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09화 (109/264)

?109회

개학식109.

“흥.”

입학식이 시작되고 20분.

셀레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뚱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결국 이가리트 파벌과 제대로 끝을 내지 못했기에 불만인 거다.

다만 불만스런 기색이 퐁퐁퐁 귀엽게 올라오는 게, 그마저도 사랑스러웠을까.

아까까지 이가리트를 전부 두들겨 패려 했던 소녀라곤, 상상조차 못 하리라.

그런 셀레나를 플로라가 살짝 달래본다.

“그 이상 갔으면 입학식 다 치르기도 전에 징계예요, 셀레나. 무례한 녀석 한 명은 일단 처리했잖아요.”

물론 그 버질이란 남자는 참교육시켜주긴 했다.

또한 거기에 대해선 정당방위- 학생회 쪽에서도 불문에 그치기로 했다.

그래도 셀레나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티아나 또한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다소 진정한 상태였다.

“얘, 에우드! 팔받이에서 팔 떨어트리지 마!”

“넵.”

꼬물꼬물꼬물꼬물-

둘 다 에우드를 사이에 두곤 손을 꼭꼭 잡아가며 불만을 재우고 있었다.

에우드가 아까 손잡자는 걸 거절했던 후폭풍일까.

티아나와 셀레나는, 에우드의 양손을 꼬물꼬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꼬집꼬집, 주물주물.

에우드의 말랑한 손이 팔받이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사고가 터질 때 자리에 없었던 에우드다.

에우드도 그 미안함이 상당했기에,

잠자코 누나들의 손아귀를 받아갔다.

그리고 포에닉스 파벌(가칭)이 모여있는 현재의 자리는-

“시작부터 엄청나게 난리였네요, 에우드님.......”

“라다루스까지 엮였으면 더 난리였을 거예요.”

“사실상 다섯 세력이 집결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저로선 일찍 와서 도와드렸으면 했지만요.”

“라다루스님의 명령이라면, 저희는 언제든지 싸울 거랍니다.”

“““명령만 내려주셔요, 라다루스 도련님!”””

“에헤헤, 고마워요. 유리카님. 여러분.”

라그나릴 파벌 자리의 바로 뒤.

고정석은 아니지만, 라그나릴 쪽은 강당 한쪽에 이미 자리를 차지해놨던 모양이다.

라다루스를 중심으로, 여학생들이 엄청난 기백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분명 아카데미의 남녀비율은 거의 반반이라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남자가 에우드와 라다루스 밖에 없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 속에서, 에우드는 앞자리에 앉은 라다루스와 슬쩍슬쩍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행히 에우드와 라다루스가 대화할 땐, 라그나릴 파벌도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다.

이 자리까지 온 이유는 이러했다.

원래, 포에닉스와 이가리트의 충돌은, 자리로 인해 발발한 것이니 말이다.

덕분에 처음 하워드에게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두 가문은 그 자리를 두고 또 싸움이 날 뻔했다.

그리고, 그렇게도 상황을 끝내라고 했음에도, 또 싸우려 한 걸 들켰는지-

(“땅따먹기하는 애새끼들이냐, 이가리트? ......그냥 전부 다른 자리로 가!!”)

보다 못한 학생회장 하워드가 와서 신경전을 강제종료 시켰다.

사실 셀레나나 티아나로선 그딴 고정석 정도야 그냥 넘기고 가도 됐다만.

짜증나서라도 오기로 차지하려 했다고.

뭐, 그런 식으로 흘러갔기에.

현재는 이가리트 파벌도, 고정석과 전혀 관계없는 자리에 앉아있다.

지금 이가리트 고정석은, 끝내 파벌이 없는 일반 학생들이 앉아있었다.

“그분이 학생회장 하워드........ 할란드 가문 분이셨죠.”

“네, 하워드 알잭 할란드님이셔요. 10대 귀족이시지만. 학생회 자체에도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학생회에 직접 들어가 주신 분이에요.”

아카데미는 학생의 상당수가 재력, 권력을 가진 이들이니 말이다.

하워드는 자신이 학생회에 들어가는 것으로, 일반 학생들을 지키려 했다고.

