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79화 (79/264)

?79회

마안079.

“검? ......티아나 누나가?!”

에우드가 깜짝 놀라 되묻자, 티아나가 작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부끄러워하는 표정. 그래도 눈은 돌리지 않는다.

꽤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한 모양이다.

항상 검은 안 휘두른다고 고집부리던 티아나인데.

혹시 어제 리퀴아와 카밀라가 콕콕 찔러준 게 원인인 걸까.

연금술도 마법도, 외부 자극이 중요하다 했으니 말이다.

아니........

사실 그전부터 갈등은 계속해오고 있었으리라.

머더 메이지 사건이 일어나고부터.

에우드는 티아나가 검을 다시 쥐고 싶어 한다는 걸, 은근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에우드는 재빨리 놀랐던 눈을 거두고 대답했다.

“당연히 상관없긴 한데. .......어? 근데 왜 나?”

막상 말하고 나니 에우드도 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택엔 알베르토도 있고 셀레나도 있다.

아무리 에우드가 셀레나를 이겼다 해도, 검은 이제 3개월을 배운 입장.

배운다면 에우드보다도 더 적격인 인물이 저택엔 많을 텐데......

다만 그 말을 들은 티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언니는 너무 잔혹해........”

좀 꼬아서 말했다는 걸 고려하면, 분명 지금 건 “언니는 꽤 엄격하다.”라고 말한 것이리라.

“언니는 도전자들한테는 관대하면서, 나한테는 ‘몸이 너무 무뎌졌어.’라던가. ‘예전엔 이거 따라올 수 있었을 텐데.’라던가. 아예 딱 잘라서 ‘못해.’라던가! 너무 말이 아프다고! 검도 가차 없이 휘두르고! 목검 맞으면 나도 아프다고!”

에우드는 어쩐지 셀레나의 태도가 이해됐다.

예전에 잠깐 검을 배운 만큼, 셀레나는 티아나가 열심히 했을 때를 알고 있으리라.

그렇기에 동생이 다시 따라와 주길 바라면서, 가차없이 검을 휘두른 거겠지.

“그럼 알베르토는?”

“.......엄마 아빠한테 보고 들어갈까 봐.”

“아앗-”

그제야 에우드는, 티아나가 몰래 연습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티아나 말로는, 알베르토는 왠지 가르쳐달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레스님, 로로나님, 드디어, 드디어, 저희 티아나님이 말입니다.......!!”라면서 뛰어갈 것 같다나.

또 알베르토는 일거리가 정말 많기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니 설령 알베르토가 비밀로 해줘도, 결국엔 들킬 것 같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우선 부탁한 것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실력도 좋은 언니와 동생.

그다음으로, 조금은 상냥하게 대해줄 동생을 골랐다고.

.......배울 땐 셀레나처럼 엄격한 게 좋을 수 있지만.

그래도 티아나는, 셀레나에게 녹슨 움직임을 보여주기가 좀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으으음- 그래도 내 움직임엔 기품 같은 건 별로 없을 텐데........”

“에우드, 충분히 움직임 괜찮았는데?”

“진짜........?”

“저번 사교회에서 알베르토도 ‘검술에 예의가 있었다’고 했잖아. 사교용으론 거의 트집 잡을 데가 없다는 얘기인걸. 그리고 딱히 사교용이 아니어도 돼.”

“사교용이 아니어도?”

티아나는 누웠던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에우드처럼 순수 싸움 기술도, 배워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아무래도 티아나는 사교용 검술 같은 것까진 바라지 않는 모양이다.

그 이상으로 티아나는, 에우드의 실전전투를 배우길 바라고 있다.

‘그러면 더욱 알베르토한테 부탁하는 게 좋겠지만........’

에우드는 한 번 알베르토에게 부탁하도록 설득해볼까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안, 안 돼......?”

분명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이렇게 부탁한 것일 텐데.

그러면 에우드도 티아나가 원하는 만큼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들키지 않으려면 시간을 잘 잡아야겠네.”

“!!!”

에우드의 쓴웃음 짓는 대답에, 티아나가 눈을 반짝였다.

좌우로 색이 달라져 버린 금색과 붉은색의 눈이 기쁨으로 가득하다.

