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의 밤샘피로가 여전히 남았던 장면이 69화에 있었군요?88회
재조우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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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피리 부르면 진짜로 오는 거야?!”
“재밌겠다아아.......”
에우드가 리퀴아에게 선물 받은 부엉이(정확히는 위험도 B 몬스터)- 와이즈에 대해 말하자, 두 누나 모두 눈을 반짝였다.
“지금 한 번 불러보자!?”
“피리는 가져오긴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피리를 가지고 있긴 했다만.
다만 현재는 부를 계획이 없었기에, 에우드도 육포나 다른 먹이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현재 이곳에 있는 음식이라곤, 셀레나가 항상 챙기고 다니는 외출용 쿠키 & 비스킷이 끝이다.
에우드와 티아나의 시선이 무심코 셀레나에게 향한다.
“재, 재밌는 걸 위해서라면.”
셀레나가 무려 부엉이에게 양보를 결심했다.
굳은 표정을 하곤 자신의 과자 꾸러미를 건넨다.
셀레나가 음식을 양보한다는 것은, 부엉이의 존재가 음식보다도 더 흥미롭게 여겨졌다는 이야기다.
에우드가 재빨리 양손과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냐, 별 의도를 갖고 본 건 아니야......! 그리고- 원래 육식 쪽이라서, 아마 과자는 별로 좋아하진 않을 거 같아........”
불렀는데 고기가 아니라 과자면........
왠지 와이즈가 또 투정 부릴 거 같긴 했다.
“.......그건 아쉽네.”
아쉽다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안도한 듯이 셀레나는 과자를 입에 넣었다.
추가로 에우드와 티아나에게도 쏙쏙 넣어준다. 혹시 와이즈 대신 먹여주는 걸까.
“이따가 먹이 사면 한 번 불러보자!”
티아나는 어서 와이즈를 보고 싶은 모양이다.
먹이를 많이 주면, 티아나의 쓰다듬을 오래 버텨줄까 싶었다.
되도록 버텨주길 바랐다.
처음 들린 곳은 제시카와의 수업용 책을 추가로 사기 위해 서점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종이와 가죽 재질의 냄새가 물신 느껴졌다.
도서관에 갔을 때처럼 조용한 기운도 전해졌고.
오늘 함께 온 것은 마리, 슈가, 제시카. 그리고 안나를 비롯한 헌터 몇몇.
안나가 이끄는 호위 헌터들은, 건물 밖에서 대기 중이다.
원래 제시카는 동행인 역이지만, 현재 지팡이 또한 지참하고 있었다.
여차할 땐 자신 또한 호위가 되겠다나.
그리고 그런 제시카는, 지금 지팡이를 든 채 슈가랑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제시카가 고른 책의 양을 가지고 싸우는 듯했다.
“에우드 도련님의 머리에 조금 여유를 둬야 합니다.”
“교사는 저예요. 도련님은 이해력이 좋아서, 이 정도도 충분히 가능하다구요!”
“제시카 선생님은 에우드 도련님한테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넣으려 합니다.”
“도련님도 의욕적이시니까 이렇게 하는 거거든요!?”
투닥투닥 티격태격-
그래도 둘 다 심성이 착해서인지, 싸우는 와중에도 목소리는 작게 내고 있었다.
“많이 부딪히네요, 두 사람.”
“아하하! 그런데 또, 막상 옆에서 보면 정말 친해요. 의외로 닮기도 했고.”
아까까지 둘을 말리던 마리는 이젠 지친 걸까.
슬쩍 삼남매의 쪽으로 와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닮았다고요? 정말로?”
“음, 제 생각엔 닮았는데요. 티아나님, 셀레나님, 두 분은 어떻게 보이세요?”
“닮았어!”
“닮았어.”
아무래도, 에우드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저 두 사람이 에우드님한테 보여 주는 얼굴을 보면, 딱 견적 나오죠.”
마리의 말에 두 누나가 고개를 같이 끄덕였다.
에우드는 여전히 갸웃한다만.
