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한데......?78회
마안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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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나. 역시 마안이네요.”
“진, 진짬까.......?”
로로나는 티아나의 눈을 살펴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티아나의 눈에 변화가 생기자마자 삼남매는 저택으로 바로 복귀하였다.
마침 마중용 마차가 슬슬 올 시간이기도 했다만.
로로나는 티아나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졌다.
현재 로로나도, 티아나의 눈을 향해 마안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의 내면 흐름을 들여다보는 눈으로, 티아나의 상태를 보는 것이다.
“다만 아직 완전한 개안은 아니네요. 오른쪽만 붉은색으로 변했고........ 으음 너무 갑작스럽네요.”
“물론 마안이란 건, 언제나 갑작스럽지 않나 싶지만. 아하하하하-”
“-가레스.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미, 미안.”
분위기를 풀어보려던 가레스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입을 삐죽 내밀고 침울하게 고개 숙인다.
알베르토가 “그러게 너무 경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레스님.”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저택에 돌아왔을 땐, 다행히 가레스도 로로나도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때문에, 티아나의 상태를 듣고 이렇게 다들 바로 모인 것이다.
알베르토와 조안, 제시카.
그리고 자연스럽게 리퀴아도 있었다.
“티아나, 눈이 아프거나 한 적은 없었나요?”
“아니 전혀........ 애초에 난 내 눈이 바뀐 줄도 몰랐는데........”
“약초 가게에서 이야기할 때만 해도, 티아나 눈은 원래대로 노란색이었는걸.”
셀레나의 말에, 로로나는 이마를 살짝 잡았다.
“오늘 갑자기 바뀐 거라면, 그 전부터 개안의 기미가 있었다는 거네요. .......최근 한달은 우리 아이들을 마안으로 보지 않았으니까요. 제 실책이네요....... 셀레나도 엄마한테 와봐요.”
“응.”
로로나의 부름에, 에우드 옆에 꼭 붙어 있던 셀레나가 쫑쫑쫑 다가갔다.
가까이 온 셀레나의 벽안을, 로로나는 자신의 눈으로 지긋이 바라봤다.
“.......셀레나의 눈에도 다소 변화가 있네요. 셀레나는 그래도 한 번 개안은 했으니까....... 아마 성장의 조짐일 테고.”
“마안은 성장기에 맞춰서 변화하는 경우가 많으니깐. 그 레니안느랑 트루스 꼬맹이는 벌써 두 번째 성장까지 온 거 같다만, 그쪽이 너무 빠른 거다.”
리퀴아가 말하길, 마안은 여러 번에 걸쳐 성장해간다고 한다.
그것을 거듭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완전한 마안이 완성되는 거라고.
그리고 이때, 리퀴아가 트루스와 레니안느의 이름을 말했기 때문일까.
“맞다........ 그러고 보니 레니안느 걔가 그랬는데.”
티아나가 뭔가 기억났다는 듯 말했다.
방에 모인 이들 모두가 티아나를 바라봤다.
“‘곧 개안하겠네’, ‘역시 카틀레야 가문 쪽 마안이네’....... 라고. .......아.”
티아나가 ‘아, 실수했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로로나가 한숨을 살짝 담아 말한다.
“.......왜 그 중요한 걸 다들 엄마한테 말하지 않은 건가요, 티아나, 셀레나, 에우드.”
“언, 언니랑 에우드는 잘못 없어?! 그, 그땐 다들 너무 정신없었으니까! 걔가 막 에우드한테 마안을 들이대고 그러니까.......!!”
로로나가 타이르듯 말하자, 티아나가 재빨리 먼저 그것을 해명해갔다.
자기 때문에 셀레나랑 에우드가 혼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물론 로로나도 거기에 화낼 생각은 전혀 없다.
“마안이 갑자기 개안하면 위험한 건가요?”
에우드의 질문에 로로나가 살짝 말을 골랐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저나 셀레나처럼 보는 눈이면 괜찮답니다. 다만....... ‘드러내는 눈’이면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드러내는 눈’?”
“로로나님, 여기선 제가 잠시........ 도련님, 혹시 제가 예전에 보충수업 때 이야기해드린 것 기억하시나요?”
“.......?”
제시카가 로로나에게 양해를 구하며 말했다.
다만 에우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예전 신화 이야기를 해드릴 때, ‘돌로 만드는 눈’이라던가, ‘상대의 그림자를 붙잡는 눈’이라던가.”
“아!”
확실히 제시카가 해준 신화나 역사 이야기에, 그런 눈에 대해서도 나온 적이 있었다.
“다소 과장되어 전해진 것들도 많지만, 어쨌든 그 또한 마안의 전승. 현대에도 마안은, 로로나님 말씀대로 기본적으론 두 종류로 나뉘게 되어요.”
에우드는 그제야 저번에 트루스가 말한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
자신은 보는 눈이 아니다-
즉, 트루스의 마안은 외부로 특수한 힘을 발휘하는, ‘드러내는 눈’이란 의미다.
