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99화 (99/264)

시스템일 수 있겠군요.....!?99회

3년 뒤099.

3년 전 여행을 떠나고서 2개월.

리퀴아는 실종되었다.

이 편지 한 통만을 남기고.

저택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리퀴아는 편지를 정기적으로 보낸다 했는데.

편지는 결국 총합 두 통 밖에 오지 않았다.

“.......아버지 말씀으론, 리퀴아님은 원래는 한 번 떠나면 몇 년은 연락이 안 된다고는 하죠.”

“아, 저도 들은 적 있어요, 그 이야기!”

가레스의 경험으로는, 리퀴아가 1년에 여러 번 연락하는 것만 해도 신기한 거라고.

원래라면 리퀴아 데몬러커라는 남자는 연락 자체가 정말 드물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연락을 거의 안 한다고 한다.

이번 실종도, 이미 10년 전에 한 번 겪은 일인 모양이다.

리퀴아가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거의 5년은, 다들 어디 가서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나.

그렇기에 가레스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그런 가레스 본인도 다소 걱정을 담고 있었다만.

편지를 가져다준 것은, 리퀴아가 다루는 데스 스트릭스 중 한 마리.

거의 나라 몇 개를 뛰어넘어 날아온 것인지.

데스 스트릭스는 포에닉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지쳐 쓰러졌다.

이름은 레이지- 에우드에게 와이즈의 피리를 배송해줬던 개체였다.

와이즈랑 비슷하게, 이름 짓는 센스가 딱 리퀴아다웠다.

현재는 가레스와 알베르토가, 그 데스 스트릭스를 관리해주고 있었다.

지금쯤 아마 와이즈와 함께 근처 숲에서 자유롭게 대기 중일 것이다.

그리고 레이지가 가져다준 편지에는-

[아마 당분간 유그라시아엔 못 갈 거 같다. 편지도 어렵다고 본다. 예상 이상으로 일이 복잡하다. 그러니까 애들 공부나 잘 시키고 있으라. 일단 어떻게든 해볼 테니.]

-라고 적혀 있었다.

“.......상남자시군요.”

“상남자죠.”

심각한 일은 일부러 배재하고 짧게 적었을 확률이 높지만 말이다.

그래도 에우드는 리퀴아라면,

심각한 일들이 있어도 충분히 해결하고 올 것처럼 느껴졌다.

에우드에게 있어서 리퀴아란 그런 남자였다.

때문에, 지금은 리퀴아의 말대로 잘 지내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곧 아카데미에 가야하고. 에우드의 계승절도 이제 2년 남았으니까.

“제가 생각해도, 리퀴아님이라면 충분히 해결하고 오실 거 같네요.”

그래도 여전히 걱정하고 있는 에우드를, 제시카가 폭폭 쓰다듬어줬다.

에우드도 쓰담쓰담을 받으며 거기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 인형은 아카데미에 가져가실 건가요?”

에우드가 리퀴아와 디에스의 편지를 서랍에 집어넣고 있을 때.

제시카는 에우드의 책상에 놓인 축 처진 눈의 토끼인형을 가리켰다.

3년간 관리도 열심히 한 덕에, 토끼인형은 먼지나 때 타는 것도 없이 새것 같았다.

그리고 3년간 여전히 탈력감 넘치는 인형이다.

“네, 저는 제 방에 장식할 게 별로 없으니까요. 제시카도 그때 산 인형들은 챙겨갈 건가요?”

“이미 가방에 넣을 준비가 되었죠!”

아카데미의 기숙사는 개인실로 확정되었다.

정확히는 2인실 기숙사와 개인실 기숙사-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두 누나가 2인실, 에우드는 개인실로 하게 되었다.

때문에, 일단 혼자 사는 만큼 더욱 덩그러니 해질 예정이니 말이다.

너무 장식이 없으면 삭막하리라.

제시카 또한, 교수들에게 제공되는 기숙사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도련님, 이거 만들던 아이는 지금 다른 곳으로 갔다고 했죠.”

“케인즈 상회도 커졌으니까요. 신작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축 처진 눈 인형의 장인소녀-

실비아라 불리는 아이는, 2년 전에 다른 지방으로 떠났다 한다.

