정도로 상대를 매섭게 매도하는 피르티는 삼남매도 처음 봤다만.
아무리 파벌 리더라 해도, 피르티가 말하는 것엔 가차가 없었다. 역시 맏이 스타일의 소녀답다.
“그 근육 바보 오빠 정말.......”
키루미나는 방금 언급된 사울드의 이름에, 속이 터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사울드가 없는 사이, 그의 오빠로서의 위엄은 순조롭게 하락하고 있었다.
“어쨌든! 피르티, 방해하지 마! 난 포에닉스에게 대전을 걸 거다! 이 싸움으로, 이번 파벌 항쟁의 시작을 알리겠어!”
“파벌 대전!? 포에닉스한테!?”
피르티는 서둘러 삼남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여전히 삼남매들은 뭔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피르티, 파벌 대전이 뭐예요?”
“으아아, 모르셨구나....... 저번에 그걸 먼저 설명할 걸 그랬네요.”
에우드의 물음에, 빈손으로 이마를 짚은 피르티는 헛기침을 살짝 했다.
“파벌끼리의 공식전. 무작위로 규칙을 가지고 싸우는 파벌 싸움이에요.”
“공식전?”
“무작위 규칙?”
“귀족식으로 말하자면....... 정당한 결투겠네요. 파벌끼리 미리 여러 사안을 정하고 싸우는, 아카데미 공식 단체전이에요.”
“-아하. 결투.”
“아니, 셀레나님?! 지금 거기에만 반응하시면 안 되죠!?”
결투에만 반응한 셀레나가 목검을 바로잡는다.
“지금 저 사자들 전원 다 때려눕히면 되는 거야?”
셀레나가 목검을 겨누자 검은 사자 파벌이 서둘러 발톱을 드러냈다
“저 여자, 룰도 없이 바로 선빵칠 생각이야!”
“전원, 포에닉스의 검성을 상대할 준비를 해라!”
그 위압을 느낀 에우드가 재빨리 셀레나 앞으로 나와 적의를 드러낸다.
그러자.......
“그르르르! .......어머, 역시 괜찮아, 이 남자애.”
“눈에서 야성이 느껴져.......!”
“.......네?”
“-그르르르릉!?”(칼투스)
두 누나를 지키기 위해 나선 에우드를 보며, 검은 사자 여학생들이 더욱 환호를 드러낸다.
“머리색이 우리랑 비슷하게 검정인 것도 합격이야.”
“잠깐? 근육도 엄청 감춰져 있는 거 같아.”
“아니, 그러니까 무슨-”
“언니. 저 사자들 역시 에우드한테 접근시키면 위험해.”
“동감.”
“이, 이, 역시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네놈은 내 파벌을! 으르르르릉!”
“그 근육 바보 오빠는 진짜 아카데미에서 2년 동안 뭐 한 거야.......!”
사자 수인 여학생들의 왠지 모를 환호.
에우드의 당혹.
당장이라도 땅을 박차 싸우려 하는 셀레나.
언니의 폭주에 함께 동조하는 티아나.
칼투스의 질투 어린 울음소리.
오빠에 대한 말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주먹을 들어 에우드 쪽을 거들어주려는 키루미나 등-
가뜩이나 강당보다도 훨씬 작은 휴게실인데. 그럼에도 첫날의 혼돈에 가까운 현상이 터져가고 있다.
“아, 그만! 포에닉스 여러분, 잠깐만 기다려요!! 검은 사자 당신들도 발톱 내밀지 말고! 아 진짜......”
피르티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쳐버린다.
“말 안 들으면 학생회 권한으로 전부 징계 내려줄 거예요――!?!?”
양 세력 모두 살짝 조용해졌다.
***
그새 소문이 퍼졌는지, 갤러리가 되어버린 학생들의 수는 더욱 늘어나 있었다.
이젠 창문이나 문 쪽에 학생이 너무 모여, 안쪽 상황을 보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누구누구가 모였는지도 모호할 정도로 복작복작했다.
그렇게 겨우 소란이 살짝 줄어든 휴게실의 중심에서, 여전히 피르티가 겨우 중재를 해가고 있을 때였다.
“어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
인파와 소란의 사이. 복도에 모여있는 학생 중 누군가가 뭔가를 슬쩍 말했다.
“““.......???”””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건 현 상황을 보며 단순히 잡담하는 목소리가 아닌......... ‘들려주기 위한 목소리’.
에우드는 그것이 트루스와 비슷한 발성임을 이해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다.
확실한 건 하나, 소녀의 목소리였다는 것.
곧, 목소리를 낸 누군가의 의도가 통한 것일까.
“뭐야, 누구야?”
“어디에서 말하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어느새 이곳에 있는 모두가 거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만 인파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일부러 기척을 숨기고 있는 건지’.
누구도 목소리를 낸 이를 쉽사리 찾아내질 못했다.
조금 뒤, 목소리는 한 번 더 모두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포에닉스 파벌은 아직 파벌이 아니지 않나~? 파벌 대전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뭐, 뭐야?!”
그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칼투스였다.