“우우우웃-! 에우드, 이리 와! 누나가 끌어 안아줄게!!”

티아나는 의자에 앉은 에우드를 꼭 안더니, 침대로 함께 다이빙해버렸다.

침대 위에서 두 아이의 몸이 통통 튀어간다.

“마안이 안정화되고서 해야겠지만.......”

“으우우우.......”

티아나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에우드를 끌어안고 데굴데굴 침대를 굴러간다.

에우드의 몸이 침대 끝에서 끝까지, 포근한 몸에 붙잡혀 몇 차례를 회전해갔다.

그렇게 부둥부둥 뒤엉켜, 티아나가 격한 애정표현을 하던 중이었다.

“.......둘이 사이좋게 뭐 하고 있어?”

“우왓, 언니?! 언제 왔어?!”

“방금.”

“눈이 빙글빙글 돌아........ 아, 셀레나 누나.”

이제 막 씻고 온 셀레나가 어느새 방에 들어왔다.

노크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셀레나는 젖은 머리를 갸웃하더니, 두 동생을 보며 슬쩍 웃었다.

“심심하다고 칭얼댈까 했는데, 그새 에우드를 붙잡고 있었네.”

“에우드가 나 걱정해서 와준 거거든?! 내가 막내 붙잡은 거 아니거든?! .......아니지, 에우드?”

“아니야아니야.”

괜히 찔린 건지, 티아나는 꼭 끌어안은 에우드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곧바로 에우드의 대답에 안도했다만.

“거봐, 언니! 에우드도 아니라고 하잖아!”

“네네-”

셀레나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방 안에 들어왔다.

셀레나의 손에는 소설책 한 권이 쥐어져 있었다.

혹시 셀레나도 티아나가 심심해할까 봐, 책이라도 대신 읽어주려 했던 걸까.

티아나도 그걸 봤는지 뚱하게 다시 입술을 삐죽인다.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것이리라.

“잠깐...... 맞, 맞다, 언니!? 그러면 아까 우리 하던 얘기 들었어!?”

“하던 얘기? .......무슨 말이야?”

“그- 아냐! 못 들었으면 됐어!”

셀레나가 물음표를 띄우자, 티아나는 재빨리 말머리를 돌리려 했다.

역시 언니를 놔두고 동생에게 부탁한 게, 조금 미안한 모양이다.

그러자 셀레나가 바로 입을 열었다.

“티아나가 에우드한테 싸움 기술을 배운다고 부탁한 거라면 몰라도, 난 다른 건 안 들었어?”

“-이미 다 들었잖아, 이 언니 진짜!!”

“날 놔두고 막내한테 부탁하다니. 언니는 상처받았어, 티아나.”

티아나는 에우드를 안고 있던 팔을 풀더니, 엄청난 속도로 또 베개를 던졌다.

그러나 셀레나는 그것을 피하면서 단숨에 캐치.

휘리리리릭-!

퍼어어억!

“갸아악!?”

그리곤 베개를 순식간에 티아나에게 되돌려준다.

티아나의 안면에 정확히 맞혔다.

“티아나, 언니한테 덤비려면 아직 멀었어.”

에우드의 경우 미리 낌새를 읽고 피해 있었다.

곧 코가 빨개진 티아나가 에우드를 원망스레 바라봤다.

“........에우드. 나 버리고 혼자 피했어.”

“앗.......”

“언니도 너무해! 둘 다 너무해!”

“이 언니한테 해보려는 거구나, 티아나.”

결국, 그 뒤로 티아나와 셀레나가 투닥투닥.

도중부터는 자리를 피해 보려던 에우드까지 끌어들여, 베개나 이불이나 기타 등등으로 마구 장난을 쳐버렸다.

베개와 쿠션을 던지고,

인형을 던지고,

이불을 돌돌 말아 던지고,

티아나를 이불에 가둔 후 장난을 치고,

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또래 아이같이 마음껏 장난을 주고받는다.

.......결국, 얼마 안 지나 바로 밑에 층에서 업무를 보던 로로나에게 걸렸다.

“-놀아도 좀 정도것 시끄럽게 놀아야죠, 셋 다......?”

“““죄송합니다.......”””

아이들 모두, 로로나에게 실컷 혼이 나버렸다.

