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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84화 (84/264)

?84회

작별084.

다음날, 리퀴아는 저택을 나갔다.

한 달 동안 머물렀던 정 때문일까.

또 사용인들에게도 친절히 하고, 항상 호쾌하게 대해서였을까.

듣기로는 방 정리도 항상 잘 하고 다녔다고 하니 말이다.

덕분에 포에닉스 저택 모두가 리퀴아가 떠나는 걸 크고 작게 아쉬워했다.

특히 헌터들은 리퀴아에게 조금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은인이기도 하고, 3주지만 교관역을 해주기도 해서일까.

“니들 가르쳐준 거 까먹지 마라! 이제까지처럼 운 좋게 살아남는 건 없다고 생각해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겨우 한 달임에도, 헌터들이 리퀴아에게 보내는 신뢰는 상상 이상이었다.

리퀴아의 한 손에는 꽤 큰 과자 꾸러미가 있었는데, 마리와 매디가 만들어준 과자들이라고.

리퀴아가 이전부터 맛있다고 말하다 보니, 떠나기 전에 대량으로 구워 방금 전해준 듯했다.

“내 전서구는 정기적으로 보낸다. 발견되는 게 있으면 우선적으로 보내겠다. 기다리라.”

“정말 고마웠어. 고생하고.”

“내도 한 달간 밥 잘 먹었다. 오랜만에 몸이 따셨다.”

“은혜는 잊지 않겠네, 리퀴아.”

“큭큭, 알베르토 그래 니, 잊지 마라!”

리퀴아와 가레스는 악수를 나누고 짧게 인사를 끝냈다.

로로나와 알베르토하고도.

아마 서로 나눌 이야기는, 요 한 달간 전부 끝냈으리라.

제시카와도 이전에 겪은 술 이야기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인사했다.

“찰랑찰랑 아저씨, 잘 가!”

“험악한 아저씨, 재밌었어.”

“이 아가씨들은 끝까지 여전하구만!”

리퀴아는 이젠 완전히 적응된 별명에, 티아나와 셀레나의 머리를 박박 쓰다듬었다.

꽤 강한 손아귀에 두 누나가 바둥바둥 저항을 해봤지만, 쉽게 벗어나질 못한다.

“에우드. 니 그 상자는 아직 안 풀어봤나?”

“네....... 풀지 말라고 하셔서.”

“정말로 안 풀 줄은 몰랐다! 그래도 몰래 보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역시 니 답다! 뭐, 이제 그건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널 부-”

“““(째릿)”””

“-풀, 풀 날이 올 거다!”

리퀴아가 특정 날짜를 입에 담으려는 순간 날아온 짜릿한 눈길에,

허겁지겁 다시 얼버무리며 팔을 휘적였다.

어제 밤에 받은 선물 상자는, 어째서인지 리퀴아가 풀지 말라고 당부했다.

에우드가 듣기로는, ‘속도 맞추기’라나.

일단 리퀴아의 말을 신뢰하는 에우드인 만큼, 그 권고를 의심 없이 따랐다.

“......내가 말한 거, 전부 잘 기억하고. 알겠나?”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

‘에우드의 위치를 노리고 다가오는 손들을, 이용할지 말지를 파악하며 잡으라는 것.’

‘아카데미에 가서 해보고 싶은 걸 찾아보라는 것.’

그리고 ‘머더 메이지와 벌레술사를 비롯한 앞으로의 의혹.’까지.

그것들을 되새긴 에우드는 리퀴아에게 고개를 꼭꼭 끄덕였다.

그 모습에, 리퀴아는 에우드에게도 팍팍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럼 갈- .......안 오는 줄 알았다, 조안 누님.”

리퀴아가 대문을 나서려 할 때, 로비 한쪽에서 조안이 머뭇머뭇 왔다.

저택 사람들 모두(특히나 메이드들 모두), 그런 머뭇거리는 조안은 처음 봤으리라.

“.......잘 가요, 리퀴아.”