“파벌이 아니라니......! 포에닉스 삼남매, 무슨 소리냐?!”
“맞아, 그랬지.......!”
삼남매도 무슨 소린가 싶어 칼투스를 귀찮은 표정으로 봤을 때.
피르티가 재빨리 눈을 반짝였다.
“칼투스! 검은 사자 파벌! 당신들은 아직 포에닉스에게 파벌 대전을 신청할 수 없어요!”
피르티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서류 파일에서, 몇몇 종이를 재빨리 찾아내 꺼냈다.
그건 파벌 및 부서의 정식 신청서류 샘플이었다.
“당신들도 알고 있듯, 3년 전부터 파벌의 공식인정은 이 ‘신청서’를 내고, 수리되었을 때 비로소 적용됩니다! 이것은 파벌의 인정과 함께, 부실을 받는 공식 절차! 그리고 포에닉스는 아직 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임시 파벌’에 불과하다고요! 공식 파벌이 아니에요!”
“뭐.......!?”
“인원도 아직 부족하고!”
칼투스와 검은 사자 파벌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어간다.
아무래도 검은 사자 파벌은 그걸 몰랐던 걸까.
아니 애초에 에우드도, 포에닉스 파벌이 ‘공식’이 아닐 줄은 몰랐다만.
학생회에서 파벌이라고 말했기에, 이미 공식인정은 된 줄 알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게, 파벌은 아카데미에서 허락하는 ‘특별활동부서’와 같은 역할.
어떤 신청서류도 없는데, 공식이 될 리는 없다.
포에닉스는, 가문의 크기와 강당에서의 사건 사고 경력으로 인해.
그리고 앞으로 파벌을 만들 게 분명하기에 미리 예의주시 되는 것뿐.
사실상 아직은 임시 파벌이다. 그러니 부실도 못 받고 있던 게 아닌가.
티아나와 셀레나도 그걸 이해했는지, ““아, 그건 그렇네.””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키루미나는 검은 사자 파벌과 마찬가지로, 포에닉스가 공식 파벌이 아니라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그랬군...... 그래서 파벌 부실을 찾을 수 없던 건가!?”
“안 보인 게 아니라, 없었던 거였어!”
“아니, 하지만 포에닉스 정도 되는 세력이 왜 아직도 인원을.......!”
“메트리도, 라그나릴도, 이미 전부 파벌을 구축했는데!”
“그럼 그때 강당에선, 파벌도 아니라 소규모 그룹으로 싸워 가려 했던 거야?!”
“마치 불지옥의 마술사 같은 행보를.......!”
이쪽은 처음엔 그저 평화롭게 지내려 했기에 파벌을 구축하지 않았던 건데.
게다가 지금 에우드의 귀로 ‘불지옥의 마술사’라는 말이 또 들려왔다.
대체 그 졸업생은, 수인들 사이에서 얼마나 악명이 자자한 것인가.
“검은 사자 파벌 전원! 학생회도 당신들의 파벌 대전 신청의 수리는 불가능해요! 포에닉스가 파벌을 형성할 때까지, 얌전히 대기하세요!”
“크으윽, 이런.......!”
상황이 이런 이상, 칼투스와 검은 사자 파벌도 강행할 수가 없었다.
“칼투스, 물러나자. 억지로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지금은 돌아가서 때를 기다려야 해.”
망설이는 칼투스의 옆에서, 검은 사자 파벌 여학생 한 명이 소곤소곤 뭔가를 말한다.
칼투스도 그것을 듣곤 결국 몸을 돌렸다.
“.......칫! 포에닉스 네녀석들, 공식 파벌이 되는 그 즉시 파벌 대전을 걸어주마! 기대하고 있어라~!”
“참 매번 애들처럼 말한다니까, 칼투스 얘는....... 얘들아, 오늘은 이제 돌아간다! 철수!”
“““예엡-!”””
“전부 길 비켜!”
“비켜비켜! .......에우드, 다음에 봐요!”
“또 봐요~”
“.......아, 넵......? 아얏?!”
사자 수인 소녀들의 인사에 에우드가 답하자, 셀레나와 티아나가 뒤통수를 팍 때려버렸다.
곧, 검은 사자 파벌은 모여들었던 학생의 인파를 우르르 헤치며 폭풍처럼 휴게실에서 사라졌다.
“다른 분들도 모두 해산!”
이후 피르티의 통제와, 소동에 몰려온 도서관 관리직원들에 의해,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도 강제 해산되었다.
***
그리고 상황이 종료된 그때.
“결국...... 아까는 누가 말을 꺼내준 거지?”
“그러게 진짜, 언니. .......응? 에우드?”
“.......”
에우드는 휴게실 복도에서 차례차례 빠져나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말을 거들어줬던 여학생은, 이미 인파와 함께 사라진 걸까.
아니, 애초에 학생들의 인파 사이에 있기는 했을까.
그 정도로 모호한 기척.
.......끝내 잡히지 않는 감에, 에우드는 고개를 재차 갸웃한다.
남은 기척을 좇는 걸 멈추고, 누나들과 키루미나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