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회
포에닉스 파벌116.
현재는 삼남매와 키루미나 모두 도서관을 나와(도서관은 기본 소음 엄금이므로), 근처 휴게실에 앉아 있었다.
원랜 오늘 첫 1주가 끝난 만큼, 휴게실엔 방금까지 다른 학생들도 많았다만-
(“포, 포에닉스 삼남매........!”)
(“둘째랑 눈 마주치면 위험하다고 들었어!”)
(“옆에는.......! 푸른 늑대의 그 키루미나야!”)
(“눈 마주치면 집어 던져진다!”)
휴게실에 있던 사람들이 싹 자리를 비워줬다.
뭘까. 눈을 마주치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이상한 소문이 참 많다고, 에우드는 난감하게 자리에 앉았다.
“눈 마주치면 위험하다니, 너무하네...... 집어 던져지는 건.......”
“.......(부르르르)”
“아앗.”
아무래도, 강당에서 있던 일이 여러 의미로 와전(?)된 걸까.
키루미나가 얼굴 새빨개져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그때 강당에서 거의 10명 정도를 집어던졌었나........
여기선 에우드도 모르는 척, 이야기를 돌리는 게 나으리라.
“이, 이상한 소문이 많네, 티아나 누나.”
“.......”
“아니, 설마 누나도?!”
어느새 티아나까지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대체 이 둘째 누나는 에우드가 못 본 사이 무슨 일을 저질러준 것인가.
“요 한동안 다른 남학생하고 눈만 마주치면, 오지 말라는 듯 눈빛으로 압도했으니까. 다들 저런 반응인 게 당연하지.”
“언, 언니! 그건 말 안 하기로 했잖아!”
셀레나가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것에, 티아나가 셀레나에게 그만해달라 소리쳤다.
하긴, 에우드도 포에닉스 저택에 처음 왔을 때 티아나의 적의가 무서웠을 때가 있었다.
앵간한 내성이 없으면 티아나의 적의 가득한 눈빛은 버티기가 어렵다.
짜릿하다고 해야 할까, 그 이상으로 아프다.
알베르토 왈, ‘에우드에게 그 소릴 들을 정도면 포에닉스의 교육은 틀리지 않았다’- 였나.
그러다 에우드는, 키루미나가 무의식적으로 팔목을 잡은 걸 봤다.
“.......정말로 미안해요, 키루미나.”
에우드는 자신이 방금 붙잡았던 키루미나의 팔목을 보며 거듭 사과했다.
교복을 걷자, 살짝 자국이 남아있다. 에우드의 손아귀가 불긋하게 새겨진 것 같았을까.
처음에 상대의 균형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아 에우드가 힘을 줬던 탓이었다.
.......사울드에게 들켰다간, 파벌 전체를 끌고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키루미나는 그래도 괜찮다고 거듭 웃었다.
“멀, 멀리서 보고 있던 제 잘못도 있으니까요! 설마, 그걸 또 눈치채셨을 줄은 몰랐지만........! 정말, 대단해서, 저 정말......!”
오히려 자신의 상처는 거의 신경도 안 쓰고,
에우드가 시선을 눈치챌 정도의 감각을 가졌다는 것에 눈을 반짝인다.
“그래도 괜히 나중에 흉이 질 수도 있으니까....... 의무실에 가서 보는 게 역시 좋겠죠.”
“넵?!”
에우드가 피르티에게 듣기론, 아카데미 의무실은 꽤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그 전문성은 포에닉스 저택 담당 의료 집사들과 맞먹을 정도라고.
그렇다면 키루미나에게 남은 흉 정도는 순식간에 해결해주리라.
“티아나 누나, 셀레나 누나. 나 잠깐 키루미나를 데리고 의무실에 갔다 올 테니까-”
에우드가 의무실로 데려가겠다는 말에, 키루미나의 꼬리가 더욱 붕붕 움직여간다.
아예 새들의 날갯짓만큼의 기세가 되어, 푸른 머리칼까지 붕붕붕 떠올랐다.
얼굴은 새빨개져서, “아, 오늘은 진짜 운이 좋다.......!”라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단숨에 티아나와 셀레나가 에우드를 양팔로 잡았다.
“스톱, 에우드. 마이 오라비(동생).”