케인즈 상회 산하 기업들의 추가 사업확장을 돕기 위해서라고.

그 소녀가 제작한 인형 머리핀이 3년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니까.

덕분에 아이의 신분으로, 재봉 계열의 신제품 디자이너로서 발탁된 모양이다.

실제로 또 평범한 아이도 아닌 게, 케인즈 산하 기업 회장- ‘밸브 노인’이라 불리는 저명한 재봉사의 딸이라 한다.

그로 인해 두 사람 다, 더는 신작 인형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나중엔 돌아온다고 했으니까요~”

제시카는 에우드의 토끼 인형을 꼼지락꼼지락 만졌다.

조금 뒤, 방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가 찾아오는지는 이제 다 알고 있었다.

“슈가.”

“에우드 도련님, 오늘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의 슈가가, 에우드를 보필하기 위해 들어왔다.

그리곤 제시카를 째릿하고 보곤 말했다.

“역시, 또 시간 넘기시지 않았습니까.”

“이,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을 뿐이에요!”

“항상 이러십니다. 이래서야 제시카 선생님이 제시카 교수님이 되어도, 에우드 도련님을 고생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책을 한 권 들고 온 슈가는, 제시카에게 신랄한 목소리를 전한다.

제시카가 그 말에 부들부들.

에우드는 두 사람이 언제나 보여주는 티격태격에 웃어버렸다.

“그래도- 슈가도 이제 제시카와 함께 지내야 하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도련님.”

함께 지내야 한다- 즉, 슈가 또한 동행한다.

제시카의 교수직을 서포트하기 위해, 이번에 슈가가 함께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재학생들과 달리, 교수직은 직원인 만큼 말이다.

1명이지만 사용인을 붙이는 것이 허가되어 있었다.

원래 후보로는 마리, 매디, 페리아가 있었다만.

그러나 마리는 ‘3년전부터 맡은 직책’이 너무 크기에 패스.

매디의 경우, 가레스와 로로나의 전담을 하는 메이드 팀장- 녹색 메이드이기에, 자리를 옮기지 않기로 했다.

페리아도 현재는 훌륭히 녹색 메이드라 일이 많고.

또 나이 때문에 패스되었다.

그렇기에, 남은 메이드들 중에서도 제시카와 가장 친한 슈가를 붙여준 것이다.

뭐, 3년이 지나도 이 둘은 서로 친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만.

이쯤 되면 서로 오기가 있는 걸까.

제시카는 입을 삐죽 내밀곤, 방금까지 펼쳐뒀던 교과서들을 정리해간다.

슈가는 언제나처럼, 에우드의 몸을 마사지해주기 위해 준비한다.

뚜둑, 뚜둑........!

분명 손을 미리 푸는 행동인데.......

슈가의 마사지는 날이 지날수록 더욱 살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저기, 슈가. 그래도 오늘은 조금 덜 피곤하기도 하니 살살-”

“오늘은 사교회의 피로가 가득 차 있을 겁니다, 에우드 도련님. 평소보다 더 강하게 갑니다.”

“갸아아아아악!”

참고로 슈가는 두 누나에게도 마사지를 자주 해주는데,

그래도 몸에 피로가 독보적으로 많은 게 에우드라고 한다.

그걸 안 뒤부터 슈가는 마사지에 더욱 용서가 없어졌다.

오늘도 에우드는 슈가의 마사지에 비명을 질렀다.

물론 이렇게 여가를 보내는 것도, 이제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에우드도 나이가 찬 만큼, 두 사람 다 이제 에우드가 잘 때까지 방에 있지 않았다.

그 직전까지 있기야 하다만.

어쨌든 잘 때까지 시간이 빈 만큼, 에우드는 짐을 좀 더 정리해보자 싶었다.

다만 짐을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에우드는 자신이 이 방에 참 잘 적응했다는 걸 실감했다.

넓고, 별세계 같고, 호화롭기 짝이 없던 방이었는데.

어느새 정말 친근한 공간이 되어있었다.

‘처음 저택에 왔을 땐,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분명히 포에닉스 가문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호화로운 옷으로 갈아입혀 지고서도, 에우드는 경계를 절대 늦추지 않았었다.

