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에 깔았던 푸른 늑대 파벌 떡밥을 풀은 것뿐입니다.(이미 글러먹음)?106회
개학식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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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드는 재빨리 눈을 돌려 그 수를 파악해간다.
지금 이쪽을 둘러싼 건 수인족.
다만 키루미나와 같은 수인은 아니다.
남학생의 경우 검은 갈기와 같은 머리칼이 확실하게 보인다.
여학생들은 비교적 얌전한 머리 스타일이었지만, 그 야성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성별에 상관없이, 수인족들 모두에게서 맹수와도 같은 기운이 전해진다.
‘사자.......’
분명 제시카한테 수인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살짝 어두운 피부색에, 그 눈이 모두 푸른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수인족들이 검은 사자 일족이구나.’
에우드가 제시카에게 들었던, 호전적인 걸로 유명한 수인족 중 하나다.
“뭐야, 당신들.”
키루미나는 으르릉거리는 소릴 내며 검은 사자 수인들을 바라봤다.
키루미나라는 맹수의 위협이 전해지자, 주위를 둘러싼 사자 수인들도 똑같이 그르르 소리를 내며 위협한다.
그야말로 맹수가 지배하는 야생일까.
이 순간 강당의 한쪽은 맹수들의 집결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검은 사자 파벌 사이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다른 사자 수인들보다도 더욱 화려한 갈기.
아카데미 지정 교복은 거칠게 찢어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서, 수인 특유의 기백이 확실하게 전해진다.
‘무리의 보스’가 가진 위압이었다.
“네년도 알고 있겠지만, 내 이름은 칼투스 반타레오. 반타레오의 차남이자, 검은 사자 파벌의-”
“-아니, 모르는데.”
“........”
키루미나가 정말로 모른다는 표정을 짓자, 칼투스의 말이 멈춰버렸다.
다른 사자 수인들도 순간 벙쪄버린다.
에우드는 거기에 웃을 뻔했지만, 최대한 웃음을 막았다.
웃었다간 상황이 더 커질 것 같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사교회를 3년 겪은 만큼, 에우드의 표정관리 능력은 상당히 상승해있었다.
“어, 어쨌든 난 알고 있다! 키루미나 아즐볼프!”
칼투스는 굴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검은 갈기를 일렁이며, 맹수의 울음과 같이 소리친다.
“네년이 사울드의 동생이란 걸! 그리고 우리 검은 사자 파벌의 최대의 적이란 걸!”
지금 분명 키루미나 아즐볼프라고 했나.
키루미나의 이름 전체를 들은 건 처음이었기에, 에우드는 거기에 조금 놀라버렸다.
“감히 우리 파벌의 리더를 모른다고 말했어?!”
“반타레오의 차남을!”
“아즐볼프 쪽 녀석들이 말이야, 기고만장해져서!”
“저번 해부터 자기들이 수인족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콧대를 부러트려 줘야 해!”
다른 검은 사자 파벌 학생들은, 칼투스에 이어 저마다 말을 거든다.
얼마 있지 않아서,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저마다 이 이변을 눈치챘다.
“야, 설마........!”
“벌써부터 파벌 싸움이 시작된다고?!”
“피, 피해! 검은 사자 파벌이야!”
검은 사자 파벌의 호전성은 역시 유명한 이야기인지.
주변을 지나다니던 학생들은 물론,
먼저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까지 우르르 자리를 피하려 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검은 사자......?!”라며 주변으로 퍼져간다.
어쨌든 지금 사자 수인들의 적의는 명백하게 키루미나에게 몰려 있다.
말싸움만 하고 끝났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점점 심상치 않아진다.
처음 알게 된 수인 소녀가 싸움에 휩쓸릴지도 모른다는 것에, 에우드는 걱정스레 바라봤다.
그러자 맹수의 표정이었던 키루미나가 흠칫 놀랐다.
“......키루미나?”
“으르르르르.......!! 앗!”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은 분위기를 거두곤,
에우드를 향해 부끄러운 듯 뺨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제, 제 정신 좀 봐.......! 어, 어흠- 죄송해요, 에우드!”
“괜찮겠어요, 키루미나? 제가 도울 일은-”
“걱정할 거 없어요!”
키루미나는 에우드에게 팔과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그리곤 칼투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저기- 당신들? 난 아직 저희 오빠 파벌에 합류한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뭐라고?”
“파벌끼리의 싸움을 하고 싶다면, 오빠한테 가서 따져요! 저는 그런 바보 같은 짓엔 관심 없으니까요!”
키루미나는 자신은 싸움에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곤 에우드를 잡곤 성큼성큼.
칼투스를 뒤로 하고 검은 사자 파벌 사이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콰아아아아앙-!!
순식간에 에우드와 키루미나의 앞을 가로막은 칼투스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태평한 소릴! 네년한텐 수인족의 싸움이 우습게 보이는 거냐?”
“.......”
칼투스가 노려보는 것에, 에우드는 조금 난처하게 그것을 받았다.
수인족은 분명 질기다고 했나.
싸움으로 엮이면 앞으로가 귀찮긴 하리라.
