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해야하겠죠......??80회
마안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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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에우드와 셀레나는 제시카와의 수업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 됐을 때였다.
마법에 대해 수업을 조금씩 나가고, 잠깐 아카데미 쪽 이야기도 서로 나눠가던 그때-
저택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거...... 티아나 목소리야.”
“티아나 아가씨가 비명........? 어?! 에우드 도련님?!”
에우드는 그것을 듣자마자 단숨에 자리를 박찼다.
교실을 뛰쳐나가, 저택의 중앙계단을 올라간다.
당연하겠지만, 비명이 들려온 곳은 티아나의 방이 확실했다.
에우드의 머릿속에 아직 머더 메이지나 벌레술사의 존재가 있기 때문일까.
7대 던전이라는 것과 위험도SSS의 가능성.
리퀴아에게서 그에 대해 들었을 때부터 생겼던 불안.
최악의 경우 ‘저택이 습격당했다’라는 상황까지 생각하며, 에우드는 온 힘을 다해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덜컹!!
“-티아나 누나?!”
에우드는 도착하자마자, 문을 부수는 기세로 열고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에, 에우드?!”
방바닥에 쭈그려 앉은 티아나였다.
........다행히 머더 메이지라던가 벌레라던가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악의라던가 공격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에우드는 자신이 너무 생각을 비약했다는 걸 알아챘다.
에우드는 약간 몸에 힘이 빠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버렸다.
아니, 그렇다고 티아나 상태가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티아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으으......”라는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마안 때문에 무언가 통증이 있는 것 같았다.
곧 티아나가 그 두 눈동자를 에우드에게 향했다.
에우드는 그 눈을 보곤 깜짝 놀라버렸다.
“누나, 양쪽 다 마안으로 변했어?!”
두 눈동자 모두 선명한 루비색으로 변해있었다.
“아, 아까부터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는데, 그보다, 에우드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가씨!”
“티아나님, 무슨 일이십니까!?”
“티아나?! 에우드?!”
“티아나 아가씨!!”
차례차례 사용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셀레나와 제시카도 방에 도착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
사용인들과 셀레나, 제시카가 다가오고,
에우드가 티아나의 가까이에서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춰간다.
“마안이 아까부터 막 마음대로........!!”
“마음대로.......?”
그리고 티아나가 에우드를 본 순간이었다.
티아나의 깨끗한 루비색 눈이, 그때부터 더욱 일렁이기 시작했다.
성냥불이 마른 장작을 만난 것처럼.
에우드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타오른다.
에우드도 티아나의 두 눈에 급속도로 마력이 모이는 걸 느꼈다.
“-꺅!”
“““!!!!”””
티아나의 마안이 손 쓸 새도 없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이뤄진 스파크까지 티아나의 눈 위로 터져간다.
스파크로 인해 눈을 감을 수도 없는지, 티아나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허둥지둥 고개를 돌렸다.
“잠깐, 잠깐만......!?”
“티아나 누나?!”
거기서 티아나는 뭔가를 본능적으로 감지한 걸까.
주변에서 셀레나나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것에 신경 쓰지 못하고,
티아나는 가장 가까이에 와서 자신을 보는 에우드에게 소리쳤다.
“에우드, 이쪽 보지 마!!”
그리고 티아나의 말이 끝나기 직전-
“앗-”
에우드와 티아나의 눈이 서로 마주쳐버렸다.
-끼리리리리리릭.
“.......!!!”
무언가, 머릿속으로 쇳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에우드는 소름 끼치는 감각을 느꼈다.
흡사 자신의 기억을 누군가가 훑고 가는 것일까.
잊고 있던 부분까지 어루만지는 느낌이, 에우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식간에 쭉 전해졌다.
거기서 에우드는 직감했다.
확실하다.
지금 에우드는 티아나에게,
티아나의 붉은 마안에게,
자신의 ‘기억 일부’를 보여줘 버렸다.
그로부터 몇 초 정도가 지났을 때.
티아나는, 완전히 몸이 멈춘 채로 입을 뻐끔거렸다.
“.......앗, 아아앗, 윽, 으앗.”
수초 간 ‘자신이 봐버린 에우드의 기억에’ 몸을 떨었다.
어느새 마안의 스파크는 줄어들었다.
방금까지 터질 듯이 돌던 마력도, 그 기세를 점점 낮추고 있었다.
