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회
아카데미로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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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루스는 먼저 와서 시설 대부분을 돌아봤다고 한다.
“파벌 분들이 모두 친절하게 알려주셨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엔 제가 여러분들을 안내해드릴게요!”
“고마워요, 라다루스님.”
“아니에요, 플로라님. 다들 다과회 멤버들인 걸요!”
라다루스는 천진난만하게 금발을 찰랑였다.
기숙사 자체도 커서인지 정말 많은 장소가 있었다.
또 방이나 시설에도 종족별 구분이 있다고 한다.
“서로 문화나 성향이 많이 다르니까요.”
라다루스 말로는, 예전엔 종족 국가 구분 없이 방과 시설을 배정했던 모양이다.
다만 그로 인해서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자주 일어났다고.
그러다 결국, 기숙사에서만큼은 충돌을 줄이기 위해 층을 나눈 거다.
기숙사는 남자동 여자동 차이 없이, 총 6층 구조였는데,
1층, 2층은 공동 플레이스.
3층부터는 각각 난쟁이족, 엘프족, 인간족, 수인족- 이렇게 구별이 지어져 있었다.
이러한 층의 구별은 매년 뒤바뀐다고 한다.
작년까진 엘프족이 최상층을 사용했다나.
여러 문화가 뒤섞이는 만큼, 최대한 논란이 없도록 매년 층을 새로이 정하는 거다.
그리고 10대 귀족급 고위 인사의 방은, 각 층에서도 제일 큰 방을 받게 되어있었다.
에우드의 방도 그렇기에 넓은 것이었다.
물론 다른 방도 넓기야 확실히 넓다만.
덕분에 건물 자체가 매우 커, 같은 층이어도 마주치지 못할 때가 의외로 많다고.
“또, 세탁의 경우는 대부분 기숙사 전문 사용인분들이 해주셔요!”
각 방에는 세탁물 바구니가 벽 한쪽에 내장되어있다.
에우드도 아까 그것이 뭔가 해서 열어봤었다.
꽤나 넓은 구조의 서랍으로 보이길래 물건을 넣어도 되나 싶었는데-
(“거기 세탁 바구니예요, 에우드님!”)
-라며, 라다루스가 재빨리 말려줬다.
세탁할 옷가지들을 방 번호가 적힌 주머니와 함께 넣어두면,
기숙사 사용인분들이 전부 세탁해준다고.
매일 아침 10시.
거의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나와 있을 때, 각 층을 돌며 작업을 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커다란 잡무는 사용인들이 해줄 것이니, 너무 걱정은 할 필요 없다나.
“조금 안도했어........”
“언니, 나두.......”
셀레나와 티아나가 차분한 표정으로 휴우, 소리를 냈다.
사실 삼남매 모두, 모든 일을 홀로 할 것을 각오하고 왔으니.
일이 좀 줄어든 것에 마음이 놓인 것이다.
그래도 학생들이 많으니까.
이렇게 듣기만 해도, 사용인들은 상당한 격무를 치른다는 게 느껴졌다.
아예 기숙사 및 아카데미 지하동에는, 잡무들이 처리되는 넓은 공간이 구축되어있었다.
에우드는 마음속으로 미리, 사용인들에게 수고와 감사를 전해본다.
나중에 만나면 꼭 인사를 하자 싶었다.
이후 학생 식당이나, 또 휴게실이나,
종교 쪽에 속한 이들을 위한 예배당 등-
기숙사에 있는 여러 시설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다들 한 시간 정도 내부를 걸어 다니고. 2층의 로비로 들어섰다.
“사실 바깥 학동도 안내해드리고 싶지만........”
라다루스가 회중시계를 보며 난처함을 드러낼 때였다.
“앗!? 라다루스 도련님!”
“라다루스님, 여기 계셨군요?!”
“여러분?!”
우르르르!
또 다른 길에서 이제 막 로비에 들어선 건지.
여학생의 한 무리가, 라다루스를 발견하곤 빠르게 달려왔다.
그중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여학생들이, 순식간에 라다루스 앞에 선다.
티아나와 플로라가 순간 거기에 압도당했다.
“뭐, 뭐지? 얘네......?”
“아, 분명-”
어느새 몰려온 여학생들을 보며, 플로라가 기억을 되새기기도 전이었다.