그래도 싸움을 걸면, 에우드도 당장이라도 상대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키루미나가 자리를 피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우드도 너무 일은 일으키지 말고, 대화로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마침 어제 티아나가, 다짜고짜 싸우진 말라고 했고.
다만, 에우드가 난처한 생각을 거듭할 때.
칼투스의 옆에 있던 한 사자 수인 남학생이, 키루미나의 머리에 손을 댔다.
“뭐야, 이년 보게? 이런 인형 머리핀 차고, 귀여운 척하는 거야?”
“놀러 왔나 봐~”
“인간 남자애도 옆에 끼고. 아주 살판 났구만.”
그리곤 함께 키득키득거리던 사자 수인 여학생이,
키루미나가 찬 인형 머리핀을 찢어버리듯 뽑아냈다.
툭-!
“앗?!”
“우와. 뭐야, 이거. 꼴에 케인즈 상회 상품이잖아?”
“꺄하하, 어쩐지 오빠랑 같이 안 왔다 싶더니, 혹시 케인즈 상회에 들리다 온 거 아냐?”
“아하하하하하, 그럴법하네!!”
그렇게, 칼투스 주위에 있는 학생들이 거기에 낄낄거릴 때였다.
홱!
에우드가, 여학생 손에 쥐어진 머리핀을 단숨에 낚아챘다.
“.......어, 어라?”
“남의 물건 함부로 만지는 거 아니에요.”
수인 여학생은 자신이 눈치도 못 챈 사이 머리핀을 뺏겨 어리둥절했다.
에우드의 속도에, 다른 수인들도 순간 멍해져 버렸다.
에우드는 그런 반응을 뒤로 미룬다.
서둘러 강아지 머리핀을 키루미나에게 돌려주려 했다.
다만.......
“뭐, 뭐야? 나 분명 방금까지 핀 잡고- 푸어어어억!?”
퍼어어어어어억!!
이미 사건은 시작되고 있었다.
키루미나의 주먹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내질러졌다.
머리핀을 뽑아갔던 여학생의 안면을 정확히 강타했다.
봐주는 것 하나 없이.
맹수의 근력을 전력으로 휘둘러 안면을 뭉개버린다.
쿠우우우우웅!!
........털썩!
코피를 줄줄 흘리며, 사자 수인 여학생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한동안 기분이 정말 좋아서, 오늘은 특별히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는데.”
“으아악.......! 키루미나.......!?”
키루미나가, 주먹을 거두며 고개를 들었다.
이미 그 눈은 에우드에게 반짝이던 눈이 아니었다.
행복하게 흔들던 꼬리는 이미 전투태세에 들어섰다.
모든 털이 곤두선다.
“그 갈기를 다 뜯어주마, 이 시꺼먼 고양이 새끼들아-!”
“이년 조져버려!”
“퍼런 개새끼들을 전부 땅에 기게 만들어!”
으르르르르르르!!
크르르르르르르!!
아카데미 신학기의 첫 파벌 싸움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순간, 강당의 또 다른 장소에서도 싸움이 시작됐다.
●
“고정석?”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말수가 많지는 않은 셀레나였다.
10대 귀족 이가리트의 파벌.
라인 자체는 그리피너 가문의 세력이라, 많이 만날 일은 없는 가문이지만.......
이런 식으로 아카데미에서 마주하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
“그래, 신입생들! 무려 10대 귀족님- 우리의 리더, 다스트 글론 이가리트님의 고정석이다!”
“꼭 매년 있지, 이런 전통도 모르고 고정석에 앉는 애들이.”
“그때마다 꼭 밟아주는데요. 매년 꼭 나타나!”
“......흐음, 고정석이구나.”
셀레나도 과거에 그런 얘기를 들은 걸 어렴풋이 떠올린 모양이다.
다만, 티아나와 플로라는 직감했다.
지금 셀레나의 심기가 매우 안 좋아졌다.
아마 여기서 분명 상대가, “파벌 사이에 지정석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야, 혹시 양보해주지 않을래?”라던가.
사과의 말이라던가.
최소한 조금이라도 존중을 담아 말했다면.
셀레나도 여기까지 심기가 비틀리진 않았으리라.
셀레나도 10대 귀족의 영애인 만큼, 그런 쓸데없는 허울 정도야 봐줄 순 있으니까.
하지만, 이미 시작부터 꼬였다.
너무나도 예의가 없었다.
애초에 지금 상대 쪽엔, 이 아이들이 귀족 아이-
그리고 심지어, 셀레나와 티아나가 10대 귀족 가문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겠지.
여기서 누구라도 바로 포에닉스임을 알아챘다면.
어쩌면 이건 어디까지나 해프닝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의외로 꽤 평화롭게 끝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애초에 셀레나의 심기는........
“뭐, 여자애들이니까 특별히 폭력은 안 써줄게. 남자애가 있었다면, 그놈은 본보기로 밟았겠지만! 오오. 그래. 차라리 내 옆자리에 올래?”
“.......”
최악의 임계치까지 내려갔다.
남학생 한 명-
버질이 짜증 나게 하는 말과 함께 셀레나에게 다가오더니, ‘턱을 매만진 것이다’.
