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회
서프라이즈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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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나의 마안도 이제 안정화.
식사도 꼭꼭 잘 먹고, 포션도 그때그때 마신 건지.(비싸니까 그렇게 쭉쭉 마시면 안 되는 게 보통이다.)
티아나의 마력과 체력은 다시 빵빵해졌다. 영양도 풍부해졌다.
그런고로, 약속한 대로 에우드와 티아나의 연습이 시작되었다.
검술 및 에우드가 다루는 순수 실전 싸움기술을 익혀가는 것이다.
시간은 이른 아침과 저녁식사 후 중에서 상황에 따라 고르기로 했다.
대략 전날에 스케쥴을 확인하며 정하는 식이다.
그리고 훈련장에서 하면 너무나 눈에 띄므로 새로이 장소로 고른 건-
“헤기, 꼭! 꼭 비밀을 지켜줘야 해?!”
“하하, 알겠습니다, 티아나님.”
헤기가 근무하고 있는 마굿간 방목장의 근처 공터였다.
이전에 리퀴아와 헌터들이 훈련하던 장소다.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아가씨의 거듭된 함구령에, 헤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비밀엄수를 맹세한 헤기는 다시 말들을 돌보러 마굿간 쪽으로 향해갔다.
마침 온 김에, 에우드와 티아나도 잠시만 말들을 보겠다고 따라가 봤다.
마굿간 안에 들어서자, 베티가 그새 에우드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에우드가 온 것을 알아채고 반갑게 푸르릉 소리를 낸다.
“.......역시 얘 이상해.”
“티아나 누나?”
에우드가 베티의 털을 쓰다듬을 때였다.
“베티 얘 에우드한테 너무 친근해. 에우드, 이거 봐봐.”
티아나가 에우드에게 보라는 손짓을 하더니, 베티를 향해 손을 살짝 뻗었다.
.......베티는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시일지. 아니면 방해된다는 건지.
티아나에겐 거의 흥미를 내지 않고 있었다.
티아나가 조금 삐진 듯 입을 삐죽였다.
“봐?! 나도 그렇고, 또 언니한테도 친근하게 안 군다니까?! 나 얘 싫어!”
“티아나님, 말들은 머리가 좋으니까, 너무 싫은 티를 내면 알아챈답니다.”
“얘도 나한테 싫은 티 내는 데?!”
헤기가 말하길.
사실 딱히 티아나를 싫어한다기보다, 베티 자체가 그리 사람에게 막 흥미를 갖지 않는다나.
이전부터 반응해주는 건 가레스, 로로나, 그리고 에우드 정도라고.
헤기마저도 가끔 무시당할 때가 있다고 한다.
에우드도 이건 참 신기하다 싶었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베티는 에우드의 쓰다듬을 기분 좋게 받아가고 있었다.
다시 공터로 돌아와서-
방목장 공터는 리퀴아가 골랐던 만큼 상당히 괜찮은 곳이다.
전체적으로 잔디가 깔려 있어 푹신푹신한 덕에, 연습 중 넘어지거나 해도 다치지 않는다.
검술은 물론 싸움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아무리 연습이라 할지라도, 바닥에 쓰러지는 건 충분히 상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잔디 공터는 훌륭히 합격점이다. 리퀴아도 그렇기에 골랐던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에우드도, 사실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은 없지만.
일단 에우드도 수련 계획은 짜고 왔지만, 실제로도 잘 전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싸움기술이라고 하니까........ 그러고 보니 마리도 허벅지에 나이프 홀더를 가지고 다녔었지.”
싸움기술에 대해 몇 가지를 떠올린 덕일까. 에우드는 이전에 봤던 것을 기억해냈다.
예전에 플로라가 소형비공정을 타고 저택에 쳐들어왔던 날.
적의 습격이라 여겼던 마리는, 스커트 안에서 암기(暗器)를 꺼냈었다.
분명 침입자를 상대하는 암기 사용법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 응응. 원래 우리 메이드들 중에 몇몇은 전투요원도 겸하니까.”
“그, 그건 처음 들었어.”
“이건 나도 들은 지 얼마 안 된 거지만. 사용인 매뉴얼은, 거기 해당하는 인원들만 보통 알고 있거든.”
저택 사용인들의 긴급상황 대응 메뉴얼 중에는, 헌터대와 같이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인원들을 정해뒀다고.
마리가 그중 한 명인 것이다.
“기술은 알베르토가 가르쳐줬대. 긴급대응이 가장 잘 될 인원들을 뽑아서, 반년 이상 수련시켰다던데.”
지금도 간간이, 긴급대응 인원들의 수련이 진행된다고 한다.
다만 알베르토가 기술을 가르친다는 말을 들으니,
에우드는 역시 티아나가 알베르토에게 배우는 게 가장 나았을 거라 생각해버렸다만.
그 낌새를 알아챘는지, 티아나는 에우드의 코를 콕 잡았다.