“티아나 누나 말투가 이상해졌어.......”
“에우드. 그대로 자리에 착석.”
“셀레나 누나도.......”
두 누나의 명령에, 에우드가 머뭇거리는 사이였다.
티아나는 자신의 작은 책가방을 뒤적뒤적하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짜잔, 티아나 표 과일 포션. 버전 포도맛.”
이 둘째 누나, 무려 포션을 휴대하고 다닌다.
“멍이나 생채기는 이걸로 완전해결★ 의무실? 나약한 이야기구나, 우리 막둥이. 자, 마셔. 독은 없어, 키루미나.”
“네, 네에엡.......”
일단 티아나의 말꼬리는 천진난만하긴 했다만, 표정은 그렇지 않다.
그보다 독 얘기는 왜 꺼낸 건지.
옆에선 셀레나가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였다.
결국 의무실은 가지 않고, 키루미나가 포션을 마시는 것으로 끝났다.
키루미나는 되게 침울한 분위기로 티아나 포션을 꼴깍꼴깍 넘겼다.
......그래도 도중 맛있었는지 눈을 반짝였다.
***
“키루미나 아즐볼프입니다. 푸른 늑대 일족, 족장의 둘째 딸이에요.”
어느새 키루미나의 상처가 회복되고(키루미나는 되게 아쉬워했다), 키루미나는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눈앞의 소녀가 푸른 늑대 족장의 딸이라는 것에, 두 누나도 살짝 놀란 듯했다.
곧바로 티아나도 셀레나도, 방금까지 보이던 뾰로통한 표정을 거두고 함께 인사를 받았다.
“셀레나 알라이트 포에닉스. 에우드 첫째 누나입니다.”
“티아나 알라이트 포에닉스. 에우드 둘째 누나입니다.”
“누나들, 소개가 이상하잖아.”
평소엔 포에닉스 장녀, 차녀, 이런식으로 소개할 텐데.
오늘따라 두 사람 모두 ‘누나’라는 것을 엄청 강요하며 말했다.
“아하........ 에우드가 말하던 누나분들이 이분들이셨군요!”
“저, 누나들에 대해 말했었나요?”
“네, 의외로 자주.”
키루미나는 열차와 강당에서 했던 대화를 떠올렸는지 웃었다.
에우드도 생각해보니, 자신이 간간이 누나들에 대해 말했던 걸 깨달았다.
“그런데(홀짝). 파벌싸움에 최전선인 푸른 늑대의 멤버가(홀짝홀짝), 막내한텐 무슨 목적으로(호로록) 온 거야?(츄릅)”
“-맞아, 맞아. 언니 말대로........ 아, 좀?! 언니는 또 왜 마시고 있어?!”
어느새 티아나의 포션을 몰래 빼 마시고 있는 셀레나를 티아나가 콩콩콩 때린다.
셀레나가 항상 들고 다니는 간식은 여전한 덕에, 휴게실의 책상 위에 과자 꾸러미가 살포시 펼쳐져 있다. 얼마 전 아카데미에 있는 제과점에서 대량으로 사 왔다고.
“한~병~만~. 에우드도 하나 줄래. 자, 티아나는 과자.”
“과용은 안 된다고 매번-헙. .......오물오물.”
그 와중에 또 동생들을 챙기는 게 셀레나답다.
누나들이 투닥투닥 대는 것이 귀여웠던 걸까.
처음엔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던 것 같던 키루미나도 어느새 웃어버렸다.
조금 뒤, 키루미나는 방금 셀레나가 물어본 것에 대해 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게...... 저번 일로 사과를 하려 했거든요.”
“사과? 저한테요?”
에우드는 사과받을 일이 딱히 있나 싶었다.
“에우드가 절 도와주다가 하필 그 검은 사자 파벌의 그 망할 사자 새- 칼투스랑 엮여 버려서요.......”
“아아 그거 말이군요- 어, 어라?”
에우드의 귀에, 순간 ‘망할 사자 새끼’라는 단어가 들릴 것 같았는데.
너무 갑작스레 멈춘 탓에, 에우드도 확실하게 듣지를 못했다.
“칼투스라면....... 에우드가 날려버린 사자 수인.”