셀레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완전히 비틀렸다.
“버질, 얘 또 이러고 자빠졌네.”
“매번 여자애들한테 껄떡댄다니까.”
“야, 그래도 진짜 예쁘긴 한데.......”
파벌 동료들의 말에도, 버질은 여전히 킥킥거리며 말했다.
“너 정도 얼굴이면, 내가 파벌에라도 넣어달라고 다스트한테 부탁할 수 있는데~.”
“저기요, 당신 지금 언니한테 무슨 무례한 행동을-”
티아나가 서둘러 그것을 말리려 했다.
그러나, 바질은 오히려 티아나를 보더니 눈을 밝힌다
“-오! 너도 괜찮네! 너 내 옆자리 올래? 크으, 다들 지금 보니 귀엽네. 좋아, 오늘은 특별히 무례함을 봐준다! 다들 내 옆으로 와서 앉게 해줄게!”
“.......뭐라고?”
“아하하....... 참나.”
밑도 끝도 없이 무례한 행동과 말에, 티아나도 플로라도 표정이 매우 찌푸려졌다.
파벌 쪽에서도, “저놈 계속 저러네.”라는 말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때였다.
“어라? 잠깐, 저 여자애 설마.......!”
“백금색 머리칼에, 웨이브......?”
“그, 그러고 보니 분명 이번 해에 들어온다고 했긴 했는데.......!”
직접 보진 않았어도, 조금씩 그 특징이 기억 난 것일까.
이가리트 파벌 쪽에서 몇 명이,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들이 누군지 감을 잡아간다.
그중, 정체에 확신을 내린 한 남학생이 다급히 나왔다.
‘아직도 상황을 못 알아챈’ 버질을 말리기 위해 소리친다.
“버질, 이 미친놈아! 뭐 하는 거야?! 어서 그 애한테서 손 떼!!”
“엉? 뭔 소리-”
그러나 이미 늦었으리라.
“-놔, 개자식아.”
퍼어어어어어어어억!!
“““!!!!!”””
셀레가가 버질의 복부에다가 목검을 꽂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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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어엉!!
그야말로 비행이었을까.
짐을 집어던지듯. 버질의 몸은 저 멀리 십수 미터의 거리를 날아갔다.
그리곤 바닥에 떨어진다.
충격에 못 이긴 몸이 벌벌벌 떨며, 구토에 가깝게 타액을 질질 흘린다.
“누가. 감히. 내 턱에 마음대로 손대래? 그리고 남자애가 있었으면- 본보기로 밟았을 거라고? ......다 뒤질려고.”
셀레나의 말투가 과격해졌다.
극한까지 화났다는 의미였다.
가끔 귀족들 사이에선 오해가 있다만.
셀레나가 동생들과의 스킨쉽이 많다고 해서, 절대 타인과의 스킨쉽을 좋아한다는 게 아니다.
셀레나는 친분이 부족한 사람이 손대는 건 정말 싫어한다.
심지어 지금 손을 댄 건, 웬 듣도 보도 못한 남자.
셀레나와는 친분은 둘째치고 면식조차 없다. 멀리서 본 기억조차 없다.
거기에.
그런 주제에.
만약 남자아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에우드가 있었다면’ 당연히 밟았다는 식으로 말하기까지 했다.
셀레나의 화가 수그러들지 않는 건 당연한 거였다.
셀레나가 목검을 휘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드디어 파벌 모두가 그 정체를 깨달아 간다.
“망할, 저 애, 포에닉스의 검성이잖아.......!! 10대 귀족!!”
“포에닉스의 검성?! 저 조그만 애가?!”
백금색의 풍성한 웨이브 머리.
무표정하면서도 위풍당당한 얼굴.
단련된 신체와 금색의 눈동자.
그리고,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폭력적이면서도, 너무나도 깔끔한 검술.
“셀레나 알라이트 포에닉스.......!”
지금 파벌 모두가 생각했으리라.
잘못 건드렸다.
하필 리더가 아직 오지 않았을 때,
똑같은 10대 귀족에게 시비를 건다는 초대형사고를 쳐버렸다.
“.......일 터졌네.”
“아하하, 티아나. 예전부터 말씀드렸잖아요? 결국엔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니까요. 포에닉스시잖아요.”
“히, 히이이이......!”
티아나는 한숨을, 플로라는 거의 상쾌하다 싶은 웃음을 지었다.
드로와는 안경 밑의 눈을 동그랗게 뜨곤, 상황을 덜덜 떨며 바라봤다.
그리고 소심한 프란시느는-
“유효타유효타유효타유효타-”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대치상황이 얼마 안 지나서였을까.
파벌 한쪽에서 또 다른 무리가 걸어왔다.
“뭘 하는 거냐. 너희들.”
“앗, 다스트........!”
다스트 글론 이가리트와, 이가리트 파벌의 상위서열 학생들이었다.
[작품후기]더블 선빵. 안면과 복부.
두들기는 건 키루미나와 셀레나......
주인공한테는 꼬리를 방방 흔들며 애교를 보이지만,
싸울 때는 야성이 단숨에 드러나는 수인이 좋습니다.....
어흠어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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