“그런데 에우드 도련님, 그 반지 끼셨네요!”
“.......선물 받은 거니까요.”
“예뻐요, 예뻐요~.”
마리가 에우드가 책을 쥐고 있던 작은 손을 보며 말했다.
그리곤 에우드의 머리를 팍팍 쓰다듬는다.
에우드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것은 ‘포에닉스 문양의 반지’.
원래는 열 살을 맞이하는 자식들에게 주는 것이지만, 에우드는 그 시기 저택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열한 살 생일을 맞이해 드디어 반지를 받게 된 것이다.
사실 반지는 가레스와 로로나가 예전부터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바로 줄 수는 있었지만, 우선은 에우드가 생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거라고.
“그거 그래 봬도 매직 아이템이라, 항상 우리 손가락 크기에 맞게 변해!”
“어른이 돼도 쭉 낄 수 있어.”
티아나와 셀레나 모두, 현재도 반지를 같은 위치에 무리 없이 낄 수 있다 한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에우드가 받은 선물이- ‘카틀레야 가문문양이 새겨진 회중시계’였다.
받을 때는 몰랐지만,
에우드가 오늘 두 누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당한 에피소드의 물건이었다.
“엄마, 그거 허가받아내려고 친정까지 쳐들어가셨대.”
“울 엄마, 친정 가는 거 진짜 싫어하는 데 말이야!”
“로로나님은 카틀레야 본가랑 일이 있으셨으니까요........”
로로나의 가문인 카틀레야는, 타 가문과의 접촉이 매우 적은 가문.
다만 접촉한 가문에서 태어난 자식들-
즉, 시집을 간 딸들이 낳은 아이들까지 배척하는 건 아니었다.
타 가문에 가서 피를 이은 아이들 또한, 카틀레야 가문 일원으로서 여긴다고 한다.
그렇기에 집을 나간 카틀레야의 여성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카틀레야의 피를 이었음을 알릴 수 있는 상징’을 준다. 그게 바로 에우드가 받은 회중시계였다.
그 회중시계를 보유하고 있다면, 여차할 때 카틀레야 본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실제로 카틀레야는 그 모두가 강력한 마안 보유자다.
가문 전체가 ‘무가’ 이상으로, 특수한 능력자 집단이라고도 해야 했다.
때문에, 그들과 적대를 하는 것은 각 귀족 세력의 수장이라 해도 기피할 정도다.
그러나 에우드는 로로나의 친자가 아닌 양아들.
원래라면 카틀레야의 회중시계는 에우드에게는 절대 줄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도 에우드에게도 회중시계를 주기 위해, 로로나가 친정까지 가서 허가를 받아냈다.
로로나는 매번 친정에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도, 그걸 무릅쓰고 다녀온 것이다.
“엄청나셨어요, 로로나님. ........카틀레야 본가에 담판 지으러 갈 때 안나랑 매디랑 해서 같이 갔었는데.”
마리는 아무래도 그 자리에 동행했던 모양이다.
.......몸을 살짝 떨고 있다.
“.......카틀레야 당주님- 그러니까, 아가씨들의 할아버님과 무력투쟁까지 있었답니다.”
“어라, 담판이 아니었어!?”
“엄마, 할아버지랑 싸웠어......?”
“개인적으로 말하면 담판 이상으로 싸움판....... 아니, 그건 이미 하나의 전장이었어요.”
마리가 몸을 떠는 건, 엄청난 싸움을 본 것에 대한 전율이었나보다.
티아나와 셀레나의 물음에 답한 마리의 쓴웃음은 정말 많은 걸 담고 있었다.
“-서로 마안을 사용한 상태로 주먹질까지 가서, 결국엔 로로나님이 승리하셨어요.”
삼남매는 무심코 함께 “역시 엄마(어머니)........!”라고 말해버렸다.
덕분에, 에우드는 카틀레야에서도 이례적으로 ‘피를 잇지 않았음에도’ 조력을 보장받은 입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특례는 카틀레야 역사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한다.