하지만 티아나는 마안의 색이 조금씩 원래 색으로 되돌아오고 있음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조금 뒤였다.
“-욱, 우웩.......!?”
겨우 정신을 차린 티아나가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누나?!”
“엑...... 켁.......!! 우에에엑.......!!”
“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세요?!”
“티아나!?”
“우에에에엑........!!”
티아나는 그로부터 한동안 토악질을 반복했다.
수차례, 버티지 못할 울렁거림에 속을 계속 게워냈다.
그렇게 몇 분을 토악질한 후.
끝내 체력과 마력이 바닥난 티아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
아까 자신을 걱정해주는 동생의 눈을 봤을 때.
티아나는 안도와 동시에- 엄청난 위기를 느꼈다.
이 위기라는 것은, 위협적인 존재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굳이 이것을 티아나가 설명해본다면,
동생을 위해 지켜주려 했던 선을, 자기 쪽에서 넘어가 버릴 것 같은 위기였다.
3개월 전에 새로 생긴 동생은 아직 여러 가지를 말하지 않았다.
드림랜드에서 지내온 건 알고 있다.
거기서 수많은 힘든 일이 있었던 건 알고 있다.
끝없이 싸운 것도 알고 있다.
그 모든 걸 겪고, 자신과 언니의 방패역으로서 이 저택에 온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티아나가 아는 것은 그게 끝이었다.
책으로 치면 겉에만 본 것과 같다.
제목만 보고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삽화만 보고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없는 것처럼.
어디까지나 겉핥기의 범주다.
때문에, 언젠가 티아나는 셀레나와 함께 그걸 가레스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둘 다, 에우드가 무엇을 겪다 왔는지 조금이라도 듣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가레스는 두 딸에게 그걸 답해주지 않았다.
단순한 심술은 아니었다.
(“직접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주렴. 에우드한테도, 절대 좋은 기억은 아니니까. 내가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동생을 위해 선을 지켜달라고.
가레스는 그렇게 딸들에게 부탁했다.
.......티아나도 셀레나도, 그 뒤론 그것을 묻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은 ‘적어도 8년’이 남아있다.
그 이상으로, 아마 티아나와 셀레나는 에우드가 쭉 남아있어 줄 거라 여겼을 것이다.
겨우 3개월이지만, 둘은 이미 에우드가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언젠가 그걸 이야기해줄 날이 올 거라 기다리고 있었다.
티아나도 셀레나도, 둘 다 긴 안목으로 보자고 서로 의논을 마쳤었다.
.......하지만 오늘.
티아나는 봐버렸다.
에우드의 남색 눈을 보는 순간,
티아나는 자신의 마안이 뭔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티아나의 루비색 마안은 엄마, 언니와 똑같이 ‘보는 마안’이었다.
그러나.
절대, 절대, 절대-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는 써선 안 되는 마안이었다.
에우드의 남색 눈을 마주쳤을 때 머릿속에 전달된 것은........
계속 말로만 전해 들은, ‘무덤 동굴’의 모습이었다.
수많은 곤충과, 언데드와, 사람이 죽어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준 포션을 마시고, 알베르토와 갈라지고, 포에닉스의 헌터들을 마주쳤다.
시꺼먼 살인마법사- 머더 메이지와도 싸웠다.
벌레술사라고 불리는 이와도 접전을 벌였다.
이후 마인 센티피드와 싸우고,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는 상황까지.
무덤 동굴에서 에우드가 겪은 ‘기억’이, 티아나에게 엄청난 속도로 전해졌다.
그리고 기억은 어느새 더욱 과거로 넘어간다.
머릿속에 남지도 않을 속도로, 엄청난 속도로 형상들이 지나간다.
이윽고 도달한 건-
아마,
에우드가 드림랜드에서 겪었을 기억이었다.
(“오늘의 투기장은, 새로 온 드림랜드 노예들의 살아남기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기억을 보고, 티아나는 엄청난 울렁거림을 느꼈다.
에우드가 겪었을 잔혹한 싸움에. 피바다가 되는 세계에, 메스꺼움을 막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소름 끼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결국, 겨우 마안을 멈추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후.
티아나는 급격히 몰려온 구토감에 토악질을 해버렸다.
셀 수 없이 토악질을 거듭하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신을 잃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난 건지.
겨우 눈을 뜨자, 티아나는 자신의 침대 위에 있었다.
“으, 으아아....... 아파라........”