자신의 힘으로 학생회의 권력을 높여, 그 발언력을 대폭 상향시킨 것이다.

“대단한 분이시네요.”

“메트리 세력에서도, 할란드 가문은 다른 귀족들보다도 정의감과 의무감이 있으시니까요. 정말 귀족의 귀감이시죠. 아, 물론 포에닉스 또한 마찬가지지만요......!”

라다루스는 팔을 붕붕 흔들며, 포에닉스에 대한 찬사도 함께 보냈다.

라다루스네 라그나릴 가문이나, 트루스의 메트리 가문과는 달리.

포에닉스는 할란드 가문 쪽과의 접촉이 많이 없다.

있긴 했어도, 에우드는 하워드를 본 게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할란드 쪽에서 하나 기억나는 것이라면-

과거 에우드가 무덤 동굴에 들어갔을 때.

그때 구출했던 ‘마법 돌벽을 만들어 숨어 있던 헌터들.’

그들의 소속이 할란드라는 것 정도일까.

그 심각한 사건도, 벌써 3년 전 이야기다만.

그렇게 에우드가 라다루스와 작은 목소리로 대화할 때였다.

어째서인지, 에우드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셀레나가 에우드를 꼭꼭 잡아당겼다.

“왜 그래, 셀레나 누나?”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셀레나가 에우드를 바라봤다.

“에우드.......”

“응?”

“턱.”

“턱? 내 턱에 뭐 묻었어?”

턱을 손으로 만지고 싶다만.

두 누나가 손을 잡고 있으니 그건 불가능했다.

그러자 셀레나가 에우드의 손을 뗐다.

“내 턱. 쓰다듬어줘.”

“.......잉?”

“어서.”

에우드는 어리둥절하던 와중, 아까 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 예의 없는 남학생. 버질이 셀레나의 턱을 만졌다고.

원래 에우드로선, 당장이라도 그놈한테 한 방 먹여주고 오고 싶었다만.

상황상 티아나가 그것을 말렸다.

.......어차피 지금 기절 중이므로, 조금 나중에 한 방 먹이라나.

확실히. 아까 봤을 땐 정신을 못 차린 채 벌벌거리고 있었다.

어쨌든, 그 일 때문에 셀레나가 부탁하는 거라 봐야겠지.

“언니도 참........”

“에우드, 어서.”

티아나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셀레나를 봤다.

셀레나는 여동생의 반응에도 굴하지 않는다.

에우드가 살짝 머뭇거리는 것에 한 번 더 재촉할 뿐.

에우드는 셀레나의 턱을 살짝 만졌다.

고양이의 턱을 만져 고롱고롱하게 하듯, 셀레나가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에우드를 슬쩍 보며 더 부탁한다.

“더.”

“여기서 더......?”

“더, 더.”

“네, 네에엡.......”

슥슥슥-

아까 그런 무례를 막아주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

에우드는 셀레나의 턱을 살살 쓰다듬었다.

셀레나의 표정이 만족스럽게 바뀌어 갔다.

버질에게 만져졌던 촉감을, 에우드로 지워가는 것 같았다.

티아나는 에우드의 반대편에서 입을 삐죽이며 바라봤다.

“결국 포에닉스는 파벌이 되어버렸네요~”

그리고 턱을 쓰담쓰담 받는 셀레나의 옆에서, 플로라는 키득키득 그것을 말했다.

아까의 사건에서, 학생회 공인 수준으로 여겨졌으니까.

다른 학생들도, 파벌들도, 모두 그것을 들었으리라.

덕분에 포에닉스 파벌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사안이 되었다.

그 말에, 티아나가 한숨을 살짝 쉬었다.

“그러니까. .......평화롭게 하려 했는- 데!”

“아야야.......”

티아나는 한숨을 내쉬며 에우드의 손을 꼬집었다.

작은 동물에게 살짝 물린 것 같다고, 에우드는 생각했다.

“잠깐, 그런데 플로라. 너 되게 파벌 완성된 거에 기뻐한다?”

“당연하죠. 상황은 조금 살벌했지만-”

플로라는 고개를 쏙 내밀어, 몇 칸 떨어져 있는 티아나에게 시선을 전했다.

