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회
로스트, 넥스트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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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가 이전부터 부탁한 것이었으므로, 에우드는 자신이 머더 메이지와 싸웠던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 거리에서 만났을 때.
무덤 동굴에서 만났을 때.
그리고 바로 며칠 전 광장에서 만났을 때.
플로라는 그 이야기들을 매우 진중하게 들었다.
듣고 싶다고 조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정체를 모호하게 하는 매직 아이템....... 대단하네요.”
아카데미 입시에서 매직 아이템 과목을 고른 플로라다.
그렇기에, 에우드에게 듣고 있는 머더 메이지의 정보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겠지.
그 이상으로 상회의 상품을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만.
플로라는 에우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간이 메모를 이어가고 있었다.
“응? 플로라, 뭐 적는 거야?”
“머더 메이지의 세부적인 정보들이요. -머더 메이지의 타깃은, 아직 정확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깃털 달린 펜으로 메모를 끝낸 플로라는, 삼남매에게 고개를 들어 말했다.
“처음엔 중견 규모의 상단들. 그리고 여러분 포에닉스. 이번엔 또 무가 토르랑. 10년 전 가레스님이 토벌하기 전까지도, 노예상단부터 시작해서 10대 귀족 산하까지. 무차별적으로 죽였다고 하죠.”
플로라는 손가락으로 턱을 살짝 만지작거린다.
“저희 케인즈도, 얼마든지 습격당할 수 있음을 각오하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이미 이건 포에닉스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케인즈처럼 초대형 상회라면 이미 웬만한 대응책은 마련했겠지만.......
아마 플로라로서는 실제 전투 상황 또한 재차 듣길 원한 듯하다.
즉, 단순히 흥미를 위해 물은 게 아니었다.
에우드는 플로라가 정말로 케인즈의 차기 회장이라는 게 실감이 되었다.
이전부터 플로라는 가벼워 보이는 행동에 항상 뜻을 품고 있었다.
에우드는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소녀를 보며 감탄했다.
“매번 열심히 하네요, 플로라.”
“하힛?!”
진지한 표정으로 있던 플로라가, 에우드의 칭찬에 깜짝 놀라버렸다.
곧 플로라는 말랑말랑한 뺨에 양손을 얹고는 새빨개져서 말한다.
“......에우드님, 그렇게 갑자기 칭찬하시면 저 부끄럽답니다♡”
“오케이, 이제 나와라, 플로라.(티아나)”
“보자 보자 하니까. 못 봐주겠군.(셀레나)”
플로라가 얼굴을 밝히자, 티아나와 셀레나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말투까지 달라져 버렸다.)
“꺄아아악! 방해하지 말아욧!”
이후 티아나와 셀레나에 의해 연행된 플로라는, 에우드와의 자리에서 퇴출당했다.
그리곤 두 누나는 에우드의 옆으로 가 팔을 꼭 붙잡는다.
그 모습에, 플로라가 과장스럽게 혀를 찬다.
.......어쨌든 자리를 다시 하고서.
플로라는 손님용 소파에 앉아 아까 꺼냈던 말을 이어갔다.
“머더 메이지의 추정 등급은 S에서 SS였죠........ 그렇지만 반복된 사태로, 여러 세력에선 잠정적 SS로 여기는 모양이에요.”
SS- 알베르토와 똑같은 등급으로도 여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존재를, 포에닉스는 두 차례나 막아내고 있으니까요. 명성이 점점 오르는 거죠.”
“그냥 명성은 둘째치고 사건 없이 갔으면 좋겠다........”
솔직히 에우드도 셀레나도, 티아나의 말에 매우 동감하고 있다만.
플로라도 그걸 눈치챘는지 삼남매를 보며 웃었다.
“그래도 덕분에 정말 아카데미가 기대돼요. 이번 포에닉스 파벌은, 메트리 파벌 못지않게 엄청난 세력을 갖출 게 확실하다니까요. 그러니 그땐 꼭, 제가 에우드님의 참모역을!”
““기각!””
“너무해라!”
두 누나는 동생을 뺏기지 않으려는 듯, 플로라의 앞에서 에우드를 꼬옥 안아간다.
이후 한동안 말싸움인지 잡담인지 모를 대화를 나누던 도중이었다.
