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회
3년 뒤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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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플로라의 강제 자리이동을 마치고, 아이들의 대화는 다시 이어졌다.
두 누나의 폭거에, 여전히 플로라가 입을 삐죽였다만.
“에우드님, 누나분들한테 좀 뭐라 해주세요, 정말!”
“아하하.......”
누나들에겐 쉽사리 따지지 못하는 에우드로선, 지금은 힘없이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함을 담아, 에우드는 팔을 쭉 뻗어 플로라에게 다과를 건넸다.
흥흥 불만을 표하던 플로라는, 그걸 보곤 입을 삐죽 내밀며 다과를 받아먹는다.
그 와중 에우드는 현재 이쪽에 오는 여러 시선을 느꼈다.
눈을 몰래 돌리자, 모두 에우드와 또래이거나, 나이 차가 3년 안팎인 자제, 영애들이었다.
포에닉스 삼남매는, 3년 전부터 트루스의 다과회나 사교회에 초대된 적이 정말 많았다.
일단 가레스도 삼남매도 귀찮은 티를 팍팍 냈지만, 상대는 포에닉스와 같은 10대 귀족.
심지어 초대를 하는 메트리의 입장도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초대가 오는 족족 전부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삼남매도 불편한 마음으로 여러 자리에 자주 참가했다.
마음은 어땠든 간에, 3년간 트루스와 레니안느는 달에 한 번씩은 만나게 되는 관계였다.
그것들이 쌓이고 보니,
덕분에 사교계에서는 두 가문의 아이들이 매우 깊은 친분을 맺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 만큼, 지금 이 테이블에 다른 가문 아이들이 쉽게 오지 않는 거고.
최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두 강대 세력.
그 둘의 담소를 방해한다는 건 쉽사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기에 지금은 멀리서 자신들끼리 모여, 이곳을 보고 속삭이고 있다.
기회가 되면 다가가기 위해, 저마다 타이밍을 재는 것이다.
물론 외부에서 보는 것과 내부에서 보는 것의 온도차는 극명하다만.
피르티, 드로와, 프란시느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쓴웃음을 짓는 거겠지.
그렇게 에우드가 생각하던 중, 이야기는 다시 ‘파벌’에 관한 것으로 돌아왔다.
“트루스님. 트루스님은 되도록 입학하신 후에는 파벌을 잘 통제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려요.......”
피르티가 지친 표정으로 전하는 부탁에, 트루스는 기분 좋게 웃었다.
“아하하하, 피르티님이 학생회에 계시니, 최대한 노력은 해볼게요.”
트루스는 이미 1년간 모든 준비를 끝내둔 듯했다.
듣기로는,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순간 트루스를 맞이할 파벌이 구축되어 있다고.
입학과 동시, 현 파벌 체제의 균형을 뒤흔들 ‘메트리 파벌’이 재탄(再誕)하는 것이다.
이런 파벌의 우선 구축은 10대 귀족들에겐 흔한 일이었는지.
오늘은 카밀라와의 일 오지 못한 라다루스 또한, 아카데미에 이미 파벌이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덕분에 피르티를 비롯한 학생회는, ‘추가 확정된 파벌’의 대비까지 더해져서 할 일이 많아졌다.
“좀 도와주세요~”라고 반 농담으로 말하는 피르티의 말에, 아이들 모두 키득키득 웃었다.
그런 도중, 트루스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한 마디를 더했다.
“뭐, 제 입장으로는........ 포에닉스 파벌이 저희랑 협력만 해주면, 이제부터의 파벌싸움을 정말 조용히 잠재울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조용해진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아이들도, 트루스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파벌끼리의 협력을 바란다-
말만 그럴 뿐, 즉 포에닉스에게 메트리와의 동맹을 권유하는 말.
그리고 곧, ‘3년 전 사교회에서 나온 날짜’가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포에닉스와의 동맹은, ‘아이들이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까지 미루겠다.’