“그래요. 만약 티아나의 마안이 보다 더 빨리 개안 됐으면. 그리고 ‘드러내는 쪽’이라 주변에 피해를 입혔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어요.”
“죄송합니다아아아.........”
로로나의 말에, 티아나가 단발을 찰랑이며 고개를 포옥 숙였다.
“물론 아직 다 확실한 건 아니니. ........조안, 제시카.”
“네, 로로나님.”
“넵.”
“당분간은 티아나는 수업을 쉬게 해주세요. 마안에 또 반응이 올 때까지, 방 안에서 쭉 휴식하도록 해야겠어요.”
“뭐?!”
티아나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엑........ 잠깐만, 잠깐만, 설마, 공방에도 가지 말란 말은 아니지, 엄마.......?”
“티아나 얘는 또! 공방은 무슨!! 마안의 개안 반응이 올 땐,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해요!”
“너무해?! 아까도 재료 사 왔는데?! 아직 실험해야 할 게 산더미인데?! 책도 오늘 빌려왔는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눈을 쉬게 해줘요! 책을 읽는 것도 당분간 쉬세요!”
“언니는?! 언니 개안할 땐 어떻게 했어?!”
“난 어렸을 때 일찍 겪었으니까.”
“난 몰랐는데?!”
“그때 티아나, 옹알옹알 중이었어.”
둘이서 한 살 차이이므로 티아나가 옹알이 중이었다면, 셀레나도 엄청 큰 차인 없었겠다만.
일단 셀레나는 꽤 빨리 개안을 했다고 한다.
“셀레나는 마안의 성장을 겪는다 해도, ‘보는 눈’이니까 통증이나 빈혈 말고는 큰 걱정은 없겠고. .......좋아요, 그러면 이걸로 끝! 셀레나는 평소대로! 티아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최대한 안정!”
“싫어어어어어어!”
포에닉스 저택 집무실에, 티아나의 절규가 크게 울렸다.
●
이후 제시카와의 야간수업까지 모두 마친 에우드는, 슬쩍 티아나의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칭얼댔으니 말이다. 살짝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공방에도 가지 못하고, 자료정리도 못 한다.
티아나에겐 휴식보다도 구금에 가까운 행동이었으리라.
티아나의 방에 도착한 에우드는 살짝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똑똑똑.
끼이익-
“티아나 누나.......?”
“히야아악?!”
침대에서 엎드려 있던 티아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다 들어온 게 에우드임을 알곤 크게 안도한다.
“-으와와와...... 뭐야....... 에우드였잖아?! 놀랐잖아, 에우드!!”
“응?! 미, 미안- 왁!”
펑!
티아나가 베개를 에우드에게 던졌다.
푹신푹신한 솜털 베개가 에우드의 안면에 정확히 직격했다.
그래도 푹신푹신하다 보니 딱히 아프지는 않다.
에우드는 찡한 코를 한 번 문지른 후, 베개를 들고 티아나의 침대로 다가갔다.
“근데, 티아나 누나 왜 그렇게 놀라?”
“윽.”
무슨 일인가 해서 보자, 티아나가 등 뒤에 뭔가를 숨기고 있다.
......책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빌린 책인 것 같다.
“티아나 누나.......”
“아니, 내 방이 감옥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이 쉬고있으라니! 나 심심한데요?! 정말로?!”
역시, 너무 심심해서 책이라도 읽으려 한 듯하다.
“차라리 수업이라도 받았으면 심심하지라도 않지!”
“어머니도 다 누나 생각해서 말한 거니까........”
“그건 나도 알아.......!”
그래도 야무지긴 또 야무진 티아나.
로로나가 자길 걱정하는 건 잘 알고 있다.
결국 다 들켜버린 책을 품 안에 꼭 안고, 티아나는 다리를 동동 휘둘렀다.
“아~ 언젠가 올 거 같긴 했는데, 딱 지금이라니........”
“알고 있던 거야?”
“엄마 피를 이어받았으면 당연히 그런걸.”
카틀레야 가문.
로로나의 핏줄은, 그 피를 이어받으면 필연적으로 마안을 보유하게 된다고.
귀족과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카틀레야의 마안은 꽤 유명하다고 한다.
“마안은 원래라면 순수한 운으로 정말 드물게 개안 되는데....... 카틀레야는 그걸 무시하고 자녀들에게 모두 마안을 개안하게 만들어. 그것도 꽤 좋은 마안을.”
“.......엄청난 거 아냐?”
“진짜 엄청난 거지.”
에우드는 티아나에게 베개를 돌려주며, 의자를 살짝 끌고 와 앉았다.
티아나의 오른쪽 눈동자는- 다시 노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눈동자는 계속 붉은 채로 있는 건 아니었다.
역시 아직 불안정한지, 붉은색과 노란색을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마안이 개안되었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는 것이다.
슬슬 티아나도, 색이 바뀔 때는 낌새를 바로 알아챈다고.
눈 안쪽이 뜨겁게 일렁이는 느낌이라 한다.