“-그리고 이건 또 다른 얘긴데요.”
플로라는 케인즈 상회 표 과자(방문 선물로 직접 가져왔다)를 먹으며 말했다.
“헌터 길드에서, ‘투구의 난쟁이’가 대체 누구인지,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듯하네요.”
투구의 난쟁이.
저번 사교회에서 메트리의 트루스와 레니안느- 이 둘에게 들켰던 에우드의 별명.
분명 길드에선 난쟁이 종족의 헌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나.
“물론 저희야 에우드님이란 건 알고 있지만요....... 애초에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헌터 자격’을 가진 이들뿐. 그리고 그건, 특례가 아닌 이상 계승절을 지내고서 얻을 수 있으니까요.”
투구의 난쟁이가 에우드란 걸 들키면, 규정이나 여러 문제로 시끄러워질 거라고 한다.
“의외로 계속 관심을 두네........”
“난, 적당히 있으면 잊지 않을까 싶었어,”
티아나와 셀레나의 말에 에우드도 동의했다.
저번 메트리 사교회에서도 그렇고, 투구의 난쟁이는 어째서인지 아직도 회자되고 있었다.
“그만큼, 헌터 길드가 최근 인재에 메말랐다는 것도 있죠.”
알베르토와 같이 강력한 헌터들은 은퇴하거나 다른 요직에 들어간 모양인지.
길드 쪽에선 수년 전부터, 새로운 세대의 강자들을 바라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길드는 머더 메이지의 힘을 두려워하는 것이며.
또 한편, 무덤동굴 사태에서 나타난 포에닉스 소속- 투구의 난쟁이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거다.
‘투구의 난쟁이.’
수년간 힘을 숨기고 있던 신진 S급.
그리고 검신이 인정한, 또 한 명의 잠정적 SS급 전사.
.......에우드가 모르는 사이, 소문이 갱신된 듯했다.
“다만 투구의 난쟁이는 첫 임무를 수행하고 한 달 넘게 활동을 하지 않았고....... 또 길드 마스터님도 계속 헌터나 다른 세력들이 묻는 걸 얼버무리는 중이라........”
덕분에 길드 마스터 드라베스가 질문공세를 피하느라 고생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플로라는 찻잔을 톡톡 만지며 말했다.
“플로라, 아깝다니?”
“헌터들 사이에서 실력 다음으로 필요한 게 네임밸류잖아요, 티아나. 실력에 신뢰, 그리고 인지도까지. 물론 지금 포에닉스도 여러 헌터들의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포에닉스 헌터대 리더인 알베르토는 당연.
그 밑으로 엘리리나, 디안팀이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엘리리의 별명이라 했던 ‘사각의 저격수’.
그것도 네임밸류가 있기에 생긴 별명이라나.
“저번 일로 포에닉스는 거기에 더해, 거대한 네임밸류를 또 하나 손에 넣은 거예요.”
“그게 에우드라는 거구나.”
“투구의 난쟁이........”
“네. 그런데 그걸 활용 못 하는 상황인 거죠. 투구의 난쟁이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위장. 에우드님이니까요. 덕분에 저희 아버지도 정말 아쉬워하고 계셔요.”
네임밸류가 높을수록 질 높은 임무가 자주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 식으로, 네임밸류와 헌터의 수익은 비례한다.
때문에, 수많은 헌터들이 자신 혹은 파티.
그리고 가문 헌터대의 네임밸류를 높이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하는 거다.
그런 와중, 투구의 난쟁이는 단 하루의 임무로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S+던전의 생존자들을 2인 파티로 구출했다는 전무후무한 업적 때문이었다.
“심지어 거기에, 포에닉스의 이름과 신비주의까지 엮였죠. ........이건 하루 이틀로 구축할 수 있는 네임밸류가 아니에요. 단 한 번의 활동으로, 5년 이상 활동 중인 S급 헌터들과 동등할 정도의 유명세를 가져버렸어요.”
플로라와 케인즈 상회가 여기기에, 네임밸류는 곧 돈과 명성.
그건 즉 확실한 수익의 보장이다.
그렇기에, 그걸 써먹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아깝다는 이야기다.
“잘만 하면, 엄청난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구요!”