그 여학생 중 둘이, 라다루스를 단숨에 자기 쪽으로 끌고 갔다.
마치 보호자 같았을까.
에우드는 그게 누나들의 행동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다만-
“당신들 대체 누군데 라다루스님한테 붙어있는 거죠!?”
“우리 라다루스님한테 이상한 목적을 갖고 있는 건가요!?”
꽤 적대적이었다.
여학생 세 명이, 갑작스레 삼남매와 플로라 쪽에다 소리쳤다.
뒤의 몇몇 아가씨들은, 지금 라다루스와 함께 있던 게 누군지를 이해하고 말리려 했지만,
이미 행동 빠른 아가씨들이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라다루스님에게 불순하게 접근하는 건, 저희가 용납 못- 흐으읍?!”
“흐익?!”
그 적대적인 말투에, 에우드는 잠시 여자아이들을 매섭게 노려봤다.
순식간에 공기를 비틀 기세로 몰려오는 위압감.
그 주변에 있던 모두가, 호흡을 옥죄는 압박에 숨이 턱 막혀버렸다.
“에우드! 말로 해, 말로!”
티아나가 재빨리 에우드를 말린다.
라다루스도 서둘러 여학생들에게 빠져나와 고개를 숙였다.
“에우드님, 죄송합니다! 저희 파벌분들이에요! 여러분, 어서 사과하세요!”
“-너희들, 지금 무슨 무례를 보이는 거야? 포에닉스 삼남매분들이랑, 플로라 아가씨잖아! 라다루스님의 친구분들이야!”
“““앗!!”””
라다루스와 상급생의 말에, 공격적인 태도였던 여학생들이 허겁지겁 모두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 네, 넵.”
에우드도, 곧바로 날아온 사과에 압박을 거뒀다.
“........”
“셀레나,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다짜고짜 목검 막 휘두르면 안 돼요.”
포에닉스의 검성이 어느새 목검을 잡고 있던 것에,
플로라는 난처하게 그것을 자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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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라다루스의 파벌은 대부분이 여학생들이었다.
그것도 모두 연상.
몇몇 사람들은 에우드도 사교회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쪽도 분명 이쪽을 알아보긴 했을 테지.
다만 상황이 너무 급작스러워 재빨리 말리지 못했다고.
“죄송합니다...... 파벌 문제로 저희 애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버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처음 소리친 여학생들도 계속 사과를 전했다.
재학생 중엔 본가에 안 돌아오고, 외부에서 오래 지내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까.
또 세력이 다르다 보니, 포에닉스 삼남매를 못 봤던 학생들도 의외로 여럿 있었다.
심지어 라그나릴 파벌엔 여러 유학생 또한 존재한다.
라그나릴 가문은 현재, 카밀라와 펠리노어의 주도로 세계 각국 연금술 길드와도 연을 넓히고 있다.
파벌 내에 국적이 다양한 건 그런 이유이리라.
그런 연유로 파벌 내에 포에닉스 삼남매를 아는 인원과 모르는 인원이 거의 반반.
그로 인한 오해였다고.
“그런데 예민하다니요, 라다루스?”
“그게....... 최근 몇 년, 파벌 싸움이 조금 격화되고 있다는 거 들으셨죠?”
에우드도 그 말에, 피르티가 했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분명 항쟁이 3년째에 들어선다고 했었지.
“그리피너 가문 파벌이랑, 푸른 늑대 파벌이었나요?”
“-맞습니다, 에우드님.”
라다루스를 옆에서 보좌하는 여학생-
방금 여자아이들을 재빨리 말렸던 ‘유리카 에알레’가 조심스레 말했다.
“다만, 그쪽도 그쪽이지만 또 다른 파벌들도 일이 많답니다.”
“다른 파벌? 두 파벌끼리만 싸우는 게 아닌가요?”
“검은 사자 파벌이나, 10대 귀족인 이가리트 가문 파벌........ 그 외에도 길어지는 파벌 싸움에, 작년부터 여러 파벌이 점차 엮이기 시작했답니다.”
세력과 인원이 많은 만큼 당연히 파벌도 많은 걸까.
에우드가 들었던 것 이상으로, 현재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되는 듯하다.