“카틀레야 본가는, 로로나님에게 예전에 했던 일에 너무 미안함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도련님에게 시계를 허가한 것도, 그것을 갚기 위한 선택이었을 거예요. 실제로 카틀레야 당주님은 과거엔 알베르토님급의 실력자셨어요. 아무리 로로나님이 강하셔도, 원래는 이길 수는 없으셨을 테죠.”
마리 말로는, 로로나도 그걸 잘 알고 있었을 거라고 한다.
그렇기에 로로나는 본가를 떠나면서, “감사합니다, 아버지.”라고 인사를 하고 갔다고.
아버지가 자신의 의견을 받아주기 위해 져준 것을 눈치챈 거다.
과거 로로나는 사람의 내면을 읽는 마안으로 인해, 가문에서 기피되었다고 한다.
로로나의 성격도 그로 인해 상당히 침울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레스와 만나고,
서로 한눈에 반해 연애하고,
끝내 결혼까지 하면서, 지금처럼 밝은 성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카틀레야 가문은 로로나의 변화를 보면서, 자신들이 딸에게 저지른 실수를 깨달았다고 한다.
마음을 읽히는 걸 두려워하기 이전에, 처음부터 가레스처럼 다가가야 했음을 알아챈 거다.
이후 가레스와 로로나가 결혼할 때,
그곳에서 카틀레야 가문 모두가 로로나에게 무릎 꿇어 용서를 빌었다고.
물론 여전히 로로나는 카틀레야 본가에 가기 싫어하고, 응어리도 다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관계가 많이 나아진 듯하다.
에우드는 품에 넣어뒀던 카틀레야 회중시계를 꺼냈다.
은색의 빛깔 위로 새겨진 꽃의 문양.
로로나가 에우드를 친아들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기에 애증의 관계일 아버지에게 부탁하고, 주먹까지 든 거겠지.
에우드는 회중시계를 몰래 꼭 안았다.
이로써 현 포에닉스 삼남매는 모두 카틀레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이는 귀족계에서도 엄청난 힘이 될 거라고 한다.
또 가레스에겐 검을, 셀레나와 티아나에겐 각각 고급 펜과 마법 잉크를 어제 받았다.
검의 경우, 이전 무덤동굴 사태에서 셀레나가 빌려줬던 검과 거의 동등한 성능이라 한다.
마인 센티피드의 갑피와 독을 상대했음에도 이 하나 나가지 않던 명검이다.
엄청난 검이라는 것은, 에우드도 어제 검집에서 검을 뽑아보며 실감할 수 있었다.
두 누나가 챙겨준 선물들은, 나름 그 두 개가 세트인 물건이었다.
“그런데 마법 잉크라는 건 결국 정체가 뭐야?”
다만 에우드도 그 마법 잉크를 잘 알지 못했다.
어젠 정말 기쁘게 받다 보니, 실수로 사용법을 못 물어본 것이다.
“연금술로 만들 수 있는 특수 잉크! 에우드, 저번에 메트리에서 보낸 편지 기억해?”
“아- 그 마법이 곳곳에 걸려있던........ 아!”
“응응. 편지 같은 거에 보안마법을 걸려면, 잉크도 그에 맞는 매직 아이템이어야 하니까! 보안 레벨이 높을수록, 고가의 잉크도 필요해! 유통기한 엄청 기니까, 나중에 중요한 편지를 쓸 땐 그걸로 써!”
“내 펜은 공부할 때 써. 딱히 마법이 걸린 물건은 아니라, 그냥 편하게 쓰면 돼.”
두 누나는 파티준비를 끝내면, 밤에 돌아와 잉크제작 또한 몰두한 모양이다.
셀레나는 자기 선물이 수제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약간 아쉬움이 있어선지, 마법 잉크를 만들 때 티아나 옆에서 많이 도왔다고 한다.
의외로, 셀레나도 의도치 않게 연금술 실력이 오르고 있을지도.