다음날, 티아나는 아침을 먹고 나선 찡얼찡얼 방으로 돌아갔다.

어제보단 낫지만, 그래도 아직 마안이 안정되지 않았다.

보는 쪽인지 드러나는 쪽인지도 확실한 게 없었다.

그래도 일단 너무 심심해하는 것 같으므로, 낮에는 마리나 매디, 페리아가 번갈아 방에 가주기로 했다나.

그렇게 방에 박혀야 하는 티아나는 어쩔 수 없다 치고......

“에우드님은 미궁이론. 수인어. 일단 추가로 두 과목 확정인가요........ 나쁘지 않군요. 너무 몰리지도 않았고, 외국어가 하나 있으면 또 도움이 되니 말이죠.”

에우드와 셀레나는, 아카데미 수험과목에 대해 조안, 제시카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원래는 조안의 기본 수업이었지만, 제시카를 불러와 서로 담당 과목을 확인하려 한 것이다.

“셀레나님 쪽은 세계역사와 지리. 그리고 트라이벨어를 우선....... 셀레나님은 제가 기존 수업을 담당 집사와 함께 가르쳐드리는 게 낫겠군요.”

그러자 제시카가 조심조심 손을 들었다.

“저....... 조안님, 그럼 에우드 도련님의 과목은-”

“분업을 생각하면, 역시 제시카님 쪽에서 맡아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헌터 출신인 만큼, 미궁이론은 제시카님이 훨씬 잘 알고 계실 테고. 수인어도 확실하시니까요. .......마법 말고도, 에우드님의 미궁이론과 수인어 전담. 괜찮으시겠습니까, 제시카님?”

“-네, 물론이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에우드의 수업은 예정대로 모두 제시카에게 배정되었다.

그 말을 들은 제시카는, 에우드의 손을 꼭 잡아주며 기쁘게 웃었다.

셀레나는 그런 제시카를 잠깐 불만스럽게 보지만, 일단은 시선을 바로 거둔다.

“그럼 티아나님한테는 이따 제가 직접 가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심심해하실 테니 말이죠.”

조안도 티아나를 신경 써주고 있었다.

.......이후 점심시간쯤.

티아나가 연금술 노트를 피고 열심히 책을 읽다, 조안에게 들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티아나와 함께, 그걸 눈감아주고 있던 마리까지 같이 혼났다고.

덕분에 지금은 안대까지 끼고 조안 옆에서 코오 자는 중이라 한다........

에우드도 셀레나도, 빨리 티아나의 마안이 안정되기를 기원했다.

제시카와의 야간수업은, 당분간 수인어를 중심으로 하게 되었다.

주문한 지팡이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또 티아나가 수업에 못 나오고 있으므로, 마법의 수업 템포를 잠시 늦추고 있었다.

그런 겸에 에우드의 보충수업도 조금 구성을 바꾼 것이다.

“이따가 또 티아나 아가씨한테 가는 거군요, 에우드 도련님.”

“티아나 누나, 외로움을 은근히 잘 타니까요........”

“아하하, 활달하신 만큼 어쩔 수 없죠.”

제시카는 자신이 이전에 쓰던 수인어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었다.

에우드의 것은 사용인들에게 부탁해, 자신과 똑같은 것으로 구입한 모양이다.

일단은 셀레나와 티아나의 것도 사왔기에, 후에 희망에 따라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인어는 디에스가 말한 대로, 공용어와 어순이 비슷했다.

오늘은 수업의 시작이므로 각 품사들부터 차근차근 짚어가기로 했다.

......사실 에우드는 이미 시작부터 머리가 핑핑 돌았다.

수업이 중반부 정도로 갔을 때였다.

“제시카, 유그라시아의 수인들도 모두 수인어를 사용하는 건가요?”

“네? 아뇨아뇨. 사용하긴 하는데, 이 나라 수인들도 기본적으론 공용어를 사용해요. 엘프 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수인 언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건, 저 멀리 비온 왕국이라는 곳.

그리고 그 외 해외의 수인 부족들이라고.