“난 에우드한테 배우기로 했어! 그러니까 생각을 다시 해보라는 둥 말은 하지 마!”
“알게써알게써흐가하아악-”
그렇게, 에우드는 코를 빨갛게 한 채 티아나와의 연습을 시작했다.
알베르토에게 배운 것을 떠올리며, 최대한 가르쳐줄 수 있는 건 가르쳐주자 싶었다.
근데 티아나는 자신이 몸 움직이는 데에 자신이 없다고는 했지만-
“누나....... 생각 외로 잘하는데?”
“지, 진짜?”
“응, 진짜로.”
역시 저번에 로로나가 한 말이 맞다.
티아나는 태세를 재연하는 걸 정말 잘했다.
우선 몸을 풀면서 어디까지 가능할지 확인할 겸,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검을 휘두르고, 찌르고, 위로 베어 올리는 움직임- 그것들 모두가 상당히 정갈했다.
솔직히 에우드가 검술 태세를 배우지 않았다면, 정말 군더더기 없다고 여겼을 정도였다.
그나마 문제가 있다면 역시 자신감이 없는 것과, 배우다 만 탓에 중급 이상의 태세는 모른다는 것일까.
게다가 방에 박혀 있던 시간이 많았기에, 몸도 꽤 굳어 있었다.
태세는 잘 재연하지만, 유연함을 요구하는 자세부터는 조금씩 흐트러짐이 보였다.
그래도 티아나라면 충분히 고칠 수 있으리라.
“티아나 누나. 그러면 한동안은 알베르토님한테 배웠던 태세들을 다시 해보자.”
“어? 싸움 기술로 바로 가는 거 아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식으로 해야 하긴 했는데........ 누나의 움직임을 보니까, 태세를 더 확실하게 하는 게 유리할 거 같아.”
에우드도 알베르토에게 태세를 배우고 나서 확연히 차이를 느꼈다.
알베르토가 알려주는 각 유파의 검술은 모두 ‘전투의 토대’.
사실상 모든 전투 상황에 대응하도록 해주는, 가장 근본이 되는 자세다.
에우드의 움직임도, 그것을 익힌 뒤로 점점 형태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원래는 그냥 본능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중심 자세가 확실히 몸에 익었다.
이젠 셀레나와 매일 대련을 하는 만큼, 그 변화는 더욱 와닿고 있다.
그리고 태세 재연에 가장 강세를 보이는 티아나니 말이다,
지금은 무분별한 싸움기술을 먼저 배우기보다, 정석 태세를 바로 잡는 게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실전적인 싸움 방식은 이후에 차근차근 가르치는 게 유리하겠지.
“제시카도 그랬잖아. 순서가 중요하다고.”
“.......그랬지.”
당장 실전전투를 배우고 싶었던 티아나였지만, 그래도 에우드에게 동의했다.
티아나는 에우드가 동생이라고 의견을 일축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몸소 가르쳐주는 만큼, 동생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따라줬다.
그렇게, 에우드와 티아나의 비밀 수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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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진행해보자, 에우드는 역시 티아나도 포에닉스라는 걸 느꼈다.
애초에 티아나가 은근히 복잡한 사교용 댄스를 다 마스터했을 때부터 그건 확실했다만.
우선 몸풀기를 하고, 에우드가 전부 숙지한 태세를 티아나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티아나는, 매번 연습이 끝나기 전엔 그것들을 몸에 확실히 익혔다.
익히는 속도는 에우드와 비슷했지만, 재연 능력은 훨씬 더 높았다.
티아나 특유의 이해력 덕분에, 그걸 더욱 쉽게 이루는 것 같았다.
다만 그래도, 에우드와 대련을 할 정도까지 되려면 꽤 먼 이야기겠다만.
연습 중 에우드가 티아나가 익힌 태세의 상대를 해주곤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련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태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검을 대주는 정도.
애초에 또래 아이들 중, 셀레나를 제외하면 에우드와의 대련을 버티는 이는 거의 없기도 하고.
“-티아나.”
“아, 언니.”
그리고 연습하는 도중에는 셀레나도 찾아오곤 했다.
일단은 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기에, 셀레나는 뭐라 거드는 것 없이 수련을 보곤 했다.
그러다 몸이 근질근질하면, 어디선가 꺼낸 목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어간다.
......저 쑥쑥 튀어나오는 목검은, 이제 에우드도 따지지 않는다.
‘그래도 셀레나 누나. 꽤 기뻐하는 거 같네.’
셀레나는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움직임이라던가 입꼬리를 봐선 상당히 기뻐 보였다. 티아나가 검을 다시 배우는 게, 셀레나에겐 정말 좋은 일이었나보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앗. 티아나, 시간 됐어.”
“벌써?! 에우드, 미안.......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을까?”
“아, 응. 어차피 끝내려고 했었으니까.”
삼남매가 밤에 모여 연습할 땐, 셀레나는 시간을 확인하곤 티아나를 슬쩍 불렀다.