가끔 보면 티아나의 연금술 작업을 도울 때가 자주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티아나의 포교활동인가- 라고, 에우드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버렸다.
이외에도 알베르토가 선물한 무예용 정장이라던가.(오버사이즈)
제시카가 큰맘 먹고 사 온 마법사용 손목보호대라던가.(오버사이즈)
조안의 교육열이 느껴지는 책과 공책, 그리고 개인적으로 모아온 시력 보호 마법 안경까지.
정말 풍부한 선물들이었다.
.......알베르토와 제시카의 선물은, 에우드의 성장기를 고려한 덕에 바로 사용하긴 힘들었다만.
그래도, 그마저 하나하나에 애정이 넘쳤다.
“에우드 도련님! 이 수인어 책들! 이거 다 문제집으로 좋아요!”
“제시카 선생님, 벌써 세 권이나 고르셨습니다. 과합니다.”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마법 교사(입시교사 겸함)와 신입 사용인(경력 있는 신입)이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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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꽤 돌아다닌 덕에, 에우드는 잠시 광장에서 쉬고 있었다.
광장엔 벤치들이 여럿 있다.
포에닉스 가문의 투자 덕에,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은 정말 많았다.
방금까지 있던 곳은 장비상점이었다.
겉 목적으로는 최근 대련을 많이 하여 헤져버린,
또 조금 안 맞게 돼버린 셀레나의 검술 장비들을 새로 사러 간 거였지만-
(“언니, 내 것도........ 지금 내 사이즈, 마안으로 바로 잴 수 있지?”)
(“.......오케이. 다 쟀어.”)
(“역시 언니!”)
라며, 셀레나는 티아나의 것도 몰래 구입했다.
티아나의 비밀훈련은 쭉 순항 중이다.
투정부리는 일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에우드의 수업을 잘 따라 와줬다.
티아나는 배우는 속도가 나쁘지 않았다.
셀레나 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범재의 범주는 아니었다.
앞으로 한두 달만 있으면, 에우드도 실전기술의 전수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진짜 밤 말고는 쉴 시간이 거의 없네.’
사교회가 끝났음에도 오히려 에우드의 스케쥴은 빡빡하다.
그걸 알기에 교사 세 사람 모두 오늘 휴일을 준 것이겠지.
......사실은 조안과 알베르토의 숙취 때문에 휴일이 나온 거기도 하다만.
제시카의 경우, 어제 과음하기 직전 매디가 말려 겨우 숙취를 면했다.
현재 두 누나는 마리와 함께 잠깐 간식을 사러 갔다.
엘리리와 페리아가 추천한 가게 중 하나로 간 듯하다.
간식을 먹으면 이번엔 한 번 정육점에 가보기로 했다.
에우드는 와이즈에게 줄 좋은 먹이를 찾을 수 있기를 살짝 기대해본다.
그리고 에우드의 옆에는-
“오늘 방에 가게 허락해주시죠, 도련님!”
“아, 넵. 괜찮아요, 제시카. 이제 잘 때 사람 있는 거 적응도 됐고요.......”
“감사해요, 도련님! 거봐요, 슈가씨! 흔쾌히 허락해주신다니까요!”
“제시카 선생님은 도련님의 목소리에 담긴 귀찮음을 못 읽으시고 계십니다.”
에우드는 이 둘이 한두 마디만 나누면 싸움이 터지는 게 신기했다.
그보다 에우드는 둘이 조금만 덜 싸워주기를 바란다만.
에우드의 위치는 제시카와 슈가의 사이.
때문에, 말싸움이 격해지기 시작하면 에우드의 몸은 두 사람 사이에 꽉 껴버린다.
덩치가 작은 에우드로선 숨쉬기가 어려웠다.
“아, 진짜! 슈가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지기만 하고!”
“제시카 선생님이야 말로, 너무 도련님의 휴식을 방해하시면 안됩니다.”
“으갸아악-”
물론 말싸움의 기세는 줄지 않는다.
[작품후기]슬픈 이야기......
죄송해요, 오늘부터는 연참이 아니에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