게다가 라다루스의 라그나릴 파벌은, 한동안 아카데미에 나타나지 않은 신생파벌.
그렇기에 학기가 시작하는 시기인 지금, 혹시나 모를 위협에 미리 경계하고 있던 것이다.
그 이상으로 이 소녀들의 과보호도 있었을 테지만.
“이분들은 저뿐만 아니라, 저희 누나하고도 정말 친한 분들이에요! 여러분, 앞으로는 모두 주의하고 예의를 갖춰주세요!”
라다루스가 나무라는 목소리에, 라그나릴 파벌 소녀들이 재차 인사를 전했다.
이후 라다루스는 거듭 사과를 하며, 파벌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시간은 약간 남아있었겠지만, 어색하지 않게 먼저 자리를 비킨 듯하다.
.......겨우 일이 끝나고서, 아이들 모두 한숨을 살짝 쉬었다.
“맞아요...... 라다루스님이 이번에 만든 파벌은, 거의 기형적일 정도로 여성분들이 많다고 소문을 들었어요.......”
“쟤네 무서워......”
“솔직히 라그나릴 파벌보단, 라다루스님 친위대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요.”
티아나와 플로라가 조금 질렸다는 듯 말했다.
에우드는 아까까진 라다루스의 파벌이 순수할 거라 예상했는데.....
실상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라다루스는 부실에 꼭 놀러 오라고 했는데, 에우드로선 차마 수락하기가 두려웠다.
“우, 우리는 진짜로 되도록 평화롭게 가자. 언니, 에우드.”
티아나는 셀레나와 에우드의 팔을 꼭 잡곤 말했다.
그러나-
“다음에 비슷한 일 있으면 내가 먼저 칠 거야. 티아나랑 에우드는 내 뒤에 있어.”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상이 생기면 나부터야. 셀레나 누나하고 티아나 누나는 내 뒤로 가.”
“저기, 둘 다 싸움 먼저 하려 하지 말고.......”
““(뿌우우우우-)””
티아나의 말에, 장녀와 막내가 어색한 휘파람을 내며 딴청을 부린다.
“이 검돌이 답답이들 진짜.......!”
“에이,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티아나. 자- 이제 프란시느랑 드로와도 찾아보죠. 아무래도 기숙사엔 지금 없는 거 같고요.”
이후엔 플로라의 말에 따라, 드로와와 프란시느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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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에우드님, 같이 따라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무사히 하루를 끝낸 후.
에우드는 프란시느와 잠시 함께하고 있었다.
둘 다 움직이기 쉬운 옷으로 갈아입은 후였다.
에우드는 최근 새로 맞춘 훈련복.
프란시느의 경우, 사교회에서도 사용하던 검술 복장이다.
현재 장소는 기숙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공터.
프란시느가 찾은 검술연습용 장소였다.
물론 이곳은 검술도 수업에 있는 아카데미다.
그렇기에 사실 검술연습을 할 건물이야 여러 곳이 있다곤 하지만-
“저, 전 다른 분들이 보이는 데에서 연습하기가 너무 부끄러워서요......”
프란시느는 변함없이 부끄럼쟁이.
자기가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걸 남이 보는 것이, 프란시느에겐 꽤 부담이었다.
이 장소도, 그걸 위해 사람들이 최대한 안 올 장소를 찾고 찾아 발견한 곳이라 한다.
낮에 기숙사에 없던 것도 이 장소를 찾고 있어서였다.
참고로 프란시느와 드로와는 함께 방을 쓰는데, 드로와의 경우 지금 그 2인실 방에서 홀로 푹 쉬고 있다.
프란시느를 뒤따라 연습용 공터 찾기에 함께한 덕에 많이 지쳤다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드로와는 몸을 움직이는 쪽은 아니니 피곤할 테지.
두 누나는 플로라와 함께 여자 기숙사를 더 돈다고 한다.
낮에는 기숙사 시설과, 기숙사 밖을 주로 봤으니까.
지금 미리 다른 시설도 보려는 것이리라.
그리고 아까 에우드가 프란시느와 연습하러 간다고 하자-
(“프란시느라면....... 언니 판단은?”)
(“프란시느는 아직 안전하지.”)
-라며, 에우드와 프란시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안전한지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
“.......응? 그런데, 프란시느. 이러면 결국 제가 보게 되는데 괜찮나요?”
