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83화 (83/264)

주말, 따뜻하게 갑시다아아아?83회

토르랑 메이드083.

“에우드 도련님, 씻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에우드 도련님, 간식을 먹여드리겠습니다.”

“에우드 도련님,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에우드 도련님, 책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에우드 도련님.” “에우드 도련님.” “에우드 도련님.” “에우드 도련님-”

“에우드 도련님, 불편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나 말씀해주시길.”

“괜, 괜찮습니다.......”

메이드들이 오고서 다음 날.

아마 저녁 근처쯤부터였을까.

뭔 거의 움직일 때마다, 기본 다섯 명 정도가 에우드에게 돕겠다며 다가왔다.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하지만, 그래도 파상공격을 계속 걸어온다.

역시 포에닉스와는 업무의 강도가 달랐던 모양이다.

토르랑 가문에선 항상 당주나 자식들의 근처에 있어야 했다고.

그곳엔 핸드벨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걸 울리면 10초 이내로 달려와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옆에서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일가가 폭력을 휘두르면 저항 못하며 당한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에우드는 도움을 거절하는 것이 조금 미안할 정도였다.

다만 오늘은 임시 업무 투입.

말만 업무지, 사실상 일을 시킨 게 아니다.

포에닉스 메이드들도 모두 있었고,

저택의 규모 확장은 아직 계획의 범주.

적어도 아직 바로 추가 일손이 필요하진 않았다.

오히려 바로 토르랑 인원을 전부 가용했다간, 인력의 과잉 공급이 돼버린다.

그렇기에 원래 조안의 의도는 토르랑 메이드들에게 저택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포에닉스 메이드들의 업무를 조금씩 거들거나,

저택 돌아가는 모습을 한 번 훑어보라고 임시 투입을 한 것이다.

그런 것인데.......

아무래도 그런 조용한 일은, 그녀들에겐 너무 적응이 안 된 것 같다.

마리의 증언으론, 업무가 너무 널널한 탓인지 역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고.

조금 변론하자면, 업무가 널널하다기 보다도 분업과 체계가 잘 잡혀있는 거다만.

그리고 토르랑 메이드들은 어느 시간을 기점으로, 자기들끼리 한곳에 모인 듯했다.

.......시간대를 들어보니, 그게 에우드에게 메이드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저택 복도를 쫑쫑 걷고 있는 에우드를 타깃으로 결정한 걸까.

왜 하필 자신이 타깃이 됐는지는, 에우드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니.’

아무리 에우드라도 거기서,

“지금 하고 계시는 게 다 불편한 행동이에요!”라고 말하긴 그랬다.

그렇게 수차례를 거절하고 도망치고,

겨우겨우 제시카와의 수업까지 마친 후.

에우드는 안도하며 자신의 방에 돌아왔다.

현재는 토르랑 메이드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겠지. 이렇게 깊은 밤이 됐는데, 지금까지 따라다닐 생각은 없을 것이다.

에우드는 어서 방에 들어가, 저번에 빌려온 책을 읽자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덜컹-

“에두드 도련님, 취침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으햐아아아악?!”

이건 역시 에우드라도 쫀다.

던전에서 마인 센티피드가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보다도 더 놀랐다.

“왜, 왜, 여기에 계시는.......! 그.......”

메이드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역시 아직 다 듣진 못했다.

“‘슈가’라고 합니다.”

아마 나이는....... 엘리리와 비슷하리라.

엘리리가 18세니 말이다.

에우드에게는 나이 많은 누나 뻘이다.

“취침준비와 그 이후 모두, 원래 저희의 업무인 만큼 전력으로- .......어라, 아, 아닙니까?”

베이지색의 머리를 위로 한 번 묶어둔 슈가는, 약간 흔들리듯 말했다.

“자는 것 정도는 혼자 준비할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

조금 의욕이 과했던 걸 슈가도 안 걸까.

저택 간 업무 차이가 아직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슈가는 에우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에우드는 마법 교과서와 수인어 교과서를 책상에 놓은 후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불이 따끈따끈하다.

살짝 이불을 거둬 안쪽을 만져보자, 포근한 느낌이 가득했다.

취침준비라고 하더니, 아무래도 이불 안을 따뜻하게 해둔 듯했다.

이건 에우드에게도 꽤 고마운 준비였다.

분명 메이드들이 사용하는 소형 열 램프 같은 매직 아이템이 있었나.

아마 그런 것들로 미리 데워둔 것이리라.

.......근데 슈가의 손에는 매직 아이템이 없다만.

혹시 에우드가 모르는 소모품 같은 게 있는 걸까.

“저기 그런데....... 왜 그렇게 저를 못- 저를 도와주시려 하는 건가요?”

하마터면 “왜 그렇게 저를 못살게 구시나요.......”라고 말할 뻔했다.

에우드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에우드 도련님은.”

슈가는 에우드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그놈들에게 복수해주셨습니다.”

“.......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한 거예요?”

“그 계기를 주신 건 에우드 도련님이었습니다. 잭스를 이긴 것 또한. 그놈에게 창피를 준 것 또한 에우드 도련님이었습니다.”