.......그런 말을 데우트가 했던 만큼, 더욱 정치적 의미가 깊어지고 있다.
삼남매 모두, 트루스와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했다.
“-오빠, 적당히 해.”
“아얏.”
찰싹.
레니안느가 트루스의 머리를 찰싹 때렸다.
여동생의 폭력에, 트루스는 억울하게 레니안느를 바라봤다.
“레니안느, 오빠한테 너무하지 않니........”
아무래도 레니안느는, 트루스가 정치적인 얘기를 꺼낸 게 별로였나 보다.
오빠의 뒤통수를 무심히 때리곤, 앞에 놓인 애플 티를 홀짝인다.
그래도 트루스도, “하긴,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니지.”라며, 레니안느에게 곧바로 동의했다만.
트루스를 노려보던 티아나와 셀레나도, 겨우 날카로운 눈을 거뒀다.
에우드는 트루스를 자제시켜준 레니안느에게, 약간의 감사를 담아 바라봤다.
다만 레니안느는 그새 애플 티에 빠졌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난 포에닉스 또한 파벌을 미리 준비할 거 같았는데.”
곧바로 화제를 되돌린 트루스는, 삼남매를 향해 그것을 말했다.
“우린 파벌에 대해선 별로 신경 안 쓸 거야!”
“학교생활에 집중. 평화로운 파벌 지향이야.”
“정말 말이 안 바뀌신다니까요.”
플로라는 티아나와 셀레나의 말에,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두 누나 다 파벌에 대해선 적극적이지 않았다.
파벌싸움이라던가 그런 것엔 되도록 엮이지 싫다고.
물론 파벌이 안 생길 리는 없다는 걸, 삼남매 모두 알고 있다.
포에닉스 규모가 커진 만큼, 파벌은 필연적으로 구축되겠지.
그래도, 파벌에 관한 혹시나 모를 일들은 최대한 평화롭게 가자는 이야기다.
삼남매 모두 그렇게 의논을 마쳤다.
“좋네요....... 평화로운 파벌이라면, 책 읽기에도 정말 좋을 거 같아요.”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파벌에 대해선 싸움 얘기만 잔뜩 들었던 드로와와 프란시느는, 삼남매가 생각하는 파벌에 꽤 관심을 보였다.
에우드만 알아챈 거다만, 이미 주변 아이들도 삼남매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도 있었다.
아마 똑같이 이번에 입학하거나, 현재 재학 중인 아이들이리라.
“드로와랑 프란시느라면 환영해.”
“두 사람이 들어오면 정말 평화로울 거야!”
드로와와 프란시느의 말에, 셀레나와 티아나는 모두 흔쾌히 허락했다.
“학생회 입장으로서는, 아카데미에 그런 파벌이 대부분이면 정말 편할 텐데요......”
피르티는 제발 이번 학기는 평화로이 가길 바라는 듯 말했다.
또 한편 자신이 학생회이기에, 포에닉스 파벌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워 보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자, 트루스가 기분 좋게 웃었다.
“정말 포에닉스 다운 결정이네. .......하긴, 10대 귀족 파벌 중에 그런 사람들이 없던 건 아니니까. 우리로서는 포에닉스와 적대만 하지 않는다면 너무 상관은 없나.”
트루스도, 삼남매의 선택이 그리 문제 된다곤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다만-
“그래도.”
“트루스?”
트루스의 진중한 표정에, 에우드가 트루스를 살짝 봤다.
트루스도 그 시선을 알아채곤, 에우드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몰라도, 의외로 다른 파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건 트루스가 전하는 주의였다.
파벌에 관여하지 않아도, 결국 무언가의 사건에 엮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에우드도 거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애초에 일이 생기면-”
에우드는 트루스에게 바로 이어서 말한다.
“내 손으로 다 정리해. 누나들한테까지 일이 가기 전에.”