“잘 갈 거다! 항상 하던 대로 다시 움직일 뿐이다.”

오래 알고 지낸 나이 차 나는 남매처럼, 둘은 키득키득 말을 이었다.

“맞다, 조안 누님. 손 좀 잠깐 빌리도.”

“손이요?”

“내 가기 전 마지막 부탁이다. 함 내도.”

“리퀴아, 옛날처럼 장난치려는 거면 혼낼 겁니다.”

“내도 이제 아저씨다, 그럴 리 있겠나!”

“제 손에 벌레를 쥐여줬을 땐, 아무리 저라도 화가 났었죠.”

“.......그건 미안하다. 그땐 내도 너무 장난이 심했었다.”

아무래도 리퀴아는 옛날엔 장난꾸러기였던 걸까.

리퀴아와 조안, 두 사람은 서로 한 번 쓴웃음을 지었다.

곧바로 조안은 리퀴아의 의도에 갸웃하면서도, 오른손 한쪽을 리퀴아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리퀴아는 그 앞에 살짝 무릎을 꿇어-

“조안 누님은, 언제까지고 내 누님이다. 이건 절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조안의 손을 잡곤, 그 손등에 살짝 입을 맞춘다.

그걸 보던 사용인들과 헌터들 쪽에서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물론 그들뿐만 아니라, 에우드는 물론 포에닉스 일가 전부까지.

당연하지만 가장 패닉인 건 조안 본인이다.

“잠깐, 얘, 리퀴아 너 진짜........!”

“크하하, 기품 같은 건 많이 몸에 안 맞아서! 이게 내 한계다, 한계! 아, 진짜 겁나게 부끄럽다.......!”

리퀴아는 자기도 좀 남사스러웠는지, 얼버무리듯 자리에서 바로 일어섰다.

당연하겠지만- 조안의 얼굴은 완전히 새빨개져 버렸다.

연륜과 실력을 갖춘 포에닉스의 사용인 총괄자는, 아예 반응이 소녀처럼 변해버렸다.

평소 엄격함을 더해주는 외안경도, 이때만큼은 동요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조안의 손엔 어느새 작은 선물상자가 있었다.

방금 리퀴아가 손을 잡았을 때 슬쩍 쥐여준 것이었다.

“으읏........! 리퀴아, 이런 건 필요 없어!”

“노력해서 고른 거다. 꼭 사용해도, 조안 누님.”

선물에 우왕좌왕하는 조안에게, 리퀴아는 멋쩍게 한 번 더 웃었다.

“그럼 내도 이제 진짜 간다! 나중에 잠깐 들릴 일 있으면 오겠다!”

그렇게, 폭풍 같았던 황금의 기사는 저택을 나섰다.

이후 리퀴아가 나가자마자, 사용인들이 조안에게 꺅꺅 소리를 내며 다가왔지만-

“으으으.......”

부끄러움 가득한 조안은, 사용인들의 질문엔 무엇도 대답하지 못했다.

도중부터는 아예 리퀴아에게 존칭도 잊었으니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일단 확실한 건.

“으음- 오늘 조안의 아침 수업은 물 건너갔어.”

“응, 분명해.”

“아하하........”

티아나와 셀레나의 말에, 에우드도 살짝 동의했다.

그 후, 정말로 진정이 다 안 됐는지 조안은 오늘 하루 수업을 쉬어버렸다.

삼남매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휴식시간이었다.

“결국, 그날 밤은 예정대로였어요.”

“예정대로라니요?”

야간의 제시카 표 보충 수업.

제시카의 말에, 수인어 단어를 확인하고 있던 에우드는 고개를 돌렸다.

“마리가, 리퀴아님과 조안님의 정보를 싹 다 모아왔더라고요.”

“우와.”

들어보니.......

한 달전 리퀴아와 조안의 스캔들이 감지되자마자,

마리는 선배들에게 정보를 모아온 모양이다.

오래 지냈던 메이드들이 봤다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라던가.

중견 메이드들이 간간이 전해 들은 에피소드를 전부 종합했다고.