슈가가 말하길, 슈가 또한 사교회에서 에우드와 잭스가 싸운 걸 봤었다고 한다.

토르랑 메이드들 중에서도 젊고 예뻤기 때문일까.

슈가는 항상 그 헤릭스가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때문에, 그때 사교회까지 동행했었다고.

슈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저희 모두가........ 에우드 도련님을 은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우드 도련님덕에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꼭, 토르랑에서 온 저희 모두, 도련님을 온 마음을 다해 모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에우드는 그제야 어제 낮에 그 시선이 가진 의미를 이해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고 있던 것이다.

........그럼 에우드가 복도를 쫑쫑 걷고 있지 않았어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일단 만약 내일도 오늘처럼 붙어 다닌다면, 에우드도 좀 힘들 것 같다.

“너무 신경 쓰시진 않아도 돼요. 그,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면 조금 부담스러워요, 죄송해요......”

“-그, 그런가요.”

에우드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하자, 슈가가 침울하게 고개 숙였다.

“신경 안 써주셔도- 아니아니, 조, 조금만 그 기세를 줄여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덕분에, 에우드도 차마 필요 없다는 말까진 못하고, 조금만 덜해달라고 부탁했다.

슈가는 완전히 거절당하지 않은 게 조금 기뻐 보였다.

이후 다른 토르랑 메이드들에게도 그것을 전하겠다고 한다.

대화량은 많지 않지만, 슈가의 반응은 참 다양했다.

“그럼- 이제부터 에우드 도련님이 잠을 설치시지 않도록 이곳에서 대기를-”

“대기를 하시면 제가 더 잠을 설치지 않을까요........?”

분명히 잠을 설치리라.

그보다 아직은 자지는 않고 책을 읽으려 했다.

언제 잘지는 에우드도 확실치 않다.

“.......으음.”

슈가는 아무래도 에우드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데, 할 일이 상당히 없어 답답한 걸까.

“그럼....... 그럼....... 으음.......”

슈가는 고민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눈을 번뜩.

겨우 찾은 답을 자신 있게 말했다.

“잠이 잘 오도록 달콤한 차를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슈가는 에우드에게 깍듯이 인사한 후 복도로 나섰다.

다만-

“.......”

“.......”

“슈가?”

“.......죄송합니다. 어디로 가야 했는지-”

아무래도 급탕실이 어딘지 모르는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슈가는 거의 10초에 세 번씩 사죄를 전했다.

패턴을 파악하자, 덕분에 몇 분 정도를 걸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현재 3층 복도.

아직 저택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급탕실까지 에우드가 안내를 하기로 했다.

급탕실은 2층이므로, 중앙계단을 통해 가는 게 좋으리라.

“이제 막 오신 거니까요. 저도 다 외우는 데 엄청 오래 걸렸어요.”

저택을 처음 왔을 때 느끼는 혼란은 에우드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다.

페리아도, 헤기도 처음엔 헷갈렸다고 하지 않는가.

덕분에, 에우드는 다소 의욕적으로 몸소 안내하기로 한 것이다.

“.......이 저택은, 다들 좋은 분들만 계신 거 같습니다.”

슈가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그것을 말했다.

“물론이죠. 다들 얼마나 사람이 좋은데요.”

“.......에우드 도련님도. 저는 사교회 때부터 쭉, 정말 좋은 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하하, 고마워요.”

빈말이라도 칭찬을 하면 거기에 답하는 게 예의- 라고 에우드는 저택에서 배웠다.

천천히 걸으면서 에우드와 슈가는 짧게 대화를 나눴다.

들어보니 이번 토르랑 메이드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별채 한 곳을 숙소로 개조하기로 했다고.

지금은 임시로 손님용 방에 4명씩 들어가 생활하기로 한 모양이다.

손님용 방이라고 해도, 넓이와 침대의 수는 확실했으니 불편함은 없으리라.

또 슈가가 말하길, 지금 입고 있는 메이드복- 토르랑 문양의 메이드복은 문양을 제거하기로 한 모양이다.

하긴. 명색이 무가의 최강인 포에닉스 가문인데.

거기에 토르랑 가문 문양이 있으면 분위기가 이상했겠지.

손이 빠른 이들은, 어제 이미 토르랑 문양의 자수를 전부 제거했다고.

이후엔 그 위에 포에닉스 문양을 새기고, 새로 올 메이드 복의 예비로 쓰려는 모양이다.

이건 조안이 시킨 건 아니었고, 토르랑 메이드들끼리 결정한 거라 한다.

포에닉스를 향한 감사와 앞으로의 충성을 표하는 의미일까.

재봉사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자수를 새긴다고 한다.

에우드가 살짝 보자, 슈가의 메이드 복에는 포에닉스의 문양 색인 붉은 색 자수가 조금 보였다.

슈가도 열심히 그것을 새기던 모양이다.

“괜찮나요? 잘 시간이 줄어들겠어요.......”

“늦게 자는 데엔 익숙해졌습니다. 매번 있는 일이었습니다.”

........토르랑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빴던 모양이다.