모여있던 아이들 모두 에우드의 말에 숨을 죽인다.
“하긴. 그게 가장 확실하겠지.”
에우드의 힘을 알고 있는 트루스도, 에우드에게 동의했다.
조금 뒤 좀 더 잡담을 나누던 도중, 트루스와 레니안느 뒤로 메트리 가문의 집사가 왔다.
집사가 작게 전하는 말에 트루스가 짧게 “알겠어.”라고 대답했다.
“........미안해, 다른 이야기가 있어서, 조금 일찍 움직여야 할 거 같아.”
트루스는 미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가, 어서!”
“응. 말리지 않아.”
“아하하, 둘은 진짜 항상 신랄하네!”
변함없는 티아나와 셀레나의 태도에, 트루스도 크게 웃어버렸다.
“그럼........ 오늘 사교회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셀레나, 티아나, 에우드.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저희 메트리를 초대해주시길.”
트루스의 기품 가득한 인사에, 자리에 있던 아이들도 저마다 작별 인사를 전했다.
“모두, 다음에 볼 때는 아카데미에서. 여러분이라면, 메트리 파벌은 절대 적대하지 않고 환영해드릴 겁니다. .......자, 레니안느, 아버지가 부르시니까 가자.”
“응.”
차를 다 마신 레니안느도, 오빠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주에 봐아아아.”
이어서 삼남매에게 인사를 마친 레니안느도, 언제나의 분위기로 트루스의 뒤를 따랐다.
이후 트루스가 빠진 자리엔, 다른 가문 아이들이 많이 찾아왔다.
방금까진 트루스의 압박에 선뜻 다가오지 못한 듯했다.
다가온 아이들은, 셀레나와 티아나를 보러 온 아이들이 다수였다.
특히 셀레나가 작은 검성이라 불리는 만큼, 그 실력과 매력에 끌린 아이들이 많았다.
또 본인은 이해 못 했지만, 에우드에게 말을 걸러 온 영애들도 꽤 여럿 있었다.
“에우드 도련님, 아카데미에 가면 꼭 저와 식사를. 첫 주에, 어느 때라도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싶답니다.......!”
“파벌을 만드시면, 저도 꼭 들어가고 싶어요!”
“에우드님, 혹시 어떤 강의를 들으실 건지, 조금만 알려주실 수 있나요!?”
“네, 네에.......?”
에우드는 갑자기 몰려온 영애들의 말에, 눈이 핑핑 돌았다.
.......이후 자신들에게 다가온 아이들에게 짜증이 나고.
또 여자아이들이 동생에게 꼬리 치는 것에 한 번 더 짜증이 났으니.
결국 두 누님의 표정이 험악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일까.
“에우드, 이리 와-!”
“어서 누나들한테 와.”
영애들을 상대하는 데도 정신이 없는 에우드로서는, 누나들의 명령에 눈이 더욱 팽팽 돌았다.
플로라는 괜히 또 불똥이 튀지 않도록, 티아나와 셀레나에게서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었다.
“.......예전보다 에우드님 바라기가 더 심해진 거 같아요, 티아나도 셀레나도~”
피르티, 드로와, 프란시느 모두 침묵으로 긍정을 표했다.
에우드에게 성장기가 온 후부터, 두 누나의 동생 바라기는 눈에 띄게 늘긴 했다.
정작 이 말을 하는 플로라도, 에우드 바라기가 상당히 늘긴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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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벌써 3년이라니요........”
아카데미 입학시험도 이미 끝났지만, 그래도 공부는 여전히 하고 있었다.
사교회가 끝나고 그날 밤, 에우드는 제시카와 언제나의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필요한 것들 상당수의 수업이 끝났다.
그래서 솔직히 둘 다 이게 반 정도는 잡담시간임을 알고 있었다.
“포에닉스 저택에서 3년....... 쭈욱, 이어질 거 같았는데요.”