하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못한 걸까.

마리는 아예 한동안 비번과 외출을 이용해, 퇴직한 선배들한테도 연락을 돌리거나 찾아갔다고.

듣기로는 가레스까지 재밌을 거 같다며, 몇몇 에피소드를 얘기해준 모양이다.

알베르토와 로로나에게도 당당히 부탁하기까지.

........정말로 완전히 싹싹 긁어모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다음부터는 정해진 수순이 아닌가.

리퀴아가 떠난 어제, 엔터테이너 마리의 이야기보따리가 터졌다나.

아예 토르랑 메이드들의 조촐한 환영회를 겸한 술자리를 펼쳐, 그야말로 마리 올나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결과만 말하면, 모두 조안에게 엄청 혼났다고.

“사실 어젯밤만큼은 조안님이 사용인들을 엄격하게 혼냈다기 보다도........”

“부끄러워서 혼내신 거군요.”

“그래서 어젠 혼내시면서도, 중간중간 역으로 조안님이 놀림당하셨나 봐요.”

역공당하는 조안이라.

그건 확실히 저택에선 생각지도 못한 진풍경이다.

“전 나중에 마리가 비번인 날 다시 썰을 듣기로 했답니다. 같이 가실래요, 에우드 도련님?”

“그건 좀 흥미롭네요.”

제시카의 제안에 에우드도 눈을 반짝였다.

“근데.......”

에우드와 즐겁게 이야기하던 제시카는, 불만스럽게 뒤를 돌아봤다.

“왜 아까부터 거기 계시나요........ 그-”

“슈가입니다.”

“네, 슈가. 슈가씨....... 왜 계속 거기에 계시나요? 도련님은 지금 저랑 보충 수업 중입니다만.”

에우드의 방 한쪽에서 목석처럼 서 있던 슈가에게, 제시카는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나 에우드 도련님이 졸음이 오면, 그걸 깨워드리려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안 졸고 계셔요.”

“에우드 도련님은 하루 수업량이 너무 많으십니다. 그만큼, 졸음은 언제나 엄습할 수 있습니다.”

“안 조신다니까요? 그리고 제 수업이 얼마나 재밌다고 하셨는데요. 이 제시카, 절대 졸게 놔두지 않아요. 그렇죠, 에우드 도련님?”

“네?! 아, 넵.”

제시카는 슈가에게 은연중 ‘슬슬 분위기 좀 읽고 나가주세요?’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슈가는 전혀 반응이 없다.

“.......에우드 도련님.”

“네, 네에, 슈가........”

“혈액순환을 돕는 마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침대에 엎드려주세요.”

“저기요, 휴식시간은 제가 정해요. 그보다 누구 마음대로 엎드리라고 말하시나요!”

“즐겁게 잡담을 나누시길래, 수업이 끝난 줄 알고 저도 모르게 그만.”

“........(제시카)”

“........(슈가)”

침묵이 돈다.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제시카는 이래 봬도 꽤 남들과 친하게 지내는 성격인데.

어째서인지 슈가하고는 상극의 태도를 보였다.

일단 여담으로,

토르랑 메이드들 모두, 슈가를 통해 에우드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메이드들이 다 붙으면 에우드가 부담가질 수 있다는 거에 다들 동의했다고.

그렇기에 어제부터는, 첫 임시투입 때처럼 우르르 에우드에게 몰리진 않았다.

순서를 지키며, 차근차근 한 명씩 에우드를 도우러 왔다.

.......여전히 조금 정신없는 건 맞지만.

그래도 처음보단 훨씬 에우드의 마음을 고려해주는 행동이 많았다.

덕분에 에우드도 조금 여유롭게, “고마워요.”나 “괜찮아요.”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

들어보니, 이 도우미역의 순서는 서로의 합의 하에 나눈 거라고.

그리고 슈가가 바로 야간 담당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17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가 선택되었습니다.”

대체 어째서인지, 에우드의 야간 도우미 역할은 경쟁률이 높았다고 한다.