다만 슈가가 일하는 곳은 이제 포에닉스다.

포에닉스에 왔다면, 포에닉스의 규칙엔 따라줘야 한다.

에우드도 그랬다.

“그래도, 슈가도 차 마시면 빨리 돌아가야 해요. 밤 작업은 조금씩. 무엇보다 푹 자는 건 중요해요, 정말로.”

“.......네, 그렇게하겠습니다. 에우드 도련님. -어? 저, 저도 마시는 겁니까?”

“같이 급탕실에서 마시는 거 아닌가요? 다른 야간근무 메이드들도 있을 테니, 모두 환영해줄 거예요.”

슈가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곧바로 에우드가 그걸 알고 같이 걸음을 멈추자.......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요........”

“.......”

살짝 울먹이면서 그것을 말했다.

슈가의 말을 듣자, 에우드도 역시 토르랑 메이드들이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싶었다.

에우드가 포에닉스에 오고, 겨우 마음을 풀었던 것처럼,

그녀들도 모두 두 다리 뻗고 쉴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그렇게 에우드와 슈가가 2층에 들어섰을 때였다.

2층의 복도 한켠-

어째서인지 리퀴아가 창문을 열고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기시감 넘치는 장면이었을까.

“리퀴아님?”

“잉? 에우드, 어째선지 닌 참 나랑 밤에 자주 마주친다!”

“이제 두 번째지만요........”

“그러냐? 근데 내한테 닌 그냥 자주 마주치는 느낌이다! 친근하다, 카하핫!”

리퀴아는 에우드를 향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보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슈가를 향해, 손사래를 쳤다.

“니 고마해라! 내는 어디까지나 손님이다! 부외자다! 이제 막 온 니들이 예를 차릴 필요 없다!”

“그래도-”

“어차피 내도 내일 떠나는 몸이고. 니들이랑 똑같은 처지라 생각하고,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에우드는 그냥 지나갈 뻔한 말을 겨우 붙잡았다.

“리퀴아님 내일 떠나시는 건가요?”

“그래, 맞다. 계획한 게 있어서, 이젠 가야 한다.”

리퀴아가 떠난다는 말을 듣자, 에우드는 왠지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에우드 니 갑자기 뭘 그렇게 침울하나?”

“.......침울했나요?”

“침울했다! 겨우 아저씨 한 명 돌아간다고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니 손해다, 손해!”

표정에 드러났다는 말에, 에우드는 자신의 뺨을 꼭꼭 만졌다.

에우드가 뺨을 누르는 것에, 리퀴아는 그걸 조카를 보듯 웃으며 바라본다.

조금 뒤, 어디선가 푸드득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어이쿠, 드디어 왔구만. 기다리다 지쳤다.”

창문 너머에서 나는 소리.

에우드도 슈가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어떤 상자를 들고 있는 부엉이가 있었다.

“부엉?”

“부엉이군요.....?”

“맞다, 부엉이다! 내 전서구 역할을 해주는 부엉이다. 이래 봬도 야간 퀵 배송 전문가다.”

“퀵, 퀵 배송?”

“그런 게 있다.”

리퀴아는 부엉이에게서 상자를 받았다.

곧바로 보수인 건지, 종이에 싼 두꺼운 육포(아마 포에닉스 제작)를 꺼내 다리에 쥐게 해준다.

그리고 잠시동안 리퀴아에게 쓰다듬을 받은 부엉이는, 순식간에 밤하늘로 날아갔다.

“타이밍 딱 좋았다. ........자, 에우드. 마침 주러 가려 했었다. 이거 니 꺼다.”

“.......네?”

“내 니한테 주는 선물이다.”

리퀴아는 부엉이가 전해준 상자를 에우드에게 건넸다.

직사각형의, 마치 지팡이 종류의 뭔가가 담겨있을 만한 상자.

에우드의 손바닥보다 3배 정도는 더 컸다.

에우드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그 선물상자를 받았다.

“미안하다. 내 약속 날짜 때문에, 일주일 뒤에 같이 축하해주지는 못하게 됐다. 니가 좀 이해해도.”

“네, 넵. .......어라?”

눈을 반짝이며 선물상자를 보던 에우드는, 뭔가 이상한 말을 눈치챘다.

“같이 축하해주지 못한다니요?”

“그거야 당연히- 엉?(리퀴아)”

“응?(에우드)”

“......????(슈가)”

그제야 리퀴아는 입을 양손으로 턱 막고 중얼거렸다.

“이런, 말,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중얼중얼) 에, 에우드!? 니 지금 못 들은 거다? 그대로 모르는 채 있어도?! 그- 토르랑 메이드, 니도!”

리퀴아는 근육질의 팔을 붕붕 흔들며, 뭔가를 얼버무려보려 했다.

.......어차피 에우드는 대체 무슨 상황인지를 몰라,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만.

어제 막 저택에 온 슈가 또한, 멍하게 갸웃했다.

[작품후기]주말이에오. 모두 따뜻하게 입고다니시길.

코멘트에 음란마귀가! 유열마귀도!

아직은 건강이 괜찮답니다, 너무 걱정 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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