.......그것도 결국 가레스와 계약서를 쓰고서부터 조금씩 풀려버렸다만.

그때 선물 받은 옷들도 이제는 몸에 맞지 않는다.

방은 그대로지만, 에우드의 몸은 쭉쭉 성장하고 있었다.

가레스와 로로나가 최초에 책장에 넣어준 책들도, 한 권 한 권 읽어보자 어찌나 재밌던지. 책을 하나 다 읽을 때마다, 두 사람이 얼마나 고심하며 준비했던 건지 느껴졌다.

재밌었다.

적어도 여러 사건이 있던 3년의 저택생활은, 에우드에겐 정말 재밌는 기억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를 되새기며 에우드가 오늘의 짐 정리를 끝낼 때였다.

똑똑-

오늘 찾아올 사람은 더 없을 텐데.

웬일로 또 노크소리가 들렸다.

에우드는 가방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자-

“뭐야, 에우드 벌써 정리하고 있었어?!”

“누나들, 웬일이야?”

“놀러 왔어.”

잠옷 차림의 티아나와 셀레나가 찾아왔다.

그런데- 베개까지 들고 있다.

“.......응? 자러 온 거야?”

“넹.”

“응,”

두 누나 모두 호다닥 방에 들어온다.

티아나는 베개와 함께 몸을 날려 침대에 누워버리고, 셀레나는 의자에 살포시 앉았다.

“에우드, 너무 부지런해~!”

티아나는 베개를 안고는 데굴데굴 굴렀다.

벌써 기숙사를 준비하는 게 너무 빠르다 느낀 걸까.

그러나 의자에 앉은 셀레나가 베개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나도 이미 준비 시작했는걸.”

“.......진짜?”

“티아나가 제일 느린 거야.”

삼남매 중 기숙사 준비를 하지 않은 건, 티아나뿐인 듯하다.

티아나가 조금 난감해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내일부터 해야지........”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티아나에게도 좋긴 하리라.

대부분의 물건은 미리 보내놓을 수 있으므로, 3일 정도 전까진 다 준비해야 했다.

다만 연금술 장비 중엔 깨지기 쉬운 것도 많으니까, 그것만큼은 티아나가 직접 들고 가야 한다.

에우드도, 티아나에게 연금술을 배운 후로 자기 장비를 갖고 있다.

현재 가방에도 그것들이 차곡차곡 들어가 있었다.

대부분 유리 재질이다 보니, 깨지지 않게 조심히 다루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자러 온 거야?”

어쨌든 예정 하지 않은 두 누나의 방문이기에, 에우드는 그것을 물었다.

“아쉽잖아!”

“잉? 아쉽다니?”

“이제 저택에 당분간 없을 텐데! 아, 뭐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돌아오겠지만.......”

이제 3년을 산 에우드와 달리, 두 누나는 쭈욱 저택에 살아왔으니 말이다.

일주일 뒤에 저택을 떠나는 만큼, 에우드가 이상으로 싱숭생숭한 기분이겠지.

즉-

“갈 때까지, 하루씩 돌아가면서 잘 거야. 오늘은 에우드 방. 내일은 티아나 방. 모레는 내 방.”

“저요저요저요! 그럼 그다음에는 내 공방에서 자보자!!”

아쉬운 만큼, 오늘부터 여러 방을 돌며 함께 자자는 이야기였다.

그 첫 타깃이 바로 에우드 방.

두 사람 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아이답다.

“.......이 계절엔 공방은 아직 추운걸. 이불 들고 가도, 조금 벅차.”

“에이, 무슨 걱정을. 따뜻하게 불 피우면 되는걸!”

“.......잠깐. 지금 그 말 들으니 생각난 건데, 티아나.”

셀레나가 평소랑 달리 화들짝 말했다.

“너, 나랑 쓰는 방에서 연금술 하면 나 진짜 화낼 거야.......”

“엑.......?”

티아나는 완전히 정곡을 찔린 듯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했다.

“.......쪼끔만 할게?”

퍼어억!

티아나의 작은 애교에, 셀레나가 고속으로 배게를 집어던졌다.

언제나와 같이 티아나의 안면에 정확히 직격시킨다.