특히 포에닉스와 동맹관계인 케인즈 상회라면 더욱이 그것을 바라리라.
포에닉스 헌터대 위상이 오를수록, 그들의 서포터인 케인즈의 위상도 오르니까.
그리고 그때.
‘.......어? 은근히 괜찮을 거 같은데.’
플로라의 말을 듣고부터, 에우드에겐 헌터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품에 가지고 다니는 와이즈의 피리도 왠지 모르게 손에 잡힌다.
감을 다지기 위한 훈련.
와이즈를 다루기 위한 연습 장소 또한.
-그렇다. 지금 이 도시에, 이 가문에.
확실히 있지 않았는가. 적절한 훈련방법이.
머리속에서 뭔가가 딱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플로라. 항상 이익 얘기만 말해.”
“그때 선점하려고 만들던 소형 비공정도, 거의 다 완성됐다고 했었나.”
“어머, 셀레나. 케인즈의 부강은 곧 포에닉스의 부강. 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요. -그리고 소형 비공정은, 그 어떤 상회보다도 저희가 앞서게 되었죠!”
“맞다, 그럼 그때 인형 머리핀은?!”
“곧 판매 예정이랍니다. 첫 제품은 포에닉스로 꼭 먼저 가져올게요.”
그렇게 두 누나와 플로라가, 다음 화제로 넘어갔을 때-
에우드는 몇 분간 곰곰이 생각한 것을 말했다.
“-투구의 난쟁이는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이용할 수 있겠지?”
“네?”
“응?”
“에우드?”
“이번에도, ‘계속 감추고 가면 되니까’.”
플로라는 물론, 두 누나도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 조금 뒤, 플로라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간다.
지금 에우드가 말한 의도를 이해한 것이다.
곧, 티아나와 셀레나도 에우드가 뭘 말하는지 이해하곤 눈을 크게 떴다.
“맞아요......! 그 말이 맞아요, 에우드님! 아니-”
플로라의 눈빛은, 어느새 번듯한 상인의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투구의 난쟁이님!!”
●
그로부터 일주일 뒤.
포에닉시안의 길드회관.
새하얗고 세련되게 지어진 그 건물 안으로, 오늘도 수많은 헌터와 세력이 저마다 모여 있었다.
임무를 확인하고, 파티를 맺고.
또는 토벌 결과를 가져와 그 보상을 받아간다.
현재 시각은 오후 1시.
길드에 가장 많은 일거리가 모이는 시간대였다.
덜컥-!
뚜벅뚜벅뚜벅-
그런 길드회관의 1층에, 2개 파티로 이뤄진 흑백제복의 헌터대가 나타났다.
“저건........!”
“포에닉스! 포에닉스 헌터들이다!”
“오늘은 웬일로 회관에 나타났지........?”
“포에닉스라면 지명 임무가 상당할 텐데, 굳이 길드 회관에 오다니 오랜만이군.”
불사조 문양을 당당히 내미는 포에닉스 헌터들은, 수많은 헌터들에게 있어 경외의 대상이다.
그리고 포에닉스 헌터대의 선두엔, 믿을 수 없는 두 명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저분은!?”
“검, 검신! 알베르토 체로스님......!”
노년에 접어들었음에도, 현재까지 SS급의 전설을 유지하고 있는 최강의 헌터.
검신 알베르토 체로스.
그리고 또 한 명-
“투구?”
“투구에, 난쟁이 종족.......!”
“설마, 저 헌터가 마인 센티피드를 토벌한 S급.......!”
“““투구의 난쟁이다!!”””
포에닉스 제복을 입은 투구의 난쟁이가, 헌터 길드에 나타났다.
그 뒤로는 디안과 안나, 알렉스, 엘리리 등-
길드에서도 유명한, 디안 팀을 비롯한 포에닉스 헌터들이 따라온다.
길드에 오는 여러 토벌 및 호위 임무를 담당하는 창구.
그곳에 있던 직원들은, 그들 포에닉스의 등장에 모두 숨을 삼켰다.
곧 기다란 창구의 앞으로, 알베르토와 투구의 난쟁이가 함께 왔다.
“흐으으읍.......!”
“알, 알베르토님! 그리고...... 진짜, 투구의 난쟁이님.......?!”