게다가 심지어 가위바위보로 결정.

보자기로 마지막 승부에서 이긴 건지.

슈가는 에우드에게 새하얀 손바닥을 흔들며, 가위바위보 시늉을 했다.

조금 뒤, 결국 제시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슈가 씨, 솔직히 지금 방해되거든요!?”

“저는 없는 셈 치고 쭉 가시길.”

“에우드 도련님, 뭐라 좀 해주세요, 정말.......!”

“그....... 그래도 일단은 슈가가 원하는 대로.........”

“너무해!”

제시카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삐져버렸다.

.......그래도 역시 교사의 본분이 먼저라고.

어느새 수업에 들어가자, 제시카는 다시 열심히 진도를 나갔다.

그리고 제시카와의 수업(슈가의 대기 포함)이 끝날 때쯤이었다.

똑똑-

들려온 노크 소리에 에우드가 문을 열려고 하자, 슈가가 그것을 대신 열어줬다.

“도련님, 제시카 여기 있나요- 와아?! 슈가?!”

“매디였군요.”

에우드가 알기로, 매디는 오늘 야간 근무가 아니었을 텐데.

어쩐 일로 방에 온 걸까.

매디는 문을 열어줬던 슈가를 보고 잠깐 깜짝 놀라면서, 조용히 제시카에게 다가갔다.

“제시카. .......곧 시간이야.”

“아, 맞다!”

아무래도 매디가 볼일이 있던 건 제시카였나보다.

뭔가 비밀 이야기인 걸까.

나눈 대화는 거의 없었음에도, 매디와 제시카 사이에 의사소통은 이미 끝나 있었다.

제시카는 서둘러 책을 정리하곤, 큰 가방을 꼭 닫았다.

“그럼, 에우드 도련님.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로........!”

“네, 제시카. .......그런데 혼자 들 수 있겠어요?”

“물론........”

덜컹덜컹-

.......역시 뒤뚱뒤뚱하기에, 에우드가 재빨리 받아 들었다.

“죄송해요, 도련님........”

“아뇨, 전혀요.”

결국, 항상 하던 대로 에우드가 제시카의 방까지 가방을 가지고 올라갔다.

이후엔 제시카도 매디를 따라 어딘가로 향하는 듯했다.

에우드는 두 사람이 복도 너머로 가는 것을, 작은 손을 살짝 흔들며 배웅했다.

혹시 작은 술자리나 다과회가 또 열리는 걸까.

만약 그거라면, 에우드는 슈가도 동행시켜달라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이틀 전 에우드와 같이 찾아갔던 급탕실에서는, 다들 즐겁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슈가도 무리 없이 함께 자리할 수 있었을 텐데.

에우드는 이 침착한 메이드 누나가 잘 지내곤 있는지, 살짝 걱정이 들었다.

“에우드 도련님.”

“네, 슈가도 이제 쉬러-”

“마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어- 그, 그게.”

“마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부디.”

제시카가 떠나자마자 기회라는 듯, 슈가는 에우드를 꼭 잡고 말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에우드의 동의에 슈가는 기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방에 돌아가 받은 마사지는-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뼈의 틈과 틈을 노리는 강력한 치명타의 연속이었다.

“어, 어떠셨습니까?”

다만 에우드는 그 진실을 차마 말하진 못했다.

“시, 시원, 했습니다.”

“그렇군요....... 앞으로는 하루 모든 수업이 끝나면 꼭 마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엑.”

그 말을 듣자마자 그냥 에우드도 솔직하게 말할까 싶었다만.

마사지를 해주고 조용히 웃는 슈가에게, 에우드는 차마 진실을 말하긴 힘들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시원하다고 말한 주제에, 이제 와서 슈가의 기쁨을 망치기엔 너무 미안했다.

당분간은 그냥 마사지를 받도록 하자고, 에우드는 체념했다.

........마음속으로, 에우드는 작은 누나에게 포션을 몇 개 부탁할까 싶었다.

[작품후기]연참입니다 커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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