땋은 양갈래머리를 빙빙 돌리며, 제시카는 책상에 살짝 엎드렸다.
교사 일도 이제 일주일 남았으니 말이다.
에우드는 방에서 간간이 기숙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제시카 또한, 자신의 방에서 저택을 나갈 가방을 싸는 중이었다.
“하아........ 이제 도련님하고 아가씨들을 볼 수 없는 걸까요. 로로나님하고 쇼핑하는 것도, 즐거웠는데.”
“제시카........”
삼남매가 이제 곧 아카데미로 가는 게 아쉬운 걸까.
시무룩한 제시카를 보며, 에우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근데 제시카. 제시카도 애초에 딱히 떠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누가 들으면 진짜 이제 못 보는 줄 알겠어요!”
“에헤헤헤.”
실은 제시카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장난.
제시카의 웃음에, 에우드는 함께 웃어버렸다.
제시카는 요 3년, 그 교사로서의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3년제 교사로 역할을 끝내야 했지만-
“포에닉스 저택의 교육담당으로 쭉 가시게 됐으니까요.”
“뭐, 그때는 도련님 아가씨들만 맡지는 못하게 되겠지만요!”
원래 사용인들의 교육 또한 활발한 포에닉스다.
때문에 가레스는 각각 알베르토와 조안과의 회의 끝에, 제시카를 포에닉스 전문 교사로 정했다.
제시카는 사실상, 포에닉스 가문의 정직원이 된 거다.
단, 제시카의 전문 교사직에 몇 년의 공백기는 존재했다.
그 이유가 바로-
“설마, 제시카도 아카데미 교수 초청이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는 조안님께 온 교수 초청이지만요.”
제시카 또한, 이번 아카데미에 함께 간다.
원래는 조안에게 온 교수 초청장을, 가레스가 이리저리 말을 하여 제시카에게 그 기회를 넘겼다.
교수 시험도 통과하여, 자격에도 전혀 문제없었다고.
교사직을 쭉 해온 것이, 제시카의 실력에도 상당한 플러스를 준 것이다.
그 덕에 일주일 뒤에 아카데미에 갈 땐, 제시카 또한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준비하고 있는 가방 또한 그때를 위한 짐 싸기였다.
“그러고 보니.......”
“무슨 일이세요, 도련님?”
에우드는 책상 서랍에서 편지를 꺼냈다.
3년간 꽤 많이 쌓인 편지들.
그리고, 그것들과는 다른 거친 분위기의 편지 한 장.
“디에스님- 그 유펠하이넴의 차기 당주님도, 이번부터 교수로 들어가신다고 했거든요.”
“아하, 외국어 과목을 추천해주신! 저랑 같이 교수가 되시는 거군요.......”
디에스는 세력권이 다르다 보니, 사교회 같은 데에선 많이 보진 못했다.
무슨 바람인지는 몰라도, 디에스가 에우드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이 자주 있었다.
혹시 아카데미 후배가 될 거란 것에 정이 생긴 걸까.
에우드도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으니, 거의 달에 한두 번은 서로 편지를 나눴다.
교수가 된다는 이야기도 디에스의 편지로 먼저 전해 받았다.
그러다 혹시나 사교회에서 볼 때는, 서로 잡담도 자주 나누는 식이었다.
티아나와 셀레나는 그걸 꽤 불편해했다만.
에우드가 보기에 디에스는, 눈빛이 가끔 음흉해지는 거 빼면 그리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여겼다.
“그래도, 이런 수업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아쉽네요~”
미묘한 쓸쓸함 표하는 제시카.
그런 중, 에우드가 들고 있는 편지에서 분위기가 다른 것을 하나 발견했다.
“.......리퀴아님의 편지네요.”
“네.”
그것은 3년 전부터 연락되지 않는 리퀴아의 마지막 편지였다.
[작품후기]확정되는 사항들은 추후 공지하겠습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