“티아나......! 티아나, 티아나.......! 아아, 티아나........”
티아나가 눈을 뜨자마자, 로로나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무사히 깨어난 것에 안도하며,
수차례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와 뺨에 입을 맞춰줬다.
티아나가 침대에서 고개를 살짝 돌리자, 가족들 모두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겨우 불안을 내려두고 몸에 힘을 푼 아빠.
침대에 올라와 자신을 끌어안는 언니.
알베르토의 옆에서 겨우 안도하는 동생도.
마리와 매디를 비롯한 사용인들도 모두, 티아나가 일어난 것에 눈을 글썽였다.
아무래도 꽤 걱정을 끼쳤다는 건, 티아나라도 알 수 있었다.
티아나의 느낌상으론 이제 겨우 5분 정도 지난 거 같았는데.
창밖은 어느새 밤하늘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티아나는,
자신이 깨어난 것에 기뻐해 준 에우드 쪽으론 쉽사리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왜냐면 에우드도 알아챘을 테니까.
티아나가 허락도 없이 기억을 본 건, 에우드 본인도 확실히 느꼈을 테니까.
티아나는 남동생과 마주하기가 너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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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드의 기억을 봤다고?”
가레스의 믿기 힘든 물음에 티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마 무덤 동굴. 거기에서 에우드가 겪었던 기억인가 봐.”
티아나가 자신이 본 것들을 하나하나 말하자, 알베르토가 에우드를 바라봤다.
“네, 맞아요. 제 기억이에요.”
“.......저와 겹치는 기억 또한 일치하는 것 같군요. 모두, 무덤동굴에서 저희가 겪었던 것과 똑같습니다.”
“하필 티아나가 그런 쪽의 마안이라니요.......”
그 기억이 확실하다는 에우드와 알베르토의 말에, 로로나는 걱정 가득 담아 한숨을 쉬었다.
‘상대가 겪은 기억을 본다.’
다르게 말하면, 상대의 과거를 용서 없이 훑어가는 눈이다.
결코 가벼운 마안이 아니었다.
내면심상을 볼 수 있는 로로나이기에, 더더욱 그걸 실감하고 있다.
“티아나. 엄마가 마안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죠?”
“.......응.”
“사람이 반드시 숨겨야 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마안은, 절대 그냥 다뤄서는 안 돼요.”
로로나는 항상 그 마안을 조절한다.
절대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상호 간 신뢰를 위해, 로로나는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만 마안을 사용한다.
그걸 티아나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능력 때문인지, 마력 소모도 엄청나요........ 이런 식이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마안이니까, 엄마가 계속 최대한 휴식하고 있으라고 한 거예요, 티아나.”
“실, 실감했습니다아아........”
티아나가 고개를 붕붕 끄덕이는 것에, 로로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티아나의 눈을 살피자, 마안은 어느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티아나의 눈은 평소대로 금색.
그리고 일렁이는 것 없이, 마안은 잘 통제되고 있었다.
사실상 개안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티아나의 의사에 따라서만 마안이 움직일 것이다.
“사람을 봐야 하는 마안의 주의점들은, 나중에 더 알려주기로 하고요. 오늘은 역시 조금 더 자세요.”
“엑. 이제 잠 다 잔 거 같은데........”
“티아나.”
“힝.......”
“티아나, 엄마 말 들어야지. 체력도 마력도, 너무 많이 빠졌어.”
“.......웅.”
로로나와 가레스의 완곡한 말에 티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모두가 나간 방에서 티아나는 또다시 침대 위에 폴싹 누웠다.
........며칠간 그렇게 일렁이던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하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역시 여전히 눈이 말똥말똥.
쉽사리 잠들지도 않고.
또 마음에 걸리는 것들도 있고.
결국 티아나는 방에서 나와, 야간근무 사용인들 몰래 복도를 걸었다.
발소리를 죽이고, 숨소리도 죽이고.
조용히 어떤 방으로 향했다.
똑똑-
.......덜컹.
다행히 방의 주인은 아직 잠들지 않은 모양이다.
노크를 하자 꽤나 빠르게 문이 열렸다.
“티아나 누나?”
“에헤헤.......”
티아나는 에우드의 방문 앞에서 멋쩍은 듯 웃었다.
“.......근데 언니는 또 언제 와 있었어?!”
“이제 막 온 거였어.”
셀레나는 언제나의 무표정으로, 에우드의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