그렇게 연습이 끝나 셋이서 저택에 돌아가면-
“에우드, 고생했어~! 언니랑 나는 일이 있으니까~!”
“씻고 푹 쉬어.”
“제시카랑 아직 수업이 있긴 하지만.......”
두 누나는 호다닥 둘이서 방으로 돌아갔다.
보통은 에우드를 꼭 데리고 다니던 누나들인데 말이다.
뭔가 일이 있는 걸까.
이런 이변은 두 누나에게만 있던 건 아니었다.
제시카의 경우도-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에우드 도련님.”
보통은 제시카가 의욕이 너무 넘쳐, 항상 예정 수업 시간을 넘기곤 했는데.
저번에 매디가 부르고부터였을까. 칼같이 시간을 딱딱 맞췄다.
“다들 시간관념이 철저해졌네요.”
“그렇군요.”
오늘도 침대를 데우고 방에서 대기하던 슈가에게, 에우드는 조금 신기한 투로 말했다.
슈가는 저번에 제시카와 투닥거린 이후론 수업에 들어오진 않았다.
그저 에우드가 제시카의 방까지 가방을 옮겨주고 오면, 어느새 서로 교대하듯 방에 들어와 있었다.
혹시 둘 사이에 모종의 협상이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에우드 도련님.”
“네, 넵.”
“오늘도 마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에우드의 뼈는 오늘도 분질러지는 아픔을 겪는다.
다만 신기한 게 있었다.
“어쩐지 몸이 확실히 가벼워졌어요.......”
“에우드 도련님 나이에 벌써 몸이 뻐근한 건 정말 안 좋은 일입니다. 제가 꼭 몸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매일매일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아아아아악.”
슈가의 마사지는 아프긴 진짜 아픈데.......
막상 다음날이 되니 정말 몸이 가벼웠다.
처음 당했을 때 느낀 위기감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효과가 확실한 것이다.
슈가가 말하길 토르랑 저택에서 지내면서 익혔다고.
이전에 혹사를 당할 때, 피로 가득한 동료들을 위해 마사지 기술을 연구한 것이라 한다.
덕분에 티아나의 연습상대와 셀레나의 대련상대를 한 몸도, 하루가 지나면 금세 피로가 회복되고 있었다.
에우드가 체력이 많다 해도, 몸에 누적되는 피로는 무시할 수 없으니 말이다.
여전히 슈가의 마사지는 진짜 아팠지만.
어쨌든 수업시간이 정상적으로 도는 만큼.
또 왠지 모르게 두 누나가 바쁜 만큼, 에우드는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
“저기....... 슈가.”
“네, 도련님.”
슈가가 가져다준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때면, 슈가는 항상 방구석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대기하시는 건 이제 저도 상관은 없는데요. 그래도 되도록, 앉아서 대기해주시면 좋겠어요. 여기 침대라던가.”
“안됩니다. 도련님의 야간담당 메이드로서. 저는 흐트러짐 없이 이곳에- 꺄악!?”
에우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슈가를 붙잡아 침대에다 앉혀버렸다.
에우드에게 단숨에 이끌려 침대에 걸터앉은 슈가는, 눈이 엄청 동그래져 버렸다.
“죄송해요. 혹시 또 서서 계신다고 하면, 저 이제 슈가가 제 방에 있는 거 허락 못 해드려요.”
“알....... 알겠습니다.”
“그리고 책이라던가, 다른 심심풀이할 것들을 가져오셔도 전 좋다고 생각해요.”
“고려, 해, 해보겠습니다. 읏........”
여전히 동그랗게 눈을 뜬 채, 슈가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에우드에게 답했다.
다음 날부터는 슈가도 간단한 서적 같은 걸 가져오곤 했다.
아무래도 마리가 빌려준 듯했다. 포에닉스 메이드들하고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또 메이드복도 새로 온 덕에 토르랑 메이드복에 자수를 하는 것도 부담이 없어졌는지.
하루는 예전 메이드복을 들고 와, 그 위에 포에닉스의 불사조 문양을 더 새겨갈 때도 있었다.
그렇게, 슈가의 마음도 많이 안정되어 보여 에우드는 몰래 안도를 표했다.
......그런데 혹시 에우드의 기분 탓일까.
어째서인지, 요 며칠 슈가가 에우드의 방에 있는 시간이 꽤 길어진 것 같다.
방에서 잠깐 나갈 때도, 슈가는 꼭꼭 에우드에게 동행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에우드도 슈가가 원하는 만큼 있게 하자고, 잠자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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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티아나와의 연습이 며칠간 진행되고.
슈가의 도우미 역할도 6일 차에 접어들어, 겨우 적응이 될 무렵-
“.......?”
알베르토와의 훈련 전에 옷을 갈아입으러 왔던 에우드는, 방 안에서 이상한 편지를 발견했다.
[작품후기]제 취향을 의심하시고 계시군요.
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