“-너무 긴장하지 말게. 다른 헌터들과 똑같이 편하게 대해주면 되는 일이네.”
알베르토가 그렇게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만-
“아아.......!”
“너무 멋지셔.......!”
“역시 알베르토님이야........!”
노신사 알베르토의 인기는 상당한지.
창구에 있던 직원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알베르토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
“이보게 자네들, 날 이상하게 보는 건 그만두게나.”
알베르토는 흐뭇하게 웃는 포에닉스 헌터들을 향해 슬쩍 말했다.
“어흠!”
헛기침을 한 번 끝낸 알베르토는, 자신의 옆에 선 투구의 난쟁이를 내려 봤다.
그 시선에, 투구의 난쟁이는 품에서 한 장의 카드를 꺼낸다.
마법적 처리가 되어 위조 불가능한 헌터 등록 카드.
헌터 길드 마스터- 드라베스에게 허가를 받은 공식적인 등록증이었다.
투구의 난쟁이 본인이 확실해진 것에, 길드 직원들 또한 모두 긴장을 머금어간다.
그리고 투구의 난쟁이는 ‘다소 변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들어와 있는 임무. 가장 높은 것들이 뭐가 있나요?”
“네, 넵!!”
길드의 여직원이 서둘러 임무들을 확인해간다.
다른 직원들 또한 그 업무를 도왔다.
조금 뒤, 오늘 총 3개- A임무 둘과, A+임무 하나가 있음을 알린다.
임무 내용이 적인 서류 3장이 창구 위에 촤르륵 펼쳐졌다.
A+임무는 상당한 난이도의 임무.
A급 2개 파티로도 절대 쉽지 않은 난이도다.
물론 이 역전의 두 전사에겐, 그런 난이도조차 ‘한낱’으로 변할 테지만.
투구의 난쟁이와 알베르토가 그 서류들을 함께 손에 들며 말했다.
“전부 받아들이겠습니다.”
“모두 우리 포에닉스 헌터대가, 투구의 난쟁이가 받겠네.”
“““!!!!”””
그날. 소문 무성했던 투구의 난쟁이의 활동재개 소식이, 포에닉시안은 물론 유그라시아 헌터계 전반에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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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뒤, 임무로 향하는 포에닉스의 마차 안.
“........제가 부탁하고서 말씀드리기가 그런데.”
투구의 난쟁이- 에우드는 투구 밑에서 말했다.
“역시 들키면 문제 생기겠죠?”
에우드는 걱정 가득 알베르토에게 그것을 묻는다.
“으음, 최대 드라베스의 경질로 끝날 일이네. 걱정은 말도록.”
“그분, 저 때문에 마스터 자리 잘리실 수 있는 건가요......!”
에우드가 투구를 들고 화들짝 놀라자, 헌터들 모두 하하 웃었다.
투구를 벗자, 에우드의 목소리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걱정하지 마라, 에우드 도련님. 어차피 드라베스 아재는 짤려도 포에닉스에서 받아주기로 했으니까.”
“설마 이런 식으로 도련님과 임무에 갈 줄은 몰랐는데요~!”
“와하하! 드라베스 아재는 엄청 난색이었다만!”
디안의 말을 들어도, 에우드는 여전히 안도가 안 됐다.
안나는 오늘도 에우드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꼭 안고 있었다.
그 옆에선 덩치가 가장 큰 알렉스가 에우드를 보며 호쾌하게 웃는다.
“맞아! 다음엔 도시락도 에우드님이 먹고 싶은 거 챙겨오죠?! 에우드님,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은?!”
“엘리리 넌 벌써 먹는 생각이냐.......”
보존식을 슬쩍 먹던 엘리리가 눈을 반짝이면서 말하자, 귄터가 거기에 잔소리를 전했다.
.......뭐, 에우드의 걱정과는 달리 가레스에겐 ‘왕가와의 인연도 있기에’,
실제론 너무 큰일은 없을 거라나.
그렇게 개인 수련과, 포에닉스의 추가적인 수익 활동 겸.
에우드는 정체를 숨긴 채 포에닉스 S급 헌터- 투구의 난쟁이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작품후기]See, see, I can't see!(보자 보자 하니 못 봐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