애초에 아카데미에 오는 해외 학생들은, 모두 공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해외 학생들은, 시험 자체에 공용어가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어요. 때문에,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오히려 저희보다 공용어를 잘 쓰는 이들도 많죠. 그러니까-”

제시카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혹시 아카데미에서, ‘으응? 공용어는 어려워서 뭐라는지 잘 모르겠어~’라며 딴청 피우는 수인이나 엘프가 있으면, 그건 십중팔구- 아니, 100% 거짓말이랍니다.”

“그, 그런가요.......?”

“그 새끼들- 실례....... 걔네들 무조건 100% 다 공용어 할 줄 알아요. 아무리 초청입학이라 해도, 그쪽에서 초청자를 뽑을 때 매번 ‘공용어 능통’을 조건으로 걸거든요. 게다가, 수인족들........ 그놈들은 지들끼리 수인어로, 저희한테 욕을 쏘아낼 때가 자주 있답니다.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후후후후.”

........제시카의 뒤에서 욕을 한 모양이다.

“도련님하고 아가씨들이 입학하기 전까지, ‘수인어 10대 욕설’은 모두 가르쳐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길! 혹시라도 그런 무례한 녀석들이 또 있다면, 듣자마자 바로 참교육시켜주면 돼요!”

“네, 네에........”

제시카를 위해서라도 수인어는 열심히 배우자 싶었다.

“플로라는 호전적인 수인 파벌도 있다고 했죠.”

“많죠. 특히 푸른 늑대이거나 검은 사자- 아, 이건 수인들의 부족이름인데요. 그쪽 애들은 파벌끼리의 싸움을 엄청 자주 걸어요. 수인족 학생들의 아카데미 일과는, 오죽하면 5년간 ‘누가 파벌의 정상에 서느냐, 경쟁이다!!’-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죠.”

그리고 그 경쟁 중, 다른 10대 귀족 파벌이나 엘프 파벌들과도 마찰이 생긴다는 거다. 그러다가 가끔 대규모 파벌항쟁까지 일어난다나.

“도련님하고 아가씨들도 포에닉스인 만큼 아카데미에서 파벌 항쟁에 휘말릴 수 있어요. 꼭 몸조심하세요.”

그러면서 제시카는, 에우드에게 수인이나 엘프들을 상대하는 방법 같은 것들도 간단히 알려줬다.

수인족은 싸울 때 꼬리를 공격하면 유효하다던가.

엘프족은 귀가 약하기에, 거기에 조금만 상처 내주면 도망친다던가.

무려 제시카가 학창시절 동안 직접 겪으면서 얻은 노하우들이라 한다.

“또 수인족들은 본때를 보여주면 알아서 긴답니다!”

“에, 네?”

“어떤 종족보다도 약육강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경우에 따라선 자신들을 이긴 다른 파벌에 충성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냥 되도록 안 부딪히는 게 낫겠네요.”

그보다 정말로 제시카가 공부만 했다는 게 사실일까.

이래서야 구석에 쭈그렸다는 말조차, 에우드는 믿기가 힘들었다.

“아하하, 맞네요. 그 질긴 수인족들 파벌 전체가 복종할 정도면 완전히 압승을 거둬야 하니까요. 애초에 세 분의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아예 안 엮이는 게 낫죠!”

“정말 가서는 평화롭게 지내고 싶네요.”

“시험준비부터 확실하게 하셔야 하지만요! 자, 그래도 오늘은 첫 파트니까 가볍게 더 가보죠!”

그렇게 서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며,

마음속으로 누나들이 아카데미에서 편히 지내도록 노력하자고 생각하며,

에우드는 제시카와 함께, 수인어 공부를 차근차근 진행해갔다.

.......다만 그로부터 3년 뒤.

에우드는 지금의 대화를 가볍게 생각한 것에 큰 후회를 한다만......

아직은 그걸 알아챌 턱이 없었으리라.

그리고 다음 날.

“-꺄아아아아악!?”

“어!?”

“이거- 티, 티아나님 목소리!?”

“티아나 아가씨?!”

점심 때쯤, 티아나의 비명이 저택에 울렸다.

[작품후기]정했어요......

후기에서만큼은 건전한 쿨피스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아카데미 에피소드는, 몇몇 이야기들을 조금만 더 쌓은 후 시작.

열 살에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은 아카데미에서부터 돌입..... 이라고 생각합니다.

15살 이전에 완결나냐고 물어보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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