“옛날에는 카틀레야 가문과 연을 맺으려는 가문들이 엄청 많았대. 이용하려는 가문도 많았고. .......아예 어떻게든 종마처럼 쓰려는 이들도 있었고.”
“.......너무하네.”
“그래서, 현대의 카틀레야 가문은 다른 가문과 엮이는 걸 엄청나게 조심히 해. 그때도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이들은, 마안으로 전부 복수해줬다고 해. 아빠가 엄마랑 결혼한 건, 요즘 시대에 들어선 정말 운이 좋았던 거야.”
“.......그래도 아버지는- 마안 보고 결혼한 건 아니지 않아?”
“응, 애초에 아빠는 엄마 눈은 전혀 생각도 못 하고, 그냥 보자마자 반했다나. 엄마도 아빠를 보자마자 반했다고 말했고. 아마 엄마 아빠 둘 다, 마주쳤을 때 서로 가문이라던가 능력이라던가, 전부 잊고 있었을 걸.......”
둘 다 서로 마주치자마자 첫눈에 반한다니.
꽤나 로맨틱한 이야기였다.
.......에우드는, 아까 전 가레스의 취급을 잠깐 잊기로 했다.
티아나는 침대 한쪽에 기대 에우드를 바라봤다.
“제시카랑 수업 다 하고 온 거야?”
“응. 끝난 다음에 다 씻고. 누나 아직 안 잘 거 같아서. 셀레나 누나도, 검 연습하다가 지금 씻으러 갔을 거야.”
잠옷 차림의 에우드는 티아나에게 옷소매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하아....... 언니랑 계속 상의하려 했는데. 왜 이럴 때 터지는 거야........”
“상의? .......그러고 보니 티아나 누나, 낮에도 셀레나 누나랑 계속-”
“-막내는 몰라도 돼!”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티아나는, 에우드에게 고개를 홱 돌렸다.
아무래도 더 물어봐도 대답은 안 해줄 거 같았다.
티아나는 기댔던 몸을 침대에 폴싹 눕혔다.
그러더니 누운 채로 팔을 쭈욱 핀다.
무슨 일을 하려는가 했더니-
어느새 에우드의 잠옷 소매를 콕콕 당기고 있었다.
“티아나 누나?”
에우드가 티아나와 눈을 마주치자, 티아나가 씨익 웃었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표정이었다.
티아나는 누운 채로 몸을 꼬물꼬물 움직여 에우드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폴짝 일어나, 아까까지 품고 있던 책을 넘겨준다.
“읽어줘!”
“응?”
“어차피 못 읽게 할 거면, 에우드가 직접 책 읽어줘!”
티아나는 에우드의 양손을 잡아 오더니, 그 위로 두꺼운 연금술 책을 꼭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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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읽는 것 정도야 무리가 없으니 말이다.
에우드는 티아나가 지정해준 부분부터 글씨를 쭉 읽어내려갔다.
.......과연,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 에우드가 연금술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기 때문일 테지만.
“........에우드는 목소리가 좋아.”
“어?”
“누워서 듣기에 딱 좋아....... 헤헤헤.”
그래도 티아나는 에우드의 어색한 읽기라도 괜찮았던 걸까.
침대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그것을 만족스럽게 듣고 있었다.
에우드가 말을 조금 틀리거나, 발음을 더듬어도, 티아나는 전혀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우드가 읽기를 틀리는 것조차, 지금 티아나에겐 재밌는 일인 듯하다.
에우드가 읽다가 홀로 “와아아.......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라고 말하고 있을 때도, 그걸 싱글벙글 바라봤다.
“......그런데 티아나 누나, 이렇게 말로 그냥 해줘도 이해가 돼?”
“응? 다 이해되는데?”
“대단하네........”
분명 공용어로 적혀 있는 데도 에우드는 내용을 모르겠는데.
티아나는 지금 머릿속으로, 에우드가 읽어준 것들을 정리해가고 있었다.
항상 셀레나가 ‘바보 티아나’라고 장난치고,
또 그만큼 엉뚱한 면모가 많은 티아나지만, 역시 머리가 정말 좋았다.
그로부터 책을 쭉 읽어준 지 20분 정도 지났을 때였을까.
에우드가 책을 읽어주는 걸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티아나는, 잠시 입을 꼭 다물었다.
뭔가 말하려는 듯.
전해보려는 듯.
에우드가 책을 읽는 데 열중하는 사이, 머릿속으로 말을 골라간다.
조금 뒤, 티아나가 에우드의 옷을 다시 잡아당겼다.
“저기........ 에우드, 에우드.”
“두 개의 추출용액을 각각 두 방울, 세 방울로 합성- 어? 왜?”
티아나가 부르는 것에, 에우드는 고개를 돌렸다.
글씨를 소리 내어 읽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조금 늦게 반응해버렸다.
“......티아나 누나?”
“저기 에우드.......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티아나는 살짝 심호흡한 뒤 말했다.
“혹시 나, 검술 좀 가르쳐줄 수 있어?”
티아나의 오른쪽 눈동자가, 어느새 또 루비색으로 변해간다.
[작품후기]연참 후루룹......