기품있게 기른 백금색의 장발이, 배게에 맞아 순간적으로 붕 떴다.

“푸아악?! 너무해?! 언니가 돼서 동생을 이해 못 해줘?! 게다가 먼저 공격했어?!”

파아앙!

퍼어어억!

티아나가 반격으로 던지는 배게를, 셀레나가 능숙히 붙잡는다.

그리곤 단숨에 다시 티아나에게 원거리 베개 어택.

“으이이이익!”

두 번째 안면 공격을 당한 티아나가, 분함으로 얼굴을 붉혔다.

분명 이 3년 동안 티아나의 무예실력은 정말 일취월장했다.

에우드와 셀레나의 집중 강의를 통해, 자신 없던 시절과 달리 상당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포에닉스의 장녀- ‘포에닉스의 검성’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사실 셀레나와 티아나도 기숙사를 개인실로 써도 상관없었다.

원래 고위귀족의 자녀들일수록, 개인실 비율이 훨씬 높다.

에우드의 개인실 사용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네가 저지른 화재를 눈앞에서 본 사람한텐, 그 말이 통하지 않아.......!”

“으으윽......!”

티아나가 가끔 폭주하는 버릇 때문에, 셀레나가 함께 방을 쓰기로 한 거다.

다들 거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지, 저번 가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어버렸다.

당연히 전과범(티아나)의 의견은 배제하고 말이다.

오죽했으면 가레스와 로로나도, 셀레나에게 티아나의 폭주를 방지하라 엄명을 내렸겠는가.

물론 듣기론 기숙사에도, 이 포에닉스 저택처럼 화재 대비는 되어있다고 한다.

역시 아카데미.

내부에서 불을 다루는 괴짜들도 매년 속속히 등장한다나.

그렇기에 대비를 잘 해놓은 것이다.

.......물론 화재 대비가 되어있다 해서, 불을 질러도 된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지금 그 ‘내부에서 불을 다루는 괴짜’가, 이 둘째 누나일 확률이 높다.

심지어 이젠 개인 지팡이까지 가진 삼남매다.

‘마인 센티피드’를 재료로 한 고위 불 마법 지팡이 덕에, 티아나의 마법 화력은 더욱 상승했다.

그래도 티아나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소리친다.

“나 이제 잘 조절하는걸! 불 안 지르는걸! 무사고 3년!”

“무사고는 무슨, 1년 전에 방에서 불 마법 썼다가 커튼자락 태웠으면서.”

“그, 그거는 미수에 그친 정도로.......!”

도중 티아나가 설득해달라는 듯 고개를 돌렸지만, 에우드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

첫째 누나의 말이 옳고 또 옳았기에, 에우드도 변호는 못 했다.

‘예전에도 이랬던 거 같은데.’

에우드는 문득 다가온 기시감에,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둘 다 너무해!”

티아나는 침대 위에 누운 채로 바둥바둥.

그러다 지쳤는지 바둥바둥을 멈추곤, 퐁퐁 삐진 소리를 내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래도, 누나. 아카데미엔 부실도 있다고 하니까. 꼭 방에서 안 해도 되잖아?”

“내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니까......!”

에우드의 설득에, 티아나는 흥! 하며 답했다.

“이제부터는 가족이랑만 지내는 게 아니잖아, 티아나.”

“.......치이.”

“티아나 누나, 만약에 부실 얻으면 나도 셀레나 누나도 같이 다닐 테니까.”

티아나는 셀레나와 에우드의 말에, 꾸우우욱 볼을 부풀렸다.

그러다 뭔가를 떠올린 건지.

티아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곤, 베개에 맞아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언니도 에우드도, 아카데미 가기 전에 내 공방에서 같이 자주면. 최대한 노력해볼게.”

결국 그 말에, 에우드도 셀레나도 따뜻한 이불을 준비하자 싶었다.

난로용 매직 아이템도 슈가에게 빌려야 할까.

언니와 동생이 알겠다고 하자, 티아나는 그제야 헤헤 웃으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삼남매가 아카데미로 향하는 날이 다가왔다.

[작품후기]if외전! 추후 가능만 하면 저도 꼭 써보고싶습니다 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