“맞아, 그때 에우드가 다스트 그 자식 위에다가 날려버렸지?”
“막내, 굿잡.”
“무례한 녀석들한테 아주 정확한 저격을 선사해줬어.”
“덕분에 더 상황이 꼬일 뻔했지만........”
이래 봬도 이 포에닉스의 막둥이, 그날 강당을 4세력 혼돈으로 만든 주범 중 한 명이니 말이다.
어쨌든 셀레나와 티아나도 그때 상황은 대충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곧바로-
“그런데 에우드, 그게 얘 때문이었어?(셀레나)”
“호호오...... 그냥 시비 걸린 게 아니었구나.(티아나)”
“누, 누나분들 정말 죄송합니다아아아.......”
“셀레나 누나, 티아나 누나, 키루미나 좀 너무 위협하지 마.......”
““쳇.””
두 누나가 혀를 차는 것에, 키루미나의 귀가 추욱 내려갔다.
“그래도 괜찮아요. 키루미나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과하게 한 건 오히려 제 쪽이고.”
“하지만, 검은 사자 일족들은 꽤 질겨요. 혹시 그 뒤로 뭔가 해코지당한 건 없나요?”
“해코지라....... 아직은 없었어요.”
“다행이다.......”
요 며칠 에우드도 사자 수인들의 시선을 받긴 했다만.
사울드가 말했던 것처럼, 아직은 귀찮은 무언가가 일어나진 않았다.
일단 키루미나는 자신의 오빠가 에우드에게 이미 주의해준 걸 모르는 듯하다만.
어쨌든 에우드로선, 이런 식으로 평화로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대가 조용하면, 이쪽도 조용히 있을 수 있다. 포에닉스의 평화지향은 아직 끝나진 않았다.
거기서 에우드는 잠깐 잊었던 걸 떠올렸다.
에우드는 교복 한쪽에 넣어뒀던 물건을 찾았다.
바로 강아지 인형 머리핀.
혹시나 상하지 않게 종이봉투에 살짝 담아둔 그것을 꺼내, 에우드는 키루미나의 손 위에다가 살포시 올려준다.
“맞아요, 키루미나. 이거 돌려드릴게요. 그때 머리핀이에요.”
“와아아아......! 가지고 다녀주셨군요.......!”
“계속 돌려주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어서.”
“정, 정말 고마워요! 에헤헤헤........”
애지중지하는 막내가 수인 여학생과 서로 마주 보고 웃는 것을, 티아나와 셀레나가 불만스레 바라봤다. 그러던 중, 두 누나 모두 지금 보인 머리핀이 무엇인지 알아챈다.
“어라, 이거...... 플로라가 3년 전에 준 거네?!”
“인형 머리핀 첫 작품.”
“두 분도 알아보시네요?!”
“끄약!?”
“왓.”
티아나와 셀레나가 그 머리핀을 알아보자, 키루미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기세가 기세였는지, 티아나와 셀레나도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죄, 죄송합니다.......”
곧, 부끄러운 듯 얼굴을 새빨갛게 하곤 자리에 앉았다만.
......에우드가 잘 보니, 셀레나의 왼손에 목검이 집히기 직전이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에우드는 조용히 셀레나의 손을 살짝 내려줬다.
“당, 당연히 알지....... 이 제품은 우리가 제일 먼저 샘플로 받았으니까!”
“제일 먼저 받았다고요?!”
티아나의 말에 키루미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셀레나가 살짝 입을 열었다.
“키루미나. 케인즈 상회가 포에닉스랑 동맹인 거, 들은 적 없어?”
“동맹.......? 그, 그러고 보니 듣긴 했었어요.”
“동맹관계 일환으로, 케인즈에서 새 상품이 나올 땐, 우리 가문에 선물로 제일 먼저 갖다 줘.”
“우와......!”
셀레나의 말에 키루미나의 표정이 엄청난 부러움으로 휩싸였다.
케인즈는 현재 수인들 사이에서 폭풍적인 인기상품을 여러 가지 취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개중에는, 인기로 인해 수인들이 쉽사리 손에 넣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플로라가 함께 있었으면, 여기서 “오호호!”하고 케인즈의 위상을 자랑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플로라는 현재, 프란시느, 드로와와 함께 첫 주의 마지막 강의를 들으러 갔다.