“영향력. 네임밸류. 그리고 커넥션. 아카데미에선 그것들을 키우는 데에는 파벌만 한 게 없으니까요.”

이전부터 플로라는 포에닉스 파벌이 구축되는 걸 기대했다.

그 모두가, 포에닉스&케인즈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여긴 것이다.

파벌이란, 자신의 이름과 가문 명, 세력 명을 동시에 아카데미 재학생 및 교수들에게 알리는 데 최적.

헌터들의 소속 및 별명과도 같을까.

그리고 아카데미로 유학 오는 해외의 유명인사들은, 필연적으로 파벌에 소속되어 있다.

그렇기에 해외와 커넥션을 만드는 데에 있어, 파벌이 있는 게 더 유리한 거다.

플로라는 여러 혼란 속에서도, 기회를 빠르게 캐치하고 있었다.

드로와는 거기에, 안경을 시무룩하게 닦으며 울상을 보였다.

“분, 분명 전, 포에닉스 파벌이라면 책을 평화롭게 읽을 수 있는 파벌이라 생각했는데요....... 그보다 자연스럽게 가입된 거 같고........”

“아냐, 드로와! 앞으로를 평화롭게 하면 되지!”

“티아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아까 상황을 보면 이미 글러먹었어요.......”

티아나도 싸움을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유일하게 전투계가 아닌 드로와는 여러 가지로 불안불안했다.

그 옆에서, 프란시느가 소심하게 말을 거든다.

“그, 그러니까요....... 앞으로 일이 많을 거 같아요........”

“프란시느가 할 말 아니에요.”

“에에에.......”

드로와가 프란시느의 말을 단호히 부정했다.

.......아까 셀레나, 티아나만큼 투쟁심 넘쳤던 게 프란시느긴 했다.

싸울 때마다 프란시느는 묘하게 성격이 바뀌는데,

에우드도 그 눈빛엔 매번 깜짝깜짝 놀란다.

‘맞다, 이거 못 돌려주고 왔네.’

에우드는 그 와중,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기억해냈다.

강아지 모양의 인형 머리핀.

키루미나에게 돌려주려 했는데, 일이 한 번 더 터진 덕에 주지를 못 했다.

나중에 꼭 만나서 그것을 주자고, 에우드는 조용히 마음을 잡았다.

.......하필 키루미나가 ‘푸른 늑대 파벌’이라, 일이 한 번 더 터질지도 모른다만.

설마 열차에서 만난 수인소녀가, 그런 거물일 줄은 에우드도 몰랐다.

혹시, 돌려줄 땐 다른 자리를 마련하는 게 좋을까.

괜히 또 싸움이 나면 더 골때린다.

그때였다.

베르네이 학장의 헌사가 끝났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전해지면서, 푸근한 수염의 베르네이가 단상에서 내려갔다.

에우드는 두 누나의 어리광을 받느라 내용을 많이 듣지 못했다만.

일단 좋은 내용이겠지 싶었다.

그리고 이어서 하워드의 헌사- 라기보다 잔소리까지 끝난 후.

트루스가 단상에 올라왔다.

신입생 1위로서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에우드님, 이제 트루스님의 차례예요!”

“......으으으음.”

라다루스는 에우드 쪽으로 뒤돌아보며 눈을 반짝거렸다만.......

에우드와 프란시느는 서로 난처하게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무리 안심하려 해도 안심이 안 된다.

게다가 아까의 사건이 이제 막 끝난 만큼 더더욱.

[“트루스 심 메트리입니다. 신입생 대표로서, 제게 이런 과분한 자리에서 말하게 된 것에 정말 큰 영광을 느끼고 있답니다.”]

그래도-

“아, 의외로........”

“괜, 괜찮네요, 에우드님!”

에우드와 프란시느는 서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휴우하고 안도한다.

막상 들어보니, 불안은 조금 시기상조였을까.

트루스는 사교회에서 이야기할 때처럼 신사적인 목소리로, 겸손하게 그 헌사를 이어갔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목소리는 여전한 덕인지.

일반 학생들 사이에선, 트루스를 보며 황홀경에 빠진 듯이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확실히 트루스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다.

목소리나 말투, 그 신사적인 행동에 매료되니까.