“에, 에우드님은 자주 제가 지는 걸 보셨으니까요.......! 별로 부끄러운 건 없어요!”
프란시느는 눈을 꼭 감으며 에우드에게 괜찮다고 전한다.
모의전을 할 때면, 프란시느는 셀레나나 에우드에게 질 때가 대부분이니까.
한심스러워 보일 결과는 다 보여줘 버렸다- 라는 느낌이리라.
물론 그렇다고 프란시느가 약하다는 건 아니다.
에우드도 셀레나도 프란시느에게 긴장을 빼고 상대했다간, 순식간에 당할 수 있었다.
‘포에닉스의 검성을 위협할 검사’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프란시느는 동글동글 묶은 머리를 한 번 고정하곤 연습에 들어갔다.
나오기 전에 드로와가 툴툴거리면서 묶어줬다고 한다.
“맞, 맞아요, 그러고보니.......”
프란시느가 검의 태세를 몇차례 반복했을 때였다.
“내일 신입생 대표 선언은 트루스님이 하시죠?”
“그렇죠. 신입생 성적 1위가 한다고 했으니까.”
2개월 전에 치러진 신입생 입학시험.
거기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트루스.
그리고 2위가 무려 셀레나였다.
“트루스님은 시험 응시과목 모두 만점이시니까요.”
시험 과목은 다들 달랐지만,
그럼에도 마법, 검술을 모두 포함한 상태에서 시험 과목 5개의 점수가 만점인 건 트루스가 유일했다.(물론 검술의 경우, 셀레나와 에우드도 만점이었다.)
그 결과에 각 시험을 담당하던 교수들조차 충격에 휩싸였다고.
“대표 선언을 트루스가 한다면....... 제발 위험한 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요.”
트루스가 대표로 뭔가 말을 전한다 생각하자, 에우드의 위가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편견 없이 생각하려 해도, 뭔가 일이 하난 터질 거 같았다.
“아하하....... 그래도 공적인 자리니까요. 입학식은 무사히 넘어가실 거라 생각해요.”
에우드도 프란시느처럼 생각은 하고 있었다.
공적인 자리인 만큼, 그리 큰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
그래도-
“메트리죠.......”
“......메트리시죠.”
공적인 장소든 뭐든 상관 안 하고 화제를 터트리는 게, 바로 그들 가문이다.
에우드도, 프란시느도, 이 3년간 그걸 톡톡히 느껴왔다.
““.......””
그래도 설마.
“에이, 트루스라도 설마.”
“그, 그렇죠. 트루스님이라도 설마! -아, 에, 에우드님. 혹시 모의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네, 괜찮아요.”
설마 뭘 저지르겠냐 싶어 하며. 두 사람은 다시 연습을 위해 말머리를 돌렸다.
......여기서 에우드와 프란시느가 간과한 것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가 트루스 심 메트리와, 아카데미의 사건 사고 빈도를 얕본 것이며.
또 하나는-
지이이이이잉........
지금 이 공터를 ‘마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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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디에스의 중년 집사 엘토는, 지친 표정으로 디에스의 방문을 열었다.
방금까지 교수들의 첫 회식 자리가 있었다.
10대 귀족 영애인 디에스 대신, 그런 자리에 자주 나가게 된 엘토다.
덕분에 교수들의 술주정을 상대해주느라, 첫날부터 상당히 심신이 지쳐 있었다.
덜컹-
그래도 아가씨를 담당하는 집사이지 않은가.
엘토는 현재, 유펠하이넴 당주를 대신한 디에스의 아버지역이자 훈육역.
한편으론 삼촌과 같은 역을 하는 남자다.
그렇기에 이 아가씨가 지금 방 정리는 잘 하고 있는지,
또 따뜻하게는 하고 있는지 확인차 왔다만.......
“우헤. 우헤헤헤.”
“.......지금 뭐 하고 계십니까?”
“왁?! 엘토?!”
이 글러먹은 아가씨는 침대에 누운 채,
‘어떤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를 얼굴에 얹고는 우헤헤 웃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마법인지 아는 엘토는, 피곤한 얼굴 위로 마른세수를 했다.
[작품후기]글러먹1 제시카.
글러먹2 디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