뭐, 셀레나도 방금 강의가 끝났던 만큼, 그녀들도 슬슬 도서관으로 오고 있으리라.
키루미나가 드러내는 부러움에, 셀레나와 티아나가 의기양양 가슴을 쭉 폈다.
에우드도 두 누나가 겨우 기분이 좋아진 거 같아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바라봤는데-
“.......그래서, 왜 에우드가 이걸 주고 있는 거야?”
“어서 말해, 에우드. 이 티아나 누나는 막내가 막 비밀을 가지는 거, 그리 좋아하지 않아.”
방금까지 의기양양 콧김을 퐁퐁 내던 셀레나와 티아나가, 한순간에 목소리 톤을 낮춘다.
“아니, 아까부터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해, 셀레나 누나, 티아나 누나.......!”
“저기 누나 분들, 그게 아니라요!”
에우드도 키루미나도 팔을 붕붕 휘두르며, 두 누나의 압력에 빨리 상황 설명을 하려고 했다.
다만 그때였다.
“사실 저도 여러분이 아카데미로 가던 열차에- .......어라? 킁킁.”
“““......??”””
“.......사자 냄새.”
두 누나에게 해명하던 키루미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망할 사자 새끼들의 냄새가 나요.......! 그르르르르!!”
확실하다!
이번엔 에우드의 귀에도 ‘망할 사자 새끼’라고 확실히 들렸다!
-다만 에우드도 거기에 더 신경 쓸 틈은 없었다.
척척척척척척척-!!
척척척척척척척-!!
키루미나가 으르렁거리는 것과 동시.
갑작스레 휴게실 밖 복도에서, 엄청난 규모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에 있던 학생들의 경악이 휴게실 안쪽에까지 명확히 전해진다.
“갑자기 저 녀석들이 왜?!”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게 분명해!”
“잠깐, 아까 휴게실에 포에닉스가 있었는데.......!”
“““설마!!”””
덜컹-!! 콰아아앙!!
처저저저저저저저적!!
휴게실의 나무문이 거친 기세로 열렸다.
부서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요동쳤다.
그 사이로, 검은 사자 수인들이 일제히 휴게실에 들어온다.
수는 에우드가 대충 세어봐도 스무 명 이상.
그리고 그 중심에서-
“드디어 찾았다......! 포에닉스 삼남매!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그르르르르르르!!”””
칼투스 반타레오가 거친 기세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군림했다.
팔짱을 끼고, 근육을 드러내며, 거친 위압을 뿜어댄다.
함께 우르르 뒤에 선 사자 수인 학생들이 그에 동조하여, 전투의 울음소리를 크게 내간다.
“.......얘네 뭐야?”
“저번에 강당에서 봤던 냥이들이 몰려왔어!”
“누가 우리 보고 고양이들이래?!”
“야, 우리 사자거든?!”
티아나가 냥이들이라고 말하자, 사자 수인 여학생들 열댓 명이 으르릉 소리를 내며 화를 냈다.
키루미나는 재빨리 삼남매의 앞으로 나와, 검은 사자 파벌을 향해 발톱과 송곳니를 드러낸다.
“또 네놈들이냐......! 이 사자 새끼들이, 언제까지 방해할래, 진짜!! 크르르르르.......!”
““으르르르릉!!””
강당에서와 같이, 개과의 맹수와 고양이과의 맹수들이 눈을 부릅뜨고 서로 위협을 해간다.
그리고 거기서, 중앙에 선 칼투스가 송곳니를 번뜩였다.
“네놈들........! 포에닉스 네놈들.......!”
위압을 힘껏 뿜어내며 소리친다.
그 기세에, 에우드가 당장이라도 대응하기 위해 주먹을 쥔 순간이었다.
“아니, 아니 대체! 파벌 아지트를 어디에다가 숨겨놓은 거냐?!”
“““앗.”””
“강의 끝나자마자 한 시간을 찾아다녔는데, 안 나오는 게 말이 돼?!”
.......그건 삼남매쪽에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한 주의 강의가 끝나면, 파벌 부실에 모여서 멤버들끼리 친목 좀 도모해라, 포에닉스 삼남매!!”
검은 사자 파벌의 출현으로부터 3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