방금까지 파벌 항쟁을 보며, 경박하게 끼어달라고 한 소년이라곤 생각도 못 할 정도다.

그로부터 약 1분 정도 헌사가 이어졌다.

[“-아카데미의 인재로 선택된 만큼. 세력과 입장, 신분, 종족, 문화. 그것들을 내려놓고 함께 절차탁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현재까지의 내용은 무난했다.

아니, 꽤나 옳은 말.

규칙을 지켜, 서로 학교생활을 잘 구가하자는 그런 이야기였다.

말하는 게 트루스만 아니었어도, 에우드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서로를 이해하면서, 문화를 이해하면서. 모두 이번 학기. 나아가 이 아카데미에서의 생활. 바라는 바를, 원하는 바를,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바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시길, 저 트루스 심 메트리는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트루스가 고개를 살짝 꾸벅여주자, 학생들 대부분이 거기에 박수를 보냈다.

아마 그것이 헌사의 끝일까.

순서상으론 이제 트루스가 자리를 비키고,

학생회장 혹은 학장이 여타 주의사항에 대해 전할 테지.

그러나-

트루스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뭐지?”

“다 끝난 게 아닌가?”

“아직 뭔가 말이 남아있었나 봐.”

“무슨 말일까?”

“그래도, 나 아직 저 목소리 더 듣고 싶어~”

“아, 나도나도......!”

학생들은, 저마다 트루스가 부동을 취하는 것에, 웅성웅성거렸다.

다만 그렇게 큰일로 여기진 않는지.

저마다 잡담으로 가벼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에우드는-

“........”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비단 에우드 뿐만 아니다.

아까 사건을 비롯해 ‘파벌’ 쪽에 관련된 학생들은 모두 직감했으리라.

“트루스 쟤. 방금 이 강당에 있는 학생들 전부 확인했어.”

셀레나의 말대로였다.

트루스는 이 수 초간의 침묵 중.......

지금 이 강당에 모인 ‘모든 파벌’과 ‘유명인물’들을 두 마안으로 둘러봤다.

지속되는 침묵에, 단상 뒤에서 대기하던 하워드가 트루스를 불렀다.

“......트루스? 뭘 하는 거냐. 아직 남은 말이-”

[“-쭉 둘러 보니까, 대충 7, 8할은 모인 거 같네. .......아하, 딱 좋아라.”]

하워드의 부름을 슬쩍 뒤로한 채.

트루스는 목소리 확성 매직 아이템 앞에서 헛기침을 살짝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웅성웅성웅성-

학생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트루스는 신사적인 웃음을 활짝 지으며 말했다.

[“메트리 파벌이 온 이상. 저와 레니안느가 재학하게 된 이상. 이번 해로, 모든 파벌 항쟁이 끝날 겁니다. 파벌 여러분. 일반 학생분들. 모두 모두 각오하고 기대해주시길.”]

“““―――――――!!!”””

[“아까처럼 나 빼고 막 진행하지 말고~ 서로 절차탁마해보자고. 1년 바짝 하고 4년 편하게 지내게. 이상으로, 제 헌사를 마칩니다.”]

당연하지만 그것은-

메트리가 이번 해 파벌 항쟁을 제압하겠다는 말이었다.

소란. 혼란. 동요.

전면전의 선전포고에, 강당에 모인 파벌과 학생들이 일제히 거기에 경악했다.

각 파벌들 사이 비상이 걸린 술렁임이 오고 간다.

이가리트, 검은 사자, 푸른 늑대- 그외 모든 파벌도 세력을 불문하고 반응해간다.

온갖 소음이 겹치는 와중, 단상에선 하워드가 트루스에게 뭐라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분명, 사고를 친 것에 대한 잔소리일까.

“역시 트루스님. 엄청나게 크게 터트리셨네요.......!”

“웃을 일이 아니잖아요, 라다루스.......”

오싹오싹 웃으며 전하는 라다루스의 말에, 에우드는 이마를 싸매곤 한숨 쉬었다.

결국,

강당 내부의 웅성거림은 개학식이 종료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작품후기]스케줄의 오차로 인해..... 1/16 목요일 오전으로 미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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